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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류동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세상물정의 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5
괴짜 질문에 괴짜 대답
대부분 사람들은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쉽지 않은 개념과 온갖 수식, 그리고 복잡한 그래프 등으로 인해 난해하고 복잡한 과목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도 결국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논리 정합적으로 잘 짜인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년 전쯤 괴상한 제목을 달고 나와 인기를 끌었던 『괴짜경제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 책의 주제는 경제도, 금융도, 주식도 아니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통해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 낙태의 합법화와 범죄 발생률 간의 관계,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닮은 점처럼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저런 얼토당토않은 질문들이 경제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괴짜경제학'이 사회현상의 진짜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 올바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그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새로 낸 책이 『세상물정의 경제학』이다. 스티븐 레빗은 40세 미만의 미국 경제학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젊은 경제학자의 노벨상’인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또 스티븐 더브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지면에 다양한 글을 기고해왔다. 이 책은 저자들이 10여 년 동안 운영하던 홈페이지(http://freakonomics.com)에 올라온 8000개의 괴짜질문과 그에 못지않은 괴짜답변 중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내용을 추려내 엮은 것이다. 앞의 책과 마찬가지로 골치를 싸매게 하는 복잡한 도표나 그래프 등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신 ‘테러리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테러를 하는 법’에서부터 ‘자동차를 가장 싸게 사는 협상비밀’ 등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문제들에서부터 알토란 같은 요긴한 정보까지 경제학적 논리를 들이댄다. 원제가 ‘언제 은행을 털어야 할까(When to Rob a Bank)'인 점만 봐도 내용이 얼마나 엉뚱할 지 상상이 된다. “돈 버는 눈을 기르려면 치열하게 ‘관찰’하라, ‘경제학’을 무기로 상대의 허를 찔러라, 지적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 지식’을 갖춰라” 같은 소제목만 들여다봐도 어떤 책인지를 금세 알 수가 있다.
거의 모든 세상물정의 경제학
코카콜라 직원이 콜라의 비밀 제조법을 훔쳐내 펩시에 팔려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펩시는 그 직원들을 경찰에 넘기고 함정수사에 협조했다. 라이벌인 코카콜라에 손해를 입히는 동시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펩시 경영진은 왜 그런 판단을 한 걸까.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아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을 아는 것이 펩시에게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펩시가 코카콜라와 같은 맛의 콜라를 시장에 내놓고 그 방법을 공개한다고 가정하자. 너도나도 같은 맛의 콜라를 만든다면 코카콜라의 가격이 급락하겠지만, 이는 펩시를 먹던 사람까지도 코카콜라를 먹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 제조법을 공개하지 않고 그들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펩시가 만든 새로운 버전의 코카콜라는 원조 코카콜라와 동등한 경쟁력을 지니겠지만, 동시에 ‘완전 대체재’가 되면서 극심한 가격경쟁이 벌어져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망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펩시 경영진은 도덕성이나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저 훌륭한 경제학자였던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비만처럼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도 없을 것이다. 비만관련 시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이어트와 운동 업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준다. 그러나 비만만큼이나 비만에 대한 두려움도 큰 문제다. 이를 악용하여 비만 논란에 대한 거짓말과 그릇된 정보가 횡행한다. 비만은 대체 누가 규정하는 걸까. 제약사와 다이어트 업계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소수의 의사들과 정부 관료, 보건 연구원들이 비만의 위험을 부풀린다. 그 결과로 6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과체중’으로 잘못 분류해 관리를 받아야 할 캠페인 대상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비만이 최근에 발생한 어떤 사고에 원인이 되었음을 밝혀졌다. 지난 2014년 10월에 47명의 노인을 태우고 뉴욕 주 북부의 조지 호수를 항해하던 관광 보트가 가라앉아 그중 20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보고서는 심각한 과적 상태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여행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예전의 승객무게를 기준으로 보트에 안전하게 태울 수 있는 승객수를 산출했다는 것이다. 승객수 제한을 어기지 않았지만 중량 제한은 심각하게 넘긴 상태에서 관광객들이 풍경을 보기 위해 보트의 한쪽으로 몰려서 일어난 재난이었다. 여행사가 승객당 63.5킬로그램이라는 과거의 표준을 사용했는데 이 기준은 이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경고했던 참이었다.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며 법정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누군가 나서서 애초에 승객들의 체중이 불어나도록 원인을 제공한 맥도날드를 고소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은행을 언제 털 것인가?
은행강도 범행을 수익률로 분석한 글도 흥미를 끈다. FBI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5000건의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요일별로는 연간 1042건으로 금요일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어느 특정한 요일이 다른 요일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범행 시간별로 보면 유의미한 통계가 나온다. 오전에 강도 행각을 벌인 사람들이 오후에 은행을 턴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훔쳤다. 그런데도, 강도들은 오후에 은행을 터는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졌다. 아마도 은행 강도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리 유능하지 않은 모양이다. 성공률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35퍼센트가 경찰에 체포되기 때문이다. 참고하시라!(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스포츠 경기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 중 하나가 실제로 홈팀에게 어드밴티지가 있을까하는 것이다.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것이 홈구장의 특성을 더 잘 알기 때문이거나 관중의 응원 때문이 아니란다. 한마디로 ‘심판들’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는 심판의 편견이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홈팀이 심판들로부터 조금 더 우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정한 심판을 해야 다시 심판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스타디움에서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심판들은 편파 판정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심판들이 홈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판단을 의식적으로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심판도 사회적 동물이자 인간이기 때문에 홈 관중의 감정에 동화하면서, 가까이에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많은 사람들을 대단히 만족시키는 판단을 어쩌다 한 번씩 내린다는 것이다.(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세상물정의 경제학』, 위즈덤하우스, 2015, 211쪽)
관중의 응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선수가 아니라 심판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졌다. 그러니 다음에 축구 경기장에서 머리가 터져라 소리를 지를 때, 누구를 향해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확실해진 셈이다.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실패와 기회비용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스티븐 더브너는 작은 호수에서 모터보트를 타며 낚시를 했던 열네 살 때 기억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경제학의 주요 개념중 하나인 ‘기회비용’을 설명한다.(275〜277쪽)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루는 과정 중에 많은 실패가 요구되는 커다란 목표에 대해 생각해야 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것은 기회비용에 관한 교훈이야. 작은 물고기를 잡는 데만 시간을 모두 허비하면 큰 물고기를 잡을 시간도 없고 기술도 습득하지 못하고 인내심도 기르지 못하지.(스티븐 레빗스티브 더브너, 『세상물정의 경제학』, 위즈덤하우스, 2015, 276〜277쪽)
저자는 그 충고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 조언을 따르며 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패와 기회비용은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써먹는 경제학
책은 그 밖에도 기상천외한 세상의 별별질문에 대한 살뜰한 대답으로 가득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야구팀은 저녁 홈경기를 일반적인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5분이나 7시 35분이 아니라, 7시 11분에 열겠다고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면 ‘세븐 일레븐’ 편의점 체인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기업 스폰서십과 이야기경영이 절묘하게 안타를 친 셈이다. 인터넷 클릭을 해대며 최저가 항공기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면 53〜57쪽의 ‘비싼 항공권이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에 일어났던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항공기 사고를 통해 최저가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경제학은 아이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에서부터 섹스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별걸 다 설명해 준다. 이토록 실용적인 학문도 따로 없다. 경제학은 ‘실제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책이 돈버는 법을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더 재미있게 세상을 보는 방법은 가르쳐준다. 경제력을 키워주는 합리적 사고의 기술, 부자가 되기 위해 창의적으로 사기 치는 노하우, 지적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 지식 등 ‘돈의 흐름’과 ‘사람에 대한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사람과 세상을 읽어주는 ‘세상물정의 경제학’에 눈을 뜬다면,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회 현상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학과 관련된 ‘세상물정의 거의 모든 것’을 짧은 호흡을 가지고도 술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곳곳에 심어 놓은 유머코드가 한 몫 거든다. 특히 ‘주문한 음식이 상했을 때, 이렇게 복수하자’(239〜243쪽)는 마지막 반전에서 배꼽을 쥐게 만든다. “오후에 레빗과 더브너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저녁에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라는 추천사처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이다. 오후에 이 책을 읽고 저녁모임에 나간다면 분명 당신 주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것이라는 데에 한 표 건다.-끝-(2016.2 월간금융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