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표 교수의 책들을 연달아 읽는다. 지난번에 니까야 번역본인 ˝불경˝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니까야에 나오는 설법으로 해설하는 책이다.하동 쌍계사 템플스테이에 갔는데 새벽 법회에서 이 책을 권해주셨다. 정확히는 같은 이름의 유튜브를 권해주셨지만 나는 같은 내용이라면 문자로 읽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무척 충만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날 법회에서 현역(?) 스님이 이중표 교수를 ‘스님들의 선생님‘이라고 표현하시는 것을 듣고 솔직히 놀랐다. 과연 그렇군.니까야를 읽은 다음에, 그 방대한 내용에서 핵심을 갈무리하여 정리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여기에 이 말을 덧붙여본다.˝업보는 있으나 행위자는 없다.˝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열반이란 도달해야 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라고 깨달은 것을 수행하고 또 수행하다 보면 그게 삶 자체가 되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휴가라서 여행 온 숙소에서 백석의 시를 읽는다.참 귀여운 시인이다. 읽다 보니 이 사람은 먹는 걸 참 좋아했구나 생각이 든다. 또한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게 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매번 시를 쓸 때마다 고향땅의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과 그걸 함께 나누어먹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외롭고 궁핍한 절을 보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읽으며 나도 숙소 천장을 잠시 응시해 본다.아무튼 평안도 사투리에 대한 각주를 찾아 읽어볼 마음만 있다면. 두고두고 한 번씩 생각날 아름다운 시와 노래들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은 어떠할지.++ 다만, 해방과 분단 후 북한에서 썼다는 시들은 뭐랄까... 도저히 못 읽어주겠다. 당대에 북한 체제에서 살아간 지식인들의 사정이 어떠했을지 엿볼 수 있는 참고 자료 정도는 될 수 있겠다. 거기서 살아남아보려고 어거지로 당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했지만, 결국 핍박을 받고 힘겹게 말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평생 묵묵히 사진을 진지하게 찍어온 어느 예술가와의 인터뷰집이다. 그의 작업 관점과 방식, 태도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책. ˝사진 강의 노트˝ 이후 퍼키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겸허하면서도 날카롭고, 한편으로 따뜻한 그가 참 좋다. 나는 아래 말이 마음에 무척 깊게 남았다.˝아마도 우리가 사진가이므로 삶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우린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진정으로 삶이 경이롭기 때문이지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전시에 갔다가 한정식 작가의 ˝고요˝ 시리즈에 반해서 그의 교수 시절 저서를 사서 읽어봤다. 절판 된지 오래라 중고 서점을 뒤져서 구했다.무려 ˝개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옛스러운 책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읽힌다. 사진 좋아하는 털보 아저씨가 ‘어이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애정어린 참견을 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아무튼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핵심을 찌르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침 흘리며 읽을 것이니.이 책에서 얻은 가장 귀중한 배움은, 사진은 그림이라기보다 글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회화가 아니라 이야기다. 한 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짤막하지만 울림을 크게 주는 시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현실에 없는 걸 상상으로 지어낼 수 없다. 현실을 포착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주제가 있어야 한다.나의 사진이 예술에 닿는다는 건 까마득한 일이겠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나는 그저 어디선가 본듯한 근사한 그림을 흉내낸 예쁜 사진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이걸 왜 찍는 지 생각하기 전에, 그럴듯한 소재를 그럴듯한 구도와 색상으로 담으려고 덤벼들기 바빴지는 않았나.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가고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일은 사진이라는 즐거움을 더 깊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