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하하미술관,,,노란 표지의 그 색만큼이나 환하게 웃음짓는 소년의 모습이 금세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 미소와 함께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마음자락이 따스해진다.

 

그림에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아이의 주변환경을 유추하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로도 그림을 사용하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미술치료에 관한 강습이 인기가 있기도 했다. 이걸 역으로 이해해 보면 특정한 그림감상을 통해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어주는 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힘든 상황이나 입장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머리를 스치는 말이 있었다. 빗속을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친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산을 하나 더 사서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쓰던 우산도 접은 채 같이 빗속을 나란히 걸어주는 친구의 마음이다, 라는 말.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에세이,라는 설명을 달고 내게 온 김홍기의 [하하미술관]이 바로 그런 친구의 마음으로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위로해주고 있다.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19가지 기술을 차용하여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미술관은 달리 얘기하면 마음병원이라고 지칭할 수 있으며 우리들의 모습과 삶은 다양한 고통과 스트레스와 상처속에서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진부하지만 숙명처럼 안아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 책의 그림들과 함께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그러질 때는 박재영의 그림으로 행복의 길을,,,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타자에 대한 배려가 자꾸만 작아지는 사회속에서 마음이 어두워올때는 이순구의 그림과 함께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삶에 지쳤을 때 전영근의 그림과 함께 여행을,,치유예술로서의 춤의 기능을 담아낸 김정아의 그림으로 우리 감각의 위안을...

 

이렇듯 28명의 국내작가의 작품으로만 다가오는 김홍기식의 그림풀이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그림세계를 접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작가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따스한 글쓰기,  위무로서의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이순구의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테마로 소개되는 가족들의 그림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그 골 때리는 스물다섯, 그때로 돌아가면,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조장은의 그림이야기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웃을 때 치아가 8개 보이는 모습이라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순구의 웃는 가족 얼굴을 보면서 7명 구성원의 이를 나도 모르게 하나하나 세어보면서 같이 입이 벌어지는 느낌은 참 묘했다.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통로이기에  우리의 웃는 얼굴은 그만큼 생을 긍정하고  나아가 타인을 껴안는 힘을 발산해주는 행복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있다. 

조장은의 그림은 어느 한 순간의 느낌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유쾌한 기법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어느새 마음을 조용히 치유해주는 힘이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조장은의 그림이 추억을 기억하는 그 방식이 좋고, 유쾌함과 쿨함을 가장한 표정속에 담긴 서늘한 슬픔을 발견하는 것, 그러나 우울에 빠지지 않고 웃음코드를 잃지 않는 그 매력이 좋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우리네 일상속을 치고 들어오는 검은 얼굴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다행히도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침식해 들어오는 우울의 단상들을 작가 28명의 그림으로 따듯이 치유해주고 있기에 환하게 웃고 싶은 자라면 이 책은 누구라도 읽어보면 만족할 거 같다.

 

읽는 동안 사전에 저자가 남자임을 알고 읽었음에도 섬세하고 언어를 골라 쓴 듯한 어여쁜 문체가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나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 주고 있어 저자를 여자로 순간 착각하여 여러번 책날개에 나와 있는 저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했다.(과연 문체만큼이나 저자는 음영이 선명한 고운선을 지닌 미남이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원래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다가 뜻대로 안되자 배우가 되려고 복수전공으로 영화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 상품기획과 구매업무를 담당하다가 한국 최초로 미술사와 복식사를 결합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 집필로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라는 명예를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다음 포털에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여 미술과 패션에 관한 테마로 글을 올려 2007~8년 베스트 블로거로 뽑힌 경험이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표지의 그림을 그린 이순구 작가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리곤 이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 가득 바다색만큼이나 파란 바탕에 저 소년처럼 웃음짓는 여자의 모습을 띄웠다. 아직도 떠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기나긴 겨울을 어느새 잊고 만 내 마음에 봄향기과 즐거움이 하나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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