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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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레미먼드 카버의 다른 소설들을 경험해 본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겠지만 레이먼드 카버를 처음 읽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이유는 이 단편집은 레이먼드 사후에 발견 된 미발표된 작품들만을 편집한 것으로 단편 뿐만 아니라 서평, 에서이, 서문 등 여러 산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인간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 중 연민과 위로에 큰 공감을 받곤 했다. 물론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진심있고 여운이 남는 정서 말이다.

 

[꿈]이라는 단편에서 이름도 서로 모른채 왕래도 전혀 없었던 이웃집 부부가 아이를 화재로 잃은 메리 라이스를 저녁 초대하는 마지막 장면은 피붙이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고통과 슬픔을 향한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과 공감을 과장되지 않지만 울림있게 표현하고 있다.

 

[방화]에서 닉은 아내 조앤의 친구인 캐렬과 로버트 노리스 부부와의 만남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조앤, 전 남편 빌 데일리와 그들 부부의 좋은관계를 자신이 조앤과 사랑하게 되면서 파과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편안하지만 동시에 불안해 보였던 만남이 갑작스러운 방화로 인해 혼란해지던 그 순간, 조앤이 닉의 질문에 "빌을 생각했어" "있지, 난 때때로 빌을 생각해. 어쩃든 내 첫사랑이었으니까."라는 느닷없는 대답에 닉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고백 받았을 때의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닉은 여전히 조앤을 껴안고 있었고 조앤은 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붙아오르는 집을 계속 지켜 보고 있었다. 점점 서로의 마음에 익숙해 질 것이다. 위태롭지만 인생은 뭐 항상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평타없이 행복하게 보이며 사는 것도 언젠가는 피로하고 지루 해 질 것이다. 가끔은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속마음을 말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음.... 평생 못할 것 같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에서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별거했던  낸시와 댄은 비틀어진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서로 시간을 가지면 좋아지려니 했던 관계는 생각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낸시가 아들 리차드가 있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그 날, 앞뜰에 나타난 백마들은 현실에 지쳐있던 부부들에게 잠시나마 허락된 기적의 순간이었다. 그들은 밤새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눴다. 물론 다음 날 그들은 서로 갈길을 간다. 낸시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댄은 공항에서 낸시를 배웅하고 돌아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애인 수진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는 그들 부부가 같이 워싱턴으로 리처드를 보러 가는 엔딩을 기대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적은 순간뿐이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염치없고 부끄러운 욕심이다. 그래도 만족 못하다면 남녀의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인양 허우적대는 한국 드라마를 볼일 이다. 댄이 낸시를 보내며 "안녕 내사랑, 하느님이 당신과 함께 하시길" 이 우리에게 허락 된 마지막 사랑과 감동의 순간이다.   

 

이 책에 수록 된 다른 에세이 및 서평들은 직접 읽어 보시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단편을 좋아는 이유를 정확하게 지적해준 레이먼드 카버에게 감사하며 작가의 인상적인 몇 문장들을 인용하고 싶다.

 

"나는 단편에 뭔가 일어 날 것 같은 조짐이나 위협의 느낌이 담긴게 좋다" (p170)     

 

"나는 기본적으로 좋은 작가라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이해받는 걸 글쓰기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내 가정이 옳다고 생각한다" (p333)

 

"나는 종종 단편이 보여주는 재빠른 도약을, 종종 첫 문장부터 시작되는 흥분을, 최상급 단편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감정을 사랑한다." (p339)

 

"단편 소설은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p366)

 

"시작하고, 끝내라. 어슬렁거리지 마라."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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