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배케이션 -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의 홍콩 즐겨찾기
한혜진 지음 / 예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콩, 하면 쇼핑, 유행, 이런 단어들이 먼저 머리를 스친다.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누구나 돈과 시간과 있으면 쉽게 밖으로 나갈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홍콩은 주말은 이용하여 어여쁘고 세련된 도서의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찾게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이 힘들다 보니 꼭 가봐야 할 나라 리스트 순으로 손가락을 꼽게 되는데, 이제는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보니 예전처럼 문화재 관람 위주의 관광성 여행보다는 현지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이 점점 힘을 얻는 느낌이다.

20여년 전에 처음 경험했던 해외여행지는 호주와 뉴질랜드였다.

당시에는 그 유명한 오페라하우스라든가, 마오리족의 공연, 하버브릿지, 골드코스트의 빌딩, 양떼목장, 세자매봉 등 이국적인 기념물이나 풍광에 시선을 뺏겼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침식사로 먹었던 계란요리와 크기가 컸던 포도알, 그리고 향기로왔던 원두커피, 호텔 창밖으로 내리던 빗줄기가 주는 느낌..한가로왔던 거리 풍경, 이른 아침의 바닷가산책, 등 감성적이고 여유로웠던 그래서 평화롭게 온전히 즐겼던 그 느낌들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여행이란 것은 모름지기 지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시간이 남을 때 가야 하는 것이 아닌 것은 너무도 확실하다.

20대 여행은 배낭족으로 돈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고생하는 것이 남는 것이나, 나이가 들수록 여행에 임하는 자세가 자꾸만 달라진다. 물론, 지금도 배낭여행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주변의 상황이나 몸의 상태가 따라주질 않으니 그림의 떡일 뿐.

몇년 전에 서울의 친구가 주말에 홍콩에 다녀왔다며, 그 여행후기를 들려주었을 때, 아, 여행을 그렇게도 하는 것이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접수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옆집에 놀러가듯이 그렇게 잠깐 틈을 내어 휴식차 다녀오는 여행. 내게는 홍콩여행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홍콩 배케이션>은 그 느낌에 아주 부합하는 여행 안내서이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저자는 7년 동안 30회에 걸쳐 홍콩을 드나들면서 홍콩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게 그 매력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서구화된 동양인과 엑조틱한 외국인들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의 도시 홍콩. 그 홍콩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쇼핑과 식도락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외식문화가 발달했다고 구전으로 알고 있는 홍콩의 음식문화는 그야말로 다국적 음식레스토랑이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그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한식레스토랑이 소개되어 있질 않아 아쉬웠다(그저 시도때도없이 나타나는 나라사랑!)

쇼핑도 마찬가지다. 쇼핑몰과 아울렛, 그리고 거리거리에 숨어있는 패션리빙숍, 을 통해 그녀가 소개해주는 쇼핑문화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라면 혹!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홍콩 배케이션>에서는 홍콩에 가면 흔히 꼭 가봐야 할 것, 곳인 만모사, 새시장, 레이디스 마켓, 란타우섬, 스탠리같은 관광지는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쇼핑과 식도락, 그리고 휴식을 위한 팁들로만 채워져 있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해야 할 호텔, 바, 마사지숍, 교통편, 삼시 세끼에 따라 분류되는 각국의 레스토랑, 공항에서 즐기기 등 아주 자세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여행지에서 생길 법한  에피소드 하나 없이 오로지 소개하고자 하는 것에만 충실한 마치 홍콩여행잡지 같은 여행안내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우리가 홍콩여행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두툼한 지갑과 기꺼운 마음으로 쇼핑할 자세.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의 홍콩 즐겨찾기, 나이든다고 해서 스타일리시하진 않겠지만, 왠지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연배로 자꾸만 밀려나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우리 딸아이가 자라서 그 아이를 따라 홍콩 즐겨찾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젊은 여성들이여. 홍콩은 꼭 젊을 때, 즐기시길...여행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대에 가게를 시작, 했습니다 - 여성 오너 15인의 창업 이야기
다카와 미유 지음, 김희정 옮김 / 에디터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청춘이라면, 단 한번도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 이름을 건, 나만의 개성이 담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만큼 삶을 역동적이게 하고 신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그 꿈을 실현시키는 과정은 어렵기만 하다.

<20대에 가게를 시작,했습니다>는 20대에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아낸 일본의 여성 오너 15인의 창업 노하우를 담아낸 "나만을 표현하는 가게 만들기의 꿈"을 실전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가까운 지인 중에 가게를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보는 만큼 생각도 하게 된다고,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는 시점에 단 한번도 가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직장인으로서 20여년을 살아오면서 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면 오아이스처럼 떠올리던 창업의 꿈이 비단 나만의 꿈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20대의 청춘처럼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나에게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창업의 꿈이었다.

물론, 이 책의 오너들이 모두 쉽게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나와 달랐던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고, 그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일찍 깨달았다는 사실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용기있게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그들의 용기있는 청춘이 너무도 부럽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전통적인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빈티지한 것에 대한 안목, 대를 이어서 하는 가게에 대한 존중, 작은 것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한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흔히, 가게를 한다고 하면 이익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추어지며 일을 하는 즐거움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되는 15인의 오너들의 방식은 아주 많이 다르다. 이익보다는 내가 즐거운 일, 내가 성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몇 개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게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어딘가에서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오너 자신이 직접 만들고,

자신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핸드메이드 잡화점, 구제옷가게, 갤러리 카페, 카레전문점, 플라워샵&카페,서양과자전문점, 일본동화풍잡화점, 의류전문점, 마크로비오틱요리교실, 등이 그 대상이 되었다.

여기저기 비슷비슷해보이는 대형화, 문어발식 프랜차이즈 가게가 아닌 작지만 나만의 가게를 아름답고 개성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해서 거리가 아름다워지고, 골목길이 다채로와진다면 이 또한 하나의 문화가 되지 않겠는가.

다향한 꿈이 존재하고, 그 꿈들이 사회속에서 존중받는다면, 좀 더 풍유로운 우리네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창업과는 관련이 없는 이런 생각이 내내 들었다.

작은 소품들이 가득한 예쁜 사진과 가게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은 누구나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가게마다 개점후 1년 동안의 일지가 간단하게라도 소개되어 있었더라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그렇지만 이대로도 괜찮다. 이 책의 오너들 또한, 그러한 친절한 안내 없이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으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안다면 비록 과정중에 부딛히는 작은 난관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들어 부쩍 불교에 관한 책을 많이 만난다.

물론, 예전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지만,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내 손을 거치는 책의 한정됨을 생각한다면 이런 현상은 나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을 쓰시고 엮으신 두 스님은 이미 작년에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속세에서 나름대로 인정받는 자리에 있던 여인들이 어떤 연유로 입산을 하게 되었는지, 세속적인 호기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표지에 실린 천진, 현현스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지나칠 수 없었던 마음이 더 솔직하다.

지리산자락의 맥전 마을 홍서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천진스님과 현현스님의 스승이신 정봉무무스님의 법문이 이 책의 구성내용이다.

천진스님의 필체로 쓰여진 이 책에서 스님은 정봉무무스님의 법문이 '매일매일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는' 소중한 말씀이라고 첫 장에서 언급하고 있다. 또한, 홍서원에서의 생활 중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오시는 분들 덕분에 나날이 가슴속 가득 환희로 채워지는 날들이었다고 한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홍서원을 찾으신 분들에게 스님께서 설하신 법문을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사성제와 팔정도에 맞춰 새롭게 구성해 놓았다.

불교에 관심은 있었으나, 간단히 말해서 '나무관세음보살'외에도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내게는 그동안 불교관련책을 통해서 얻었던 지식만으로는 이 책에 나오는 불교적 용어를 이해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단순히 문핵상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신심의 유무에 따른 아주 근원적인 문제였다.

사성제란, 고성제, 집성제, 멸성제, 도성제를 말함이고, 이는 '지금 행복한가요?',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100%행복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는 주제에 입각하여 법문을 풀어놓고 있다.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번뇌와 칠정오욕에 대해서 설하시는 스님의 말씀은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마음깊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독신수행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 일테면 우리의 가장 완벽한 반려자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내면에 숨어 있다는 것, 장기기증에 대한 부분, 스님께서 숲속 동굴에서 공부하실 때 산짐승들과의 에피소드, 수행자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면 안되는 이유, 실생활(운전수행방법)에서 수행하는 방법, 등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던 말씀이다.

사정제와 팔정도에 맞춰 이 책에서 스님께서  설하고자 하는 바는 이번 생과 다음 생까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바른 생각과 바른 회향이라는 것이다.

'바르고 정직하게 일하고 또 자신의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 이것은 행복한 삶이 될 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향한 복덕 자량이 되는 것이다'

즉, 고요하고 적정한 것만을 살펴보는 사람은 고통받은 존재들을 위해 행동하기가(보살행) 쉽지 않다고 덧붙인다.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더 적극적인 살펴봄을 행하는 것, 이것이 참다운 지켜봄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결국, 쓰는 용어가 다를 뿐, 종교의 이름만 다를 뿐, 수행하는 이가 추구하는 지점은 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정리해본다. 

크게 정리되는 부분은 이렇게 이해가 되었으나, 소소하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수행방법이나 번뇌를 풀어가는 방법 등은 아쉽게도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도 가슴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불자이신 분이나, 앞으로 불자이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아주 반가운 책이 되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트리히 본회퍼 -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2
레나테 베트게 & 크리스티안 그레멜스 엮음, 정성묵 옮김, 김순현 감수 / 가치창조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생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연달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내게는 종종 일어났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아, 그 사람이 나와 이제 인연이 닿는구나, 하고 인지함과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번의 경우도 그렇다.

'디트리히 본회퍼', 단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인지, 어느나라 사람인지...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

그런데 일주일의 시간차를 두고 그의 흔적을 다시 접했다. 어떤 책의 소개글에 실린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은 이렇다.

 

‘부끄러움은 이제는 멀어진, 우리의 근원을 향한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부끄러움은 우리로 하여금 그 어그러진 관계를 비통해하면서

근원으로의 회귀를 무기력하게 소망하게 한다.’  

인지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차츰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가치창조의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2]에 해당하는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 디트리히 본회퍼>는 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꼭 만나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받자마자 표지를 뒤적여보니 가치창조에서는 첫권은 '헨리 나우웬', 3권은 'C.S.루이스'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사사로운 시각과 감성은 배제한 채, 340컷이 넘는 기록성이 짙은 풍부한 사진과 편지, 그리고 본회퍼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상황을 엿보게 해주는 자료들과 함께, 그의 삶과 사역의 현장을 간단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내주고 있다.

340컷이 넘는 사진속에는 본회퍼의 성장기, 친구, 가족, 동료, 포스터, 신문기사, 편지글등을 통해 우리는 교회와 국가, 국제무대의 혼란 속에서 본회의 삶과 가족과 주변 상황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이번 책은 본회퍼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이 책을 통해 본회퍼에 대해서 궁금했던 사람들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와 함께 운명적인 선택을 한 가족과 친구들을 현장감있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목사이며 신학자이며 저항가였던 본회퍼는 사후 60년이 넘도록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쳤으며, 신앙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반나치 운동을 펼치고, 그 어떤 전쟁도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주도했으며, 유대인을 이해하고 옹호했던 본회퍼. 이러한 그의 삶의 궤적은 히틀러 암살계획동참으로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 처형당하고 만다.

그의 삶을 간단히 요약하자니 이렇게 두줄로 끝나 버리지만, 일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다.

이 책 속에는 어떻게 그가 행동하는 삶을 완성하는지 여러 증거자료들을 통해 알 수 있으며, 그의 신앙관과 일치하는 삶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는 책이었으나, 꼭 완주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시종일관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았던 본회퍼의 삶은 종교인 뿐 아니라 비종교인 사람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줄 만한 훌륭한 삶이었다.

 

행동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흔적을 옮겨보면, 본회퍼는 1933년 "유태인 문제에 직면한 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는 국가에 관련해서 세 가지 행동을 해야 한다.

첫째, 교회는 국가의 행위가 합법적이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국가의 행위에 희생당한 자들을 돌보아야 한다. 교회는 모든 사회 질서의 희생자들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 심지어 그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그래야 한다. 세 번째 행동은 바퀴에 짓밟힌 사람들의 상처만 싸매주는 것이 아니라 바퀴 자체를 멈추려고 시도하는 것이다.이것이 교회가 취해야 할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이다. 85p/

 

본회퍼가 평화에 대해서 설교한 내용 중 발췌본.

/이 모든 경우는 평화를 안전과 혼동하는 것입니다.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 가는 길과 다릅니다. 평화는 대담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며 안전한 일이 아닙니다. 평화는 안전의 반대입니다.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이 불신은 전쟁으로 이어집니다.110p/

 

본회퍼가 1942년 크리스마스에 쓴 글 '10년 후' 중에서

/의무라는 길로 가면 온갖 결정들의 혼란스러운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명령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처럼 보인다. 그것은 명령을 수행하는 자가 아닌 명령을 내린 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무가 요구하는 것들만 행하면 자신의 책임감에 따라 행동하지 않게 된다. 사실, 책임감만이 악을 무너뜨리고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의무의 사람은 악 자체에 대한 의무에도 복종하게 된다.185p/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종교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문제적 시국사안에 종교의 범위안에서 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적 규모의 성전과 인지도를 지닌 종교지도자는 결코 자신의 위치는 성찰하지 않은 채, 그저 시류에 영합하는 목소리를 아주 뻔뻔하고 당당하게 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 얼마나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 삶을 채웠는가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이 땅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간다면 과연 나 자신은 내 신념대로 살고 있는지, 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내 블로그 대문에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말한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구가 블로그 시작부터 걸려 있었다.무시코 걸었던 그 말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리고...

비록 종교인을 아니지만, 종교적 삶을 소망하는 나에게 이 책과의 만남은 어쩌면 행운이었음을 고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에서 오는 울림이, 호기심어린 이쁘장한 20대 여성의 모습이, 꽃잎처럼 흩날리며 지는 감성의 편린들이 연상되는 표지가 시선을 붙든다.

그냥 그 쯤해서 지나칠 뻔 했는데, 제목 밑에 작게 나열되어 있는 이국의 도시이름이 확 나를 끌어당겼다.

그 중에서도 오사카, 교토는 4년 전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며 이 책을 열어보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행자는 눈은 특별하다.

일상에서 스치던 모든 사물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마력을 느끼게 해주고, 접하는 모든 현상들이 유의미해지기 시작한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서 유독 내게로 오는 빛을 발견한다.

여행하는 길에서의 체험은 그래서 한 인간을 깊게 사유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거 같다.

 

<우리 흩어진 날들>에서 소개되는 일본의 도시들은 그녀의 시선을 통해 빈티지한 멋을 한껏 드러내 준다.

'낡은'이라는 단어로 그 도시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단어속에는 세월의 흐름,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 그것이 지닌 의미와 가치,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녀의 '낡은'은 역사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읽혀지고 있다.

그 이국의 곳곳에서 그녀는 그녀만의 빈티지한 감수성을 숨기지 않고 매우 솔직하면서도 따뜻하게, 맑고 또렷하게 들려준다.

이러한 감수성은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반복되어 보여지는 그녀의 감성은 이내 지난 시간에 가졌었던 그러나 잊고 있었던 내 낡은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금새 나이를 망각한 나는 세월이 흘러도 '낡지' 않는 감수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꺼이 흠뻑 젖어버렸다.  잊어버린 기억들, 나 혼자 몰래 숨겨놓았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달콤하고 촉촉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자의 발걸음과 시선으로 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일본의 도시들은 비록 멋진 사진이 아니어도, 세련되고 유려한 필체가 아니어도 그녀의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도시이야기속에 슬쩍 끼워놓은 그녀의 '낡은 사랑'이야기도 꽤 마음에 와 닿는다.

낡은 도시에서 그녀가 그녀의 낡은 사랑과 맞닥뜨렸듯이, 나 또한 그녀가 속삭여주는 낡은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내 지난 사랑을 추억했다. 기실 모든 사랑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속성은 보편적 동질감으로 드러나고, 자신만의 사랑으로 극적인 장치를 더하고 싶은 마음을 다름을 요구한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뜻밖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서로 소통되는 지점이 꽤 많아 일본여행기는 건조해진 내 감수성을 촉촉하게 적시기에 충분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유쾌할 수 있을 때 하하 웃고, 맑을 수 있을 때 더 맑게 살고,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만끽하는 그녀의 청춘이 부럽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것, 이라고 우리는 흔히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닫는다.

우리는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자연스레 떠올리곤 한다.

여행이 아름답고 의미있어지는 것은 아름다운 사람을 추억속에서 불러오기 때문이고, 그 시간 속의 아름다왔던 나를 그리워하게 하고, 해서 여행은 나를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는 것을.

여행자는 그 누구보다도 더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를 통해서 깨닫는다. 그 뜨거움으로 우리는 꿈을 잃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당당히 껴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름에 추억이 많은 나.

지금 성하의 계절이 몰려오고 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