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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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책은 무조건 읽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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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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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는 솔직히 [파수꾼] 출간에 맞춰 읽게 된 소설입니다. [파수꾼]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지 않고서는 [파수꾼]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하자면 두 권을 모두 읽었는데 제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다 보니 소술에 대한 기억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나는 나이가 부쩍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는 문장과 같이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성상 소설의 형식을 가집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성장 소설은 보통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아이들의 천진 난만한 시선에서 어른들의 세상은 온통 혼란스럽고 복잡하기 그지 없는 이해 불가한 세계 입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을 배우게 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또 다른 형식은 아이들은 이미 동화책과는 딴판인 현실의 정서와 감정을 터득하였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가 아니며 어른들의 모순과 세상의 양면성에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비웃는 적극적 관찰자이자 동시에 참여자 입니다. 전자가 교육적, 비극적, 순응적 이라면 후자는 비판적, 풍자적, 희극적, 그리고 도발적 성격이 강합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당연히 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앵무새 죽이기]를 막상 읽어 보니 불공평하게 학대 받고 차별 받는 흑인을 위해 사회의 잘못된 관념과 편견에 도전하는 백인 변호사의 용기와 신념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포일러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일반 대중이 이 소설하면 떠오르는 연상들이 상당 부분 왜곡되고 과장 되어 있음을 [파수꾼]을 읽어 보면 쉽게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담담하지만 솔직하고, 체제 순응적이지만 불의에 대한 반성과 정의의 의지가 담긴 미국 남부 사회에 대한 보고서이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착한 소설입니다. 바로 이 소설의 최대 장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지적하는 한계는 1960년대 남부 출신 작가가 1930년대 남부 사회를 그리는 소설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세계관적 한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문장, 플롯, 묘사, 인물, 그리고 번역까지 모두 마음에 듭니다. 작가 하퍼리의 완벽성에 존경심이 들 정도이니까요. 

 

 

가치관의 한계의 한 예를 들자면 소설에 등장하는듀보스는 늙고 몸이 아프지만 고집이 세고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강한 할머니입니다. 듀보스 할머니가 백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 당한 흑인을 변호하는 아빠 애티커스 핀치를 검둥이 애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화가 난 셈은 할머니의 정원을 망가뜨려 버립니다. 셈은 할머니에 대한 본노가 전혀 사그러 들지 않았으나 아빠의 지시로 억지로 할머니께 사과 드리고 한달 동안 책을 읽어 드리는 약속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한 달 후 듀보스 할머니의 죽음은 아빠 애티커스의 입을 통해 담담하게 독자에게 전달 되는데 할머니의 죽음의 원인은 극심한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불가피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약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모르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르핀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듀보스 할머니는 고집불통, 인종차별주의자였지만 아빠 애티커스는 할머니의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셈에게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 드리라는 벌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관점에 쉽게 동의 할 수는 없습니다. 듀보스 할머니의 용기는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키고자 필요했던 덕목으로 칭찬 받아 마땅하겠지만 남부 지주의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자로 자신의 잘못된 신념과 용기가 타인의 무고한 희생과 고통의 원인이 된다면 이는 폐기 처분해야 마땅한 악덕에 불과 합니다. 인간은 선악을 모두 소유한 양면적인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실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 내가 핀치 애티커스였다면 내 아이들을 그런 할망구한테는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앵무새 죽이기]의 보편적 가치는 소설 마지막 장의 애티커지 핀치의 대사에서 잘 드러 납니다. 그리고 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반드시 [파수꾼]을 읽으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모두를 이미 읽으셨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하퍼리의 촘촘하고 단단하게 얽힌 인간 세상의 첫 장으로 들어갈 시간 입니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 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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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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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부족하다 느꼈지만 그래도 9•11 이후 미국 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와 집단적 차별에 대한 용기 있는 비판이 인상적 이었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의 작가 모신 하미드의 소설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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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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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레미먼드 카버의 다른 소설들을 경험해 본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겠지만 레이먼드 카버를 처음 읽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이유는 이 단편집은 레이먼드 사후에 발견 된 미발표된 작품들만을 편집한 것으로 단편 뿐만 아니라 서평, 에서이, 서문 등 여러 산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인간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 중 연민과 위로에 큰 공감을 받곤 했다. 물론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진심있고 여운이 남는 정서 말이다.

 

[꿈]이라는 단편에서 이름도 서로 모른채 왕래도 전혀 없었던 이웃집 부부가 아이를 화재로 잃은 메리 라이스를 저녁 초대하는 마지막 장면은 피붙이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고통과 슬픔을 향한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과 공감을 과장되지 않지만 울림있게 표현하고 있다.

 

[방화]에서 닉은 아내 조앤의 친구인 캐렬과 로버트 노리스 부부와의 만남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조앤, 전 남편 빌 데일리와 그들 부부의 좋은관계를 자신이 조앤과 사랑하게 되면서 파과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편안하지만 동시에 불안해 보였던 만남이 갑작스러운 방화로 인해 혼란해지던 그 순간, 조앤이 닉의 질문에 "빌을 생각했어" "있지, 난 때때로 빌을 생각해. 어쩃든 내 첫사랑이었으니까."라는 느닷없는 대답에 닉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고백 받았을 때의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닉은 여전히 조앤을 껴안고 있었고 조앤은 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붙아오르는 집을 계속 지켜 보고 있었다. 점점 서로의 마음에 익숙해 질 것이다. 위태롭지만 인생은 뭐 항상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평타없이 행복하게 보이며 사는 것도 언젠가는 피로하고 지루 해 질 것이다. 가끔은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속마음을 말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음.... 평생 못할 것 같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에서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별거했던  낸시와 댄은 비틀어진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서로 시간을 가지면 좋아지려니 했던 관계는 생각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낸시가 아들 리차드가 있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그 날, 앞뜰에 나타난 백마들은 현실에 지쳐있던 부부들에게 잠시나마 허락된 기적의 순간이었다. 그들은 밤새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눴다. 물론 다음 날 그들은 서로 갈길을 간다. 낸시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댄은 공항에서 낸시를 배웅하고 돌아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애인 수진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는 그들 부부가 같이 워싱턴으로 리처드를 보러 가는 엔딩을 기대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적은 순간뿐이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염치없고 부끄러운 욕심이다. 그래도 만족 못하다면 남녀의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인양 허우적대는 한국 드라마를 볼일 이다. 댄이 낸시를 보내며 "안녕 내사랑, 하느님이 당신과 함께 하시길" 이 우리에게 허락 된 마지막 사랑과 감동의 순간이다.   

 

이 책에 수록 된 다른 에세이 및 서평들은 직접 읽어 보시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단편을 좋아는 이유를 정확하게 지적해준 레이먼드 카버에게 감사하며 작가의 인상적인 몇 문장들을 인용하고 싶다.

 

"나는 단편에 뭔가 일어 날 것 같은 조짐이나 위협의 느낌이 담긴게 좋다" (p170)     

 

"나는 기본적으로 좋은 작가라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이해받는 걸 글쓰기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내 가정이 옳다고 생각한다" (p333)

 

"나는 종종 단편이 보여주는 재빠른 도약을, 종종 첫 문장부터 시작되는 흥분을, 최상급 단편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감정을 사랑한다." (p339)

 

"단편 소설은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p366)

 

"시작하고, 끝내라. 어슬렁거리지 마라."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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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러니언 -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5
데이먼 러니언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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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도 않했고 단지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0권을 언젠가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코 순서대로 집었던 책이었는데, 데이먼 러니언 단편은 정말 유쾌하고 또 유쾌했다.

 

물론 가슴속 깊이 감동을 주거나 세상이나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뭐 그런 뜨거운 정서를 일으키는 책은 아니었지만 번뜩이는 유머와 따뜻한 애정이 넘치는 만족스러운 멋진 단편들이었다. 특히 모든 단편들에서 줄기차게 반복되는 주인공이 성질이 더러운(?) 폭력배 갱들과 원치 않게 사건 사고에 얽히게 되는 해프닝 중심의 지루하고 단조로운 플롯의 약점을 "잔인하면서 인정많고, 이기적이면서 순정파고, 교활하면서 어수룩한" 인물들이 부족함없이 메꿔주면서 이야기의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대실 해밋 단편들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1920~1930년대 금주법 시대의 미국은 한편으로는 폭력, 범죄, 그리고 대공황으로 얼룩진 암흑의 시대였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춤과 재즈, 그리고 사람들간의 유머와 인간미가 넘쳤던 낭만의 시대이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실제로 그 거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삶이 고달프고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나도 민디네 레스토량에서 굴라시를 먹거나 굿타임 찰리의 무허가 선술집에서 달걀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곳에서 살아서 나오는 게 문제 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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