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2
레나테 베트게 & 크리스티안 그레멜스 엮음, 정성묵 옮김, 김순현 감수 / 가치창조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생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연달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내게는 종종 일어났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아, 그 사람이 나와 이제 인연이 닿는구나, 하고 인지함과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번의 경우도 그렇다.

'디트리히 본회퍼', 단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인지, 어느나라 사람인지...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

그런데 일주일의 시간차를 두고 그의 흔적을 다시 접했다. 어떤 책의 소개글에 실린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은 이렇다.

 

‘부끄러움은 이제는 멀어진, 우리의 근원을 향한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부끄러움은 우리로 하여금 그 어그러진 관계를 비통해하면서

근원으로의 회귀를 무기력하게 소망하게 한다.’  

인지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차츰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가치창조의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2]에 해당하는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 디트리히 본회퍼>는 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꼭 만나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받자마자 표지를 뒤적여보니 가치창조에서는 첫권은 '헨리 나우웬', 3권은 'C.S.루이스'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사사로운 시각과 감성은 배제한 채, 340컷이 넘는 기록성이 짙은 풍부한 사진과 편지, 그리고 본회퍼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상황을 엿보게 해주는 자료들과 함께, 그의 삶과 사역의 현장을 간단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내주고 있다.

340컷이 넘는 사진속에는 본회퍼의 성장기, 친구, 가족, 동료, 포스터, 신문기사, 편지글등을 통해 우리는 교회와 국가, 국제무대의 혼란 속에서 본회의 삶과 가족과 주변 상황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이번 책은 본회퍼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이 책을 통해 본회퍼에 대해서 궁금했던 사람들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와 함께 운명적인 선택을 한 가족과 친구들을 현장감있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목사이며 신학자이며 저항가였던 본회퍼는 사후 60년이 넘도록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쳤으며, 신앙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반나치 운동을 펼치고, 그 어떤 전쟁도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주도했으며, 유대인을 이해하고 옹호했던 본회퍼. 이러한 그의 삶의 궤적은 히틀러 암살계획동참으로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 처형당하고 만다.

그의 삶을 간단히 요약하자니 이렇게 두줄로 끝나 버리지만, 일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다.

이 책 속에는 어떻게 그가 행동하는 삶을 완성하는지 여러 증거자료들을 통해 알 수 있으며, 그의 신앙관과 일치하는 삶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는 책이었으나, 꼭 완주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시종일관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았던 본회퍼의 삶은 종교인 뿐 아니라 비종교인 사람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줄 만한 훌륭한 삶이었다.

 

행동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흔적을 옮겨보면, 본회퍼는 1933년 "유태인 문제에 직면한 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는 국가에 관련해서 세 가지 행동을 해야 한다.

첫째, 교회는 국가의 행위가 합법적이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국가의 행위에 희생당한 자들을 돌보아야 한다. 교회는 모든 사회 질서의 희생자들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 심지어 그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그래야 한다. 세 번째 행동은 바퀴에 짓밟힌 사람들의 상처만 싸매주는 것이 아니라 바퀴 자체를 멈추려고 시도하는 것이다.이것이 교회가 취해야 할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이다. 85p/

 

본회퍼가 평화에 대해서 설교한 내용 중 발췌본.

/이 모든 경우는 평화를 안전과 혼동하는 것입니다.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 가는 길과 다릅니다. 평화는 대담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며 안전한 일이 아닙니다. 평화는 안전의 반대입니다.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이 불신은 전쟁으로 이어집니다.110p/

 

본회퍼가 1942년 크리스마스에 쓴 글 '10년 후' 중에서

/의무라는 길로 가면 온갖 결정들의 혼란스러운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명령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처럼 보인다. 그것은 명령을 수행하는 자가 아닌 명령을 내린 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무가 요구하는 것들만 행하면 자신의 책임감에 따라 행동하지 않게 된다. 사실, 책임감만이 악을 무너뜨리고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의무의 사람은 악 자체에 대한 의무에도 복종하게 된다.185p/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종교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문제적 시국사안에 종교의 범위안에서 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적 규모의 성전과 인지도를 지닌 종교지도자는 결코 자신의 위치는 성찰하지 않은 채, 그저 시류에 영합하는 목소리를 아주 뻔뻔하고 당당하게 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 얼마나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 삶을 채웠는가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이 땅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간다면 과연 나 자신은 내 신념대로 살고 있는지, 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내 블로그 대문에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말한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구가 블로그 시작부터 걸려 있었다.무시코 걸었던 그 말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리고...

비록 종교인을 아니지만, 종교적 삶을 소망하는 나에게 이 책과의 만남은 어쩌면 행운이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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