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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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끝없이 낙천적이고 느긋한, 엉뚱하고 얼렁뚱땅 사태를 잘 넘기는 데다가 술 좋아하고 끝도 없이 웃긴 어느 노인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대륙과 세월을 넘나드는 그의 모험과 헤어지기 아쉽다. 문학이라는 것이 어떠한 가상현실을 마련하여 독자가 그것을 체험하는 동안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물건이라면, 이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을 조금은 가볍게 느끼게 하고 고양감을 느끼게 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그나저나 이 소설은 영화화 안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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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를 생각한다 - 도쿠가와 3백 년의 유산 ㅣ 일본사 연구총서 2
쓰지 다쓰야 지음, 김선희 옮김 / 빈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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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가 쓴 에도시대 연구서이다. 에도시대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담았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의 우리가 ‘일본적인 문화‘, ‘전통 일본‘으로 여기는 요소들은 대부분 에도 시대에 확정된 것들이다. 이 시기에 일본은 오랜 전란 끝에 에도 막부 정권의 강력한 영도 아래 평화를 맞으며 지방이 각기 분산되고 고립된 형태를 벗어나 상호 연결되고 에도(도쿄)를 중심으로 하나로 묶이는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제한적이지만 나름대로 고도화된 관료제가 발전했으며 참근교대 제도 등으로 인해 도시에 물자가 모이고 사람도 모였다. 서민들도 상당수 글을 깨우쳐 지식인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대중 대상의 저렴하고 일반화된 예술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하이카이(하이쿠), 우키요에 등). 난학 등 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전국의 다양한 지식인들이 신분을 뛰어넘어 연대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유학이 일본식으로 이해되었고, 중국이나 조선과는 달리 실제 물질세계를 끈질기게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발달했다는 게 이 책의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지점. 이를 바탕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중국이나 조선의 그것과는 달라지게 되었고, 근대화의 성공 여부 역시 갈렸다는 것. 여기에 에도 시대 전반에 걸친 사회 경제적 변화의 저력이 합쳐져 메이지 유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꽤 논리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이런 유의 주장을 펴는 비슷한 책을 예전에 읽어보기도 한 터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사실과 100% 들어맞는 설명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일본의 ‘성공적인 근대화‘라는 것에는 서구 열강의 침략이 상대적으로 덜 직접적으로 이어졌다는 ‘행운‘이 80% 이상 작용한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일본 자체의 저력도 작용하기는 했겠고, 동시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때깔‘이 가장 괜찮았던 나라이기도 했지만은. 행운이냐, 저력이냐. 메이지 유신이라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냐, 과거와의 연속성이냐.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거기다가, 유학과 성리학의 수용과 교류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직수입했다는 내용만 언급하고 있고 왜 조선통신사를 통해 교류했던 이야기는 쏙 빼놓고 얘기하는 것이냐 이 저자는. 열받게시리. 저자가 일본인으로서 조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강조하는 것만큼 실제로 일본에서는 조선통신사의 사행이라는 것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 그저 그런 이벤트에 불과했던 것이었는지. 이 역시 진실은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일까? 알아봐야겠다.

이 책의 논조에 수긍하는 것과는 별개로 눈길을 끄는 내용들이 꽤 있기도 했다. 일본적인 선종 불교 발달을 언급하면서 불교문화가 일본 문화에 녹아들어 간 흔적을 언급했는데, 거기에 ˝현관˝과 ˝점심˝이라는 단어를 일본인들이 불교에서 일상으로 가지고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오 그래? 그 두 단어는 우리도 당연하게 무척 많이 쓰는 말인데. 우리가 그 말을 이렇게 많이 쓰게 된 연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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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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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날이여. 두고 온 시간들이여. 그때 열중했던 일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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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과업을 완수하려고 여러 사람이 모여 지내며 밥을 같이 먹고 일을 같이 한다. 그냥 과업이 아니라 굉장히 멋있는 과업을 위해. 서로의 마음이 맞을 때 일은 그냥 일이 아니라 그 순간의 삶 자체가 된다. 소설의 프로젝트를 보며 나에게도 있었던 옛날의 어떤 단면 하나 두 개가 스쳐 지나간다. 다들 어디 갔을까? 그 시간의 그 밤들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하고 살살 아파지기도.


귀에는 풀벌레 소리. 눈에는 반딧불이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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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쓰기가 참 좋다. 무척 잘 읽혀서 하루하고 반나절만에 한 권을 다 읽었다. 푹 빠졌달까.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사료가 그득히 들었다. 그걸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솜씨가 빼어나서 잘 읽히는 것일 따름. 궁궐을 보러 이리저리 휙휙 돌아다니는 것처럼 이야기도 흐름에 따라 이리 휙 저리 휙. 하지만 중요한 줄기에서 절대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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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경복궁을 깊이 돌아봤다. 그것도 세종 시대의 경복궁을. 청기와가 덮인 근정전과 나무 울타리가 쳐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기둥 위에 올라앉아있었을 웅장한 경회루. 때때로 웅장한 무대 장치를 설치하고 행해지던 광화문 앞의 산대놀이 공연. 군사들과 말이 뛰어다니는 휑하니 비어있는 후원의 흥미로운 언덕들. 궁궐을 넓히고 크게 다시 지으려 할 때마다 지나치게 화려한 재건축을 반대하던 꼬장꼬장한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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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미있었다.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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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ㅣ 니까야로 읽는 대승경전 시리즈 1
이중표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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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표 교수의 책들을 연달아 읽는다. 지난번에 니까야 번역본인 ˝불경˝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니까야에 나오는 설법으로 해설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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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쌍계사 템플스테이에 갔는데 새벽 법회에서 이 책을 권해주셨다. 정확히는 같은 이름의 유튜브를 권해주셨지만 나는 같은 내용이라면 문자로 읽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무척 충만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날 법회에서 현역(?) 스님이 이중표 교수를 ‘스님들의 선생님‘이라고 표현하시는 것을 듣고 솔직히 놀랐다. 과연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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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야를 읽은 다음에, 그 방대한 내용에서 핵심을 갈무리하여 정리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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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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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 말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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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는 있으나 행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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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열반이란 도달해야 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라고 깨달은 것을 수행하고 또 수행하다 보면 그게 삶 자체가 되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

​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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