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팟캐스트에서 황정은 작가가 제발트를 찬양하는 것을 듣고 처음 제발트라는 작가를 알게되었고 이후 배수아 작가가 ‘현기증, 감정들‘을 번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 4권의 소설로 ‘제발디언‘이라 일컫는 추종자들이 생겼고 르몽드지는 ‘제발트의 책을 아직 읽지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라고까지 평했으니 큰 기대를 갖고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고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큰 한숨이 미어져 나왔다. 불모의 역사에 대한 애수누구에게나 각자의 영혼이 돌아가야만 할 집이 있다면, 그곳은 어디인가. 제발트의 <이민자들>은 시대의 상황에 떠밀려 고향을 떠난 네명의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다. 영국에 이주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동유럽계 유대인 의사 쎌윈 박사, 유대인으로서 독일을 떠나왔으나 끝내 고향을 등질 수 없었던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파울, 미국으로 이주하여 은행가 집안의 집사로 살았던 아델바르트, 학살을 피해 영국 맨체스터에 자리를 잡은 화가 페르버. 제발트 자신으로 보이는 화자는 다큐멘터리 처럼 진실인지 모르는 사진을 배치하며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삶을 추적해간다.그들은 좌절하고 시대와 불화하고 그리움에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한다작가는 이 책의 인물들을 모두 실제로 만나봤다고 말했으며 책 속에는 실제로 내용을 뒷받침하는 여러 장의 사진이 수록돼 있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한 작가의 서사는 이민자들의 비애를 생생하게 한다.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그늘과 그 뒤에 주저앉은 사람들의 잔상에 가슴이 먹먹하다.‘1914년 여름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베른의 등산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의 유골이 칠십이년 만에 오버아르 빙하에서 발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사자(者)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뒤에도 얼음에서 빠져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정이 박힌 신발 한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헨리 쎌윈박사 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