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예술개론 ㅣ 눈빛시각예술선서 6
한정식 지음 / 눈빛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전시에 갔다가 한정식 작가의 ˝고요˝ 시리즈에 반해서 그의 교수 시절 저서를 사서 읽어봤다. 절판 된지 오래라 중고 서점을 뒤져서 구했다.
무려 ˝개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옛스러운 책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읽힌다. 사진 좋아하는 털보 아저씨가 ‘어이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애정어린 참견을 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아무튼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핵심을 찌르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침 흘리며 읽을 것이니.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귀중한 배움은, 사진은 그림이라기보다 글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회화가 아니라 이야기다. 한 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짤막하지만 울림을 크게 주는 시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현실에 없는 걸 상상으로 지어낼 수 없다. 현실을 포착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주제가 있어야 한다.
나의 사진이 예술에 닿는다는 건 까마득한 일이겠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나는 그저 어디선가 본듯한 근사한 그림을 흉내낸 예쁜 사진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이걸 왜 찍는 지 생각하기 전에, 그럴듯한 소재를 그럴듯한 구도와 색상으로 담으려고 덤벼들기 바빴지는 않았나.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가고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일은 사진이라는 즐거움을 더 깊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