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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환자들 -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김서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김서영에 의하면 정신 분석학의 키워드는 ‘인정’ 에서 시작된다. 의식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의 진실이 남아 있으며 문제를 억지로 거부하면 몸이 말하기 시작한다고 하는 데, 이러한 몸의 반응이 곧 ‘증상’ 이다. 증상은 때로는 신경증, 강박증과 같이 심각한 정신 질병으로도 나타나지만 때로는 불면증, 틱 장애, 건망증, 또는 가벼운 육체적 통증으로 발현된다. 그러므로 정신 분석학은 무의식의 세계를 인정하고 문제를 직접 대면 – 주로 대화, 언어 입니다. – 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을 치유하고 근본적으로는 병인을 밝혀 내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자존감이나 자기애의 척도로 애지 중지 했던 ‘자아’ 의 개념에 한번쯤은 혼란과 의심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학문적 적자라고 할 수 있는 자크 라캉은 자아의 공간을 ‘상상계’ 로 지칭 하면서 자아는 일종의 허구적 이미지에 불과 한, 상대방이 알았으면 하는 나의 모습일 뿐, 진정한 나의 모습은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어와 법 – 규칙과 질서 – 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인 ‘상징계’ 는 자아라는 이미지가 거세 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해석 하자면 어머니와의 2자 관계에서 아버지라는 방해꾼이 들어오는 3자 관계, 곧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 한다. 라캉의 ‘실재계’ 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해석이 불가능한 세계로 프로이트의 죽음 충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파악 된다. 다시 요약 하자면 정신 분석학에서 ‘자아’는 ~인 척하기, 가면쓰기와 같은 개념으로 진정한 ‘나’의 감정과 의식은 의도적으로 억압되고 숨겨지지만 무의식 속에 저장/기억 되어 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 말 실수, 농담 등으로 표현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쪼잔 해 보이지 않으려고 맨날 얻어 먹기만 하는 친구의 저녁 약속을 거절하지 못했지만 내 본 마음이 꿈이나 아니면 예기치 않은 말 실수, 또는 의도하지 않은 농담에서 내비쳐질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무의식의 진실은 직설적이지 않고 왜곡되거나 비틀어진 방식으로 비유/상징 되기 때문에 정신 분석학이라는 해석의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한 순간일지 언정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자신이 실제로 우리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에게 보이는 나도 중요하지만 실제의 나와 그 괴리가 클 경우에 프로이트의 해석처럼 언젠가는 우리 몸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 분석학의 해석이 모두 그럴 듯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서 거론 되는 여러 사례들의 해석 중에는 좀 무리이다 싶은 것도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정신 분석학은 ‘햄릿’이나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과 같은 문학적/예술적 비평에는 매력적인 해석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병리학적 정신장애를 풀어내기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거세의 공포’ 라는 성적 도깨비 방망이는 좀 왜소해 보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