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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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에 판타지 문학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현실에 기반한 서사적인 스토리 전개를 좋아했기에 판타지 소설은 황당무계하다고 여겨 눈길도 제대로 주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판타지 소설에 대한 나의 선호도 호불호는 의식적으로 머리속에 심어둔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아주 재밌게 읽었던 동화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뚱보나라, 키다리나라>, <걸리버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등은 거의 다 판타지물이었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의 때가 묻으면서 어느새 점점 동심을 잃어버린 나는 세상사에 거칠어진 마음이 순수한 동심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데, 오히려 그 탓을 책의 소재로 돌렸던 것이다.

작년 중순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주석을 달고 출판되더니, 이제는 원작 출판 100주년 기념판으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가 그 뒤를 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질 않다가 정작 내가 만나게 된 건 바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이다.

어린 시절, 필수코스로 읽었던 동화 중의 하나로서 굉장히 즐겁게 신기하게 읽었던 느낌은 기억나는데, 그 줄거리는 띄엄띄엄 생각이 날 뿐, 전체적인 윤곽이 떠오르질 않았다. 클래식한 표지에 엄청난 두께와 보통 책사이즈보다 훨씬 큰 <주석이 달린 오즈의 마법사>는 그 모양새만으로도 우선 충분히 독자를 위압한다. 그리고 그 위압된 기분은 책장을 넘기면서 헉~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이내 압도되고 만다.

이 책은 간단히 말하자면, <오즈의 마법사>라는 동화책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기술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저자 프랭크 바움에 대한 모든 것, <오즈의 마법사>의 역사, 배경, 변주된 이야기, 뮤지컬, 영화, 만화, 등등 다른 예술분야로 표현된 스토리, 등등, 동화 <오즈의 마법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어 가히 <오즈의 마법사 백과사전>이라고 칭할 만 하다.

약 백 년전 '도로시가 오즈라는 불가사의한 곳에서 모험을 한다'는 이 단순한 이야기는 1900년 처음 출판된 이래,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며, 미국의 신화가 되었다. 이 작품은 그 안에 미국적인 특성들을 담아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의 본질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현재 [오즈의 마법사]가 100년 간 몇 권이나 팔렸으며, 판본이 몇 종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 가히 신화가 될 만하지 않겠는가.

492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놀랍게도 앞부분에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를 소개하는데 100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동화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윌리엄 윌리스 덴슬로우의 칼라 삽화와 함께 24장으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는데, 그 옆에는 내용의 활자보다 훨씬 더 작은 글씨로 아주 빼곡히 주석이 달려 있다. 내용이 쉽게 읽히는 것에 비하면 주석을 읽는 것은 고역일 정도다. ㅠㅠ. (그 고역은 읽고나면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 주석은 동화속 표현들이 내포하고 있는 많은 의미와 그 시대상, 풍습, 문화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어 동화새로읽기 및 풍성한 스토리 이해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캔자스 지역에서 삼촌과 숙모와 살고 있던 고아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으로 인해 공간이동을 하는 장면은 메리 폽 어즈번의 [마법의 시간여행]이라는 시리즈물 동화를 연상시킨다. 그 동화는 나무위의 오두막을 통하여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남매를 매개로 하여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역사속 인간삶의 지혜, 이치를 말해주는 동화이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가 그 이후 탄생한 동화에 많은 유형무형의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동화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참으로 놀랍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심의 세계가 주는 순수한 진리외에도 주석을 통해서 이해되는 동화의 상징성은 <오즈의 마법사>를 특별하고 비범한 동화로 자리매김한다.

영국에는 '앨리스'시리즈가, 독일에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덴마크에는 안데르센의 동화가, 이탈리아의 고전으로는 피노키오가 있듯이 미국의 고전 판타지로는 단연 L.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인 것이다.

 

잃어버린 동심을 찾고자 한다면, 그리고 평소에 동화는 아이만이 읽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지적인 이성을 충족시킬 성인의 영역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을 계기로 판타지 문학에 대한 열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큰 소득이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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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대논쟁 1 - 도덕 & 지식인 히스토리아 대논쟁 1
박홍순 글.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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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혼란의 이 시대에 저자 박홍순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4명을 초대하여 활기차고도 건강한 토론의 장을 펼쳐낸다. 저자 본인이 박쌤이라는 사회자로 분하여서 초청한 철학자는 각각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사르트르, 리오타르이다.

이들은 너무도 유명한 철학자들이기에 우선 낯설지가 않아서 구미가 당긴다. 때로는 철학이 주는 무게는 낯섦에서 오는 무지와 어우러져 그와 관련된 것들을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에 이들을 선택한 것은 현명해 보였다. 

최근에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강호순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전인교육이 아닌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채찍질당하며 목적도 상실한 채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삶은 필연코 이렇게 정신적으로 병든 자들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그저 돈이, 잘생긴 외모나 명품이, 그럴싸한 학벌만이 인정을 받는 사회분위기가 가져온 인간성 상실로 인한 병폐인 것이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인 용산참사에 대한 국민의 의문점을 은폐하고자 언론에서는 강호순사건을 더 크게 보도한 점도 있지만, 두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참으로 착잡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도덕이란 무엇인가, 또한 그 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도대체 이 나라에 보편적 성격을 지니는 도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갈수록 물질만능의 사고로만 치달아가는 사회의식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바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논쟁을 통하여 '덕은 지인가, 아니면 덕은 별도의 선의지를 필요로 하는가','인식론과 윤리학은 구분되어야 하는가, 통일되어야 하는가', '덕은 이성에 의해서만 확립되는가',에 대해서 논의한다. 그 논쟁을 통해서 두 철학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또한 논쟁의 실천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이 시대와 어떠한 연관성을 있는지에 대해서 짚어보고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과연 참다운 지식인이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은 늘 탄식의 목소리로 울려퍼진다.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서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앞서서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나마 지식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마저 지적인 성찰과 실천에 있어서 그 진정성을 상실하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크다.

이에 이 책의 두번째 논쟁의 주제는 바로 사르트르와 리오타르의 지식인 논쟁이다. 논쟁의 주제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의 보편적인 주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두 사람의 논쟁을 통하여 오늘날 지식인이 서 있는 현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점차적으로 참다운 지식인이 사라져가는 원인은 과연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겠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상이한 입장을 보이는 두 사람의 대담형식의 논쟁을 통하여 사상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 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하기가 더 용이해서 어려운 내용이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막연한 용어들이 손에 잡힐 듯 이해되면서도 다시 저만치 물러나버리는 듯한 느낌은 철학용어의 현학성이 가지는 한계인지, 아니면.지식인들만이 향유하고자 그들만의 어렵게 쓰기인지는 몰라도 이 시대에 대한 통쾌한 해답을 기대했던 개인적인 바램으로, 자꾸만 이 책을 처음 잡게 된 동기는 잊어버리고,,'그래서 어쩌라고',,하는 말도 안되는 내면의 목소리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울하게도 나의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이 시대의 도덕문제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 두껍지 않고 다시 말하지만 기존에 접했던 철학책에 비하면 쉽게 읽히는 편이어서 무난한 편이다. 다만, 읽는 도중 자꾸만 더 읽어야 할 목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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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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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미술관,,,노란 표지의 그 색만큼이나 환하게 웃음짓는 소년의 모습이 금세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 미소와 함께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마음자락이 따스해진다.

 

그림에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아이의 주변환경을 유추하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로도 그림을 사용하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미술치료에 관한 강습이 인기가 있기도 했다. 이걸 역으로 이해해 보면 특정한 그림감상을 통해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어주는 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힘든 상황이나 입장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머리를 스치는 말이 있었다. 빗속을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친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산을 하나 더 사서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쓰던 우산도 접은 채 같이 빗속을 나란히 걸어주는 친구의 마음이다, 라는 말.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에세이,라는 설명을 달고 내게 온 김홍기의 [하하미술관]이 바로 그런 친구의 마음으로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위로해주고 있다.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19가지 기술을 차용하여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미술관은 달리 얘기하면 마음병원이라고 지칭할 수 있으며 우리들의 모습과 삶은 다양한 고통과 스트레스와 상처속에서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진부하지만 숙명처럼 안아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 책의 그림들과 함께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그러질 때는 박재영의 그림으로 행복의 길을,,,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타자에 대한 배려가 자꾸만 작아지는 사회속에서 마음이 어두워올때는 이순구의 그림과 함께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삶에 지쳤을 때 전영근의 그림과 함께 여행을,,치유예술로서의 춤의 기능을 담아낸 김정아의 그림으로 우리 감각의 위안을...

 

이렇듯 28명의 국내작가의 작품으로만 다가오는 김홍기식의 그림풀이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그림세계를 접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작가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따스한 글쓰기,  위무로서의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이순구의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테마로 소개되는 가족들의 그림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그 골 때리는 스물다섯, 그때로 돌아가면,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조장은의 그림이야기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웃을 때 치아가 8개 보이는 모습이라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순구의 웃는 가족 얼굴을 보면서 7명 구성원의 이를 나도 모르게 하나하나 세어보면서 같이 입이 벌어지는 느낌은 참 묘했다.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통로이기에  우리의 웃는 얼굴은 그만큼 생을 긍정하고  나아가 타인을 껴안는 힘을 발산해주는 행복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있다. 

조장은의 그림은 어느 한 순간의 느낌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유쾌한 기법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어느새 마음을 조용히 치유해주는 힘이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조장은의 그림이 추억을 기억하는 그 방식이 좋고, 유쾌함과 쿨함을 가장한 표정속에 담긴 서늘한 슬픔을 발견하는 것, 그러나 우울에 빠지지 않고 웃음코드를 잃지 않는 그 매력이 좋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우리네 일상속을 치고 들어오는 검은 얼굴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다행히도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침식해 들어오는 우울의 단상들을 작가 28명의 그림으로 따듯이 치유해주고 있기에 환하게 웃고 싶은 자라면 이 책은 누구라도 읽어보면 만족할 거 같다.

 

읽는 동안 사전에 저자가 남자임을 알고 읽었음에도 섬세하고 언어를 골라 쓴 듯한 어여쁜 문체가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나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 주고 있어 저자를 여자로 순간 착각하여 여러번 책날개에 나와 있는 저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했다.(과연 문체만큼이나 저자는 음영이 선명한 고운선을 지닌 미남이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원래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다가 뜻대로 안되자 배우가 되려고 복수전공으로 영화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 상품기획과 구매업무를 담당하다가 한국 최초로 미술사와 복식사를 결합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 집필로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라는 명예를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다음 포털에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여 미술과 패션에 관한 테마로 글을 올려 2007~8년 베스트 블로거로 뽑힌 경험이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표지의 그림을 그린 이순구 작가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리곤 이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 가득 바다색만큼이나 파란 바탕에 저 소년처럼 웃음짓는 여자의 모습을 띄웠다. 아직도 떠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기나긴 겨울을 어느새 잊고 만 내 마음에 봄향기과 즐거움이 하나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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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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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리가운데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막상 지리, 라는 단어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일테면 학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거나, 아니면 쇳덩어리 하나 들고다니며 땅속 물길 알아내는 풍수지리가(지관)가 먼저 연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는 언뜻 그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내 지레짐작과는 살짝 다른 내용이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등한시해 왔던 것, 때로는 아주 무관심했었던  바로 지리적 현상이라는 분야를 우리네 일상속으로 끌어와서 설명해주고 있다.

평소에 책을 처음 받아보면 책날개의 나와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나, 들어가는 말 등을 아주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읽음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접근했을 때 참 반갑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선은 저자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인근대학 교수였기에 친밀감이 더 컸고, 휘리릭~~ 넘겨본 책속의 사진이나 지명들이 바로 내가 발 디딛고 사는 지역의 장소들이 태반이었기에 '어머, 여기는..어머, 이곳은' 하는 반가움이 왈칵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꺼리이기도 했지만, 막상 발 디딛고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땅의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다른 독자와는 좀 차별되는 지점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낙에 여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지리라는 분야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유적을 답사하기 위한 역사여행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정서여행은 당연히 지리적인 국토의 모양새를 들여다 보게 한다. 중고시절, 국토지리와 인문지리라는 두 과목으로 나뉘어져 우리가 발 디딛고 사는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말해주던 학문들을 참 재미나게 배웠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내용들은 기존의 앎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떠난 여행이나 책속에서만 만나는 지리적 세상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적인 생활가운데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돌아가는 지리이야기였다.

이 책에는 6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지리적 환경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입지- 자리잡기의 미학, 환경 -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사회와 문화-장소 속의 의미 찾기, 지형경관-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기후와 식생-바람과 온도의 미학, 경제활동- 돈벌이의 질서 , 등 에 나타난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주변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낯설었던 풍경들은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의미있게 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비게이션에 대한 부분은 평소 나의 생각과도 매우 일치했기에 반가왔다..문명의 이기는 분명히 인정하지만, 길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나는 언젠가부터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게 되면서부터 그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을 알았다..암산이나 전화번호 외우기는 이미 계산기나 휴대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또 하나의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이렸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로봇에게 지배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전주 완산칠봉의 비오톱, 순천만의 갈대밭에서 보여지는 시민들의 자연신탁제도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환경, 유적지,역사적 건물 등을 시민들의 성금이나 기부금으로 사들여 국민신탁을 하는 제도가 우리나라도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영토를 놓고 벌이는 한중일의 현재, 백두대간과 태백산맥의 의미, 주택계급의 사회계층 양극화, 마이산의 풍화혈,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번 등산길에는 산 정상에서 필히 삼각점 표지석을 찾아봐야겠다. 뿐인가. 얼마 전에 다녀왔던 전주성의 위봉산성을 분수계를 따라서 다시 이해하기도 한다. 멋진 커피숍을 발견하면 현무암으로 장식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가장 완벽한 도시라 하여 완전전자를 써서 전주인 도시가 이제 여름날 날씨예보를 할 때마다 꼭 짚어주는 도시의 하나가 되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자연이 준 완벽함에 균열을 내어 열섬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한 대학에서 이 문제로 연구비를 투입하여 전주의 열섬현상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대책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물 형태의 제한, 주차장의 지하화, 수변 공원의 조성, 공원 면적 확보의 의무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된 자연은 그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리기는 매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설사 되살린다 하여도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주변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을 잘 관리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차츰 멸종되어 가는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과 함께 꼭 기억해야 할 진실인 것이다.

이제 곧 3월이 다가온다. 중국의 사막화와 공업화는 올해에는 어김없이 삼천리 금수강산의 봄날에 뿌연 하늘을 자주 선물해 줄 거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환경문제에 있어서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메세지를 다시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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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빨라지는 인도 베다 수학 - 기적의 연산법 인도 베다 수학
마키노 다케후미 지음, 고선윤 옮김, 비바우 칸트 우파데아에 감수 / 보누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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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동료 아이들의 인도유학이 이해가 된다.

남들 다가는 미국, 호주, 중국, 하물며 필리핀도 아니고 인도라니..

동료들은 영어를 배우러 어린 형제들이 인도를 간 줄 알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난 알았다.

감취진 비밀 병기가 바로 베다수학이었음을.....

 

언젠가부터 구구단도 부족해서 19단을 외워야 한다는 열풍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열풍의 속성이 그렇듯이 그 후로 이내 잠잠해졌지만, 여러 학습지나 학원에서는 여전히 19단 외우기의 힘이 유효하다. 한동안 나도 우리 아이에게 19단 정도는 외워둬야 하지 않겠니? 하면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곤 했었다..단지 19단이 연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19단이 왜 필요한가, 19단이 수학공부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외우기만을 강요했으니 지금도 아들은 19단을 다 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19단의 필요성도 인도수학에서 연유한 것임을 알았다. 인도아이들에게는 30단이 기본이라고 한다. 놀이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을 공부하는 인도아이들에게 있어서 30단은 그저 즐겁게 공부한 결과일 뿐이라고 한다.

책을 받자 마자,,아들에게 주었다..한번 쓰윽..훑어본 다음에 부담갖지 말고 풀어보라는 얘기와 함께..

방학중 빈둥거리는 재미에 빠져 있던 아이는 드뎌 엄마가 엄청난 숙제를 한권 가져왔나 보다, 하는 눈빛으로 지레 짐작 코빠뜨리더니,,,좀 있다 들려오는 말,,엄마, 이거 되게 재밌다...신기해..

 

그렇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인도 수학의 계산 방법은 학교에서 배우는 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본문을 읽고 원리를 먼저 이해한 다음 연습문제를 풀며 계산 방법에 익숙해 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 순서를 나열해 보면,

1. 처음에는 계산하지 말고 읽기만 해라.

2. 실제로 연습문제를 풀어본다.

3. '읽기'와 '풀기'를 반복해야 진정한 수학 실력이 생긴다.

 

학창 시절, 그저 공식외워서 대입하여 많이 풀어보는 것으로만 수학공부를 했던 나에게 인도수학의 기본원리인, 숫자 피라미드, 10이 되는 조합을 찾아라, 손가락 구구단, 칸 채우기 곱셈법, 마름모 곰셈법, 분수와 소수(이 외에도 더 많다) 등의 개념은 접해볼수록 더 새롭고 신기하기가 마치 수학의 마술같았다.

또한,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수학공부의 난이도가 깊어질수록 단순한 연산이 아닌 논리적인 사고가 수학에도 어김없이 요구된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수학을 놀이하듯이 계산해 가다 보면, 수학계산식 안에 정립되어 있는 규칙과 논리들을 나도 모르는 새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는 좀 부담스러울 지 모르나, 수의 개념을 확실히 아는 학년이 되면 이 책과 함께 아이와 수학적으로 여가를 즐긴다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어줄 거 같다.

이미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학 심화학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수학을 더 정겹게 더 즐겁게 접하는 도구로 이 책을 기꺼이 사용해도 좋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일본에 로얄티를 주고서 수입해오는 모학습지도 일본산이지만, 기적의 계산법이라든가, 이번의 인도의 베다수학, 류의 책들은 저자가 일본인인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분야가 한정된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일본이나 인도에서 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이지, 아니면 아이교육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인지 이런 류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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