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류동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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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세상물정의 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5

 

괴짜 질문에 괴짜 대답

 

대부분 사람들은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쉽지 않은 개념과 온갖 수식, 그리고 복잡한 그래프 등으로 인해 난해하고 복잡한 과목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도 결국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논리 정합적으로 잘 짜인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년 전쯤 괴상한 제목을 달고 나와 인기를 끌었던 괴짜경제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 책의 주제는 경제도, 금융도, 주식도 아니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통해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 낙태의 합법화와 범죄 발생률 간의 관계,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닮은 점처럼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저런 얼토당토않은 질문들이 경제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괴짜경제학'이 사회현상의 진짜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 올바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그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새로 낸 책이 세상물정의 경제학이다. 스티븐 레빗은 40세 미만의 미국 경제학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젊은 경제학자의 노벨상인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또 스티븐 더브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지면에 다양한 글을 기고해왔다. 이 책은 저자들이 10여 년 동안 운영하던 홈페이지(http://freakonomics.com)에 올라온 8000개의 괴짜질문과 그에 못지않은 괴짜답변 중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내용을 추려내 엮은 것이다. 앞의 책과 마찬가지로 골치를 싸매게 하는 복잡한 도표나 그래프 등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신 테러리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테러를 하는 법에서부터 자동차를 가장 싸게 사는 협상비밀등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문제들에서부터 알토란 같은 요긴한 정보까지 경제학적 논리를 들이댄다. 원제가 언제 은행을 털어야 할까(When to Rob a Bank)'인 점만 봐도 내용이 얼마나 엉뚱할 지 상상이 된다. “돈 버는 눈을 기르려면 치열하게 관찰하라, ‘경제학을 무기로 상대의 허를 찔러라, 지적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 지식을 갖춰라같은 소제목만 들여다봐도 어떤 책인지를 금세 알 수가 있다.

 

거의 모든 세상물정의 경제학

 

코카콜라 직원이 콜라의 비밀 제조법을 훔쳐내 펩시에 팔려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펩시는 그 직원들을 경찰에 넘기고 함정수사에 협조했다. 라이벌인 코카콜라에 손해를 입히는 동시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펩시 경영진은 왜 그런 판단을 한 걸까.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아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을 아는 것이 펩시에게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펩시가 코카콜라와 같은 맛의 콜라를 시장에 내놓고 그 방법을 공개한다고 가정하자. 너도나도 같은 맛의 콜라를 만든다면 코카콜라의 가격이 급락하겠지만, 이는 펩시를 먹던 사람까지도 코카콜라를 먹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 제조법을 공개하지 않고 그들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펩시가 만든 새로운 버전의 코카콜라는 원조 코카콜라와 동등한 경쟁력을 지니겠지만, 동시에 완전 대체재가 되면서 극심한 가격경쟁이 벌어져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망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펩시 경영진은 도덕성이나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저 훌륭한 경제학자였던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비만처럼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도 없을 것이다. 비만관련 시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이어트와 운동 업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준다. 그러나 비만만큼이나 비만에 대한 두려움도 큰 문제다. 이를 악용하여 비만 논란에 대한 거짓말과 그릇된 정보가 횡행한다. 비만은 대체 누가 규정하는 걸까. 제약사와 다이어트 업계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소수의 의사들과 정부 관료, 보건 연구원들이 비만의 위험을 부풀린다. 그 결과로 6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과체중으로 잘못 분류해 관리를 받아야 할 캠페인 대상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비만이 최근에 발생한 어떤 사고에 원인이 되었음을 밝혀졌다. 지난 201410월에 47명의 노인을 태우고 뉴욕 주 북부의 조지 호수를 항해하던 관광 보트가 가라앉아 그중 20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보고서는 심각한 과적 상태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여행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예전의 승객무게를 기준으로 보트에 안전하게 태울 수 있는 승객수를 산출했다는 것이다. 승객수 제한을 어기지 않았지만 중량 제한은 심각하게 넘긴 상태에서 관광객들이 풍경을 보기 위해 보트의 한쪽으로 몰려서 일어난 재난이었다. 여행사가 승객당 63.5킬로그램이라는 과거의 표준을 사용했는데 이 기준은 이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경고했던 참이었다.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며 법정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누군가 나서서 애초에 승객들의 체중이 불어나도록 원인을 제공한 맥도날드를 고소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은행을 언제 털 것인가?

 

은행강도 범행을 수익률로 분석한 글도 흥미를 끈다. FBI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5000건의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요일별로는 연간 1042건으로 금요일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어느 특정한 요일이 다른 요일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범행 시간별로 보면 유의미한 통계가 나온다. 오전에 강도 행각을 벌인 사람들이 오후에 은행을 턴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훔쳤다. 그런데도, 강도들은 오후에 은행을 터는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졌다. 아마도 은행 강도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리 유능하지 않은 모양이다. 성공률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35퍼센트가 경찰에 체포되기 때문이다. 참고하시라!(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스포츠 경기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 중 하나가 실제로 홈팀에게 어드밴티지가 있을까하는 것이다.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것이 홈구장의 특성을 더 잘 알기 때문이거나 관중의 응원 때문이 아니란다. 한마디로 심판들때문이다. 한 연구결과는 심판의 편견이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홈팀이 심판들로부터 조금 더 우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정한 심판을 해야 다시 심판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스타디움에서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심판들은 편파 판정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심판들이 홈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판단을 의식적으로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심판도 사회적 동물이자 인간이기 때문에 홈 관중의 감정에 동화하면서, 가까이에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많은 사람들을 대단히 만족시키는 판단을 어쩌다 한 번씩 내린다는 것이다.(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세상물정의 경제학, 위즈덤하우스, 2015, 211)

 

관중의 응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선수가 아니라 심판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졌다. 그러니 다음에 축구 경기장에서 머리가 터져라 소리를 지를 때, 누구를 향해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확실해진 셈이다.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실패와 기회비용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스티븐 더브너는 작은 호수에서 모터보트를 타며 낚시를 했던 열네 살 때 기억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경제학의 주요 개념중 하나인 기회비용을 설명한다.(275277)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루는 과정 중에 많은 실패가 요구되는 커다란 목표에 대해 생각해야 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것은 기회비용에 관한 교훈이야. 작은 물고기를 잡는 데만 시간을 모두 허비하면 큰 물고기를 잡을 시간도 없고 기술도 습득하지 못하고 인내심도 기르지 못하지.(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세상물정의 경제학, 위즈덤하우스, 2015, 276277)

 

저자는 그 충고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 조언을 따르며 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패와 기회비용은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써먹는 경제학

 

책은 그 밖에도 기상천외한 세상의 별별질문에 대한 살뜰한 대답으로 가득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야구팀은 저녁 홈경기를 일반적인 시작 시간인 오후 75분이나 735분이 아니라, 711분에 열겠다고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면 세븐 일레븐편의점 체인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기업 스폰서십과 이야기경영이 절묘하게 안타를 친 셈이다. 인터넷 클릭을 해대며 최저가 항공기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면 5357쪽의 비싼 항공권이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에 일어났던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항공기 사고를 통해 최저가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경제학은 아이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에서부터 섹스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별걸 다 설명해 준다. 이토록 실용적인 학문도 따로 없다. 경제학은 실제로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책이 돈버는 법을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더 재미있게 세상을 보는 방법은 가르쳐준다. 경제력을 키워주는 합리적 사고의 기술, 부자가 되기 위해 창의적으로 사기 치는 노하우, 지적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 지식 등 돈의 흐름사람에 대한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사람과 세상을 읽어주는 세상물정의 경제학에 눈을 뜬다면,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회 현상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학과 관련된 세상물정의 거의 모든 것을 짧은 호흡을 가지고도 술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곳곳에 심어 놓은 유머코드가 한 몫 거든다. 특히 주문한 음식이 상했을 때, 이렇게 복수하자’(239243)는 마지막 반전에서 배꼽을 쥐게 만든다. “오후에 레빗과 더브너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저녁에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라는 추천사처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이다. 오후에 이 책을 읽고 저녁모임에 나간다면 분명 당신 주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것이라는 데에 한 표 건다.--(2016.2 월간금융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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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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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경제학자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김영사, 2009(개정판)

   

대부분 사람들에게 경제학은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쉽지 않은 개념과 온갖 수식, 그리고 복잡한 그래프 등으로 인해 난해하고 복잡한 과목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방법론을 익히는 데 많은 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현실 문제에 대한 해답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은 답답하고 잔인한 학문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학생들과 일반인에게 경제학의 난해함과 현실 문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입문용으로 맞춤한 책이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의 이론부터 카너먼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연구까지 위대한 경제학 대가들이 펼치는 300년 경제사상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저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아버지 조지 부시(조지 허버트 워크 부시를 말함) 행정부 시절에 대통령 경제담당 비서관을 지낸 관록과, 직접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특유의 입담과 어우러져 방대하고 난해한 경제학 및 경제사상사를 쉽고 재치 있게 풀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17231790)를 경제학의 창시자로 떠받들지만 그는 경제학을 가르친 적이 없다. 심지어 경제학 자체를 배운 적도 없다. 경제학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국부론을 쓰기 전에 이미 도덕감정론이라는 인간의 윤리적 행동을 다룬 책을 출간한 철학자였다 (하긴 마르크스도 철학자였고, 케인스는 수학자, 폴라니는 역사학자였다). 어쨌든 스미스가 프랑스에 머물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200년도 훨씬 전에 쓴 국부론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세상사에 대한 특히 철학정치학상업경제의 세계를 사실, 분석, 예언, 우화 등 명료하고 매력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설명했다. 특히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라는 원제가 말해주듯이 스미스는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설명해줄 인과법칙을 찾아내는 데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다. 그는 인간은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 한다는 본성과,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교환하고, 교역하고, 거래하고자 하는 성향을 갖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래서 국가의 부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인간의 자연적인 충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며, 인간의 이기심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다음 구절이 그것이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 즉 돈벌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66) 주류 경제학자들이 앵무새처럼 늘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바로 국부론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은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먼저 언급했고 두 책 모두 한차례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모두 이런 보이지 않는 유령에게 맡긴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회적 조화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지휘자, 즉 자유시장을 상징한다. 비록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과 상인의 동기를 칭송했지만, 그는 부르주아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았다. 부자들을 옹호하거나 변론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탐욕스런 상인들을 비판했다.

 

비운의 혁명가이자 경제학계의 이단아인 카를 마르크스(18181883)도 빼놓을 수 없다. 마르크스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과 더불어 20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주장하며 역사가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제, 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르크스의 논리대로라면, 자본주의는 계급 제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명은 불가피하고, 노동자 계급의 승리 또한 자명한 것이 된다. 마르크스는 강한 어조와 선동적인 문체로 무덤을 파는체제로서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했지만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노동가치설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마르크스는 상상력과 기업가 정신 같은 역동적이고 관념적인 수많은 요인들을 논의 과정에서 간과했다. 현대의 급진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정신적 스승인 마르크스의 유물에 맞서 많은 피나는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들이 이겼다는 승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실업률이 3%에서 25%까지 치솟았고, 국민소득이 반토막이 났던 대공황기에 많은 사람들이 집과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온종일 직업 알선소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무료 급식 시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자유방임주의에 뿌리를 둔 시장경제학자들의 고전경제학은 대공황시기에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 그 때 대안을 제시하며 경제학계의 구원투수로 나선 사람이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이다. 케인스는 공황 발생의 원인을 경제 전체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가계와 기업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효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시장의 합리적 조정 능력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정부지출을 늘려서 대공황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하며 경제학계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경제사상사를 관통하며 정부와 시장을 등에 업은 경제학자들 간의 끊임없는 대리전을 보여준다. 개정판에서는 제목과 달리 존 스튜어트 밀, 앨프리드 마셜,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뷰캐넌 등 죽은 경제학자는 물론 로버트 루커스나 대니얼 카너먼 같은 살아 있는 경제학자들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수세기에 걸친 명화들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후다닥 둘러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모른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제대로 감상하고 음미할 시간도 가져보지 못한 채 빠르게 달리는 격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제사상사의 맥락과 진수를 살아있는 언어로 흥미롭게 전해주는 매력을 선사한다. 위대한 경제학자들 사이의 불꽃 튀는 비판과 논쟁을 통해 지성의 향연은 물론 굽이치는 열정의 파도를 엿볼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좋은 경제 정책이란 철수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는 것과, 경제사상의 역사는 종종 배고픈 사람들, 누추한 사람들, 그리고 재빠른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다 읽고 나면 경제사상사의 거대한 흐름을 꿰뚫는 명강의를 들었다는 포만감이 저절로 들게 되는 책이다. 1994년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 이후 사람들 입에 그토록 자주 오르내린 이유를 알게 된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기획회의 405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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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도 망하지 않아 - 프랜차이즈는 따라할 수 없는 동네카페 이야기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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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 않는 착한카페 이야기

 

착해도 망하지 않아

강도현 지음, 북인더갭, 2012

 

홍대앞을 지나다가 한 카페 앞에 세워진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 차렸소!’ 순간 웃음이 났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자영업을 한다면 카페를 생각한다. 음식점 차릴 만한 요리 솜씨는 없고, 술장사는 뭔가 복잡할 것 같아서다. 반면 커피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고 수요층도 충분한 데다 아기자기한 맛도 있으니 카페야말로 직장인들의 로망이요 퇴직자들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영업 생존율은 20%가 안 된다.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적자 안 나는 카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는 사람만 안다.

 

착해도 망하지 않아프랜차이즈는 따라할 수 없는 동네카페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프랜차이즈에 치여 거리 구석구석에 숨은 동네카페들을 찾아 그들의 착한 경영방식을 밝힌 책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의 적나라한 생태계를 고발한 화제작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의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를 거쳐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트레이더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돈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느끼게 된다. 결국 3년 만에 트레이더 일을 그만두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과감하게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했다. 소셜 카페의 기획자로 카페바인을 운영하며 자영업자의 삶을 사는 한편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활발한 사회참여를 하고 있다.

 

저자는 2009년에 작은 카페의 무덤이랄 수 있는 홍대 중심가에 카페바인을 열었다.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비자본주의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안고 시작한 일이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평범한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작은 공간이지만 큰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출발했다. 그러나 상권이 좋으면 그만큼 임대료도 비싼 법. 홍대근처는 1층에서 장사를 하려면 하루에 커피를 2백잔 팔아도 임대료조차 못내는 곳이다. 열심히 일해서 땅주인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연 지 얼마 못 가 적자에 허덕였고 개인적으로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위기까지 맞게 되었다. 결국 희망제작소 컨설팅그룹 연구원들로부터 임대료가 비싼 홍대에서 빠져나오라는 것과 소셜카페로서 본연의 목표를 정하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지역에 완전히 밀착된 공간을 만들라는 컨설팅을 받기에 이른다. 이미 착한 카페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동네카페들을 벤치마킹하라는 조언도 함께 들었다. 저자는 미련 없이 홍대를 뒤로 하고 동교동으로 카페를 옮겼다. 그때부터 전국의 착한 카페를 찾아 순례의 길을 나섰다. 큰길가의 좋은 상권에 버티고 앉아 세련된 인테리어로 폼 나게 장사하는 프랜차이즈 틈에서 과연 동네카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떠난 카페 기행에서 저자는 놀랍고 감동적인 사례들과 마주친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성미산 마을공동체의 카페작은나무. 200명이 넘는 출자자가 함께 운영하는 작은나무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곳이다. 카페를 통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카페가 마을공동체의 각종 행사와 회의의 장소는 물론 편한 쉼터 구실을 하기도 한다. 공간 자체가 개인적 사건이 될 정도로 생활과 깊숙이 밀착되어 있다. ‘작은나무는 마을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체제에 굴하지 않고 공동이익을 감당해 나가며 어떻게 대안적 카페를 꾸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협동조합 모델이다. 카페신길동그가게는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윙W-ing센터에서 운영하는 동네카페다. 윙센터 최정은 대표는 사회복지단체를 중심으로 해오던 자활 프로그램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인문학 공부였다. 공부공동체를 지향하는 수유너머등의 도움을 받아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변화를 체험한다. 강요된 자활 프로그램에는 반응하지 않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책을 읽기 시작했고 노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책에는 그 외에도 행복한 카페’, ‘동네변호사카페’, 카페이로운등 착한 경영이 빛나는 여섯 곳의 카페가 더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비자본적으로 살아남겠다는 야심을 품은 저자의 카페바인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저자가 착하게 살아남은 카페들을 돌아보며 밝혀낸 비밀은 바로 스토리이다. 커피는 마케팅이 아니라 관계다. 입지나 인테리어보다 소통의 자산이 되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람이 고객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은 언제든지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따라하지 못할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타인을 향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는 함부로 따라할 수 없다. 스토리는 마케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결국 스토리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이것이 가장 비자본주의적 발상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지역에서 살아남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먹고 마시는 장사는 대개 3년이 지나면 결판이 난다. 자본주의 계산법으로는 망했어도 벌써 망했어야 하는데 카페바인6년이 지난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그동안 카페바인이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 동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페라는 공간을 재해석하여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스토리를 쌓아가며 삶과 밀착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결과다.

 

착해도 망하지 않아는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실무자들을 만난 현장기록을 바탕으로, 착한 경영이 카페 경영에 실제로 어떻게 유용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경영탐구서에 가깝다. 자영업으로서의 카페날것의 모습과 카페 운영자들의 희로애락, 무엇보다 사회를 향해 강력하고도 착한 힘을 발휘하는 카페라는 위대한 공간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한다. 카페도 커피머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들에게 성공의 기준은 돈을 벌었느냐 못 벌었느냐가 아니라 도전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느냐에 달려 있다.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의 파고 속에서 이러한 착한 공간이 우리 주변 곳곳에 꿋꿋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지속 가능한 카페 운영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읽어야 할 지침서이다. (기획회의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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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신장섭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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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과의 대화

신장섭 지, 북스코프, 2014

 

1997.11 한국 IMF 구제금융 신청, 1999.8 대우그룹 해체, 1999.10 대우 김우중 회장 해외 출국, 2005.6 김우중 회장 귀국, 18년 전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지나갔던 IMF사태와 대우그룹 해체 관련기록을 간추린 것이다. 김우중과의 대화는 신장섭 싱가폴 국립대학 교수가 2010년 이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150시간가량에 걸쳐 나눈 대화들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있던 IMF관련 숨은 비화와 대우그룹 해체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장섭 교수는 현대경제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다. 1997년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에 들어간 뒤에는 IMF처방 및 구조조정에 비판적인 글을 쓰고 한국경제의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대우그룹의 성장과정, 두 번째는 대우그룹의 몰락과정, 그리고 세 번째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화이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현재 경영 일선에 있는 경영자들이 참고해야 할 유익한 조언은 물론 특히 신흥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인들이라면 귀담아 들어야 할 알짜배기 정보와 노하우를 담고 있다. 당시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의 깃발을 들고 창업 30년 만에 신흥국 최대 다국적기업으로 뛰어올랐다. 해체 직전인 1998년에는 한국 전체 수출의 13%를 넘어 섰다. 그런 대우가 세계경영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부실이 쌓여 금융위기를 당했는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확장 경영을 하다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망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보다 긴 안목으로 재평가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경제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IMF 구제금융 사상 가장 성공적인 회생을 했다는 치적治績을 내세웠다. 한국경제에 원래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했는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결과, 한국경제의 체질이 개선됐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서 금융위기를 빨리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15년간 한국경제의 정사正史로 굳어져왔다. 그동안 이와 정반대의 야사野史를 써온 저자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금융위기가 온 데에는 한국경제가 일부 잘못한 것도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에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경제는 IMF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회복됐다라고 주장해왔다. 한국이 다른 금융위기국들보다 빨리 회복한 것은 IMF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원래 투자도 많이 해놓고 성장률도 높았던 건강체질이었기 때문이다.”(25) 대우 해체에 관해서는 그동안 무수한 언론보도와 후속 연구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김우중 회장이 그 과정에 대해 직접 공개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김 회장과 DJ 정부 신흥관료들은 애초부터 한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에서 커다란 시각차를 보였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 재계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었던 김 회장은 ‘IMF플러스라고 불릴 정도로 IMF가 실제로 요구한 것보다도 더 강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집행하려고 하는 정부측 경제 관료들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결국 수출확대를 통한 IMF체제 극복론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위기 극복론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대우가 신흥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벌인 자동차 투자를 부실로 판단하고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보다 대우그룹을 해체시키는 길을 택했다. 1999년 대우는 IMF에서 제시한 처방전을 따르지 않고 구조조정을 가장 등한시한 재벌로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고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우중 회장은 한국 최대의 부실 기업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뒤 2006년에 법원은 정처 없이 해외에서 떠돌다 6년 만에 귀국한 김우중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214000억 원을 선고한다. 대우 해체는 당시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파산으로 기록됐다. 반면에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와중에 도산 위기를 맞은 세계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2009년 미국 정부가 인수하고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불과 4년 만에 회생한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에는 정부가 나서서 대우차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헐값으로 GM에 넘겼다. 덕분에 GM은 대우가 개발한 소형차를 앞세워 중국이라는 거대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죽쒀서 개준격이 된 셈이다.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김우중과의 대화는 여러모로 독특한 책이다. 대우라는 한 그룹의 흥망사와 IMF터널을 뚫고 지나온 과거사실을 흥미롭게 전하면서 한국 현대경제사에 대한 재해석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자료를 뒤적이고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가며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기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김우중 회장은 대북특사 자격으로 김일성, 김정일과만 스무 차례 이상 직접 만났다. 책에는 김 회장이 남북문제에 대해 깊숙이 간여하며 막후 접촉활동을 한 뒷이야기 등 다른데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밖에도 리비아 진출에 성공한 이야기, 삼성과의 자동차 빅딜, GM을 꺽고 폴란드 자동차회사 FSO를 전격적으로 인수하여 전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일 등 대우의 수많은 경영일화가 등장한다. 이 책은 역사의 교훈을 통해 한국의 기업과 기업인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국가공동체 속에서 기업과 기업인들이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한국경제는 어떻게 가야 할지 등 한국사회에 던지는 충심어린 조언을 담고 있다. 기업인들에게는 단순한 기업경영을 넘어 정치경제학, 정치경영학의 참고서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s)과정을 운영하며 한국 젊은이들을 교육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노회장의 경륜과 젊음의 패기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또다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를 하게 만든다. IMF사태와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하여 균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중앙일보 기자 4명이 함께 쓴 DJ정권 5년의 경제실록인금고가 비었습디다(김수길 외, 중앙M&B, 2003)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이른바 국민의 정부’ 5년의 경제사를 복원한 책으로, IMF 당시 상황과 대우 해체와 관련된 자료를 접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품절되어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고 도서관에 가야 볼 수 있다. 서초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청구기호는 ‘320.911-3-40’이다.(기획회의 401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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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노래하다 - 노래로 쓰는 인생필사
김현성 엮음 / 뉴휴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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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인생을 쓰다

 

Pen으로 노래하다

김현성 엮음, 뉴휴먼, 2015

 

Pen으로 노래하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 중에서 필사하기 좋은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려 뽑은 책이다. 가수보다도 가객歌客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가수 겸 작사작곡가 김현성이 엮었다. 가객은 노래를 잘 짓거나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말처럼 엮은이는 세 권의 시집을 비롯하여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와 같은 주옥같은 노래들을 작사작곡한 장본인이다. 엮은이만 있고 지은이는 없는 책이다. 물론 책에 실린 노래들의 작사자가 지은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은이가 더 있다. 바로 이 노래들을 듣고 부르고 사랑했던 우리 모두가 이 책의 지은이다. 우리가 이 책을 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책장을 넘기니 정감어린 손글씨로 쓴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 눈을 붙든다. “디지털 기기들에게 내어준 눈과 손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자. 그대의 마음을 손끝에 모으라. 어린 시절 연필을 깍는 마음이 되자.” 이 책의 성격을 한눈에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제껏 노랫말은 그저 노래에 딸린 일부분이고, 필사는 시나 소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노랫말만을 따로 모아 놓고 보니 노래(가사)가 곧 시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그야말로 모래사장 속에 감추어져있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거개가 낯익은 노래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사만 뚝 떼어놓고 보니 정말 우리가 그토록 불러제켰던 노래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새롭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뽑는 심사위원들은 일을 덜었다. 책에 실린 72편의 노래가사에서 고르면 모르긴 몰라도 크게 벗어나진 않을 듯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양희은, 한계령)

 

책은 크게 초등학교 동창회 가던날’ ‘그것이 젊음’ ‘브라보 마이 라이프’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 이었어라는 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초등학생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의 희노애락과 정서를 담은 노래가사가 각자의 자리를 찾아 들어 앉아 있다. 이 책은 노래로 쓰는 인생필사라는 특이한 부제가 달린 책이다. 그냥 필사가 아니고 인생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필사필사必死筆寫(필사적으로 필사해라, 그래야 글을 잘 쓴다!)류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낭만필사쯤이 어울리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끼적일 때마다 노래와 함께 웃고 울며 술 마시고 떠들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책장을 넘기다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에 눈이 멈췄다. 젊은 시절 참 좋아했던 노래다. 3학년 때는 3학년이라 좋아했는데, 5학년이 되고 나니 더 애틋하다. 누구한테 받은 선물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만년필을 오랜만에 서랍에서 꺼내 잉크를 가득 채우고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써본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김광석, 서른즈음에)

 

9월과 10월은 밤과 새벽이 점차 가까워져 가는 때이다. 우리가 떠나보내지 않아도 빨리 가고, 떠나오고 싶지 않은데 자꾸 등을 떠민다. Pen으로 노래하다는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싶고, 노래를 듣고 싶은 이 계절에 마주하기에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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