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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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헬조선'에 딱 맞는 소설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은 소설이다. 신랄하지만 애정이 없고 통찰력 있지만 깊이가 없다. 기자 출신 작가라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한국이 싫어서]는 논리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매력이지만 반대로 무미 건조하고 평이한 문장은 독자의 미적 상상력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거기다가 공대 출신이라니......

 

하지만 작가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은 날카롭고 정확하다. 항상 만나면 시어머니 욕을 해대는 친구 은혜나 IT회사에 다니면서 컴맹인 것을 들통날까봐 전전 긍긍하는 친구 미연과 같이 본인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환경을 변화 시키려는 시도는 해보지도 않는 그들의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에 안주하는 모습은 현재 한국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또한 작가가 제시하는 자산성 행복과 현금 흐름성 행복의 상쇄적 개념은 한국 사회의 유용한 분석 도구로 생각 된다. 자산성 행복은 학벌, 직업과 같이 개인에게 금욕과 희생을 요구하는 유보된 행복으로 일단 목표가 달성되면 성취한 기억으로 조금씩 오랫동안 느껴지는 행복이며 현금흐름성 행복은 말 그대로 순간 순간을 즐기는 행복이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현금흐름성 행복을 쾌락이나 게으름으로 금기시하고 자산성 행복을 노력과 끈기의 결실로 신성화 해왔지만 작가가 보기에 한국사회, 아니 '헬조선'의 근본적인 잘못은 바로 현금 흐름성 행복의 부족에서 온다는 것이다. 자산성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부질없이 좇거나, 설사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성취 기억만으로 행복을 연명하기 위해 현금흐름성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다.

 

생각 해 보자. 고등학교 3년 안자고 안놀고 공부해서 간신히 서울 4년제 대학가면 또 취업하기 위해 4년 - 군대까지 더하면 6년 - 죽어라 공부해서 대기업 들어가고, 또 애들 뒷바라지 하려고 자존심 던지고 아둥바둥 일하다 50살도 안되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우린 도데체 언제 행복해 진단 말인가? 자산성 행복의 함정은 끝이 없고 만족이 없다는 것이다.

 

신문 인터뷰를 보니 작가는 직설적이고 솔직하면서 자존감이 강해 보였다. 와이프한테 딱 2년 정도 전업 작가를 해보고 안되면 다시 기자로 돌아 오겠다는 조건으로 소설을 하루에 8시간 이상 쓰기 시작했고 생계를 위해서 각종 공모전에 음모했다는 고백은 당당하다 못해 뻔뻔해(?) 보일 정도였다. 이런 솔직함과 당당함이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름도 알렸고 먹고 살기에 좀 여유를 가진 것 같으니 이제는 명성에 어울리는 깊이와 애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의 바램대로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길] - [카탈로니아 찬가] 역시 최고다!!!!!! - 과 같은 인간과 사회의 객관적인 관찰, 통찰과 동시에 뜨거운 애정과 비판이 묻어나는 르뽀 문학을 조만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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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2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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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사실이나 주장같은 것은 없었다.

 

일단 사도세자 죽음의 원인은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이코 패스 영조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도세자의 광증은 영조한테 받은 무시와 멸시, 그리고 공포로 인해 무너져 버린 멘탈의 결과이자 증상 일 뿐이다. 그리고 사도세자가 영조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무서위 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영조가 아무리 권력에 미친 왕이라 하여도 정치적 이유때문에 아들을 죽일 정도로 괴물은 아니었던 것 같고 자신의 알량한 목숨에 위협이 된다고 느겼기 때문에 아들을 뒤주에 담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끝까지 밝혀 내지 못한 것은 왜 하필이면 '뒤주' 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엽기적인 극형의 방식인 데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졌으나 이 책에서도 영조가 '뒤주' 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진짜 광인은 사도제사가 아닌 영조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놓고 굶겨 죽였다는 이야기는 그 어떤 왕조에서도 들어 본적 없는 광기의 명확한 증거이다.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출신 배경 - 어미 숙빈 최씨가 후궁도 궁녀도 아닌 궁녀의 종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이라 한다 - 의 태생적 약점과 이복 형님 경종의 후계자였으나 끝까지 경종의 독살설의 배후로 의심받아 이인좌의 난이라는 정치적 난관이 영조의 성격적 결함을 가져온 원인은 될 지 언정 아들 사도를 죽인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당쟁 희생설은 사도 세자의 엽기적인 죽음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가설일 수 는 있겠지만 개연성은 떨어져 보인다. 죄없는 내관이나 나인들을 잔인하게 죽일 정도로 심한 광증에 시달리고, 공부보다는 사냥이나 여자를 좋하했던 군왕이 되기에는 품성과 자질이 부족했던 사도세자가 노론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소론에 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은 무리한 추론이며 실제로 영조의 꼭두각시나 다름 없었던 대리청정 시절에 사도가 정치적으로 무엇 하나 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당쟁 희생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자신만이 옳다는 고집불통에 반대편의 충고나 비판은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영조같은 지도자는 지금 시절에는 국가적 재앙이다. 그래도 영조는 치명적인 성격적 결함은 있었지만 좋은 머리와 박학한 지식, 그리고 동물적인 정치적 감각은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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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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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작가에게 미안하다. [웃는 동안]에 담긴 단편은 모두 훌륭하다. 작가의 말에서 "고맙다. 내 문장이 그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해 미안하다" 할 정도로 자신이 만들어내 소설속 인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삶에 대한 겸손함,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짐에 부족함이 없는 단편들이다. 작가는 말했다. 분명히 '그들' 이라고... '그들'은 곧 '우리'다. 바로 사람들...  

 

하지만 난 여기에 더 붙일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 작가가 정성들여 쓴 단편소설 한편, 한편에 나의 느낌과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일 지언데 그러기엔 지금 나의 몸 상태가 최악이다. 물론 몸 상태가 좋다고 해서 딱히 글의 수준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게 나의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읽어 보고 내 생각을 다듬어 글로 쓰고 싶은 훌륭한 단편들이다. 다시 읽어 본다고 해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다시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옳았다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건 소설속의 사람들은 뭔가를 훔친다. 소매치기에 도둑질, 그리고 사소한 동화책, 망포, 그리고 담요을 훔친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꼭 내 느낌을 담고 싶은 소중한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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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 - 중국 여인들의 죽음 외 8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
대실 해밋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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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현대문학에서 출간 된 세계문학 단편선 한 편을 읽었다. 대실 해밋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끌린 것도 있지만 사실 전집 순서대로 읽다 보니 4번째 단편선 [대실 해밋]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드 보일드라고 하기에는 좀 김이 빠지고 탐정 소설로 보자니 좀 허술해 보인다. 단지 이 소설대로라면 1920~30년대 미국은 법이 존재하지 않는 무법 천지로 사람들이 참 살기 힘들었겠구나 하는 난데없는 뜨악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나의 상상력 부족일 것이다. 누구는 -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B급 정서의 초 A급 거장 - 원초적이고 마초적인 소재로 그럴싸한 영화 한편을 만들고도 이야기 거리가 남아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과 같은 영화들이 [대실 해밋]에 담겨 있는 단편들과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깊이는 잘 모르겠다. 난 '헤모글로빈의 시인'과는 별로 친해 본적이 없어서 더 이상 깊이 들어 가는 것은 무리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두 번째로 수록된 '불탄 얼굴'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 제일 기억에 남는 단편이지만 자세히 밝히는 것은 스포일러이므로 더 이상 설명은 삼가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나는 팻을 좋아한다. 그는 믿음직한 남자이다. 사진 뭉치에서 본 여섯번째 사진은 그의 아내를 찍은 것이었다. 눈빛이 느껍고 무모한, 커피 수입업자의 딸.

 

                                                                                                                                           [불탄 얼굴]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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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영토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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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를 흥분(?) 있게 읽은 기억이 남아 [지도와 영토]에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결과는 돌연 착해지고 순해져버린 악동의 모습에 뜨악함과 실망, 그리고 심하게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일단 나는 지도나 사진, 회화 같은 예술 분야에는 관심이 없고 당연히 문외한이다. 주인공 제드의 미슐랭 - 내가 아는 고스터 바스터의 진빵(?) 귀신을 닮은 캐릭터로 유명한 미쉐린 타이어 회사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 지도를 영감으로 제작한 예술품에대한 장황한 설명은 전율은 커녕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쓸데없이 만지작 거리게 만들 정도로 지루했다. '직업 시리즈' 회화를 소재로 자본주의의 노동과 자본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적 풍자는 깊은 호흡을 만들지 못하고 잠깐 동안의 자극제나 각성제와 같은 단기적 기능에 머물고 있다.

 

다음 작가 미셸 우엘백의 등장과 죽음은 뜬금 없고 짜증까지 유발한다. 나는 왜 작가 자신이 소설에 등장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소설의 이야기 구성 - 플롯이라고 해야 하나? - 에서도 우엘백과 제드의 만남과 대화는 필연적인 연관성이 결여된 잘못된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엘백의 피살을 파헤치는 자슬랭 경정의 활약이 두드러진 3부에서는 촘촘하게 짜여진 단단한 이야기 구조와 빠른 호흡으로 진장감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문장력 - 물론 번역가의 실력도 한몫 했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 우로 이 소설을 포기하기 직전의 나를 다시 소설로 돌려 세웠지만 어이업세 밝혀진 사이코 패스 성형외과 의사 아돌프 프티스가 범인이라는 결론은 허무하다 못해 무책임하기 까지 했다. 물론 이 소설이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 소설이 아니므로 별거 나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결론은 작가로서의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추가로 이 소설은 너무나 프랑스적이기 때문에 지루 했다. 이는 전적으로 내 지식의 한계와 편협성 때문이지만 나는 프랑스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인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프랑스 지명이나 인물, 그리고 특히 요리에서는 나의 독서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었을 뿐이다. 물론 우엘백이라는 작가가 자신의 박학 다식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카메라 작동법이나 기능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나를 크로키 상태로 몰아 갔다.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인지 [지도와 영토]가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하는 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농담이 틀린 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 했을 뿐이다. 내가 우엘백에게 기대한 것은 [지도와 영토]와 같이 평범한 시대 비평이나 나이 들어 사회에 순응하는 유순함이 아닌 파격, 파괴, 일탈을 통한 인간 세상과 기성세대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다. 하지만 이 번에는 타겟을 벗어났다. 그것도 한참이나....

 

오늘부터 나의 작가 이별 리스트에 한 사람이 또 추가 되었음에 내 서재는 숨쉴 틈이 생겼지만 내 마음은 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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