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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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팩션형 역사물이 출판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을 쓴 저자 이수광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팩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기존의 저술 목록의 면면을 살펴보니, 제목은 상당히 익숙한 것들이 많이 보이나, 아쉽게도 만나 본 책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다.

20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세계만방에 알린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사실을 알았다. 올해가 우리 민족에게는 기념비적인 해라는 것을.

불과 100여 년 전의 일도 우리는 서서히 기억속에서 잊어가고 있다. 안중근 뿐이겠는가. 이토록이나 세계인들이 존경하고 칭송하는 그의 역사적 의미도 잃어가고 있는데, 하물며 이름도 없이 조국을 위해 낯선 타국에서 한그루의 나무나 풀로 산화해갔을 목숨들이 한, 둘이겠는가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와 기행, 그리고 팩션을 아우르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도서, 로서 3년에 걸쳐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의 현장답사를 통한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자료조사와 함께 인간 안중근의 삶과 내면세계를 역사적 근거에 기초하여 팩션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2007년 7월에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페리호의 갑판풍경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저자, 즉 나는 역사 속의 안중근의 발자취를 찾아나서는 9박 10일의 여정을 기행문형식으로 단락을 지어 서술하고 있다.

기행문답게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곳곳의 사진들은 100년 전의 사건의 생생한 현장을 오늘, 이 자리로 끌어내주는 역할을 해준다.

대한제국 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 독립대장.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던 당시의 공식 직책이다.

하얼빈에서의 의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곧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러시아 경찰의 외교적 입장으로 인해 일본에게 넘겨진 후, 여순지방법원에서 6번의 재판을 통해 사형을 언도받고 여순감옥서에서 사형집행일을 하루 앞둔 1910년 3월 25일에 살아온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으로 팩션은 시작한다.

이렇게 저자의 기행과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적인 회고형 팩션은 교차적으로 배치되어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도운다.

독립지사와 우리민족의 뜨거운 애국심과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 중국의 여러 지명들, 즉 연변, 블라디보스토크, 훈춘, 회령, 용정, 단동, 대련, 두만강, 해란강, 얀치헤, 등등은 박경리님의 토지를 통해서도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어서 그 감회가 남달랐다. 만주벌판에서 벌이는 독립군들의 지난하고도 열정적인 투쟁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 중, 특히 홍범도 장군은 얼마 전 조정래선생님의 강연회에서 언급하셨던 이념의 문제로 대한민국에서는 김좌진장군의 업적만을 거론할 뿐, 홍범도 장군은 그 역사적 의미가 축소되었다, 는 바로 그 의병투쟁활동을 접할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왔다.

 

오늘날 현대의 우리는 흰티셔츠 가득 체게바라의 얼굴을 유행처럼 입고 다녔던 것처럼, 안중근 의사의 단지 도장 또한 한동안 자동차의 엉덩이를 장식하고는 했다.

비록 내가 그 대열에 같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깊은 뜻보다는 단지 멋스러움으로만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움이 고개를 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안중근 의사가 1909년 2월에 얀치헤에서 동지 11명과 함께 단지동맹을 맺은 이유, (즉 나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먼저가 의병동지에 대한 죄스러움, 그리고 좀 더 강력하고 새로운 투쟁을 모색하고자)를 가슴 깊이 곱씹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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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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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① 주로 쇠붙이를 녹이는 데 쓰는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만든 우묵한 그릇. <동의어> 감과(坩堝).

          ② ‘흥분·감격 따위로 여러 사람이 열광적으로 들끓는 상태’의 비유.

 

사전을 찾아 보니 '도가니'는 위의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서 기껏 한다는 일이 사전을 찾아보는 일이었다. 그러고도 한동안 어쩌지를 못하고 그저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사실 이 책을 주말에 읽고자 마음먹고 챙겨두었으나, 막상 그 첫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이미 살짝 알려진 내용으로 볼 때, 그닥 쉽게 그리고 마음 편하게 읽힐 거 같지가 않아서였다. 그러나 소파 한 귀퉁이에 놓여진 채 내 신경을 거스르던 책을 주말 늦은 밤에 기여코 손에 들고 말았고, 이내 잠까지 미뤄둔 채 순식간에 '도가니'속에 빠져버렸다.

공지영의 소설이 지니는 미덕인 가독성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소설의 전개와 문맥 전달의 가독성에도 불구하고 난 자주 이 책을 읽다고 덮곤 했다. 그것은 미리 예상되는 사건의 줄거리를 결코 만나고 싶지 않아서이다.

저자가 말했다시피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기에 소설에서 말해주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맞닥뜨리는 세상은 학창시절에 배웠던 '정의가 승리한다', '사필귀정' 같은 말들은 그 말을 사용하는 자에 따라서 진리가 되기도 하고, 쓰레기통에 처박혀야 할 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늘 수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 너머에 시커멓게 웅크리고 있을 어둠의 세계, 공포의 세계, 위선과 가증과 폭력의 세계를 늘 가늠해보곤 했다.  그러나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그리고 힘도 들었다.

 

언제가부터 장애인을 표현하는 용어로 '장애우'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그 용어를 쓰는 측에서는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동등한 친구,라는 의미를 노골적으로 표현으로써 이미 친구가 아닌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운연한 기회에 정작 장애인들은 보통사람들이 선심쓰듯 골라서 내뱉는 '장애우'라는 표현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내 생각이 옳았다고 여긴다. 특별히 그것을 의식하고 꼬집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결핍이다. 더 마음을 내어서 그들을 이해하는 척 할 필요도 없고, 그들은 따로 특별한 대접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은 말한다, 그저 우리는 사람이라고, 기뻐할 줄 알고, 모욕을 느낄 줄도 알며, 서로 마음을 나눌 줄도 아는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단지, 육신에 장애가 있다는 것이 다를 뿐. 

 

공지영이 이번 소설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문제와 그리고 가진 자가 약자에게 무차별적으로 해대는 성폭행을 포함한 갖은 폭압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작가는 어떤 신문기사 한 줄을 보고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가니>를 쓰는 동안, 많이 아프고 신열에 들뜨고 고통스러웠다는 저자의 고백은 작품이 산고의 고통이라는 흔한 표현에 기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왜냐하면 나 또한 못지 않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난 살아오는 동안 대체적으로 정의나 약한 자, 의 편에 서있는 줄 알았으나, <도가니>를 읽어가는 동안, 무진시의 이기적이고 가진 자들의 집단인 경찰, 교회, 시민, 시의원, 건설업자, 병원장 사모님,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에서 나의 자화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점검해본다. 나는 과연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165p

진실은 말이야, 그걸 지키려고 누군가 몸을 던질 때 비로소 일어나 제 힘을 내는 거야. 211p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이다. 246p

언제나 공포는 상상할 때 더 크다는 것을 말이다.269p

자본이 소화시키지 못하고 자본에 패배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야만에마저 패배당한 그런 인간이 될지도 모르지.281p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작가의 말)

자꾸만 느슨해지는 나의 삶에 긴장을 주어야 겠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내 블로그 대문에 걸린 글을 빌어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하여 오늘도 싸운다는 서유진처럼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의 삶, 그 삶을 위해 오늘도 난 비록 작은 투쟁일지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굳게 믿고 실천하는 자의 것이기에. 그리고 안개는 뜨거움으로 가득한 태양이 뜨기만 시작해도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는 단단한 쇠붙이도 녹이는 열기가득 채운 도가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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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
허춘웅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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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뇌졸중에 걸리면 그날로 인생 끝"이라는 만연된 생각은 단지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뇌졸중이라는 병은 환자와 그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을 삶을 고통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22년 전에 친정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셨다. 개고기를 잡숫고 나서 경련과 함께 쓰러지신 것이다.

진단 결과, 뇌졸중의 하나인 바로 뇌경색.

그날로 우리집 풍경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후의 다양한 선택을 할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언제나 아버지의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같은 병이었다. 가장 큰 희생을 한 것은 바로 밑의 여동생이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립대가 아니면 4년제 대학을 못 보내시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당시 고 3인 여동생은 사립대를 합격해 놓고도 전문대에 진학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미 대학 2년생이던 나는 휴학을 하고 동생을 뒷바라지 하겠다고 나섰으나, 아버지의 말씀이 너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니 등록금으로 동생을 댈 수는 없다. 이 한마디에 계획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동생에 대한 묘한 부채감으로 이후 전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생을 굳이 방통대까지 편입을 시켜 얼마 안되는 등록금이지만 그 등록금까지 지원해가며 격려하였으나, 공부에 뜻이 없었던 동생은 결국 한학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결혼을 해 버렸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새어 버렸으나, 뇌졸증은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의미와 함께 각인된 병이라는 것을 짚어본다.

그 때 이후로 아버지는 그렇게나 좋아하시던 술도 딱 끊으시고, 음식조절에 가벼운 운동에 그리고 꾸준한 혈압약 복용으로 지금은 동년배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서 혈색좋은 노신사의 모습을 유지하고 계신다.

제목에서부터 쉽게 골든타임이 각인이 되는 <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실용서로서 '대한민국 가정마다 구비해야 할 필수서적' 이라고 하겠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국일미디어에서 출판된 책 중에서 <친구몰래 보는 공부비법>,<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등을 만나봤는데, 이 모두가 다 아주 실생활에 꼭 지침이 되어주는 훌륭한 책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국일미디어라는 출판사만으로도 이 책을 주변에 권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허춘웅 원장은 뇌질환 최고의 명의로서 우리나라에서 뇌졸중 전문병원을 최초로 시작한 분이기도 하다.

위급한 병으로 인해 대형병원을 방문해도 밀린 환자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으로 한사람의 삶과 그 주변의 가족까지의 삶의 질을 바꾸어버리는 뇌졸중이라는 병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전문병원을 개원한 의사로서의 소신이 눈이 들어온다. 그 소신으로 25년간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중에 얻은 경험으로 뇌졸중 관련 책(뇌졸중, 내 몸의 반쪽이 얼어붙는다)을 이전에도 저술하였을 뿐 만 아니라, 뇌졸중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찾아가는 뇌졸중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뇌졸중에 대한 일반인들이 잘 못 알고 있는 내용들을 지적하면서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십계명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해준다. 그리고 치료과정에 있어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제대로 앎으로써 뇌졸중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미 뇌졸중으로 인해 육신의 어려움이 있는 환자의 재활치료를 소개해주면서 환자의 마음까지 돌보아주는 섬세한 내용과 뇌졸중의 재발을 막아주는 철통수비법에 관한 정보와 마지막으로 뇌졸중을 앓으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환자와 가족들의 수기와 함께 알려주고 있다.

 

독자가 뇌졸중을 쉽게 이해하고, 예방에 힘쓰기를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고대로 느껴지는 <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은 이렇듯 뇌졸중 예방과  치료, 그리고 재활에 대한 완벽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을 이 한 권에 아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우리 부부 공히 마흔중반에 다다른 나이, 이 책을 만난 것을 아주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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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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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디어 김탁환을 만났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널리 회자되고 사랑받는 소설노동자 김탁환. 

역시 그가 사랑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인문대 5동 앞에서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작가인데도 나는 그에게서 나에게는 사라진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낀다.

이 한권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무거운 주제도 깔끔하고 담백하고 경쾌하게 그려내는 그의 사기의 기술은 상당히 맛깔스럽다.

 

러시아 커피,라는 의미의 노서아 가비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커피를 소재로 선택하였을 뿐, 그 중심 스토리는 진짜 사기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황현의 [매천야록]에 실린 김홍륙이라는 인물의 일화에서 이 소설의 일감을 건져올렸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재주 하나만으로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움켜쥐었다가 몰락한, 그 몰락을 견디지 못해 왕이 마시는 노서아 가비에 치사량의 아편을 넣은 사내!"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이 극대화되어 세계를 무대로 넘나든 한 여성의 삶의 이야기를 커피를 주어로 하여 각 단락을 나누고 독특한 일러스트를 함께 하여 소설적 환상의 세계로 멋지게 보여준다.

 

매일 커피로 아침을 연다. 커피는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있다. 씁쓰름하면서도 맑은 아메리카노 커피, 달콤한 카페라떼.

그때 그때 마음상태나 기분에 따라서 선택하는 커피도 달라지지만, 단 한번도 커피는 나의 기분을 배신한 적이 없다.

마치 고종의 마음을 결코 외면하지 못하는 이 소설속의 따냐처럼.

 

그렇기에 커피의 맛은 사랑의 맛이기도 하고 우리네 인생의 맛이기도 한 것이다.

새로운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인생을 알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선택하시라.

바로 책 속 가득한 커피의 향이 우리의 온몸을 휘감아 올 것이다.

 

사랑보다 지독하다, 는 노서아 가비는 바로 러시아 커피다.

이반의 사랑보다 더 따냐에게 중요했던 것은 고국에 대한 사랑, 아버지, 고종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바로 언제나 그녀의 삶에 각인되어 있는 노서아 가비처럼 말이다.

 

역관의 딸로 태어나 일찍부터 서양문물을 접했던 따냐, 아버지는 그녀에게 직접 '안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러시아 인사법이나 뿌쉬낀, 고골의 책을 알려준다.그런 아버지에게서 가비다를 마시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청나라를 드나들면서 장사를 하기도 했던 아버지는 어느해 수행역관으로 따라나섰다가 천자의 하사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 채 도망치다 죽게 된다. 그리고 훗날 이 사건에 따냐의 연인인 이반이 개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졸지에 죄인이 되어 국경을 넘은 따냐는 러시아까지 들어가게 되어 우연한 기회에 나무숲을 파는 사기꾼 일당과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의 연인이 이반을 만나게 된다.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들과 접촉한 이들은 그들을 사기치다가 귀국에 길에 오르게 되고, 우연치 않게 아관파천의 고종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내관과 아침마다 커피를 올리는 임무를 각각 맡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커피가루에 독을 넣은 이반을 따라나선 따냐는 결국 이반과의 사랑을 배신하고, 조국을, 아버지를, 고종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나, 단지 그녀는 자기자신이 뼛속까지 사기꾼이었던 사실을 잊은 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마지막 반전은 일면 통쾌했다. 흔히,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 약자의 위치에 서는 모습만을 그렸던 종래의 여성 캐릭터가 산산히 부서져 버리는 경험은 말 그대로 신선했다.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영화로도 꼭 만나볼 참이다.

 

각 장마다 원두의 커피를 가루로 갈아서 마시기까지 사용되는 커피기계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 덤이다. 장식장에서 원래의 역할을 잃어버린 채 잠자고 있는 커피콩 분쇄기를 이제는 꺼내서 사용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따냐는 뉴욕의 하늘 아래서 또 어떤 한 건을 계획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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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사랑 -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ㅣ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만의 헤세인지..

헤르만 헤세...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온다...

그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내 청춘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수많은 편린들...

 

딱딱한 겉장을 넘기니

증명사진 크기의 흑백사진 속 헤르만 헤세의 모습이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가슴설레게 한다.

선이 여린 듯한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그러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그의 외모,,메부리코처럼 보이는 그의 콧날에서 감미로운 지성을 느낀다. 그 코 위에 걸쳐진 안경까지도 근사해 보이는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는 마음깊이 그를 담고 있음에도 나이들어서 그를 다시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나의 경우에 한한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앞을 열어주는 빛나는 한줄기 햇살처럼 헤세의 문학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헤세를 통해서 깨달은 삶에 대한 이치와 통찰은 이후 첫사랑의 그사람을 단지 추억속에서만 꺼내 보고 현실속에서는 만남을 원치 않듯이, 헤세의 문학은 내게 그랬다. 헤세는 나에게 있어 문학과의 첫사랑, 바로 그것이다. 첫사랑이 이후에 찾아오는 사랑의 모습에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듯이 헤세의 문학, 또한 나의 문학인생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헤세의 사랑>은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꼭 만나야 할 첫사랑의 바로 그 모습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딱딱한 겉장을 넘기고 그 다음장에 박혀 있는 이 한마디는 그대로 나의 심장을 멈추게 한다.

그렇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하고 어떤 시인이 일찍이 노래했다지만, 나 또한 삶속에서 깊이 체험하고 건져올린 보석같은 한 마디다.

사랑함으로써 내가 이 지구위에 존재하는 그 빛나는 환희...가슴 가득 퍼지는 달콤 따스한 행복의 느낌...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한다.

 

헤세의 인생, 헤세의 예술도 있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과 그의 예술을 말함에 있어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그 중심축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난 이 책을 선택했다.

헤르만 헤세에게 문학은 곧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축된다. 헤세에게 사랑은 여성에 대한 에로틱한 사랑으로, 때로는 절대자인 신에 대한 아가페적 사랑으로, 때로는 자연과 평화와 예술에 대한 지극한 마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헤세의 사랑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말하는 사랑은 삶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존재와 세계를 구원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한다. 따라서 사랑은 생의 고통이기도 하고 절대고독이기도 하지만, 그 대상을 소유하려 하거나 그 댓가를 기대하지 않고 조건없는 사랑을 베풀 때,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이 사랑하는 것을 잊지 않을 때 그게 바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해준다.

 

-헤세 문학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폴커 미헬스가 엮은 영혼의 아포리즘-

'부드러움은 단단함보다 강하며, 물은 바위보다 강하고, 사랑은 폭력보다 강하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 이제 가슴 떨리는 사랑을 막 시작하는 사람,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살아있어 사랑이 필요한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오늘도 나는 헤세의 숨결을 빌어 사랑예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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