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로 분류되지만 에세이 느낌이 물씬.
몇 작품은 제외하고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야구, 재즈, 비틀즈, 클래식이 녹아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기록이 담긴 소설집.

‘사람을 좋아하는건 보험 적용이 안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첫번째 작품 [돌베게에]에서 좋아하지만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의 몸만을 원하는 짝사랑남을 가진 그녀의 말은 사람이 사람에게 빠져듬을 기막히게 비유하고 있다.

하루키 소설에서 밑줄을 치게 되는 경우는 많지않은데 아주 가끔씩 정말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느끼게 되는 구절이 있다.

‘나이 먹으면서 기묘하게 느끼는 게 있다면 내가 나이를 먹었는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내가 어느새 고령자 소리를 듣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 놀라운것은 나와 동년배였던 사람들이 이제 완전히 노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아름답고 발랄했던 여자애들이 지금은 아마 손주가 있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몹시신기할뿐더러 때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내 나이를 떠올리고 서글퍼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는 몇십년이 흘러도 마음은 그대로 인것 같은데 내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변한 모습이 보이고 특히 아이들의 나이 먹음을 문득 알아챈 날은, 이제 내 권역을 벗어났음에 체념하고 한잔 하고 싶어진다.
거기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추가되면 하루키와 달리 난 서글퍼진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4-01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일인칭단수에서 시나가와 원숭이 (이름을 훔치는?) 단편이 제일 좋았는데ㅎㅎ다시읽어보고 싶어지네요^^

bluebluesky 2021-04-01 14:52   좋아요 2 | URL
네 그 작품은 하루키 다른 작품집이랑 결이 비슷한듯요. 환상문학 비스므리?

새파랑 2021-04-01 15:30   좋아요 2 | URL
뭔가 현실적이지 않지만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거 같아요~ (원숭이 고양이 양 등 ㅋ)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를 잃은 남자 (드라이브 마이카),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 (예스터데이), 남겨져 자신을 버린 남자 (독립기관), 여자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남자 (셰에라자드), 여자를 용서하는 남자 (기노), 특별한 여자를 만난 남자 (사랑하는 잠자), 여자를 추억하는 남자 (여자없는 남자들) , 모두 지금 내
여자는 없는 남자들이 서성인다.
와서 한명씩 두드려보라. 하루키는 당신의 다른 시간은 허락하지 않을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3-30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보니 정말 내 여자는 없는 남자들 이야기였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스카이님 덕분에 책 꺼냈습니다 ^^

bluebluesky 2021-03-30 23:18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나왔을때 읽고 몇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자세히 파며 읽어보니 재미외에도 뭔가 있네요^^

scott 2021-03-30 2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몇일전에 ‘사랑하는 잠자‘ 읽었는데 ㅎㅎ 하루키옹은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자신의 책 구절이 ‘스푸트닉 연인‘이 많아요 특히 초반부를 애정하고 계쉼 ^.^

bluebluesky 2021-03-30 23:20   좋아요 2 | URL
잠자는 변신에서 죽었었는데 부활 했다 생각하며 읽으니까 잼있더라구요 ^^
근데 스푸트닉 연인이 뭔지요?
 
루이 랑베르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이 랑베르는 발자크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로 약간 형이상학적이라 쉽지 않았다.
넘나 똑똑한 천재 루이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기 전날 육체적 쾌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해서 미쳐 죽게되는 이야기. 학창시절 ‘시인과 피타고라스‘로 불리던 단짝 친구가 쓴 루이 랑베르의 지성사이다. 이 친구는 발자크 인간희극의 나귀가죽을 쓴 소설가 설정이다.
지적활동이 과하면 에너지가 탈진해서 인간을 광기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건데 극단적이고 이해안가는 부분이 많아 공감이 어려웠다.

앞으로 웬만하면 인간희극 중 ‘철학연구‘는 좀 멀리하고 ‘풍속연구‘ 쪽으로 편독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한 인간의 총력은 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작용해, 그들 자신도 모르게 그들 내부로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가해지는공격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인문학적 명제를 뒷받침하는근거는 많지만, 아무것도 그것을 확실하게 증명하지는 못했다. 놀라우리만큼 번뜩이는 이러한 사고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마리우스 장군의 불행과 자신을 살해할 임무를 맡은 킴브리족에게 그가 한 훈시,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를 잘 읽지않는 편인데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고 몇주전 저자의 강연을 보며 친근감과 호감이 있어 읽게되었다.
책장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자신이 하는일을 너무 사랑하는 , 이렇게 예쁜고 정이 가득 담긴 글을 쓸수있는 저자가 부러웠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어린왕자, 코스모스, 제5도살장, 마션, 그래비티 등등 우주와 관련된 영화나 책 이야기들이 심심치않게 들어있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만만치않음이 드러난다.

[해지는걸는 보러가는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까지의 장이 옆에서 기로톱을 켜고 그가 돌아를 때까기 기다그졌다. 왜 슬픈지 캐묻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는게 마흔세번째인지 마흔네번째인지 추궁하지도 않고, 1943년스프랑의 환율도 물어보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가 슬들재 담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줄 수는 없지만, 지는 것을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저자도 자신 같은 사람들이 좋아서 뭐 먹고 사냐는 질문을 받는 천문학자로 즐겁게 살아가는 것같다.(그런데 저자는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인세 받으시며 연구비 걱정없이 연구하실 수 있을것 같다^^)

예전 내가 대학 들어가던 시절에는 자연계 전체수석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가는 경우가 많았었다.지금은 의대 광풍이지만 그래도 물리와 천문학 매니아들은 의대점수를 버리고 전공을 선택하는것 같다. 왜냐 즐기기 때문.
저자의 책 전반에 즐김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주고받는 이메일 마지막 인사는 enjoy!
저자의 다음 저작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렐 차페크는 로봇이란 말을 처음으로 작품에 사용한 작가라고만 알고있었고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로쟈샘 강의에서 동유럽 작가들을 다루면서 이 작품을 읽게되었다.[사실 로봇이란 말은 rur을 공동 집필한 형이 만든 단어란다 ]
작품 내용이나 구성은 쇼킹 그 자체였다.
sf로 오인될수있으나 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우리앞에 존재하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당시 파시즘적 위험에 저항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반체제 인사라는 이유로 7번이나 노벨상 후보로 올랐지만 결국 수상하지 못했으나 그는 자유 체코슬로바키아의 자랑으로 남아있다.

우연히 안드리아스 스케우제리 (도롱뇽)가 인간처럼 배우고 말할수있고 진주조개를 잡는다는 것을 발견한 반호크 선장이 이들을 인간 문명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이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이용당하다가 결국은 엄청난 번식력과 학습 능력으로 인간과 대적하게 된다.
여기서 근대화 과정에서 흑인을 노예화하던 모습이 상기되기도 한다.

줄거리만 보면 섬뜩하지만 읽는 내내 풍자와 해학이 넘쳐 낄낄거릴수밖에 없었다. 기가막히고 황당무계한 상황 (성교없이 분위기만 잡아도 막 잉태하고 진주조개를 주면서 나이프를 달라고 외치며 협상시 사람을 변호사로 쓰는 등)이 설득력있고 개연성이 넘쳐 어리석은 인간들의 선택과 무서운 결과에 대해 기묘한 희망이 남고 작품 전체에 관통하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믿음 또한 느낄수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3-23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완전 제 취향일듯한데요. 우와!! 이런 책이... 역시 서재지인분들 글에서 보물을 발견합니다. 오늘도 득템!!! 감사합니다. ^^

bluebluesky 2021-03-23 05:12   좋아요 0 | URL
ㅋ 일단 재미있어요.
세상에 좋은 몰랐던 책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저도 서재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