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브랜슨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리처드 브랜슨 지음, 박슬라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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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영인의 세상을 바꾼 무한도전기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리처드 브랜슨 지음, 박슬라 옮김, 리더스북, 2010

“그는 아내와 영국 버진 제도의 섬에 놀러갔다가 다음 여행지인 푸에르토리코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행기가 결항이 됐고, 승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가 나서서 2,000달러에 비행기 한 대를 전세냈다. 사람 숫자대로 2,000달러를 나누었더니 한 사람당 39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는 큰 칠판을 빌려서 이렇게 썼다. ‘버진 항공사 :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이것이 버진 애틀래틱 항공의 출발이었다. 휴가 중에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에피소드로 남기지 않고, 새로운 사업으로까지 연결해낸 것이다. 오늘날 버진 항공은 전 세계 30여 곳에 취항하는 세계적인 항공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쯤이면 그가 누구인지 눈치를 채게 마련이다. 맨손으로 회사를 창업해 쇼걸에서 우주여행까지 3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다. 그는 난독증으로 글과 제무제표를 읽지 못할 만큼 경영자로서 천성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괴짜 경영인은 특유의 도전과 모험정신으로 기존 경영 이론의 상식과 틀을 통쾌하게 깨뜨렸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그를 이시대 최고의 마케터로 꼽았고 예수, 데이비드 베컴을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버진 콜라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영국 탱크를 몰고 들어가 코카콜라 간판에 한바탕 가짜 폭격을 퍼붓는 퍼포먼스를 감행한 일화로 유명하다. 코카콜라를 상대로 청량음료 전쟁을 벌인 이 미친 짓은 가장 큰 실수였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버진이라는 이름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기도 했다. 버진 모바일의 대담한 출범행사 아이디어도 그에 못지 않았다. 런던의 중심지인 드라팔가 광장에서 일곱 명의 매력적인 여성들과 함께 모두들 국부에 올려놓은 오렌지색 쿠션을 제외하면 완전히 발가벗은 채 버진 모바일의 탄생을 발표했다. 슬로건은 ‘지금 보시는 그대로 해드립니다’였다. 런던 경찰이 출동했음은 물론이다.

 

책 제목이 『비즈니스 발가벗기기』다. 40여 년 동안 리처드 브랜슨과 그의 동료들이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부딪치고 좌충우돌하며 겪은 성공담과 실수담으로 가득하다. 버진그룹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는지 요란법석하게 떠들기보다 버진 비즈니스를 발가벗겨 버진 회사들이 실제로 어떤 존재들인지를 기록한 책이다. 브랜슨이 사람, 브랜드, 실행, 좌절, 혁신,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사회적 책임을 7가지 성공 원칙으로 꼽으며 흥미있는 사례를 곁들여 들려준다. 그는 선천적인 난독증으로 성적은 거의 꼴찌였다. 학업이 어려워지자 고등학교를 아예 그만둬버렸다. 그러나 돈벌이에는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이 있었는지 15세때 학생 대상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하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기발한 발상과 대담한 기획으로 사업가적 자질을 발휘한다. 믹 재거, 존 레논과 같은 당대 하이틴의 우상이자 일류 스타를 인터뷰하는 성과를 올렸고 급기야 유명 인사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그뒤 친구들과 음반 우편 할인 판매를 시작하며 회사 이름을 처음 사업을 한다는 뜻에서 ‘버진Virgin'으로 정했다. 이렇게 해서 ‘처녀’를 연상하는 버진이라는 외설적인 브랜드가 탄생했다.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 스타벅스가 나오기도 전에 브랜슨은 이미 ‘음반’이 아니라 ‘즐거움’을 판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가 현재 벌이고 있는 일 중에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여객선 사업도 있다. 몇 분간의 무중력 비행과 기념촬영 등 우주 비행의 감각을 느끼는 이 여행의 요금은 무려 20만 달러(약2억8천만원)라고 한다. 3〜5시간 걸리는 여행으로는 세계 최고가다. 그런데도 스티븐 호킹, 패리스 힐튼, 마돈나 등 이미 각국에서 8만5천명 정도가 탑승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력의 임계치를 뛰어넘는 그의 시장 창조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비즈니스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로 돈을 벌 수 있느냐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느냐이다.”

 

그는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사람을 돈으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대체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시당한다거나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회사 분위기에 불만이 없는데도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일자리를 찾아 구인란을 뒤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생은 한 번 뿐이며, 우리는 그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은 물을 줘야 잘 자라고 사람은 격려를 받아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왜 인재가 떠나는지, 직원에게 월급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나를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것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다. 내 원동력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시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브랜슨은 버진이 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가 되려고 하는것 보다는 존경을 받는 쪽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실천에 옮겼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버진 브랜드에 환호하는지 알만하다.

 

이 책은 비즈니스 기법만 따로 뚝 떼어낸 책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일깨우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동치는 심장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요즈음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아늑한 경향이 있다. 부모와 선생들은 그들의 삶을 편한 길로 인도한다. 삶의 지도는 뭐랄까, 모든 것이 너무 ‘평탄하다’.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만난다. 그것은 견고한 삶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삶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해본적이 언제인가? 애당초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다. 시도도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실패자다. 나는 쉽게 성공한 사람보다 시도를 하다 꺽인 이들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물론 경영자나 기업인이 브랜슨을 따라하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통찰과 팁을 얻을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차라리 젊은이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지금 자신이 처한 곳이 비즈니스의 세계와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히고 싶다. 재미와 도전을 스펙쌓기보다 앞에 놓을줄 아는 지혜를 갖추고 세상에 감추어진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아직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텅 빈 캔퍼스를 가졌기에 그 위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무엇이든 말이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리처드 브랜슨과 그의 동료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 “당신은 이미 비즈니스의 한복판에 서있음을 잊지 말라고!” -끝- 
*기획회의 271호(10.5.4) 기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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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정제 이산의 책 17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이산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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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정치를 만나다 

『옹정제』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이산, 2001

 

옹정제는 강희제의 넷째아들로 태어나 45세 때 강희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올랐다. 이후 1735년 사망할 때까지 13년 동안 중국을 다스렸다. 아버지 강희제와 아들 건륭제의 재위기간이 각각 61년이었던 것에 비하면 한참 짧은 기간이지만, 옹정제는 그 어느 황제보다도 많은 일을 했으며 청조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여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일본 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옹정제의 전기이자 근세 중국의 관료제, 재정, 재판, 풍속을 이해하는 역사서인『옹정제』를 통해 ‘중국 역사상 가장 완벽했던 독재군주’였던 옹정제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그동안 청조의 기틀을 다진 강희시대나 청조의 전성기를 구가한 건륭시대는 높이 평가되었지만, 옹정시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된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옹정시대 13년이 있었기에 청왕조는 건륭시대에 최대의 번영을 맞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미야자키는 무엇보다도 옹정제의 정치력을 높이 평가한다. 옹정제는 아버지 강희제처럼 덕망 높은 유교 군주로 추앙 받지도 않고, 화려한 대외원정으로 전 아시아에 ‘청조의 평화’를 각인시켰던 건륭제처럼 화려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만주족의 100배가 넘는 중국인과 방대한 중국 대륙을 가장 완벽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통치했다. 옹정제의 정치는 한마디로 선의에 넘치는 ‘악의의 정치’였다.

 

대표적인 것이 강희제가 만든 주접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곳곳에 자신의 밀정을 파견하고 관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했으며, 민심의 동향을 살피는 방법이다. 아울러 지방관들에게도 주비유지라는 붉은 붓으로 쓴 친필서한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방관들을 일일이 점검했다. 그는 요즘말로 하면 워커홀릭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새벽 4시 이전에 일어나 밤 10∼12시까지 쉴새없이 일했다. 강희제는 종종 사냥도 나가고 또 장기간 지방을 순행하기도 했지만, 옹정제는 재위 13년 동안 단 한번도 베이징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저자가 갖고 있는 옹정제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호의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살아있는 인간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생생한 묘사와 구체적인 사실이 엮어내는 긴박함은 이 책을 역사에 길이 남을 10대 전기의 하나로 높이 평가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옹정제를 읽다가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정조다. 비록 시대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옹정제(1678〜1735)가 근세 중국의 대표적인 獨裁君主로 불리는 반면, 정조(1752〜1800)는 조선 후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불러 온 改革君主 또는 好學君主로 알려져 있다. 서로 다른 부분이 많지만 어느 면에서는 흡사한 구석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둘이 지금 만나 가상으로 대담을 나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이 들었다.

 

옹정제 : 내가 보위에 오르는 과정이 얼마나 신산했는지 들어 아실테지요. 부왕인 강희제께서는 덕망 높은 유교 군주이면서 다른 면으로도 얼마나 부지런하셨던지 무려 일흔명에 달하는 자녀를 두었고, 그 중에서 황자 숫자만도 서른다섯이나 되었답니다. 처음에 이이아거 형님이 황태자로 책봉되었지만 황위계승을 둘러싼 암투로 인해 결국 청조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황태자이며 두 번 황태자가 되었다가 두 번 폐위된 불행한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지요. 우여곡절 끝에 사이거인 내가 왕위에 올랐지만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자식들에게 되풀이시키고 싶지 않아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미리 후계자를 정해 두되 행실이나 인물됨을 지켜보면서 얼마든지 바꿀수 있는 태자 밀건법(密建法)이라고 불리는 방식이지요. 내가 만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참 훌륭한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나저나 내 들으니 작년 2월에 대왕이 중신이었던 심환지에게 보낸 친필 어찰 297건이 새로 발견되어 세간의 비상한 주목을 받더군요. 대왕과 정치적 입장이 상반되는 노론 벽파의 중추적 인물에게 私信이면서 密書를 보내는 일종의 막후정치, 그거 솔직히 내 통치술을 따라한 것 아니요?

 

정조 : (하하) 네! 맞습니다. 맞고요. 사실 친부인 사도세자가 조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갖혀 죽음을 당한 사실로 인해서 입지가 매우 곤혹스럽고 위태로웠습니다. 내 가 구상한 정치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세력을 견제하고 탕평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심환지와 같은 노련한 정치력이 필요했지요. 느리게는 몇 달에 한 번, 빠르게는 하루에 4번이나 편지를 보내 민감한 정치현안을 막후에서 조정하고 정국을 처리해 나갔습니다.

 

옹정제 : 원래 100만도 되지 않는 만주인이 그 100배도 더 넘는 중국인 위에 서서 청조를 건설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밀정정치를 쓸 수 밖에 없었지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접(奏摺)이라는 형식의 문서로 직접 보고하게 하고, 주비유지라는 붉은 붓으로 쓴 친필서한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방관들을 점검한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라오. 어떤때는 나도 주비유지에 “바보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수라도 너보다는 낫다.” “양심을 뭉개 버리고 수치를 수치로 여기지 않는 소인배.” 등 원색적인 욕설과 온갖 비난을 퍼부었는데 대왕도 크게 다르지 않더이다. ‘참으로 호로자식’ ‘주둥아리를 놀리려고 한다’ 등과 같은 거친 표현이 어찰에 심심찮게 나오는걸 보면 말이오.

 

정조 : 대왕께서도 마흔다섯에 대임을 지고 천자의 자리에 오른후 13년 재위기간 동안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천자는 일일만기(一日萬機), 곧 하루에 1만 건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왕이라는 자리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바쁜 자리지요.

 

옹정제 : 그렇지요. 보통 밤 열시나 열두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네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정무를 보는대도 늘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으니까요. 신하들을 보세요. 그들은 벼슬살이를 할 만하면 벼슬을 살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 두지 않습니까. 늙으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손들을 돌보면서 유유자적하게 보낼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같은 군주들은 평생토록 부지런히 수고하고 쉴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리같은 3D업종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 후대에서도 그걸 서로 하겠다고 저 난리들이니 원. (쯧쯧)

 

정조 : 지금 사람들은 그걸 워커홀릭이라고 말합니다. 조기사망의 지름길이지요. 그러나 대왕은 57세, 나도 48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장수한 셈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 공통점이 많은것 같습니다. 선대왕들의 긴 재위기간 끝에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보위에 오른 것이나 선호했던 통치술도 그렇고 말입니다.

 

옹정제 :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거나 군주로서의 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 이 한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지는 일은 하지 않으리.” -끝- (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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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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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삶을 살아야 할 당신에게

 

『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다산라이프, 2010

 

순전히 저자에 대한 신뢰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구본형의 책이 그렇다. 『구본형의 필살기』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등 전작과 비교해서 상당히 매뉴얼스럽고 낯선 느낌을 갖게 하는 책제목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라는 이유로 선뜻 집어 들었다. 그는 한국IBM에서 20년간 경영혁신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경영과 1인경영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기업의 CEO들이 뽑은 최고의 변화경영 이론가이며, 직장인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강연가 1순위에 꼽힌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변화경영 분야임을 깨닫고 그 강점에 집중하고 글쓰기라는 재능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12년 간 연구한 직장인 변화경영과 자기계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업무에서 강점을 개발하고 그것을 탁월하게 구현해내는 프로그램을 실천함으로써 평생 현역에서 차별화된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이른바 ‘필살기’ 비법과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경영에 인문학적 풍미를 가미하고 깊이로 차별화하는 그의 필체나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직장인들에게 변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의 메시지가 이책에서도 여전하다.

 

직장인은 노동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선택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한다. 평범한 월급쟁이와 행정가로 머물고 만다. 저자는 “왜 잘하는 일을 즐기며 먹고 살 수 없단 말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며 낙타가 아닌 사자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낙타는 부정을 모르는 동물, 그래서 어떤 명령에도 ‘예’라고 복종하는 동물이다. 낙타의 인내는 자기 삶을 사막으로 만든다. 어쩌면 그는 모든 것에 ‘예’라고 대답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사자는 네발 달린 짐승 중에서 가장 사납고 가장 관대한 동물이며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다. 사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사막을 자기의 왕국으로 만든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인생의 1/4을 교육받는데 이미 썼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인생의 1/4은 조직인간으로 낙타의 삶을 사는 데 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낙타의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언젠가 인생의 후반부에서 고단한 낙타의 삶을 버리고, 자신에게 딱 맞는 필살기를 창조하여 ‘사자의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해 답을 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월급쟁이의 마인드 셋에서 비즈니스맨의 마인드 셋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나는 한 사람으로 구성된 회사이며, 나는 이 회사의 경영자며 담당자며 책임자라는 생각, 즉 내가 곧 회사라는 1인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직무를 ‘해야 할 숙제’로 보지 않고, ‘팔아야 할 비즈니스’로 인식하게 된다. 현재 하고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거나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실천해야 하는 5단계로 이루어진 필살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1단계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0개의 테스크로 쪼개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에 소개된 사례를 참고하여 실제로 자신의 직무를 세분화해보면 이외로 간단하면서도, 지금껏 무심히 해왔던 업무를 새로운 시각을 갖고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2단계에서는 필살기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두기준인 적성과 중요도를 파악하고, 3단계에서는 네 개의 업무 영역으로 태스크를 분류하는 중요도/강점 메트릭스를 통해 집중투자할 핵심업무를 뽑아내는 법을 배운다. 이때 나타나는 결과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스티븐 코비식의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해라’가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을 회사에서 제일 잘해라’로 업무 수행이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 4단계는 다섯 개의 필살기 단계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창조적인 단계로 무엇에 투자해야 평생직업이 될까를 고민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경험을 배경으로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공헌력’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깊게 와닿은 부분이다.

 

“공헌력은 경쟁자에 대한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다. 혹은 ‘당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가 당신의 공헌에 의해 의미있게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경쟁력이 레드오션을 가정한 단어라면 공헌력은 블루오션을 가정한 단어다. 내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경쟁력은 친구를 만들기 어렵지만, 공헌력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97-99쪽)

 

매일 혹독한 경쟁에 시달리며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피흘리며 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대목이다. 마지막 5단계는 필살기를 완성하는 습관의 기술이다. 실천은 늘 간단하고 명료하다. Just do it! 이게 전부다. 그러나 늘 어렵다. 매일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다가 그만두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한비야도《중국견문록》에서 “세상에 무엇인가를 매일하는 것처럼 무섭고 힘센것은 없다”며 “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멈추는 것은 두렵다”라는 중국속담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의지는 약하고 습관은 강하기 때문에 매일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꿈을 이루기 힘들고, 오랫동안 멀리가려면 습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실천을 습관화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각 한 가지에 집중 할 것과, 작은 것이라도 성취의 경험을 자주 만들라고 조언한다. 이때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 100일 정도는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습관을 결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기계발서는 책을 읽는데서 그친다면 의미가 반감되고 만다. 반드시 변화와 실천을 수반해야 책을 읽은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 경우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소홀히 했던 두가지를 다시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寅時日記’(인시는 새벽 3〜5시를 말한다)를 쓰는 것과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必死筆寫’(필사적으로 필사를 하겠다는 뜻)를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다. 저자의 말대로 새벽은 멋진 시간이다. 홀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가장 매력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실천이 바로 새벽에 일어나서 쓴 이 책의 서평이다.

 

특기가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평범하다는 것은 결핍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시대다. 유일한 것이 최고(The Only, The Best)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차별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생존의 문제를 뛰어넘어 독보적인 프로가 되기 위해서 저자는 10여 년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시절에서 변화경영전문가로 비범함을 이룬 자신의 과정을 필살기 수련의 사례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거기다 직장인 필살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15명 직업인들의 생생한 사례는 객관성을 높일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의욕과 도전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이제 몸과 마음이 타는 것은 각자 자신들의 몫이다. -끝- (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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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에 북경대.청화대 입학하기 - 이채경 엄마가 들려주는 두 아이의 중국유학 성공 풀 스토리
이채경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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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중국유학 가이드북

 

『1년 반 만에 북경대 청화대 입학하기』

이채경 지음, 어문학사, 2010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난 글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신(新)중국을 탄생시킨 사회주의 혁명서부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60년의 중국 현대사를 중국·사회주의·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특히 미국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오로지 중국만이 구할 수 있다는 마지막 구절이 압권이다.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는 존 나이스비트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중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자녀를 중국에서 공부시키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도 중국이 멀지않은 장래에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강국이 될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영어와 중국어 2개 언어를 구사하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할게 뻔하다. 요즘 대기업을 중심으로 눈에 불을 켜고 중국전문가를 찾는 분위기도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중국으로의 유학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만큼 유학정보도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1년 반 만에 북경대 청화대 입학하기』도 두 자녀를 1년 반 동안의 입시생활 끝에 중국 명문 북경대와 청화대에 입학시킨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대만, 홍콩, 청도, 북경 등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모의 시각으로 중국 유학 전반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점이 우선 돋보인다. 과외부터 시작해 홈스테이 등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중국 명문대 합격 노하우와 상세한 정보를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전문가인양 많은 지식을 주입하려 하거나 자신의 경험만을 만능이라고 강요하려 하지않고 오촌 당숙모가 조카에게 말하듯이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하다. 경어체로 쓰여진 문체가 더욱 더 그런 느낌을 갖게한다.

 

과감히 아이들을 중국으로 유학 보내려하거나 중국대학입시를 앞둔 학부모에게는 ‘엄마의 밀착 코치’ ‘알짜정보’ 등 요긴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2년동안 아이를 유학 보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유학원을 전적으로 믿지 말라’는 조언 등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 특히 자녀가 중국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부모라면 다른책보다 먼저 손이 가게 될 것 같다.

-끝-(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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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whddk 2013-11-0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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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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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통찰과 해법이 가득한 뷔페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2010
 

일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 창업 초기 신입 사원 공채를 실시했는데, 인재가 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장인이 지나가는 말처럼 “군대생활을 해보니 밥 빨리 먹고, 목욕 빨리하고, 용변 빨리 보는 사람이 일도 잘하더라” 하고 귀띔했다. 이 말을 들은 사장은 160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밥 빨리 먹기 시험’을 진짜로 실행에 옮긴다. 떨어진 사람들은 “무슨 이런 시험이 있느냐”며 아우성쳤고, 지역 언론은 “한심한 회사”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큰 소리로 말하기’, ‘화장실 청소’, ‘오래달리기’ 같은 독특한 시험은 계속됐다.

이 회사가 1973년 가정집 한 귀퉁이 창고에서 전기 모터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140여개 계열사에 13만명의 종업원과 매출 약 8조원의 그룹으로 성장해 일본판 벤처 신화로 불리는 일본전산(日本電産)이다. 일본전산에서 세계적 발명이 나오고, 세계 챔피온이 됐는데 바로 그때 밥 빨리 먹고 목소리 커서 뽑힌 사람들이 그것을 만들었다. 파격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사장은 국내외 27개 회사를 인수합병(M&A)한 뒤 모두 경영을 정상화시켜 '기업 재생의 신(神)'으로 불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전산은 일본 재계 랭킹 100위권 밖의 중견 기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경영자로 꼽히는 이 사람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의 이야기에 통쾌한 역전이 있고, 가슴 뛰게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스스로를 '헨진(變人·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괴짜 경영인이다. 그는 정형(定型)과 겸양이 미덕인 일본 사회에서 기행(奇行)과 파격(破格)을 서슴지 않는다. 벤처기업이 도쿄식(式)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도쿄의 대기업에 승산이 전혀 없었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도쿄식을 거슬렀다.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과 세계적 일가를 이룬 석학들의 성공비결과 공통된 키워드를 분석한『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의 한 대목이다. 조선일보 경제 섹션 ‘위클리비즈’의 편집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저자는 3년간 수많은 초일류기업의 CEO, 경제경영 석학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엔 혼(魂), 창(創), 통(通)이라는 3가지의 공통된 키워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모든 조직과 개인이 삶과 비즈니스에 있어 어떻게 명확하고 원대한 비전을 세울 것인가?, 어떻게 유연하고 기발한 창의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어떻게 조직 안팎을 비롯해 모든 사람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어낼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거기에 가장 확실하고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에 혼을 심고, 창의성이 살아 넘치게 하고,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이다. 세상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예리한 통찰과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 박사가 미국 다른 도시에서 강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깜빡 잊고 신분증을 집에 두고 갔다. 집에 다시 갔다 오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공항의 서점에 들러 자신이 쓴 책을 한 권 사서 표지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항공사 직원에게 보여주며 “신분증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 직원은 “블랜차드 선생님이시군요. 제가 일등석으로 모시겠습니다” 라고 하며 동행해 보안 검색을 탈없이 통과하도록 도왔고, 터미널까지 안내했다는 것이다. 그 항공사가 서비스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이다. 물론 사우스웨스트 비행기엔 일등석이 없다. 그 직원은 농담을 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이 항공사의 창업자인 허브 캘러허가 말단 직원까지 권한을 위임해 직원 스스로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탑승권에 있는 이름과 동일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이 직원은 이런 사실 관계를 책 표지의 사진으로 확인했으니 탑승시켜도 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갈아탈 때의 비행기는 다른 항공사였는데, 직원들이 모두 “규정상 안 됩니다. 내 상사와 상의해 보세요” 라고 해, 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매뉴얼로는 결코 이런 서비스를 창조할 수 없다. 100권의 매뉴얼이 하지 못할 일을 혼을 심으면 해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며 일하는데, 왜 기업 실적은 날로 나빠지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매뉴얼과 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통(通)하기 위한 첫 단계는 청(聽), 즉 잘 듣는 것이다. 단순히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잘' 들어야 한다. 어느날 신문을 보던 남편이 아내를 불렀다. "여보, 이것 좀 봐. 여자들이 남자보다 2배나 말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실렸네! 남자는 하루 평균 1만5,000 단어를 말하는데, 여자들은 3만 단어를 말한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말한다. "남자들이 여자 말을 워낙 안 들으니까, 여자들이 늘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두 배지!" 3초 후에 남편이 아내를 향해 다시 물었다. "뭐라고?" 경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희화해서 보여준 사례이다. 경청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말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말을 하다가 한숨 돌리는 사이에 ‘이때다’ 하면서 말을 가로챈다. 이렇게 계속 남이 말할 때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여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아직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는데 자꾸 말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내 마음속의 어떤 존재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도 모르게 내 안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마음 속으로 외치는 것이다. ‘철수야, 지금은 네가 나올 때가 아니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이것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 가정, 기업, 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워질텐데. 우리집도 얼마전부터 ‘철수’라는 새식구가 들어와 살고있다)

 

책에는 이처럼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등 수많은 대가들의 황금 같은 메시지와 살아 펄떡이는 흥미진진한 사례가 가득하다.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이면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라는 저자의 질문에 이 중 한가지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된다. 꼭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자기계발서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논어<옹야편>에 나오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를《노자》에 나오는 구절로 잘못 소개한 부분도 있지만(68쪽), 이책에 마음이 뺏긴 독자에게는 세계적 경제경영 구루 56명의 생생한 인터뷰 육성을 들을수 있는 『위클리비즈i(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지음)』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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