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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느 도시에 사는지 아는 게 중요한 건 아니야.
그 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그 사랑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지.
실수 따위는 문제도 아니야, 줄리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이 중요해." 432쪽
작년에 사놓고 일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읽었다.
표지가 예뻐서 책을 샀을땐 빨리 읽어야지 했었는데 사실 몇 장 읽다가 덮고 말았다.
어쩐 일인지 쑥쑥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서.........
주말. 어슬렁거리면서 괜히 이것 저것 뒤져보게 되는, 딱히 할 일 없는 날
마음 먹고 읽어 나갔는데 식구들 밥 챙겨 주는 시간만 빼고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거다.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딱히 뭐라고 잘라 말하기 힘든 뭔가가 있다.
결혼식이 예정된 시간에 장례식을 치룬 , 생전에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한 아빠가 안드로이드로 살아돌아왔다는 조금은 터무니 없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생전 늘 바빠서 함께 하지 못한 아빠와 소원했던 딸이 허락된 6일 이라는 시간동안 여행을 떠난다.
열 여덟살, 아빠로 인해 헤어져야 했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행.
결혼식날 딱 맞춰서 치루어진 아빠의 장례식, 몬트리올에서 우연히 발견한 토마스의 초상화....일련의 우연같은 일은 모두 아빠가 딸에게 해주고 싶었던 마지막 일을 하기 위해 만든 설정이었다. 아빠의 반대로 헤어져야했던 첫사랑 토마스를 찾으면서 그들은 떨어져 있는 동안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차마 생각지 못했던 감정을 깨닫는다. 그리고 미스터 왈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이미 죽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끝까지 알리지 않고.
아마도 미스터 왈슈씨도 생의 마지막을 받아놓은듯 하다. 그리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딸과의 화해를 위해 정말 터무니 없는 방법을 생각해내지만 돌아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마지막 진심을 알리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었을거다.
딸에게 평생 아픔으로 남을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딸과 함께 하는 미스터 왈슈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더불어 열여덟에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고 아버지로 인해 헤어졌다가 아버지로 인해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줄리아와 토마스의 모습을 따라가는것도 가슴을 살짝 들썩이게 한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다. 작은 웃음, 따뜻한 감동, 찡한 로맨스, 평범한 삶의 모습들이 적절히 섞여있다. 문득 몇년전에 은근히 감동스럽게 봤던 '어바웃 슈미트'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책장을 덮고 나서 짓게 되는 미소가 그때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