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김남일 지음 / 워치북스(WATCHBOOK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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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김남일 저 | 워치북스 | 2017

 

마을이 미래다

 

외국 속담에 아이 하나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사람 모두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마을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공동체 개념을 아우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와 농촌이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압축 성장을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도시는 여러 가지 생활편의 인프라가 들어서고 외지 인구가 많이 유입됐지만 도심 마을공동체는 오래전에 무너졌다. 농촌지역은 젊은 인구의 유출로 고령화공동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전통적인 공동체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게 되었다. 도심은 도심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각각의 문제 원인과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마을공동체 살리기가 절실해졌다.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마을 만들기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과 구체적인 처방을 담은 교과서이자 참고서이다. ‘마을 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또는 주체적으로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들이 생각을 나누고 함께 결정한 일을 주체적으로 이뤄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공직생활을 중앙 부처에서 시작했지만 지역 발전에 헌신하고자 경북도청에 자원하여 경상북도 지방공무원으로 일했다.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경험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탁월하고 차별화된 글로컬화한 정책을 펼쳤다. 행정도 예술이라는 신념을 갖고, 문화를 통한 지역산업 활성화에 남다른 소신을 갖고 일하다 보니 돈키호테 지방공무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특별한 공무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마을 만들기 전문가나 마을활동가는 아니다. 전체 공직생활 중 20년을 고향인 경상북도에 몸담고 백두대간, 낙동강, 동해안이 품고 있는 자연마을에서 대대로 터 잡고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해 뛰어 다녔다. 그러나 우리 농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저자는 죽은 보조금이 농촌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전혀 없는 마을에 수십억 원 규모의 개발사업 자금이 난데없이 지원되는 사례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또 지방자치 선거를 비롯한 각종 조합장 선거가 이권처럼 작동하고, 그 잇속을 위해 토건 위주의 개발이 난무하는 경우도 많다. 갈수록 갈등과 반목이 더해지고, 주민들의 행정의존도는 높아지는데 자치의식은 낮아지는 문제가 심각하다. 시골마을에는 이제 사람이 없고 제대로 된 마을 리더는 더욱이 없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어른은 없고 마을정치만 판치는 게 우리 농촌마을의 현실이다.

 

저자는 삼촌三村마을에 주목하고 있다. 삼촌마을이란 생태환경과 마을의 인문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산촌강촌어촌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백두대간의 산촌마을과 낙동강의 강촌마을, 동해안의 어촌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랫동안 전해오는 인문 스토리 마을자원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자원들에 예술성을 보태 창의적이고도 차별화된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지속시킬 수 있느냐이다.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적, 관주도적, 토목 지향적 마을 만들기 전략은 더 이상 안 통한다. 삼촌마을을 살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계획 수립 및 집행 과정부터 마을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즉 삼촌마을의 경관과 인문자원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마을주민과 지역전문가가 비전 제시형 기획가(Planner)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마을주민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지역 안의 관점을 이해하며 지역 밖의 시선을 함께 가지고 있는 열정적인 외부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역을 사랑하는 예술가와 마을활동가 등 전문가 그룹은 예술 지향형 디자이너(Designer)가 돼야 하고, 지방공무원과 지역정치인은 기반 지원형 정원사(Gardner)가 되어 함께 어우러져야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저자는 마을공동체는 경관자원(green), 인문자원(human), 예술감각(artistic)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발전가능하다고 말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5단계 실행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 비우기, 2단계 배우기, 3단계 상상하기, 4단계 디자인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5단계 나누기이다. 특히 비우고, 배우고, 상상하고 난 다음, 예술적으로(Artistic) 디자인하기는 마을 만들기에서 제일 중요한 단계다. Art는 마을을 변화시키고, 마을은 다시 Art를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의 마을 만들기론은 창조적인 경지를 뛰어넘어 혁명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가령, 농촌의 마을 만들기는 농림부가 아니라 문체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을문화를 예술적으로 디자인하고 산업화하려면 문체부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과 예술가가 앞장서고 지방정부, 기업, NGO 등의 거버넌스를 꾸려 창의적인 마을을 만들기 위한 휴먼웨어적인 접근방식으로 마을 만들기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저자는 한 발 더 나가 자기 고장의 인문자원을 찾아내고 지역적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공유하기 위해 지역학과 마을학을 배우고 마을아카이브를 쌓고 마을대학을 세우자고 말한다. 일본의 공민관公民館제도나 일본의 마을 만들기인 마치즈쿠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지역공동체 활성화사업을 가장 먼저 시행한 전북 진안군과 완주군 등 국내외 다양한 사례도 사뭇 흥미롭다.

 

그런데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지방행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저자가 일선에서 만났던 미친美親(?) 공무원들에 대한 소개가 눈길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는 내내 저자를 따라갈 미친 공무원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을 만들기는 마을에 희망을 가진 미친 사람들의 희망 만들기이다. 마을의 공동체 의식과 한국적 정서가 살아 있고, 열정에 찬 공무원이 있는 한 우리네 마을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이 책은 책상에 앉아 머리로 쓴 여타 이론서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저자가 마을현장을 두발로 밟으며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고민한 흔적이 삼촌마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로 역력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선공무원을 비롯해 마을리더, 마을활동가, 마을꾼 등 마을 만들기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삼촌마을에 어떤 식으로든 빚을 지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삼촌마을의 정원사가 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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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가볼만 한 터키 & 불가리아
강가희.박민아 지음 / 아홉번째서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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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애초부터 소파에 기대어 리모컨을 누르거나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자판을 두드리기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자동차에 앉아 고작 발목을 몇 도쯤 내려 가속기를 밟으며 언덕길을 오르기 위해 그 많은 근육을 갖고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송국에 틀어박혀 밤낮없이 자판을 두드리며 대본을 써대던 30대 방송작가 강가희(카이)와 박민아(미나)가 작정하고 자유와 열정을 찾아 떠났다. 꼭 한번 가볼만 한 터키&불가리아는 이들이 낯선 길에서 발견한 풍경과 함께 밟은 우정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나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둘이서 함께 하는 여행을 별로 해 본적이 없다. 더구나 여자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니. 처음 책을 들고는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몇 쪽을 채 넘기기도 전에 두 여자가 낯선 길에서 마주친 깨알 같은 에피소드와 소소한 일상 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여행은 여행이다. 트러블이 없으면 트래블이 아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다행히 한 사람은 초행길을 잘 찾고, 다른 한 사람은 한번 갔던 길을 잘 기억하는 등 둘은 환상의 복식조였다. 낯선 공기가 주는 미묘한 분위기, 미세한 떨림, 심장의 간지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여행하는 내내 서로를 더 깊게 알아간다. 이들이 떠난 곳은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지점인 터키와 불가리아지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낯선 나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일상에서 도망치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 결국엔 일상에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떠나온 것임을 알았다고 말이다.

 

여자 둘이서 장기 여행하기 위한 6가지 팁을 비롯해 실속 있고 유용한 여행정보가 가득하다. 불가리스 요구르트를 떠먹으며 읽다보면 제목처럼 터키와 불가리아를 꼭 한번 가보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댈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곧 여름휴가철이다. 떠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다. ‘어디가아니라 어디든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들레르처럼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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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윤후명 소설전집 1
윤후명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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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원에 닿아 있는 곳

 

강릉

윤후명 지음, 은행나무, 2016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윤후명은 70평생을 언어의 탁마琢磨를 통해 우리말이 가진 울림과 특유의 정서를 씨줄과 날줄로 교차시킨 독자적인 세계를 올곧게 구축해 오고 있다. 대표적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은 그의 문장은 빼어나고 빼어나서 견줄 사람이 없다고 평할 정도로 우리나라 문단의 가장 치열한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시적인 문체와 독특한 서술방식을 통해 무미건조하고 숨 막힐 것 같은 일상에서 삶의 본질적인 쓸쓸함과 그리움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는 그의 문장 앞에서 나는 번번이 베이곤 했다. 윤후명 작가에게 지심도가 마음의 섬이라면 강릉은 마음의 육지이다. 노작가는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여덟 살에 강릉을 떠나 육십 이 년이 걸려 먼 우회로를 돌아서 마침내 일흔 살에 고향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에게 강릉은 단순한 지명에 머물기보다는 자신의 존재와 철학까지를 일컫는 믿음을 포함하는 말인 셈이다. 몇 해 전 윤후명 소설가와 독자들이 함께 가는 강릉 문학기행에 끼였던 적이 있다. 5월의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그가 쓴 여러 작품들의 무대가 되었던 임당동 성당, 객사문, 경포대, 헌화로 바닷길 등을 걸었다. 그때 본 강릉의 산은 푸르렀고 물은 깊었다. 대지는 부드러웠으며 공기는 달았다. 주홍빛 산당화 꽃향기가 그윽한 오죽헌 마당에서 노작가는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고향과 작품을 이야기했다. 일흔 세월을 살아 온 삶의 궤적이 독자들의 가슴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그들이 내는 희미한 한숨과 탄식이 공기를 흔들고 지나갔다.

 

강릉은 내년 등단 50주년을 앞둔 윤후명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다. 작가 생애에 있어 출발점이자 귀환점인 고향 강릉을 모티프로 쓴 열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윤후명 소설전집의 첫 권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늘 위태롭고 외롭다. 그리움과 기다림을 함께 지니고 살면서 인생에 유별난 목적을 갖고 있질 않다. 삶의 편도를 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도망침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책에는 전집을 꾸리면서 새로 쓰고 고쳐 쓴 작품도 있지만 <산역山役>처럼 오래된 소설도 있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산역>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전쟁과 함께 작가의 고향 강릉의 큰 산과 큰 바다에 얽힌 어떤 사랑의 운명의 기록이다. 한 인간의 태어남을 배경으로 삶의 어느 편린에 스며 있는, 고래의 부패한 내장에서 얻을 수 있는 용연향龍涎香같은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하필 오래된 그 작품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다시 읽어보니 정말 내가 전에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익으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설명이 아닌 묘사와 이미지로 큰 반전을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이 그렇다.

 

돌아가신 네 아버지가 너에게 남기셨어. 바다가 보이는 산도.”

돌아가신 아버지?”

그녀는 한꺼번에 밀려와 벼랑에 부딪치는 먼 파도 소리를 듣는 듯했다. 어머니는 석상처럼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있었다. (330)

 

그것은 텍스트가 마구 뱉어내는 의미를 머릿속에 구겨 넣느라 소설의 참맛을 잊어버린 현대의 독자 대부분이 갖는 공통된 반응일 것이다. 소설이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 노릇이 다는 아니지 않은가. 이 책에 실린 열편의 소설은 서사 이외의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함으로써 이미지로 호출한 삶의 본래 모습을 우리 곁으로 가깝게 불러낸다. 강릉은 모든 인간의 일들 속에 깃든 어떤 원류原流 혹은 시원始原과 닿는 감동의 감정선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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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외 지음, 신상규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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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뇌 때문이라고?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빌라야누르 라만찬드란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지음, 신상규 옮김, 바다출판사, 2015(개정판)

 

 

미국의 철도 공사 감독이었던 피니아스 게이지는 작업 도중 끝이 뾰족한 쇠막대기가 왼쪽 뺨에서 왼쪽 눈 뒤를 통해 머리 윗부분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좌뇌 전두엽 부분이 거의 없어지고 두개골이 크게 파손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게이지가 아닌 딴 사람이 되었다. 책임감 있고 유능하며 사교적인 성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칠고 적대적이며 이기적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게이지의 일화는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뇌에 의해 좌우되며, 뇌의 특정 부위가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인격이라 부르는 것은 동일한 변연계의 구조 및 그것과 복내측 전두엽 사이에 있는 연결과 연관되어 있다. 전두엽의 손상은 의식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우리 인격을 중대하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의 저자인 라마찬드란 박사는 <뉴스위크>가 가장 주목해야 할 21세기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한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다. 병원 침대를 실험실로 옮겨 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이 만났던 기이한 증상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과학적 실험으로 연결하곤 한다. 이 책은 내과의로서 시각 지각을 연구하다가 신경증 분야로 관심을 옮긴 그가 신경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출간된 첫해인 1998년에 <이코노미스트>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뇌과학 분야에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뇌과학계의 셜록 홈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저자는 도대체 우리 뇌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질병이 어떻게 생기는지 끊임없이 물으며 그 어떤 과학자도 감히 도전하지 않았던 뇌 연구의 새로운 영역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추적한다.

 

우리 두뇌는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게 되면 매우 기이한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책에는 환각, 자폐, 정체성 상실 등 뇌 기능 이상과 관련된 흥미로운 증세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헛팔다리 또는 환상지는 절단되어 존재하지 않는 팔이나 다리 또는 손가락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다. 팔 또는 다리를 절단한 사람들 중 6080%가 경험하는 증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팔이나 다리에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낀다. 카프그라 증후군은 가까운 사람들, 가령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 친구들의 모습은 정확히 알아보면서도, 그들이 실제 인물이 아니고 신분을 사칭한 다른 사람이라고 믿는다. 절단충동증도 있다. 이는 자신의 신체 일부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이를 거북하게 느끼는 나머지, 그 부위를 절단하기를 원하는 증상이다. 측두엽 발작으로 신의 목격, 종교적 확신, 환청, 환각 등의 증세를 보인 역사적 인물도 이외로 많다. 예수, 모세, 무하마드, 붓다가 그랬고 근대의 인물로는 화가 반 고흐,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등이 있다. 이들 중 미친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순히 두뇌가 사고하는 메커니즘에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저자는 이들 증상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책의 원제이기도 한 뇌 속의 유령을 발견한다. 이들 증세는 뇌의 자기보전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믿음이나 행동은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결국 뇌의 작용이므로 이에 대한 치료는 수술과 같은 물리적 치료가 아니라 뇌 스스로를 납득시킬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뇌가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뇌 스스로 납득할 때 비로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과연 정상적인 뇌라는 게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그저 조금씩 서로 다른 뇌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 이들을 정신과 의사에게 보이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인간의 의식과 자의식은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이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고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라고 하는 것(나의 자의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과도 같다. 정신분석학은 우리에게 물속에 잠겨 있는 빙산과 같은 거대한 무의식의 존재를 강조한다. 현대 심리학에 의하면 의식적인 삶이란 무의식적 충동에 의해 행해진 일에 대한 의식의 사후적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본능적 행동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무의식의 진화적 뿌리는 깊다. 무의식적 행동은 인간 행동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무의식은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의식은 자신의 인식 그 자체를 인지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자의식이 거울신경계가 나타내는 기능이라고 추측한다. 자유의지free will란 가능한 행동들 가운데 자신이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선택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나 잘못까지도 뇌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자유의지는 없을지 모르나, 무의식의 지시를 자유롭게 거부할 능력free won’t은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행동 결정은 본능과 무의식, 환경조건의 영향을 받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무의식적으로 결정된 의도를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검토하고 취소할 자유가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인간의 뇌에 관한 현대 의학의 이해를 바꾸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책을 읽다보면 우주론, 진화, 두뇌과학이 왜 비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우주를 연구해 초시간적인 통찰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더 큰 무엇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변화하는 우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게 된다. 우리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시바(저자가 인도 태생임을 기억하자)가 추는 거대한 우주적 춤의 일부라면 우리의 불가피한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행복한 재결합이 된다.

 

뇌는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존재다. 회색과 흰색과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145세제곱센티미터 물질로 겉모양은 다소 괴기하게 생겼다. 뇌는 섬유질과 액체로 가득 찬 고깃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감정은 물론이고 행동까지 다스리는 기관이다. 바로 여기에서 모든 게 생겨난다. 뇌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와 같은 본질을 묻는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사람의 뇌는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만큼이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는데, 이 속에는 2천억 개의 뉴런이 들어 있다. 은하수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숫자다. 그리고 각각의 뉴런은 천 갈래로 접속될 수 있다. 우리의 삶, 희망, 성공, 동경 등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두뇌의 뉴런 활동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굴욕적 이기보다 우리를 고귀하게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우주론이나 진화, 특히 신경과학을 포함하는 과학은 우리가 우주 속에서 어떤 특권적 지위도 갖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우주론자인 폴 데이비스의 말마따나 우주 속의 우리 존재가 단지 운명의 변덕이나 역사의 우연,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의 우발적인 잡음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우주적 차원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기 위한 신비한 질문에 대해 두뇌과학의 힘만으로 대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존재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측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550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술술 잘 읽힌다. 마지막에 달린 80쪽이 넘는 주석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함께 책을 쓴 과학 필자인 샌드라 블레이크스리가 라마찬드란의 설명을 보충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들을 분명히 하기 위해 3, 4쪽씩 할애해가며 해설을 붙인 공로가 엿보인다. 뇌과학과 신경의학의 놀라운 성과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쉬운 언어로 쓴 독창적인 이 책에 의학계의 시인이라고 불린 올리버 색스가 추천사를 썼다. 책에는 색스가 여전히 뉴욕대학교 교수로 되어 있는데 그는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추천사를 읽으며 인간을 사랑한 가장 인간적인 의사로 알려진 색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저절로 떠오른다면 우리 뇌(특히 변연계)가 선사하는 보너스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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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이야기 - 다윈에서 뇌과학까지 생물학의 모든 것
김웅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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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렌즈로 바라본 인간과 자연

 

생물학 이야기

김웅진 지음, 행성B이오스, 2015

 

 

현재 지구상에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 종이 수천만 종이나 있고, 40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생존했던 생물 종들은 수천억 종에 달한다. 현대 생물학은 거대한 인큐베이터였던 원시해양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44억 년 전 지구 표면에 형성된 바다는 맑은 유기물의 수프상태였다. 최초의 생명체는 거기에 있던 자기 자신을 꼭 닮은 복제물을 만들 줄 아는 유기물 분자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뒤 온갖 분자들이 만들어지면서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분자가 물속에서 생겨났고, 그것이 생명의 기원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분자적 자연선택으로 시작된 생명체의 발생은 세포생물과 다세포생물의 출현, 그리고 유성생식 기제에 의한 생물진화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진화야말로 생물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이라 할 수 있는데, 세포의 발생은 진화 사상 매우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에너지 대사, 세포의 기본 구조, 유전, 변이, 다양성 등의 다른 특징들은 진화의 결과로 나타난 파생적인 성질에 불과하다. 이렇듯 생명의 진화과정은 진부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흥미롭고 일관성 있는, 우연과 필연의 장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생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은 공부하기에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특히 순 오리지널 문과출신임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김웅진 미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가 쓴생물학 이야기는 과학 문외한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다윈에서 뇌과학까지 생물학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에서부터 최신 뇌과학의 성과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생물학의 얼개를 일목요연하게 짚어준다.

 

현존하는 생물들은 몸속에 과거 생물들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인간에게는 육체적, 심리적으로 동물로부터 유래된 지울 수 없는 흔적이 있다. 동물적인 행동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까닭이다. 특히 생존과 번식에 관한 원리는 인간과 동물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 20만 년 전 인류가 등장한 이래 인간의 깊은 무의식 속에는 진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왔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대략 3만 년 전의 환경에 적응되어 있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수렵채취인이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문명사회에서 살게 된 것은 멀리 잡아도 수천 년에 지나지 않고, 현대사회는 길어야 100년이다. 반면 뇌에 각인된 무의식의 역사는 수억 년이 넘는다. 생물학적으로 우리의 뇌는 현대사회가 아니라 대부분 문명 이전의 삶, 수렵채취인 사회에 적응된 상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인류는 지구의 시계로 보면 지극히 최근에 나타났다. 우주 시간의 스케일로 보면 우리에게 낯익은 생물들은 거의 얼마 전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1년 치 달력으로 표시하면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600만 년 전을 110시라고 한다면, 인류가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시점은 1231일 오전 6시가 된다. 도시가 형성된 것은 같은 날 오후 3시이고, 1140분이 되어서야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이렇게 인류는 대부분 기간을 원시인처럼 수렵채집을 하며 지냈고, 우리의 유전자와 뇌는 그 환경에 잘 적응하게끔 진화해 왔다. 15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계통분화와 가지치기를 하며 진화적 발생을 시작한 인류는 어느 날 직립보행을 하며 언어와 불을 사용하는 전대미문의 종으로 등장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6만 년 전 북부아프리카에서 중동지방으로, 유럽으로, 아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유인원에 속한다. 사람과 침팬지는 약 600만 년 전에 공동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친척이고, 사람과 침팬지와 보노보는 700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종이었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매우 흡사하다. 사람의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 중 30%는 침팬지의 단백질과 동일하다. 분자생물학을 이용하면 침팬지가 해부학적으로 원숭이보다 인간에게 더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침팬지의 두뇌 구조가 그 크기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두뇌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동물과 인간의 심리와 행동은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의 지능은 확장된 대뇌피질의 산물이다.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도 두뇌가 수행하는 일련의 기능이다. 누가 착한 아이고 나쁜 아이인지는 산타클로스가 알겠지만, 우리가 누구인지는 뇌가 안다.

 

우리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 복제물질, 즉 유전자(DNA)의 입장에서 보면 세포나 생물이란 자신(DNA)을 운반하고 영속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본질적으로 생물이라는 것 자체가 그 생물체 속에 기생하는 유전자의 숙주라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라고? 맞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줄곧 주장했던 말이다. 우리의 외모와 기능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유전자의 지시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바로 유전자 자신을 위해서다.(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아니다.) 진화의 간계는 교묘하다. 자의식이나 자아도 이기적 유전자가 자신의 영속화를 위해 인간 개체의 두뇌 속에 투사하여 나타내는 일종의 신기루와 같은 것일 뿐이다. 인간은 유전자가 지시하는 본능과 무의식을 마치 자신의 의지인 것처럼 착각한다. 유전자는 인간과 생물들이 쏟아 붓는 모든 노력이 모두 자기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고 믿게 하고, 삶과 번식을 위해 전력투구하도록 만든다. 결국 이 모든 분투의 궁극적 수혜자는 영속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이기적 유전자이다. 그러니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 삶의 정의는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는, 유전자를 위한 대리전쟁인 셈이다. ‘라는 개체는 번식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죽고 없어지지만 유전자는 새로운 운반체, 즉 후손을 통해서 보존된다. 재주는 운반체들이 넘고 영속하는 것은 유전자, DNA인 것이다.

 

과학의 본질이자 최대 공로는 과학적 사고이며, 사물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과학, 특히 생물학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생물학은 직관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생명현상의 실체를 밝혀냈고,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길을 열었다. 인간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생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 속에는 문명사회 이전의 본성이 밑바탕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무의식적 행동은 인간 행동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존재는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윤리는 무엇인가?’ 등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적 물음에 대한 사실적 탐구를 위해서는 철학이나 심리학보다 생물학에 기대는 것이 유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생물학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솔직히 세포 하나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생물학의 현주소다. 가령, 사람의 유전자는 2만 개가 넘는데, 40%는 아직 기능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은 생명과 인간을 둘러싼 지상 최고의 드라마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을 제공한다. 생물학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유전과 진화에서 상당부분 진척을 일궈내면서 생물의 본질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 증거다.

 

20세기가 찬란한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의혹과 질문으로 가득 찬 생물학의 시대다. 생물학은 탐구의 주체가 바로 탐구의 대상이 되는 특별한 학문이다. 그리고 그 맨 앞줄에는 진화생물학이 자리 잡고 있다. 생물학은 인간의 본성과 정신현상을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따져 묻기 시작했다. 그런 지적 호기심이야말로 과학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덕분에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를 더욱 정교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프로이트가 아니라 다윈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지막 쪽을 덮을 때쯤이면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과 궁금증이 들지 모른다. 그러면 책을 제대로 읽은 셈이다. 생물학 이야기좋은 과학책이 늘 그렇듯이 대답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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