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없이 적어도 부정없는 시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에 의해 시험을 통과하고 직업을 가지며 성공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해왔다. 공부안하면 성공할수없고 부자도 될수없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어릴때부터 우리 머리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마이클 샐던은 이러한 능력주의의 폐해로 부의 양극화와 고학력 세습화,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 등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뭔가 빠진걸 찾아보라고 한다.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는 극단적인 면을 너무 부각했지만 최근 서울대 입학생 통계만 보더라도 부유한 집 아이가 성적이 더 좋은것으로 나타나며 암암리에 성행하던 입시부정이 공직자 자녀를 통해 수면에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대학입학을 일정 수준의 지원자를 걸러 뽑기를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럼 그 일정수준은 또다른 능력의 잣대가 되는거 아닌감?).

능력주의적 오만에서 벗어나 운의 개입을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하며 직업의 귀천이 없어져야하고 공공선을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자문해본다.

최근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강연영상도 찾아봐야 겠다.

 능력주의 이상의 어두운 면은 가장 매혹적인 약속, 즉 ‘누구나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말 안에 숨어 있다. 이 약속은 견디기 힘든 부담을 준다. 능력주의의 이상은 개인의 책임에 큰 무게를 싣는다 - P67

 운의 윤리는 인간의 이해와 통제력을 벗어나는 삶의 차원을 중시한다. 세상이 반드시각자의 능력에 맞는 보상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인생에는 신비, 비극,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전도서〉의 내용은 이런 윤리의식을 잘 표현한다. "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보았다. 빠른 경주자라고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강한 자라고 싸움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지혜로운 자라고 음식을 얻는 것이 아니다. 명철한 자라고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다. 기능을 갖춘 자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다. 이는 때와 우연이 이 모든 자에게 임함이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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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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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사회의 모든것을 소설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발자크의 인간희극 시리즈 중 2번째로 택한 고리오영감은 2013년 이후 재독이다. 그때는 발자크의 큰 그림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는 뭔가 작가의 의도를 따라 읽어가니 좀더 흥미진진하고 ‘곱세크 ‘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여럿 등장해서 퍼즐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곱세크는 이 책에서도 냉혈 고리대금업자로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보케르부인의 하숙집의 인물들과 파리 사교계가 얽힌 잡다한 인간군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구나 하숙인들 중의 누구도, 한 사람이 떠들어대는 불행이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검증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각자의 처지에서 비롯한 불신 섞인 무관심을 서로에게 품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 괴로움을 얘기하며 이미 애도의술잔을 비웠다. 마치 늙은 부부들처럼,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나눌 게 없었다.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기계적 생활에관한 보고와 기름 치지 않은 톱니바퀴의 움직임뿐이었다. 그들은 길에 있는 맹인 앞을 곧장 지나쳤고 불쌍한 사람의 얘기를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들었다. 그들은 가난에 쪼들린 나머지가장 끔찍한 고통 앞에서도 냉정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고리오영감과 함께 작품의 큰 축이되는 법률을 공부하는 가난한 학생 라스티냐크는 소개받은 친척 보세앙부인과 음험한 보트렝 등을 통해 진실한 마음은 숨기고 출세를 위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자! 라스티냐크 씨, 세상이란 이런 거예요. 세상을 알맞게다루세요. 당신은 출세하고 싶지요? 내가 돕겠어요. 여성들이얼마나 깊이 타락했으며, 남자들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허영심에 빠져 있는지를 헤아리게 될 거예요. 세상이라는 책은 열심히읽어보아도 알쏭달쏭한 페이지들이 있어요. 이제 나는 다 알고있어요. 당신이 냉철하게 계산하면 할수록, 당신은 앞으로 전진하는 법이지요. 사정없이 때리세요. 그러면 모두가 당신을 두려워할 거예요. 역에서마다 바꿔타고 내버리는 역마처럼, 남자와 여자를 그렇게 대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욕망의 꼭대기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아실 테지만, 당신에게 관심 가진 여인이 아무도 없다면, 당신은 사교계에서 아무것도 아니지요. 당신에게는 젊고, 돈 많고, 우아한 여성이 필요해요.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 부자들에게는 법이나도덕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출세만이 이 세상에서 최후수단 임을 발견했다.
「보트랭 말이 옳구나, 출세만이 미덕이야!!
그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에 도착한 그는, 마부에게 십 프랑을추려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이어서 그는메스꺼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열여덟 명이 마치 외양간의 골 시렁 앞에 있는 짐승들처럼 한창 식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 비참한 광경과 식당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는 이 너무도급격한 변화와 너무나 완벽한 대조를 보면서 지나친 야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의 세상에서는 가장 우아한 사교계의 신선하고 매력적인인상과 경탄할 기교와 사치에 에워싸인, 젊고 발랄한 모습과시정이 넘쳐흐르는 정열적 얼굴들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자리에 진흙이 묻은 흉칙한 그림과 정열이 뼈와살만 남겨놓은 얼굴만을 볼 수 있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의분노가 어떤 것인가를 보세앙 부인한테서 배웠고, 그 배움이걸려들기 쉬운 제안들을 그는 자신의 기억에서 되살려냈다. 결국 그는 그 가르침 때문에 이 비참한 광경을 설명할 수 있었다.

레스토 백작부인의 아버지이자 뉘싱겐 자작부인의 아버지인 제분업자 고리오영감은 엄청난 부성애의 소유자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나는 영감 머리를 만져보았지. 부성을 가리키는 두개골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영원한 부친을 가리키고 있어」비앙송이 라스티냐크에게 말했다.

라스티냐크는 어머니의 걱정어린 편지와함께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위해 가난한 본가에서 돈을 받고
[착한 으젠아, 어미 마음을 믿어다오. 부정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법이란다. 인내와 체념은 너 같은 처지의 청년들에게 미덕인 거야. 너를 꾸짖는 게 아니란다. 이 보조금을부치면서 우리의 어려움을 너에게 알릴 생각도 전혀 없단다. 아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선견지명 있는 어미의 얘기란 말이다. ]

 [인생이란 지금까지 얘기한그대로야. 인생이란 부엌보다 더 아름답지 않으면서도 썩은 냄새는 더 나는 거라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네. 다만 손 씻을 줄만 알면 되지. 우리 세대의모든 윤리가 거기에 있네. 내가 이처럼 자네에게 세상 얘기 하는 것은 세상이 나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기 때문이야. 나는 세상을 알고 있네.]

보셍앙 부인이 완곡한 표현으로 설명한 것을 보트렝은 노골적으로 말한다

결국 보트랭은 탈옥범 불사신으로 드러나 파멸을 맞고 딸들이 준 충격을 죽어가는 고리오영감!

돈이 바로인생이라는 영감
애인 막심을 위해 고리대금업자 곱세크에게 집안의 가보인 다이아몬드목걸이를 저당잡힘으로써 파멸하는 첫째딸 레스토 백작부인 아나스타지와 으젠의 작업에 넘어가 사랑에빠진 둘째딸 뉘싱겐 자작부인 델핀.

 나에게는 당신만이 전부죠. 내가 부유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신을 더욱 기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아버지보다도 당신을 더 사랑해요. 딸보다연인으로 남는 게 더 좋아요. 왜 그러느냐구요?
나도 모르겠어요. 나의 모든 생명은 당신에게 있어요. 아버지는 나에게 심장을 주셨지만 당신은 내 심장을 뛰게 했지요.
세상 전부가 나를 비난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죠! 어쩔 수없는 이 사랑 때문에 내가 죄를 저지를 때 당신은 나를 받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나를 원망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나를 불효자식으로 생각하시겠지요? 오,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처럼 훌륭한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지요.

마지막까지 딸에게 털털 털리는 아버지

내가 앓는 것을 알게 되면 딸들은 무도회에도 안 가고 나를간호하려고 할 테니 말이야. 내일 나지는 나를 제 자식처럼 키스할 거야. 그애가 애무해 주면 내 병이 나을 거야. 그러니 뭣땜에 병을 고치려고 약국에 천 프랑씩이나 주겠나? 차라리 내가앓고 있는 모든 병을 고쳐주는 내 나지에게 그 돈을 주어야지.적어도 나는 돈이 떨어진 딸애를 위로해 줘야 하네. 그래야만영속 연금을 팔아먹은 내 죄를 갚을 수 있지. 

딸들은 돈만 필요했을뿐 무도회나 애인보다 아버지는 뒤전으로하고 임종까지도 아버지에게 오지않고 그들의 처사를 보며 으젠은 세상이 진흙탕의 바다라 생각하
영감은 지나치게 사랑하여 원하는 모든걸 해주며 버릇을 망친 자신을 탓한다.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재산을 마지막까지 거머쥐고 자식에게 주지말라는 교훈까지 남기고

「부부싸움하고, 잠자고 있어서 못 올 거야. 나는 알고 있었어. 자식들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면 죽어야겠군. 아! 여보게, 자네는 결혼하지 말게. 결코 자식을 낳지 말게! 자넨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지만, 그애들은 자네에게 죽음을 줄 거야.
자네는 자식들을 사교계에 드나들게 하는데, 자식들은 자네를 그곳에서 몰아낼 거야. 그래, 안 올 거야. 그애들은 안 올거야! 나는 이 사실을 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 때때로 이러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감히 믿을 수가 없었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장례를 치를 라스티냐크는 성공을 향해 파리와 나의 대결이라는 말을 남기며 뉘싱겐 부인에게로 향한다.

예나지금이나 부모는 자식을 짝사랑하고 돈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회 풍토가 변함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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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정조처럼 -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
김준혁 지음 / 더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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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문화와 사상이 소통하고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이 시대를 만들기 위해 리더가 본받아야 할 롤모델로 정조 대왕을 삼고 이 책을 썼다.

워낙 좋아하던 군주였지만 지금껏 읽었던 책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업적과 정치사 위중의 정보들만을 읽었었는데 이 책에서는 정조의 리더십 코드인 ‘5049‘의 의미를 담아 그의 생애와 리더십을 공부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고 인재를 등용하고 강건하고 인간적이며 포용하는 군주의 범주로 정리해 제시하여 더더욱 흠없는 르네상스형 엄친대왕임이 인증하여 그의 때이른 죽음이 더 안타까웠다.

공부는 물론 음미체도 최고, 인품도 항상 갈고 닦으려 노력하시고 영정 사진은 현빈과 정말 닮은듯하고.
오늘 ‘역린‘ 한번 다시 봐야할거같다.

아쉽다.20년만 더 사셨다면 우린 지금 어떤 세상을 누리고 있을까? 우리 리더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또한 정조의 독서관과 겸손함, 자아성찰 등 삶의 태도가 나를 향한 훈계인것같아 반성해본다.

‘정조는 당대의 사대부들이 책을 읽을 때 대부분 많이보려고만 들고 치밀하게 읽는 데는 힘쓰지 않으며, 신기한 것만 좋아하고 평상적인 것은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도道를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많은 책보다도 한 권을 깊이 있게 읽어 그 안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상의 진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조는 책을 읽을 때는 먼저 대요를 파악하라고 했다.
대요를 파악하면 만 가지 현상이 하나의 이치로 꿰어져서 반만 노력하고도효과를 배로 거둘 수 있지만, 대요를 파악하지 못하면 모든 사물이 서로 연관되지 않아서 종신토록 힘써 외우고 읽어도 이루는 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독서에 대한 이치를 알고 있는 것이다.‘


‘정조는 엄청난 명사수로서 50발을 쏘면 49발을 명중시키고 마지막 한발은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정조는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활쏘기는 참으로 군자의 경쟁이니, 군자는 남보다 더 앞서려 하지 않으며, 사물을 모두차지하는 것도 기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조 옆에서 자주 활을 쏘았던 박제가는 정조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조가 군주로서 겸손함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한 발을 쏘지 않았다고 했다.‘

정조는 함양공부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자세를 성찰하는 훈련도 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지만 이를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정조의 일기 이름이 《일성록》日省錄인 것이다. 정조는 증자가 말한 ‘오일 삼성들의 의미를 담아 자신도 하루에 3번씩 성찰하고자 한 것이다. 스스로가 매일같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게 되면 이후에 나타날 잘못된 말과 행동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정조는 경연 시간에 절대 어려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는 만약 정조가 어려운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신하들이 있을텐데 그러면 그들이 무안해할 것 같아 의도적으로 어렵지 않은 질문을 해서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정조는 신하들에게 무리하게일을 하게 하지도 않았다. 정조는 이 문장을 자신의 침실 벽에다 써 놓고 늘가슴에 새겼다.
‘일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말고, 말은 다 하려고 하지 말라‘

정조는 화성행차 시 화성행궁에 들어가 성무를 볼 때와 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갔던 연무대를 오를 때 군사들의 등을 밟고 말에서내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하마석을 만든 것이다.
하마석에서 말을 내리고 사열을 받은 이후 하마석에서 말에 올라타는정조는 그 얼마나 인간적인가!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도자가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조는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화성은 백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위민의 터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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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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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팟캐스트에서 황정은 작가가 제발트를 찬양하는 것을 듣고 처음 제발트라는 작가를 알게되었고 이후 배수아 작가가 ‘현기증, 감정들‘을 번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 4권의 소설로 ‘제발디언‘이라 일컫는 추종자들이 생겼고 르몽드지는 ‘제발트의 책을 아직 읽지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라고까지 평했으니 큰 기대를 갖고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고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큰 한숨이 미어져 나왔다. 불모의 역사에 대한 애수

누구에게나 각자의 영혼이 돌아가야만 할 집이 있다면, 그곳은 어디인가. 제발트의 <이민자들>은 시대의 상황에 떠밀려 고향을 떠난 네명의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다. 영국에 이주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동유럽계 유대인 의사 쎌윈 박사, 유대인으로서 독일을 떠나왔으나 끝내 고향을 등질 수 없었던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파울, 미국으로 이주하여 은행가 집안의 집사로 살았던 아델바르트, 학살을 피해 영국 맨체스터에 자리를 잡은 화가 페르버. 제발트 자신으로 보이는 화자는 다큐멘터리 처럼 진실인지 모르는 사진을 배치하며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삶을 추적해간다.
그들은 좌절하고 시대와 불화하고 그리움에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작가는 이 책의 인물들을 모두 실제로 만나봤다고 말했으며 책 속에는 실제로 내용을 뒷받침하는 여러 장의 사진이 수록돼 있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한 작가의 서사는 이민자들의 비애를 생생하게 한다.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그늘과 그 뒤에 주저앉은 사람들의 잔상에 가슴이 먹먹하다.

‘1914년 여름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베른의 등산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의 유골이 칠십이년 만에 오버아르 빙하에서 발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사자(者)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뒤에도 얼음에서 빠져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정이 박힌 신발 한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헨리 쎌윈박사 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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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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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의 저자가 13년간의 고증, 20년만에 집필했다는 명성에 걸맞게 그때그시절로 들어가 있는듯 현장감있고 흥미진진한 책이다.
5년전 로마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1권에서는 마리우스와 술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기까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결혼과 돈, 살인, 모사를 일삼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술라가 살인자고 나쁜 남자지만 웬지 짠하고 맘이 가는데 큰일날 소린가 싶다;;;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이라는행군에서 순수한 행복을 느낀 순간들은 너무도 적고 드문드문했기에,
술라는 그런 매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종잇조각 위에 구불구불한그림으로만 보이던 글자들이 갑자기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조각들로바뀐 날, 굉장히 자상하고 사려 깊은 한 남자가 그에게 사랑의 행위가얼마나 완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시간, 부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느낀짜릿한 해방감, 그리고 숲에서 발견한 이 들판이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땅임을 깨달은 순간, 이게 전부였다. 모두 합친 전부, 아름다운 것에 감동하거나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때는 없었다‘

이 대목이 너무 맘이 아파서 율릴라도 정신좀 차리고 둘이 행복하게 안정되게 살았음하는 소망인데 술라가 못참고 또 메트로비오스에게 가는걸 보니 참 갈길이 멀고 험난할듯하다.
2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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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12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블루스카이님 롬!에 !역사에 현장 답사 하셨군요 !!
아들 귀욤 ㅋ 귀염 ㅋㅋ

2021년 블루 스카이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가득 담을 福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 /
.*˝ ☆˝*. ..
( + 福 + )

bluebluesky 2021-02-12 10:58   좋아요 1 | URL
ㅋ 5년전이네요 벌써.
언능 코로나가 지나가야 어디라도 갈텐데요;;;
scott님 가족도 건강하고 바라는일 모두 이루어지길요^^

바람돌이 2021-02-13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마의 일인자 읽고 포로로마노 걸으면 마치 책의 내용이 내 앞에서 재현되는 듯한 환상이.... ㅎㅎ 아드님 표정도 포즈도 너무 귀여워요. 5년전이면 지금은 까칠한 사춘기 남학생이 되었으려나요? ㅎㅎ 아 그리고 저 책에서 저는 술라가 너무 매력적이고 안타깝더라구요.

bluebluesky 2021-02-13 06:46   좋아요 0 | URL
이제 6학년 되네요. 막내라 아직은 귀염순둥^^
이 시리즈 다 읽고 좀 장착하고 로마 가면 감회가 남다를거같아요. 저도 좀 찜찜하지만 아직은 술라가 참 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