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에서 오는 울림이, 호기심어린 이쁘장한 20대 여성의 모습이, 꽃잎처럼 흩날리며 지는 감성의 편린들이 연상되는 표지가 시선을 붙든다.

그냥 그 쯤해서 지나칠 뻔 했는데, 제목 밑에 작게 나열되어 있는 이국의 도시이름이 확 나를 끌어당겼다.

그 중에서도 오사카, 교토는 4년 전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며 이 책을 열어보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행자는 눈은 특별하다.

일상에서 스치던 모든 사물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마력을 느끼게 해주고, 접하는 모든 현상들이 유의미해지기 시작한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서 유독 내게로 오는 빛을 발견한다.

여행하는 길에서의 체험은 그래서 한 인간을 깊게 사유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거 같다.

 

<우리 흩어진 날들>에서 소개되는 일본의 도시들은 그녀의 시선을 통해 빈티지한 멋을 한껏 드러내 준다.

'낡은'이라는 단어로 그 도시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단어속에는 세월의 흐름,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 그것이 지닌 의미와 가치,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녀의 '낡은'은 역사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읽혀지고 있다.

그 이국의 곳곳에서 그녀는 그녀만의 빈티지한 감수성을 숨기지 않고 매우 솔직하면서도 따뜻하게, 맑고 또렷하게 들려준다.

이러한 감수성은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반복되어 보여지는 그녀의 감성은 이내 지난 시간에 가졌었던 그러나 잊고 있었던 내 낡은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금새 나이를 망각한 나는 세월이 흘러도 '낡지' 않는 감수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꺼이 흠뻑 젖어버렸다.  잊어버린 기억들, 나 혼자 몰래 숨겨놓았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달콤하고 촉촉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자의 발걸음과 시선으로 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일본의 도시들은 비록 멋진 사진이 아니어도, 세련되고 유려한 필체가 아니어도 그녀의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도시이야기속에 슬쩍 끼워놓은 그녀의 '낡은 사랑'이야기도 꽤 마음에 와 닿는다.

낡은 도시에서 그녀가 그녀의 낡은 사랑과 맞닥뜨렸듯이, 나 또한 그녀가 속삭여주는 낡은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내 지난 사랑을 추억했다. 기실 모든 사랑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속성은 보편적 동질감으로 드러나고, 자신만의 사랑으로 극적인 장치를 더하고 싶은 마음을 다름을 요구한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뜻밖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서로 소통되는 지점이 꽤 많아 일본여행기는 건조해진 내 감수성을 촉촉하게 적시기에 충분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유쾌할 수 있을 때 하하 웃고, 맑을 수 있을 때 더 맑게 살고,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만끽하는 그녀의 청춘이 부럽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것, 이라고 우리는 흔히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닫는다.

우리는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자연스레 떠올리곤 한다.

여행이 아름답고 의미있어지는 것은 아름다운 사람을 추억속에서 불러오기 때문이고, 그 시간 속의 아름다왔던 나를 그리워하게 하고, 해서 여행은 나를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는 것을.

여행자는 그 누구보다도 더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를 통해서 깨닫는다. 그 뜨거움으로 우리는 꿈을 잃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당당히 껴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름에 추억이 많은 나.

지금 성하의 계절이 몰려오고 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