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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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여정을 따라가다 석영중 교수님 팬이 되었다.
강의도 깔끔 명료 우아하게 하시고 글도 얼마나 잘쓰시는지.
도스토옙스키의 생애를 반추하며 그가 이동한 공간을 따라 작품과 연결지어 그에 대한 소회, 사진이 어우러진 책.
이 책을 동반자로 러시아로 도스토옙스키의 공간을 여행하고 싶다.

사실 여행은 완결보다 시작에 더 가깝다. 여행이란 어떻게 보면 탄생이다. 모든 여행은 어느 정도 지도 위의 여행이자 내면 여행이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여행도 그랬다. 그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달라졌다. 매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을 읽었다. 시베리아에서, 유럽에서, 광야의 수도원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삶도, 문학도다시 태어남의 끝없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도스토옙스키 기행에서돌아온 나도 조금은 달라졌기를 소망하며 여행기를 마무리 짓겠다.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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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10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책이군요~!! 도선생님의 팬으로 저도 이 책을 꼭 읽어봐야 겠네요 ^^

bluebluesky 2022-04-10 20:42   좋아요 1 | URL
네네 저 도서관에서 대여했다가 결국 구매했어요^^
 
미래 산책 연습
박솔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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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문화원 방화사건과 어떤식으로든 얽혀있는 인물들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뫼비우스의 띠같은 형식을 띤 소설.
사건도 인물도 구체적이지만 난 왜 의식의 흐름을 느끼는걸까?;;


최명환은 커피 잘 마셨다고 말하며 웃으며 부동산을 나왔다.
제 친구들도 영화제에서 일했어요. 나는 굳이 말하자면 연말에 휴가 겸 부산에 놀러온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인데 길에서 붕어빵을사 먹다 붕어빵 아주머니로부터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 잠깐 기계를 봐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그러죠 뭐, 하고 기계를 봐주다가일주일째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나는 언제 붕어빵 굽는 것을 배운 것일까. p66


늦은 시간에 와서 그때는 몰랐으나 며칠 묵어보니 옆집은 낮시간 내내 찬송가를 부르거나 기독교 관련 방송인지 녹음된 설교인지를 틀어두었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옆집에서 들려오는 예언같은 말씀을 들었다. 만약 이곳이 감옥이고 나는 갇혀 있다면 책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들리는 것이 오직 저 방송이라면 그리하여 내게 저 음성이 빛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자 옆집에서 들리는소리가 중요한 예언처럼 들렸다. 심하게 거슬리거나 괴로운 소리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누군가의 예언이라고 어느 정도 인정하며지낼 수 있게 되었다. p86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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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열린책들 세계문학 7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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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이 책 전문을 암송하는 이들이 많다는데 운문소설은 쉽지 않다.
독서모임 책인데 재독이 필요할듯.
아직 푸시킨의 진가를 모르겠다는;;;.
짧은삶, 긴죽음


아, 운명은 너무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앗아갔다!
포도주 가득 찬 술잔을
다 비우지도 않고
인생의 향연을 일찌감치 떠나 버린 자,
마치 내가 오네긴과 헤어진 것처럼
인생의 소설을 다 읽지도 않고
별안간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자는 행복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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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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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찾아다닌다. 왜 그렇게 사는 건가.
▶ 소설 쓸 때 인물들을 내게서 조금씩 뽑아서 쓴다. 충조가 공단보러 다니고, 사진집도 미조에게 보여주는데 내가 그랬다. 지방 여행 가면 공단을 보러 다니는데 충조가 찾아다니는 공단들이 실제 내가 봤던 것들이다. 사람들이 충조가 이상하다 해서 나도 이상한가 생각했다. (웃음) 충조는 실용적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나도 그러는 게 콤플렉스다. 그동안 실용적이지 못한 선택들을 많이 했고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그렇다. 주변에서 글쓰기를 선택하면 굶어 죽는다는 말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실제로 생계가 소설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안 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도 평소에 끊임없이 고민한다.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으면 뭐해서 먹고 살 것인가. 거기서 못 벗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설을 쓰고 있다. 충조는 이렇게 실용적이지못한 것들에 끌리는 나에 대한 셀프 디스‘다.p110

청중들은공연하는 건 아니다. 그저 본인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는 너무나편안한 미소를 지으면서 공연한다.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이걸 계속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되는 것을 계속 추구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힘들 것 같다.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것 같다. 안 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고칠 수가 없다.p118

대상 이서수작가 인터뷰중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하겠지만 인터뷰를 읽으며 이 사람 든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중견 작가라 불리는 그들 김경욱,은희경 그리고 기수상 작가 최윤의 작품들이 가진 저력

 나는 큰 잘못만 저지르지 않으면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검증되지 않은 확신이 있다. 그래서 조심조심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수입만큼만 살기로 결정을 하니 어느해는 풍성했고, 어느 해는 빈곤했다. 그러나 역시 그런 것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p294 최윤 <얼굴을 비울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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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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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 불안,고립,권태,권력 등 12개 항목에 맞는 명장면을 뽑아 저자가 주석 비슷하게 달아 엮은책.
아직 못읽은 작품도 많고 읽은 작품들도 이런 구절이 있었나 싶었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제2부제1장에 대한글
나만 뒤처졌다는 생각만큼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없다. 유행에 뒤처졌다는 생각,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었다는 생각, 무언가를 향한 기다란 줄에서 낙오되었다는 생각,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은일상을 뒤흔든다. 지하생활자의 경우 전체에 대한 경멸과 고립에대한 공포는 동일한불안의 양면이다.p37

도스토옙스키는 고립을 악의 조건이자 악의 결과로 본다. 악행과 고립은 우로보로스처럼 맞물려 있다. 그에게 고립이란물리적으로 혼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있으면서도 서로 간에 아무런 공감이나 유대가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무언가를 끝없이 쌓아 올리는 축적 행위가 그에게는 고립의 일면이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도스토옙스키는 고립을 항상 구체적인 공간으로묘사했다는 점이다. 고립된 인물들에게 할당된 비좁고 누추한 공간은 고해상도로 찍은 그들 마음속 사진이다.
반면 고독은 실존을 지속하기 위한 철학적 거리 두기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사실, 즉 그가 방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인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독을 수용해야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중의 하나가 고독을 전 존재로 내면화하는 일일 것이다. 이때의 고독은 사실상 절대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내 안을 비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을의존이나 집착이나 위로나 증오나 경멸의 대상이 아닌 있는그대로, 신이 창조한 온전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고독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다.
p45

『백치』, 제3부 제2장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 공작이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며 살아가던 어느 날 하는 생각이다. 스토리 전개와는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이런 대목들은 도스토옙스키 읽기가 간혹 묵상의 단계로 올라가야함을 말해 준다. 스위스는 공작이 실제로 거주했었던 지도 위의 공간이자 그의 상상력이 지어낸 낙원이기도 하다. 그를 사로잡은 <오로지한 가지 생각이란 무엇일까. 관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 아닐까..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공간과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은 하나로 합더 쳐져서 선의 시공간이 되는 게 아닐까. 선의 시공간을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려면 절대 고독이 필요한 게 아닐까.p75

권태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복잡한 개념으로 책 한 권으로도다 담아내기 어려운 깊이와 넓이를 지닌다. 도스토옙스키가소설에서 진지하게 다룬 주제 중 가장 덜 연구되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것이 권태다. 권태라는 커다란 개념 속에는 목적 없는 삶, 나태, 무감각, 정체, 실존적 공허, 심리적 마비, 불변, 타성, 단조로움, 안주, 범속성, 평범성 등이 들어간다. 이것들은모두 추악하거나 사악하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생은 기본적으로 다람쥐 쳇바퀴돌듯 단조롭다. 그 어떤 변화도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존재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그 역동성에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만일 단조로움에, 혹은 평범함에 그대로 안주한다면 그것은 인간적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단조로움을 못 견뎌서 자극을 끝없이 찾는다면 그것은 악행으로 귀착한다. 여기서 평범한 일상>의 복잡한 측면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일상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것도 아니다.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단조로움을 어떤 식으로 수용하느냐에 따라 평범한 일상은 최고의 축복이 될 수도, 반드시 빠져나와야 할 수렁이 될 수도있다. 시몬 베유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단조로움은 이 세상에존재하는 것 중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추악한 것이다.〉p79

악령 제1부 제 5장
공포를 전혀 모른다>는 이 한마디로 도스토옙스키는 니힐리스트들의 우두머리 스타브로긴을 규정한다. 완벽한 허무와 접한 인간,권태의 극에 도달한 인간은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을 상실했으므로 공포조차도 초월한다. 그런 인간에게는 타인이라는 존재자체가 아예 부재한다. 완벽한 무감각과 무관심과 무위가 그의 특징이다. 스타브로긴을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권태가 왜 악인지를 보여 준다. 체호프는 말했다. 〈무관심은 영혼의 마비이자 때 이른 죽음이다.)p85

그렇다, 인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정의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집의 기록, 제1부 제1장
나는 이것이 도스토옙스키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가장 섬뜩한 사실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삶에의 의지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인간은 거의 모든 것에 적응할 수 있다. 삶의 지속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무엇이건 다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칭찬만은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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