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팩션형 역사물이 출판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을 쓴 저자 이수광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팩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기존의 저술 목록의 면면을 살펴보니, 제목은 상당히 익숙한 것들이 많이 보이나, 아쉽게도 만나 본 책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다.
20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세계만방에 알린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사실을 알았다. 올해가 우리 민족에게는 기념비적인 해라는 것을.
불과 100여 년 전의 일도 우리는 서서히 기억속에서 잊어가고 있다. 안중근 뿐이겠는가. 이토록이나 세계인들이 존경하고 칭송하는 그의 역사적 의미도 잃어가고 있는데, 하물며 이름도 없이 조국을 위해 낯선 타국에서 한그루의 나무나 풀로 산화해갔을 목숨들이 한, 둘이겠는가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와 기행, 그리고 팩션을 아우르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도서, 로서 3년에 걸쳐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의 현장답사를 통한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자료조사와 함께 인간 안중근의 삶과 내면세계를 역사적 근거에 기초하여 팩션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2007년 7월에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페리호의 갑판풍경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저자, 즉 나는 역사 속의 안중근의 발자취를 찾아나서는 9박 10일의 여정을 기행문형식으로 단락을 지어 서술하고 있다.
기행문답게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곳곳의 사진들은 100년 전의 사건의 생생한 현장을 오늘, 이 자리로 끌어내주는 역할을 해준다.
대한제국 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 독립대장.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던 당시의 공식 직책이다.
하얼빈에서의 의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곧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러시아 경찰의 외교적 입장으로 인해 일본에게 넘겨진 후, 여순지방법원에서 6번의 재판을 통해 사형을 언도받고 여순감옥서에서 사형집행일을 하루 앞둔 1910년 3월 25일에 살아온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으로 팩션은 시작한다.
이렇게 저자의 기행과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적인 회고형 팩션은 교차적으로 배치되어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도운다.
독립지사와 우리민족의 뜨거운 애국심과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 중국의 여러 지명들, 즉 연변, 블라디보스토크, 훈춘, 회령, 용정, 단동, 대련, 두만강, 해란강, 얀치헤, 등등은 박경리님의 토지를 통해서도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어서 그 감회가 남달랐다. 만주벌판에서 벌이는 독립군들의 지난하고도 열정적인 투쟁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 중, 특히 홍범도 장군은 얼마 전 조정래선생님의 강연회에서 언급하셨던 이념의 문제로 대한민국에서는 김좌진장군의 업적만을 거론할 뿐, 홍범도 장군은 그 역사적 의미가 축소되었다, 는 바로 그 의병투쟁활동을 접할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왔다.
오늘날 현대의 우리는 흰티셔츠 가득 체게바라의 얼굴을 유행처럼 입고 다녔던 것처럼, 안중근 의사의 단지 도장 또한 한동안 자동차의 엉덩이를 장식하고는 했다.
비록 내가 그 대열에 같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깊은 뜻보다는 단지 멋스러움으로만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움이 고개를 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안중근 의사가 1909년 2월에 얀치헤에서 동지 11명과 함께 단지동맹을 맺은 이유, (즉 나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먼저가 의병동지에 대한 죄스러움, 그리고 좀 더 강력하고 새로운 투쟁을 모색하고자)를 가슴 깊이 곱씹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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