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자의 삶을 살아야 할 당신에게

 

『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다산라이프, 2010

 

순전히 저자에 대한 신뢰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구본형의 책이 그렇다. 『구본형의 필살기』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등 전작과 비교해서 상당히 매뉴얼스럽고 낯선 느낌을 갖게 하는 책제목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라는 이유로 선뜻 집어 들었다. 그는 한국IBM에서 20년간 경영혁신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경영과 1인경영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기업의 CEO들이 뽑은 최고의 변화경영 이론가이며, 직장인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강연가 1순위에 꼽힌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변화경영 분야임을 깨닫고 그 강점에 집중하고 글쓰기라는 재능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12년 간 연구한 직장인 변화경영과 자기계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업무에서 강점을 개발하고 그것을 탁월하게 구현해내는 프로그램을 실천함으로써 평생 현역에서 차별화된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이른바 ‘필살기’ 비법과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경영에 인문학적 풍미를 가미하고 깊이로 차별화하는 그의 필체나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직장인들에게 변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의 메시지가 이책에서도 여전하다.

 

직장인은 노동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선택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한다. 평범한 월급쟁이와 행정가로 머물고 만다. 저자는 “왜 잘하는 일을 즐기며 먹고 살 수 없단 말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며 낙타가 아닌 사자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낙타는 부정을 모르는 동물, 그래서 어떤 명령에도 ‘예’라고 복종하는 동물이다. 낙타의 인내는 자기 삶을 사막으로 만든다. 어쩌면 그는 모든 것에 ‘예’라고 대답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사자는 네발 달린 짐승 중에서 가장 사납고 가장 관대한 동물이며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다. 사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사막을 자기의 왕국으로 만든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인생의 1/4을 교육받는데 이미 썼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인생의 1/4은 조직인간으로 낙타의 삶을 사는 데 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낙타의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언젠가 인생의 후반부에서 고단한 낙타의 삶을 버리고, 자신에게 딱 맞는 필살기를 창조하여 ‘사자의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해 답을 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월급쟁이의 마인드 셋에서 비즈니스맨의 마인드 셋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나는 한 사람으로 구성된 회사이며, 나는 이 회사의 경영자며 담당자며 책임자라는 생각, 즉 내가 곧 회사라는 1인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직무를 ‘해야 할 숙제’로 보지 않고, ‘팔아야 할 비즈니스’로 인식하게 된다. 현재 하고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거나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실천해야 하는 5단계로 이루어진 필살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1단계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0개의 테스크로 쪼개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에 소개된 사례를 참고하여 실제로 자신의 직무를 세분화해보면 이외로 간단하면서도, 지금껏 무심히 해왔던 업무를 새로운 시각을 갖고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2단계에서는 필살기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두기준인 적성과 중요도를 파악하고, 3단계에서는 네 개의 업무 영역으로 태스크를 분류하는 중요도/강점 메트릭스를 통해 집중투자할 핵심업무를 뽑아내는 법을 배운다. 이때 나타나는 결과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스티븐 코비식의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해라’가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을 회사에서 제일 잘해라’로 업무 수행이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 4단계는 다섯 개의 필살기 단계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창조적인 단계로 무엇에 투자해야 평생직업이 될까를 고민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경험을 배경으로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공헌력’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깊게 와닿은 부분이다.

 

“공헌력은 경쟁자에 대한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다. 혹은 ‘당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가 당신의 공헌에 의해 의미있게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경쟁력이 레드오션을 가정한 단어라면 공헌력은 블루오션을 가정한 단어다. 내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경쟁력은 친구를 만들기 어렵지만, 공헌력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97-99쪽)

 

매일 혹독한 경쟁에 시달리며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피흘리며 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대목이다. 마지막 5단계는 필살기를 완성하는 습관의 기술이다. 실천은 늘 간단하고 명료하다. Just do it! 이게 전부다. 그러나 늘 어렵다. 매일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다가 그만두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한비야도《중국견문록》에서 “세상에 무엇인가를 매일하는 것처럼 무섭고 힘센것은 없다”며 “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멈추는 것은 두렵다”라는 중국속담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의지는 약하고 습관은 강하기 때문에 매일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꿈을 이루기 힘들고, 오랫동안 멀리가려면 습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실천을 습관화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각 한 가지에 집중 할 것과, 작은 것이라도 성취의 경험을 자주 만들라고 조언한다. 이때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 100일 정도는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습관을 결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기계발서는 책을 읽는데서 그친다면 의미가 반감되고 만다. 반드시 변화와 실천을 수반해야 책을 읽은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 경우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소홀히 했던 두가지를 다시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寅時日記’(인시는 새벽 3〜5시를 말한다)를 쓰는 것과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必死筆寫’(필사적으로 필사를 하겠다는 뜻)를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다. 저자의 말대로 새벽은 멋진 시간이다. 홀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가장 매력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실천이 바로 새벽에 일어나서 쓴 이 책의 서평이다.

 

특기가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평범하다는 것은 결핍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시대다. 유일한 것이 최고(The Only, The Best)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차별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생존의 문제를 뛰어넘어 독보적인 프로가 되기 위해서 저자는 10여 년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시절에서 변화경영전문가로 비범함을 이룬 자신의 과정을 필살기 수련의 사례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거기다 직장인 필살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15명 직업인들의 생생한 사례는 객관성을 높일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의욕과 도전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이제 몸과 마음이 타는 것은 각자 자신들의 몫이다. -끝- (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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