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분류되지만 에세이 느낌이 물씬.몇 작품은 제외하고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야구, 재즈, 비틀즈, 클래식이 녹아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기록이 담긴 소설집.‘사람을 좋아하는건 보험 적용이 안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첫번째 작품 [돌베게에]에서 좋아하지만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의 몸만을 원하는 짝사랑남을 가진 그녀의 말은 사람이 사람에게 빠져듬을 기막히게 비유하고 있다. 하루키 소설에서 밑줄을 치게 되는 경우는 많지않은데 아주 가끔씩 정말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느끼게 되는 구절이 있다. ‘나이 먹으면서 기묘하게 느끼는 게 있다면 내가 나이를 먹었는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내가 어느새 고령자 소리를 듣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 놀라운것은 나와 동년배였던 사람들이 이제 완전히 노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아름답고 발랄했던 여자애들이 지금은 아마 손주가 있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몹시신기할뿐더러 때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내 나이를 떠올리고 서글퍼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나는 몇십년이 흘러도 마음은 그대로 인것 같은데 내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변한 모습이 보이고 특히 아이들의 나이 먹음을 문득 알아챈 날은, 이제 내 권역을 벗어났음에 체념하고 한잔 하고 싶어진다. 거기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추가되면 하루키와 달리 난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