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몰래 보는 공부 비법 - 귀에 착착 감기고, 머리에 쏙쏙 입력되는
김태광 지음, 송진욱 그림 / 국일아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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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인 친구 몰래 보는 공부 비법, 을 보는 순간 우선 착한여자 컴플렉스라도 급히 작동되는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흠, 페어플레이를 해야지...비법이 있으면 친구와 공유를 해서 같이 공부를 잘해야지..몰래 보다니..것두 이렇게 책으로 묶여서 나오다니..쯧쯧.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럴싸하게 외면했던 그 비법의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귀에 착착 감기고, 머리에 쏙쏙 입력되는 비법이라고 하니 무릎은 이제 내 무릎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먼저 비법을 알게 한다음 그다음에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면 좋지 않겠어? 스스로 자위해보며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겐 비결이 있다. 뜯어 말려도 계속 공부하는 아이의 비법!!!

얼마나 매혹적이고 달콤한 문구인가. 아이들 공부에 머리를 싸매시는 부모님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문구가 아니겠는가.

제목이 이러하니 아이도 금세 눈을 반짝이며 책에 다가선다.

 

방학내내 여유로운 스케줄임에도 더 빈둥거리고 싶어라 하는 아이를 지켜보기가 못내 괴로웠다. 순종적이고 착한 아이라 일일히 시키면 곧 할 자세이지만, 문득 이렇게 시켜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는 회의와 그래 이때 아니면 언제 놀겠어, 하는 마음이 교차되어 내내 마음을 다독였는데, 그 다독임이 나에게 화로 올 때가 있곤 한다. 다른 아이들의 방학스케줄에 대해서는 귀닫고 눈감았는데도 마음 한켠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이교육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부모가 소신을 지키며 아이를 이끌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공부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학습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그 스스로 학습이라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학습습관을 부모가 일정부분 잡아줘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말들...그런데 그 일정부분의 범위를 도대체 모르겠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인 것을...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에서 '공부는 가장 공평한 게임이다','진짜 공부를 위한 나침반, 꿈과 목표를 설정하라','진짜 공부비결, 시간 관리에 있다','진짜 공부를 위한 8가지 준비물','진짜 공부가 잘 되는 비결, 공부 환경에 있다',의 주제를 가지고 자기 주도적 공부 습관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 책은 상당히 실용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공은 성적순이다. 라는 표현,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1시간만 더 공부하면 부인(남편) 얼굴이 바뀐다'고 들려주는 말등이 그렇다.

우스개소리처럼 어른들 사이에 익히 회자되는 말들이다. 살짝 거부감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관념적인 개념에 기대어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의 맹점이 도처에 있기에 이런 식으로 접근해주는 책의 필용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소제목의 면면을 살펴 보면 이 책의 장점이 더욱 드러난다. 평상시에 아이교육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부분에 대한 내용이 정말 알토란처럼 가득 채워져 있어서 초등학교 자녀를 두신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 크기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삽화들, 그리고 다양한 글쓰기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우리아이에게 이 책을 책상 한 귀퉁이에라도 항시 펼쳐둔 채  자신의 공부스타일이나 미래의 꿈에 대해서 잠시 망각했다 싶으면  교과서처럼 펼쳐보라고 말해야겠다. 다시 말하지만 아주 유용한 공부 길잡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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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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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전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어마어마한 명함을 달고 오랜 시간 자라나는 청소년의 필독서로 지정되어 왔다. 그 내용 또한 신출귀몰한 홍길동의 판타지스러움과 스토리 전개의 고전스러움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 만하다.

또한, 홍길동,이라는 이름 석자는 서울의 김서방처럼 일반명사화되어 각종 서류작성법의 모델로서 그 자리를 차지하여 친숙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가히 국민소설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홍길동전은 완판본, 경판본, 영인본, 아동용 도서까지 이미 숫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이 책을 기꺼이 집어든 이유는 딱 두가지다. 바로 민음사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시리즈의 200번째 책이라는 사실과  요즘 자주 언급되는 김탁환이 옮겼다는 사실이다.

 

이 책이 가지는 강점은,  기존의 여러 출판사에서 어린이용으로, 또는 성인용으로, 그리고 전래동화시리즈로 마구 출판되는 홍길동전이 축소되고 또는 더 보태어 과장되는 내용이 부지기수인데 반해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이 같이 실려 있을 뿐 만 아니라 영인본까지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수록되어 있어 가장 정확한 홍길동전을 읽을 수 있다는 점과 소장의 가치까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홍길동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미 읽었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고전의 가치와 그 읽는 즐거움을 넉넉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용에 걸맞게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 칼라풀한 삽화는 동양화전공의 화가의 솜씨이어서인지 기존의 책에서 보아왔던 조잡한 그림들과는 확연히 차별되어 눈이 즐겁다. 민음사라는 출판사에 다시 한번 깊은 신뢰가 간다.

 

홍길동전이 허균의 소설이라고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나, 홍길동전이 탄생하기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거론되는 사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중국의 수호전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것과, 조선조에 의적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설이 있으며, 광해군 시절에 서자들을 중심으로 한 칠서의 난이 홍길동전의 사상적 배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있다. 칠서의 난이란, 명망있는 집안의 일곱명의 서자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모여 지내던 중 그 중 한 사람인 박응서가 은상(銀商)에게 살인강도를 저지른 것이 발각된 사건을 지칭한다. 허균이 칠서의 난의 주동자들과 깊이 관계한 증거는 없으나 당시 허균은 그 사람들과 교우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은 태생이 아니라 그 재능의 유무에 따라서 기용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평등사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홍길동전이라는 소설이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유추해보는 것이다. 

허균은 혼란하고 불합리했던 조선의 한 시대를 살면서 깊은 통찰력으로 그 사회의 문제점들을 인식했고  현실사회의 문제점들을 소재로 하여 사회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국문소설인 홍길동전을 창작하였던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원대한 꿈을 갖고 혁명까지 꿈꾸었으나 비명에 한많은 삶을 마감한 허균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사가들의 연구를 필요로 한다고 보여진다. 교산 허균 뿐 만 아니라, 그의 누이 난설헌 허초희 또한, 우리 문학사의 재능있는 여류로 손꼽히나 그녀의 삶 또한 몹시 불우했기에 그들 남매의 삶이 참으로 한스럽기만 하다.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볼때,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과 예술을 몹시 사랑했던 천재적인 자유로운 영혼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홍길동전을 읽으며 자연스레 저자의 가족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몇 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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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최고의 삶을 말하다
헬렌 S. 가르손 지음, 김지애 옮김 / 이코노믹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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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프라 윈프리, 그녀의 성공적인 삶을 강조하려다 보니 늘 따라붙는 그녀를 설명하는 단어들..

흑인, 사생아, 가난, 성폭행, 미혼모....

달리 보면 매우 선정적인 용어에서 오는 거부감으로 고개가 돌려지기도 하련만 바로 그 단어들이 주는 어둠의 그림자가 강렬했기에 그만큼 오늘의 위대한 그녀의 삶이 참으로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기에 냉큼 그녀를 데려왔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공담을 풀어낸 자서전적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오프라 윈프리,라는 여성의 삶은 유독 호기심이 일었고(것두 아주 세세히, 천박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던 원동력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그러한 욕심은 선뜻 이 책을 골라들게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자전적 진솔한 고백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의 육성이 아닌 헬렌 S. 가르손이라는 저자에 의해서 객관적인 오프라에 대한 각종 자료수집이라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당선된 버락 오바마와 함께 다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오래전부터 그와 친분관계를 이어왔던 오프라 윈프리, 바로 그녀다.

지금 순간 흑인으로서 위대한 혹은 유명한 사람을 떠올려 보니 우선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등이다.

어쩌면 그들은 인종차별이 아직도 현저히 존재하고 있기에 흑인이라서 더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그들은 화려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바로 그 이유로 유색인과 백인이 아닌 단지 자신의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피부색의 구분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존재로만 타자와 구분되어지는 제 3의 인종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같은 토크쇼 진행자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오프라는 미디어를 적절히 이용하고 그 수혜를 누린 자로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녀는 컬러피플같은 영화에는 출연하였으며, 책을 내기도 했고, 기금마련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였으면,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자선의 손길을 뻗치기도 하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모든 상황과 역할을 기꺼이 감내하였으며, 또한 자신의 인생을 즐긴 사람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인간 오프라를 만나 볼 수 있다. 미시시피의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성공을 이룬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비취지기도 하는 그녀의 삶을 알게 된다. 오프라에게 공적, 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친구들과 사건들을 들려주며, 오프라쇼를 통한 대중에게 미치는 그녀의 엄청난 문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영향력,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를 고민하게 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문제에 임하는 오프라의 모습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본론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해 놓았으며, (먹는 음식, 옷스타일, 운동, 그녀의 친구, 연인,어린시절등등)

책의 뒷분에는 오프라의 어록과 버락 오바마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다. 이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에 읽었던 다른 책에서  다섯가지 'ㄲ'이 필요하다는 글을 봤다. 그것은 꾀, 끼, 깡, 끈, 꿈인데, 오프라는 이 다섯가지를 다 가진 사람으로 보여지며, 그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강력하게 자신의 삶을 통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은 바로 '꿈', 비전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처한 암울하고 비참하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의 꿈을 잃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이후의 삶은 지금의 삶과는 분명히 구별되고 다를 것이라는 철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러한 굳건한 믿음은 그녀가 삶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굳게 신뢰하는데서 나오지 않나 생각해본다.

각자 자신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삶을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충실함,이라는 글이 떠오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속에서 충실한 열매를 한단계, 한단계 이루어갈 때, 미래는 우리에게 밝게 손짓하리라 나 또한 굳게 믿는다. 오프라처럼 나도 내 자신을 깊이 신뢰하기에.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하며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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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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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판타지 문학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현실에 기반한 서사적인 스토리 전개를 좋아했기에 판타지 소설은 황당무계하다고 여겨 눈길도 제대로 주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판타지 소설에 대한 나의 선호도 호불호는 의식적으로 머리속에 심어둔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아주 재밌게 읽었던 동화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뚱보나라, 키다리나라>, <걸리버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등은 거의 다 판타지물이었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의 때가 묻으면서 어느새 점점 동심을 잃어버린 나는 세상사에 거칠어진 마음이 순수한 동심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데, 오히려 그 탓을 책의 소재로 돌렸던 것이다.

작년 중순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주석을 달고 출판되더니, 이제는 원작 출판 100주년 기념판으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가 그 뒤를 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질 않다가 정작 내가 만나게 된 건 바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이다.

어린 시절, 필수코스로 읽었던 동화 중의 하나로서 굉장히 즐겁게 신기하게 읽었던 느낌은 기억나는데, 그 줄거리는 띄엄띄엄 생각이 날 뿐, 전체적인 윤곽이 떠오르질 않았다. 클래식한 표지에 엄청난 두께와 보통 책사이즈보다 훨씬 큰 <주석이 달린 오즈의 마법사>는 그 모양새만으로도 우선 충분히 독자를 위압한다. 그리고 그 위압된 기분은 책장을 넘기면서 헉~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이내 압도되고 만다.

이 책은 간단히 말하자면, <오즈의 마법사>라는 동화책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기술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저자 프랭크 바움에 대한 모든 것, <오즈의 마법사>의 역사, 배경, 변주된 이야기, 뮤지컬, 영화, 만화, 등등 다른 예술분야로 표현된 스토리, 등등, 동화 <오즈의 마법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어 가히 <오즈의 마법사 백과사전>이라고 칭할 만 하다.

약 백 년전 '도로시가 오즈라는 불가사의한 곳에서 모험을 한다'는 이 단순한 이야기는 1900년 처음 출판된 이래,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며, 미국의 신화가 되었다. 이 작품은 그 안에 미국적인 특성들을 담아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의 본질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현재 [오즈의 마법사]가 100년 간 몇 권이나 팔렸으며, 판본이 몇 종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 가히 신화가 될 만하지 않겠는가.

492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놀랍게도 앞부분에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를 소개하는데 100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동화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윌리엄 윌리스 덴슬로우의 칼라 삽화와 함께 24장으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는데, 그 옆에는 내용의 활자보다 훨씬 더 작은 글씨로 아주 빼곡히 주석이 달려 있다. 내용이 쉽게 읽히는 것에 비하면 주석을 읽는 것은 고역일 정도다. ㅠㅠ. (그 고역은 읽고나면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 주석은 동화속 표현들이 내포하고 있는 많은 의미와 그 시대상, 풍습, 문화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어 동화새로읽기 및 풍성한 스토리 이해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캔자스 지역에서 삼촌과 숙모와 살고 있던 고아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으로 인해 공간이동을 하는 장면은 메리 폽 어즈번의 [마법의 시간여행]이라는 시리즈물 동화를 연상시킨다. 그 동화는 나무위의 오두막을 통하여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남매를 매개로 하여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역사속 인간삶의 지혜, 이치를 말해주는 동화이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가 그 이후 탄생한 동화에 많은 유형무형의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동화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참으로 놀랍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심의 세계가 주는 순수한 진리외에도 주석을 통해서 이해되는 동화의 상징성은 <오즈의 마법사>를 특별하고 비범한 동화로 자리매김한다.

영국에는 '앨리스'시리즈가, 독일에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덴마크에는 안데르센의 동화가, 이탈리아의 고전으로는 피노키오가 있듯이 미국의 고전 판타지로는 단연 L.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인 것이다.

 

잃어버린 동심을 찾고자 한다면, 그리고 평소에 동화는 아이만이 읽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지적인 이성을 충족시킬 성인의 영역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을 계기로 판타지 문학에 대한 열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큰 소득이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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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대논쟁 1 - 도덕 & 지식인 히스토리아 대논쟁 1
박홍순 글.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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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혼란의 이 시대에 저자 박홍순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4명을 초대하여 활기차고도 건강한 토론의 장을 펼쳐낸다. 저자 본인이 박쌤이라는 사회자로 분하여서 초청한 철학자는 각각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사르트르, 리오타르이다.

이들은 너무도 유명한 철학자들이기에 우선 낯설지가 않아서 구미가 당긴다. 때로는 철학이 주는 무게는 낯섦에서 오는 무지와 어우러져 그와 관련된 것들을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에 이들을 선택한 것은 현명해 보였다. 

최근에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강호순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전인교육이 아닌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채찍질당하며 목적도 상실한 채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삶은 필연코 이렇게 정신적으로 병든 자들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그저 돈이, 잘생긴 외모나 명품이, 그럴싸한 학벌만이 인정을 받는 사회분위기가 가져온 인간성 상실로 인한 병폐인 것이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인 용산참사에 대한 국민의 의문점을 은폐하고자 언론에서는 강호순사건을 더 크게 보도한 점도 있지만, 두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참으로 착잡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도덕이란 무엇인가, 또한 그 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도대체 이 나라에 보편적 성격을 지니는 도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갈수록 물질만능의 사고로만 치달아가는 사회의식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바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논쟁을 통하여 '덕은 지인가, 아니면 덕은 별도의 선의지를 필요로 하는가','인식론과 윤리학은 구분되어야 하는가, 통일되어야 하는가', '덕은 이성에 의해서만 확립되는가',에 대해서 논의한다. 그 논쟁을 통해서 두 철학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또한 논쟁의 실천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이 시대와 어떠한 연관성을 있는지에 대해서 짚어보고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과연 참다운 지식인이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은 늘 탄식의 목소리로 울려퍼진다.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서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앞서서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나마 지식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마저 지적인 성찰과 실천에 있어서 그 진정성을 상실하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크다.

이에 이 책의 두번째 논쟁의 주제는 바로 사르트르와 리오타르의 지식인 논쟁이다. 논쟁의 주제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의 보편적인 주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두 사람의 논쟁을 통하여 오늘날 지식인이 서 있는 현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점차적으로 참다운 지식인이 사라져가는 원인은 과연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겠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상이한 입장을 보이는 두 사람의 대담형식의 논쟁을 통하여 사상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 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하기가 더 용이해서 어려운 내용이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막연한 용어들이 손에 잡힐 듯 이해되면서도 다시 저만치 물러나버리는 듯한 느낌은 철학용어의 현학성이 가지는 한계인지, 아니면.지식인들만이 향유하고자 그들만의 어렵게 쓰기인지는 몰라도 이 시대에 대한 통쾌한 해답을 기대했던 개인적인 바램으로, 자꾸만 이 책을 처음 잡게 된 동기는 잊어버리고,,'그래서 어쩌라고',,하는 말도 안되는 내면의 목소리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울하게도 나의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이 시대의 도덕문제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 두껍지 않고 다시 말하지만 기존에 접했던 철학책에 비하면 쉽게 읽히는 편이어서 무난한 편이다. 다만, 읽는 도중 자꾸만 더 읽어야 할 목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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