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변 세계문학의 숲 1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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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양윤옥 -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한 도회인, 서재인, 그리고 예살 지상주의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물론 일본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간결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그의 문체에서 어렵지 않게 작가 아쿠타가와 류이치의 엘티트적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소설속의 단편중에 내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나한테는 큰 거 한방을 믿고 9회까지 보다가 허무하게 완봉패로 끝나버린 홈경기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 실격}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진정어린 성찰과 고통의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염세주의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P.S. 근대 일본의 위대한 작가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하지만 그 원인이 궁금하기 보다는 이런 극단적 고통과 슬픔을 예술적인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나라면 술이나 펐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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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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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은 간단하다.

 

밀란 쿤데라 전집 중에서 가장 짧지만 ('느림'하고 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가장 지루하다. 남자들이 더 이상 자기를 봐주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는 아줌마 - 샹탈 - 나 여자 친구를 의심한다고 가짜 연애편지나 보내고 질투하는 아저씨 - 장마르크 - 의 모습에서 철학이나 인생의 깊이를 찾기는 어렵지 않나 쉽다.

 

오히려 샹탈이 아들의 부재로 인한 상실의 고통을 털어내면서 행복해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순과 자신을 배신한 친구의 죽음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장마르크의 권태와 망각을 더 깊이 다뤄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나에게 이 작품은 밀란 쿤데라 전집에서 빠지는 게 전체 전집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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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7
에릭 라이너트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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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저자 에릭 라이트너의 대답은 명확하다. 현재의 부자 나라는 농업이나 원자재 위주의 산업구조를 제조업 위주로 변경함으로써 부를 축적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국들은 자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질 때 까지는 수입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정책을 유지해야만 했다. 자유 무역주의는 자국의 제조업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 한 후에야 제 2, 3세계의 시장 진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므로 수입 대체산업으로 자국의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은 모든 부국들이 거쳐간 단계로, 지금은 후발 경제 개발 국가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그 길을 따라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조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의하면 불완전 경쟁, 수확체증 기술 혁신, ‘의 법칙에 의한 제조업의 생산성을 완전 경쟁’, ‘수확체감의 한계를 가진 농업이나 원자재 산업은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의 장점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 단위당 생산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로 농업이나 원자재 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초과 이윤 (=)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조업은 노동자에게는 실질임금의 증가와 국가에게는 조세수입의 증가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농업이나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은 멜서스적인 빈곤과 자연 수탈의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조업 (물론 서비스업도 포함해서)을 중시하는 이론적 배경은 오로지 자본이나 교환의 관점에서 무차별적인 노동가치설과 수학적 엄밀성만을 적용하는 신자유주의 또는 신고전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추기 경제학의 생산 위주의 관점에서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지식, 창의성, 기술을 국가간 차별적인 경제 개발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가난한 국가는 왜 여전히 가난한 것일까? 이 질문에도 답은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제조업의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국가들이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호 무역주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식민주의 시대부터 이들에게는 원자재 공급의 역할 만 허용되었고 지금도 국가와 산업들간의 질적 차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라는 잣대로 무역 자유화를 강요 받고 있어 가난한 국가들은 1차 산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부국들은 자국의 농민들의 뒤떨어지는 생산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제3세계의 농산물 수출가격마저 폭락시키는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가난한 나라를 원조금으로 달래고 생색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현재의 원조 중심의 빈국 지원 정책을 복지 식민주의 임시 변통 경제학스칸디나비아 식 오류라고 비판하며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징후에 대한 통증 완화의 소극적인 치료 방법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질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핵심적 주장은 워싱턴 컨센선스 무역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시장 근본주의 가 바로 부자 국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유지 또는 증가하기 위해서 가난한 국가를 계속해서 가난하게 만드는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비판 대상은 부국들의 과거를 모방하려는 저개발 국가들의 노력을 신자유주의 이론으로 방해하는 선진국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한정 돼 있을 뿐 저개발 국가들이 제조업 중심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위주의, 독재, 관료 부패, 소득의 양극화 등의 부작용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첫째, 저자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저자가 생산을 중시하는 이유와 빈국에 대한 원조에

과도하게 비판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은 부국들의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와 빈국의 부패한 관료들을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저자는 원조 자체가 빈국들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의존성 만을 키운다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끝까지 고수한다.

 

둘째, 저자는 1차 산업 중심의 가난한 국가가 2차 산업 (제조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활동의 의존성’ ‘연고주의’ ‘지대추구’ (관세와 특허권), ‘민족주의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 모형이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이 책에서 한국이 언급되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지구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원인을 역사적 통찰력과 방대한 경제 사상에 대한 지식으로 풀어 보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앞으론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 볼 차례다. 보다 미시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하는 장 지글러의 글들도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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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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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사고마저 조종하는 교묘한 서술 기법

모호한 암시와 치명적 복선 뒤에 숨겨진 충격적 반전

 

이 카피에서 난 모호한 암시 만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모호한 암시는 처음에는 지루한 느낌이지만 계속해서 극의 흐름을 이어주는 문학적 표현으로 역설적으로 이 소설의 긴장과 몰입을 이어주는 작가의 뛰어난 글 솜씨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난 이 소설에서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가정교사와 플로라와 마일스 남매 궁극적으로는 전 가정교사인 제슬과 백부의 몸종이었던 피터 퀸트라는 유령의 악의 사주를 받는 사이의 설명되지 않으나 섬세하게 보여지는 서로에 대한 심리적 갈등과 일종의 진실게임은 그럴 듯한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긴장을 유지하는 극적 장치로 제 몫을 다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는 2시간 정도의 분량을 기대했으나 1시간 30분만에 영화가 급하게 막이 내리는 허무함과 실망감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속도를 무척이나 중요시 하는 나로서 이 책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반대로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20세기 초반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황스러운 군더더기 설명과 피와 비명과 같은 공포 클리세에 의존하지 않고 적시 적소의 간결한 대사와 시각적 묘사만으로 높은 수준의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작가 헨리 제임스의 역량에 찬사를 보내며 끝으로 이 소설을 영화화 것이 있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하면 이 소설은 예전에 TV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니콜 키드만의 [디 아더스]를 연상 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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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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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회사를 옮기고 정신이 없어서 책장을 넘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 번 주말에 축구 보고 실컷 자고 일어나니 오랜만에 머리가 개운해 져서 방 구석에 처박혀 있던 [축의 시대]를 꺼내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였는지... 행복했다.

 

먼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이 걸 언제 다 읽나였는 데 막상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무거운 주제에 이 정도 속도감이라니……”라는 감탄과 놀라움 이였다.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에 대한 인문학적 비평이다. 국가별로 살펴보자면 그리스에서는 제우스, 아폴론으로 대표되는 신화의 세계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세계가 완성되고 있었고, 중국은 공자, 묵자, 노자, 장자의 윤리적/정치적 성찰의 시대였으며 이스라엘이 유일신 창조자 야훼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의 예언과 율법의 시대였다면 인도는 우파니샤드, 자이나교, 싯타르타 (붓다)등으로 대표되는 인간 내부의 깨달음에 다다르고자 하는 고행의 시대였다. 이를 종교로 분류해 보자면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흰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대교, 그리고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인류사의 철학적, 종교적 유산의 탄생은 모두 다르지만 축의 시대의 종교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자기 중심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둘째, 종교는 곧 황금률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은 법이다.

 

셋째, 종교는 사람들이 초월해야 할 대상 탐욕, 자기 중심주의, 증오, 폭력 등등 에 집중했다.

 

넷째, 종교적 가르침은 행동 강령이다. 믿음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 물론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는 예외일 수 있지만 유대교가 율법의 종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자비가 제일 중요하다. 자비는 타자에 대한 관심임 동시에 존중이며 배려이다.

 

그럼 저자가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현대의 종교들이 축의 시대의 종교가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실천적 행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편협한 자기 중심적 종교주의의 배타성으로 인한 인류의 피해는 정도를 벗어나고 한 참 벗어 났다는 게 종교 비평가인 저자의 정확한 진단이며 이런 동기로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이 책을 한번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 책은 서재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사전이나 백과사전으로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오랜만에 읽어보는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풍부하고,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간 비범한 책이다. 올 여름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문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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