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브랜슨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리처드 브랜슨 지음, 박슬라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괴짜 경영인의 세상을 바꾼 무한도전기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리처드 브랜슨 지음, 박슬라 옮김, 리더스북, 2010

“그는 아내와 영국 버진 제도의 섬에 놀러갔다가 다음 여행지인 푸에르토리코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행기가 결항이 됐고, 승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가 나서서 2,000달러에 비행기 한 대를 전세냈다. 사람 숫자대로 2,000달러를 나누었더니 한 사람당 39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는 큰 칠판을 빌려서 이렇게 썼다. ‘버진 항공사 :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이것이 버진 애틀래틱 항공의 출발이었다. 휴가 중에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에피소드로 남기지 않고, 새로운 사업으로까지 연결해낸 것이다. 오늘날 버진 항공은 전 세계 30여 곳에 취항하는 세계적인 항공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쯤이면 그가 누구인지 눈치를 채게 마련이다. 맨손으로 회사를 창업해 쇼걸에서 우주여행까지 3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다. 그는 난독증으로 글과 제무제표를 읽지 못할 만큼 경영자로서 천성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괴짜 경영인은 특유의 도전과 모험정신으로 기존 경영 이론의 상식과 틀을 통쾌하게 깨뜨렸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그를 이시대 최고의 마케터로 꼽았고 예수, 데이비드 베컴을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버진 콜라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영국 탱크를 몰고 들어가 코카콜라 간판에 한바탕 가짜 폭격을 퍼붓는 퍼포먼스를 감행한 일화로 유명하다. 코카콜라를 상대로 청량음료 전쟁을 벌인 이 미친 짓은 가장 큰 실수였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버진이라는 이름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기도 했다. 버진 모바일의 대담한 출범행사 아이디어도 그에 못지 않았다. 런던의 중심지인 드라팔가 광장에서 일곱 명의 매력적인 여성들과 함께 모두들 국부에 올려놓은 오렌지색 쿠션을 제외하면 완전히 발가벗은 채 버진 모바일의 탄생을 발표했다. 슬로건은 ‘지금 보시는 그대로 해드립니다’였다. 런던 경찰이 출동했음은 물론이다.

 

책 제목이 『비즈니스 발가벗기기』다. 40여 년 동안 리처드 브랜슨과 그의 동료들이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부딪치고 좌충우돌하며 겪은 성공담과 실수담으로 가득하다. 버진그룹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는지 요란법석하게 떠들기보다 버진 비즈니스를 발가벗겨 버진 회사들이 실제로 어떤 존재들인지를 기록한 책이다. 브랜슨이 사람, 브랜드, 실행, 좌절, 혁신,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사회적 책임을 7가지 성공 원칙으로 꼽으며 흥미있는 사례를 곁들여 들려준다. 그는 선천적인 난독증으로 성적은 거의 꼴찌였다. 학업이 어려워지자 고등학교를 아예 그만둬버렸다. 그러나 돈벌이에는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이 있었는지 15세때 학생 대상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하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기발한 발상과 대담한 기획으로 사업가적 자질을 발휘한다. 믹 재거, 존 레논과 같은 당대 하이틴의 우상이자 일류 스타를 인터뷰하는 성과를 올렸고 급기야 유명 인사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그뒤 친구들과 음반 우편 할인 판매를 시작하며 회사 이름을 처음 사업을 한다는 뜻에서 ‘버진Virgin'으로 정했다. 이렇게 해서 ‘처녀’를 연상하는 버진이라는 외설적인 브랜드가 탄생했다.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 스타벅스가 나오기도 전에 브랜슨은 이미 ‘음반’이 아니라 ‘즐거움’을 판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가 현재 벌이고 있는 일 중에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여객선 사업도 있다. 몇 분간의 무중력 비행과 기념촬영 등 우주 비행의 감각을 느끼는 이 여행의 요금은 무려 20만 달러(약2억8천만원)라고 한다. 3〜5시간 걸리는 여행으로는 세계 최고가다. 그런데도 스티븐 호킹, 패리스 힐튼, 마돈나 등 이미 각국에서 8만5천명 정도가 탑승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력의 임계치를 뛰어넘는 그의 시장 창조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비즈니스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로 돈을 벌 수 있느냐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느냐이다.”

 

그는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사람을 돈으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대체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시당한다거나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회사 분위기에 불만이 없는데도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일자리를 찾아 구인란을 뒤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생은 한 번 뿐이며, 우리는 그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은 물을 줘야 잘 자라고 사람은 격려를 받아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왜 인재가 떠나는지, 직원에게 월급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나를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것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다. 내 원동력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시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브랜슨은 버진이 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가 되려고 하는것 보다는 존경을 받는 쪽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실천에 옮겼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버진 브랜드에 환호하는지 알만하다.

 

이 책은 비즈니스 기법만 따로 뚝 떼어낸 책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일깨우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동치는 심장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요즈음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아늑한 경향이 있다. 부모와 선생들은 그들의 삶을 편한 길로 인도한다. 삶의 지도는 뭐랄까, 모든 것이 너무 ‘평탄하다’.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만난다. 그것은 견고한 삶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삶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해본적이 언제인가? 애당초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다. 시도도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실패자다. 나는 쉽게 성공한 사람보다 시도를 하다 꺽인 이들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물론 경영자나 기업인이 브랜슨을 따라하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통찰과 팁을 얻을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차라리 젊은이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지금 자신이 처한 곳이 비즈니스의 세계와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히고 싶다. 재미와 도전을 스펙쌓기보다 앞에 놓을줄 아는 지혜를 갖추고 세상에 감추어진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아직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텅 빈 캔퍼스를 가졌기에 그 위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무엇이든 말이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리처드 브랜슨과 그의 동료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 “당신은 이미 비즈니스의 한복판에 서있음을 잊지 말라고!” -끝- 
*기획회의 271호(10.5.4) 기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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