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여우 누이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10
강숙인 지음, 소연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이 되고 싶어라 하는 꼬리가 아홉개나 달린 구미호’에 대한 전설은 두려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단군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동물을 그저 동물로만 보질 않고, 수련과 인내의 시간을 거치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생물체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말해 준다. 이것은 달리 해석하면 동물이 잠재적인 사람이라는 전제로 그 의미가 확장될 수 있으며, 그러한 무의식속의 정서는 가축인 소나 개를 가족처럼 대하는 풍습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내 어린 시절, 가난한 나뭇꾼에게 시집온 도저히 이세상사람 같지 않은(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어여쁜 각시가 10년을 하루 남겨둔 어느날(10년이 되어야 완전한 인간이 됨),  눈내리고 바람부는 긴 긴 겨울밤에 나뭇꾼의 ’천년묵은 여우를 봤었다’는 고백을 함으로써 결국 인간이 될 수 없었던 동화가 생각이 난다. 괴로운 울음과 비명을 토해내며 나뭇꾼을 죽이려고 달려들던 여우는 차마 들었던 정때문에 차마 나뭇꾼을 죽이지 못한 채 한스러운 여우울음만을 남기면서 깊은 숲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을 꽤 가슴아파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은 ’어여쁜 여우 각시’도 아니고 ’어여쁜 여우 누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내가 먼저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어여쁜 여우누이’에 대한 전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변주되어 회자되는 전설이라는 것은 참 흥미로운 분야다.

 

2008년 여름밤에 모 방송에서 납량특집으로 어김없이 여우와 관련된 전설의 고향 시리즈가 방영이 되었었다.  이 동화의 스토리는 불꺼진 거실에서 가슴을 조여가며 딸아이와 함께 숨죽이며 봤던 바로 그 방송 ’구미호’의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이다 보니 복수와 애증을 표현해내는 방법이 순화되어 있고, 아이들을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점이 다를 뿐.

 

여우에 전설과 세개의 구슬이 묘술을 부리는 전설을 적절하게 버무려낸 작가의 글솜씨가 정겹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작가는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먼저 자신이 듣고 싶어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한다. ’어여쁜 여우누이’는 이미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여우까지도 어여쁘게 품어내는 오빠 솔메의 마음이, 바로 작가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자 작가 본인이 듣고 싶었던 옛 전설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고, 심지어는 왕따까지도 서슴없이 하는 작금의 메마른 동심의 세상에 부모형제를 죽인 여우의 한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가엾히 여길 줄 아는 솔메의 마음은 크고 따스한 돌부처의 뜻을 퍼뜨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권선징악이라든가, 여우의 이미지에 묻어가는 흥미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자기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깨닫게 해주는 재해석된 전래동화로서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만한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City Book, The Cities of Ballpark : New York, Boston, Chicago, Atlanta, Los Angeles - 전5권 - 뉴욕, 보스턴, 시카고, 애틀란타, 로스엔젤레스에서 만나는 야구의 모든 것
F & F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 이제 5학년이 되는 아들아이가 야구배트 셋트를 선물로 요구했다.

방학을 한 뒤로 부쩍 야구에 심취해 있는 아들은 학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간을 온통 동네 친구들과 야구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야구에 대한 것은 별다른 관심이나 지식이 없던 나는 야구배트 셋트라는 말에 놀라서 그 비싼 걸 어찌 사주냐고 발뺌하다가, 막상 지시장에서 알아 보니 생각보다 저렴하여 부자간에 돈독한 정을 다지라는 차원에서 기꺼이 사줬다.

그러던 차, 우연히 서평으로 만난 [The cities of ballpark]을 접하게 되고, 또한 그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니 부쩍 욕심이 났다. 여행서 느낌이 난다는 것, 칼라판의 사진이 가득 실려있다는 것, 책값을 할 만하다는 것, 소장가치가 있다는 것, 등의 표현에 그만 마음이 뺏겨 버린 것이다. 그 때 결정했다. 신세계를 개척해 보기로 ..그 결정의 순간에는 물론,  야구배트 셋트를 받고서 좋아서 날뛰던 아들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음을 고백한다.

 

메이저리그라는 용어를 알게 된 것은 10여년 전 LA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멋지게 소화했던 박찬호선수를 통해서였다. 공주를 고향으로 둔 박찬호선수는 당시에 완벽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코리안 특급으로서 그의 인기는 특히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주변의 지인이 호프집을 개업하면서 주저없이 LA 다저스라고 명명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워낙에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날 평생 야구장에는 데이트상대의 요구에 단 한번 가봤을 뿐이다. 그러나, 한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 이후로는 그에 관한 기사나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오는 거 같다.예전에도 보지도 않던 신문의 스포츠란도 눈에 더 들어오고(특히, 야구에 대한 것) 1월 13일의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박찬호의 눈물도 예전같으면 지나쳤을 텐데, 굳이 시간을 내어 행간의 의미까지 생각해보며 기사를 읽었다.  그의 눈물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느꼈던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는 박찬호선수의 이면인 순박하고 순수한 성품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며, 그의 야구인생사 그 영욕의 프리즘에 대한 것을 떠오르게 했다.

 

각설하고, 야구에 대한 책 서평을 쓰다 보니, 때마침 박찬호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Original Baseball의 History를 담고 있는 가장 인기있는 미국의 5개 도시에 대한 설명과 그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메이저리그 야구구단에 대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직접 현지를 답사하고 체험하여 발로 쓴 생동감있는 문체와 기존의 스포츠책이나 여행서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내용은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준다. 뉴욕, 보스턴, 시카고, 애틀랜다, 로스앤젤레스의 각자 개성강하고 트렌디한 5개의 도시에서 활기 넘치는 미국 젊은이들의 야구 문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한동안 축구의 인기에 밀려서 뜸했던 야구에 대한 관심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 야구 붐을 MLB의 씨티북 “The cities of ballpark”는 정확히 짚어내어 젊은 층의 해외여행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기억하고 같이 담아냄으로써 스포츠 문화에 새로운 감성을 입혔다. 이에 야구에 별반 애정이 없던 나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고, 또한 5개 도시를 여행하는 발걸음이 무척 부러웠을 뿐 만 아니라, 종래에는 야구를 알고,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논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몹시 질투했음을 리뷰를 통해 살짝 귀띔해본다. 내가 모르는 멋진 세상을 사는 사람....그것은 바로 스포츠의 세상을 이해하고 기꺼이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자 되는 사주비결 -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는
김현수 지음 / 케이앤피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자되는 사주비결이 정녕코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 없을 것이요,

아니면 그 비결이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임에는 분명하리라..

이런 마음가짐으로 비장하게 받아든 이 책.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일단 표지부터 부드러운 갈색톤으로 편안하게 해주더니 휘리릭 넘겨본 내용은 두꺼워보이는 책의 부피와는 관계없이 듬성듬성한 편집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또한, 저자의 의도대로 사주나 주역이나 역학 등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아주 쉽게 풀어놓아서 끝까지 읽어가기도 너무 쉬웠다.

 

팔자니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용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선거철마다 용한 점쟁이나 역술인에게 찾아가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해마다 연초에는 한번쯤은 누구나 자신의 일년운세인 토정비결 정도는 열어볼 것이다. 그것을 믿거나 안 믿거나와는 별개로 말이다.

그만큼 동양의 철학과도 일맥 상통하는 사주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는 서양의 점성술에도 많은 관심이 뻗어가고 있고, 특히나 요즘에는 타투를 몸에 새긴 아가씨들이 타로점을 치는 풍경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마침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서 년말과 년초를 겨냥하여 출판된 <부자되는 사주비결>은 그 시기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작은 부자, 큰 부자) 기대하지는 마시라.

저자는 이미 서문에서 밝혀두고 있다. 부자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돈이 꼭 금전이나 지폐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말이다. 즉, 자신이 가장 신명나는 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돈과 같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 책에서는 역학의 이론을 설명하지 않고, 역학 지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운명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엮어놓았다.

사주중에서 일간에 해당하는 오행을 중심으로 태어난 계절과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교합하여 본인이 지니고 있는 능력, 운세, 그리고 가장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풀이해 놓고 있다. 덤으로 행운의 색, 행운의 숫가, 행운의 방위, 행운의 그림, 행운의 인연등을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다 읽고 난 느낌은,,,뭐, 이런 책이 있다 정도?...월간잡지마다 실리는 자신의 이달의운세보다 더 포괄적이다고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사주의 의미라든가, 오행의 뜻, 10천간과 12지지의 의미, 등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안 것으로 만족하면 될 거 같다. 안타깝게도 이미 나는 이런 계통의 책을 많이 접해봤기에 이 책이 참 싱거웠다.

그래도 이 분야가 원래 이 점이 매력이듯이 나 또한 읽는 동안 혹하여 토형에 겨울에 태어나서 좋아하는 색인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에 해당하는 부분을 열심히 읽어보고, 현재의 내 삶과 비교견적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발생했다. 세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 매우 달라서 어떤 것을 내게 적용시켜해 할 지 고민스러웠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좋아하는 세가지 색중에 하나만을 고를 수는 없었다. 사실 난 오행에 해당하는 기본 오색을 다 좋아한다. 이 책 역시 결국은 이 부분에서 눈에 보이는 맹점을 드러내고 만다.

책날개에 버젓히 인쇄된"사주팔자에 돈이 있어도 그 '때'를 모르면 아무 소용없다"는 문구가 실소를 나오게 한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정연한 논리가 역학의 운명정보에 있다고 볼 때, 내 결론은 그렇다. 인생 그저 순리대로 사는 것이 죄 안 짓고, 남에게 해 안 끼치고 한 세상 잘 살아가는 거다,고. 오늘도 나는 그저 열심히 주어진 내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시와 소설은 늘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호흡의 길이와 그 음율이 시를 읊는 자는 날 때부터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정도 공부와 노력,,그리고 풍부한 경험으로 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내게 있어서 시와 소설은 그렇게 영역을 달리 했다..

그런데, 소설을, 그것도 범상한 소설이 아닌 <토지>라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하소설을 쓴 박경리님의 시라니..

이분이 시도 쓰셨구나...라는 새로운 자각에 작가의 약력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동안 3권의 시집을 발간하셨다. 토지 15권을 읽었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작가의 삶과 문학의 세계를 다 안다고 자부했던 평소의 내 생각이 얼마나 부족하고 경솔한 생각이었는지 몹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긴 같은 문자로 하는 예술의 영역일진대, 소설로 이미 일가를 이룬 지 오래건만 시가 대수랴..




소설은 픽션이 더 가미되기 때문에 저자와 동일시하지 않고 스토리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갖지만, 시는 저자의 감성과 생각이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다가와 독자와 소통하는 장점이 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다 읽고 난 지금 이 순간, 작가의 시는 내게 있어서 경이로움이요, 정겨움이요,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이며, 지독한 아픔이다.

제목이 주는 서정은 2008년도 마지막 날에 이 책을 받아든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옛 성현의 말씀에 의하면 이미 세상사에 미혹하지 않을 정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더 움켜쥐지 못해 오늘도 안달하는 나의 일상속에 박경리님이 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편안하면서 진솔해서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작가의 유일한 혈육이자 시인 김지하님의 부인이신 김영주님의 말을 빌려보면, 불꽃같은 정열로, 분노로, 사랑으로 생애를 사셨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수놓으시듯 정성으로 글을 쓰셨다는 박경리님은 글쓰기를 통하여 삶을 완성하시고 죽음도 완성하셨다고 한다.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최상의 완벽한 삶이었으리라.




유고시집인 이책에는 총 39편의 시가 실려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기운을 사르면서 남기신 이 시집에는 작가의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양가 할머니 이야기, 삶에 대한 성찰, 여인네의 삶 등 다방면에 대한 정겹고도 냉철한 시선들이 네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시 속에 녹아 있다.

 

1. 옛날에 그 집 -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 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2. 어머니 -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3. 가을 -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이다

 

4. 까치설 -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때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울타리와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박경리님이 타계하신지도 손가락 헤어보니 어느새 9개월이 넘어간다. 이렇게 유고시집으로 작가를 뵈어도 아직은 님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원주의 그 살림집을 찾아가면 언젠가  공지영이나 여러작가들이 방문했을 때 손수 푸성귀 뜯어 상을 차려 내오셨다는 소탈하고 정겨운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옛날의 그 집> 중에서 따 온 제목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는 작가의 편안한 고백은 늑대, 여우, 까치독사, 하이에나 울부짖는 세상속에서 살아온 그 모진 세월을 이겨내셨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또한, 님의 말처럼 남몰래 쓰는 시가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오셨으리라. 그러나 작가의 한삶을 생각해 볼 때 그 고백이 이리도 아픈 것은 왜일까? 넉넉하고 담대하고 인자하고 강했던 작가의 삶이 때로는 너무도 고독했다는 것을 나는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일 잘하는 사내>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책을 만났다.

빨간 바탕에 눈꽃 모양의 무늬가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선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내게로 왔다.

골드빛 띠지에는 (아마존 종합 베스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2008년 11월 출간 즉시 전미 100만부 돌파)라는 문구가 어마어마하게 적혀 있었다.

추운 연말을 따스함으로 채워줄 것 같은 느낌이 그야말로 팍 ~팍~ 오더라.

 

<스웨터>는 저자 글렌 벡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자전적인 필체로 담아낸 소설이다. 글렌 벡은 현재 미 전역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하고, <퓨전 매거진>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겸하고 있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으나, 그의 지난 날은 매우 불행했다고 한다. 열 세살 때 엄마를 잃었으며, 그후 몇년에 걸쳐 잇따라 형제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누구보다도 우울하고 어두운 십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를 구원하고 이끌어 준 것은 종교와 가족들의 사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본인의 경험을 글렌 벡은 <스웨터>에 아주 잘 녹여내고 있다.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면 절로 마음이 따듯해져오면서 소망하는 것, 서로 나누는 것, 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이 땅에 아기예수님이 오신 뜻이 오랜 시간 누적되어오면서 온 인류의 마음에 씨앗처럼 심어 놓은 생각이리라.

성탄이브에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선물을 준비하고, 카드를 쓰면서 행복을 느끼는 기분은 참 소중한 기억이다. 다 자란 어른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꾸밈없는 동심의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해마다 12월이 되면 우리 아이들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늘 읊어대곤 한다. 큰아이는 이미 산타가 엄마,임을 눈치채고 있지만, 둘째아이는 철썩같이 산타가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아파트는 굴뚝이 없어서 어떻게 오시냐고 1달내내 걱정이다.

 

스웨터에 나오는 우리의 친구 에디도 마찬가지다. 성탄을 앞두고, 오랜 동안 갖고 싶어했던 바나나 모양의 안장이 달린 빨간 허피 자전거를 기대하며 착한 아이로 살려고 노력한다. 금년에는 꼭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완벽한 기대속에 맞이한 성탄아침, 그러나 트리앞에 놓여진 상자를 열어본 순간, 에디는 절망한다. 엄마가 에디에게 준비해둔 선물은 스웨터였던 것이다. 너무도 큰 절망앞에서 에디는 엄마의 정성이나, 집안사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급기야 에디는 스웨터를 소홀히 다룸으로써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만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이 대목에서 서른 아홉의 메리에게 감정이입되어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3분의 1밖에 읽질 않았는데도 어서 어서 밝은 결말이 나기를 빌 정도로 속상했다. 그러나 , 이 사건보다 더 큰 불행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늘에 계신 아빠의 선물이 눈이 내리고 외가에 다니러 갔다가 하룻밤 자고 가자는 엄마의 청을 냉정히 거절해 버린 에디로 인해 돌아오는 눈길, 피곤한 엄마는 졸음 운전을 하게 되고 그만 교통사고가 나고 만다..홀로 살아남은 에디는 살던 곳을 떠나 외조부모와 함께 살아간다.

죄책감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날로 거칠어지는 에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극한 애정속에서도 자기를 두고 떠나버린 아빠와 엄마를 원망하며 가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에디가 지극한 고통속에서 그 고통을 이기고, 가족간의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과정은 너무도 안쓰럽고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조부모님의 따스하고 너그러운 보살핌이 있어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다행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반전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행복한 결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에디의 가족을 통해서 진정 가족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많이 깨닫고 배운 시간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을 기다려서 읽기 시작한 책, 스웨터가 전해줄 포근하고 따듯하고, 순수한 감성의 세계를 온전히 맛보고자 기대한 시간은 지금까지도 내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오는 편안함에 기대어 밤이 이울도록 주인공 에디와 함께 한 시간은 참 행복했다. 그 행복한 기분을 온 몸에 두른 채 옆자리에서 이미 곤히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쓸어보고 난 후 나 또한 아늑하고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