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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평점 :
저자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노골적으로 여론 조작이 질서 정연한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 (P65) 고 '선전' 한다.
“선량하고 합리적인” 엘리트가 우둔한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여론 조작 – 조작(造作) 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울 수는 없지만 – 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의 관점은 현재 한국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이 포퓰리즘이라는 미명하에 진보적 정치인들을 매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념적 편향성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못한 것으로 (Politically incorrect) 비판 받을 지 언정 “선전” 의 대중적/상업적 영향력과 “여론 조작” 의 정치적/사회적 분석은 이 책을 소장용이나 참고서로 오래 동안 서재에 꽂아 두고 싶은 충분한 동기가 될 듯싶다. 아래와 같은 그의 관점에 이념적 또는 정치적으로는 반감이 들 수 있겠지만 그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탁월한 지식에 근거한 선전의 현실적 필요성과 효율성에 대한 해석에는 애석하게도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위적인 것을 현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달성하려면 선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전은 보이지 않는 정부의 실행 부대다.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오히려 대중을 거수기로 만들어 버렸다.” P78
“선전 활용의 책무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머지 대중을 생각을 유도한다.” P92
하지만 그는 가끔 너무 오른쪽으로 달린 나머지 파시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의 훌륭한 이론적 도구로 쓰여질 소지를 제공한다. 광란의 폭력과 피의 학살로 얼룩 졌던 2차 세계 대전에서 침묵했던 전쟁 발발 국가들의 국민들을 단순히 비인간적이거나 비겁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이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해석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그들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이면서도 그들 전체주의 정부의 ‘민족’ 과 ‘애국심’ 이라는 선전에 쉽게 동요되어 적극적으로 자국의 비인간적 학살에 협조 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선전의 무서운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 ‘민심은 천심이다’ 는 국민들 눈치나 보는 짓이다. 지도자는 때로는 전사, 때로는 독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P173
“민주주의가 꽃피려면, 그 운영을 대중을 통치하고 지도하는 법을 잘 아는 소수 지식인에게 맡겨야 한다.” p196
그는 여론 조작이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역사는 여론 조작이 전체주의의 시녀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뜻에 따른 다거나 국민들의 동의가 있다면 이라는 상투적이지만 그럴듯한 전제를 걸면서 자신의 정치 행로를 저울질 하는 기회주의적 정치가들의 입바른 말에는 속지 말기로 하자. 지도자가 국민들의 뜻 – 개인 또는 집단간의 이익이나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을 100% 따른 다는 것이 곧 국민들의 행복과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 주는 것이 오히려 자식을 망칠 수 있음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선전=프로파간다’ 는 정치적으로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대중은 선전이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 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 알지 못한 척 한다. 물론 상업적으로 – 홍보/광고 등등 – 이용되는 선전도 위험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에 비교하자면 귀엽고 참신해 보이기 까지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참고: 이 책은 9장부터는 지루한 동어 반복에 불과해 보인다. 처음에는 도발적인 명제들에 매료 됐지만 뒤로 갈수록 광고쟁이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좀 실망스러웠고 앞에 벌려 놓은 일을 마무리도 하기 전에 막이 내린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