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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ㅣ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독자의 사고마저 조종하는 교묘한 서술 기법”
“모호한 암시와 치명적 복선 뒤에 숨겨진 충격적 반전”
이 카피에서 난 “모호한 암시” 만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모호한 암시는 처음에는 지루한 느낌이지만 계속해서 극의 흐름을 이어주는 문학적 표현으로 역설적으로 이 소설의 긴장과 몰입을 이어주는 작가의 뛰어난 글 솜씨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난 이 소설에서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가정교사와 플로라와 마일스 남매 – 궁극적으로는 전 가정교사인 제슬과 백부의 몸종이었던 피터 퀸트라는 유령의 악의 사주를 받는 – 사이의 설명되지 않으나 섬세하게 보여지는 서로에 대한 심리적 갈등과 일종의 진실게임은 그럴 듯한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긴장을 유지하는 극적 장치로 제 몫을 다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는 2시간 정도의 분량을 기대했으나 1시간 30분만에 영화가 급하게 막이 내리는 허무함과 실망감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속도를 무척이나 중요시 하는 나로서 이 책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반대로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20세기 초반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황스러운 군더더기 설명과 피와 비명과 같은 공포 클리세에 의존하지 않고 적시 적소의 간결한 대사와 시각적 묘사만으로 높은 수준의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작가 헨리 제임스의 역량에 찬사를 보내며 끝으로 이 소설을 영화화 것이 있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하면 이 소설은 예전에 TV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니콜 키드만의 [디 아더스]를 연상 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