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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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미술관,,,노란 표지의 그 색만큼이나 환하게 웃음짓는 소년의 모습이 금세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 미소와 함께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마음자락이 따스해진다.

 

그림에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아이의 주변환경을 유추하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로도 그림을 사용하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미술치료에 관한 강습이 인기가 있기도 했다. 이걸 역으로 이해해 보면 특정한 그림감상을 통해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어주는 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힘든 상황이나 입장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머리를 스치는 말이 있었다. 빗속을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친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산을 하나 더 사서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쓰던 우산도 접은 채 같이 빗속을 나란히 걸어주는 친구의 마음이다, 라는 말.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에세이,라는 설명을 달고 내게 온 김홍기의 [하하미술관]이 바로 그런 친구의 마음으로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위로해주고 있다.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19가지 기술을 차용하여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미술관은 달리 얘기하면 마음병원이라고 지칭할 수 있으며 우리들의 모습과 삶은 다양한 고통과 스트레스와 상처속에서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진부하지만 숙명처럼 안아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 책의 그림들과 함께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그러질 때는 박재영의 그림으로 행복의 길을,,,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타자에 대한 배려가 자꾸만 작아지는 사회속에서 마음이 어두워올때는 이순구의 그림과 함께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삶에 지쳤을 때 전영근의 그림과 함께 여행을,,치유예술로서의 춤의 기능을 담아낸 김정아의 그림으로 우리 감각의 위안을...

 

이렇듯 28명의 국내작가의 작품으로만 다가오는 김홍기식의 그림풀이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그림세계를 접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작가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따스한 글쓰기,  위무로서의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이순구의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테마로 소개되는 가족들의 그림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그 골 때리는 스물다섯, 그때로 돌아가면,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조장은의 그림이야기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웃을 때 치아가 8개 보이는 모습이라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순구의 웃는 가족 얼굴을 보면서 7명 구성원의 이를 나도 모르게 하나하나 세어보면서 같이 입이 벌어지는 느낌은 참 묘했다.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통로이기에  우리의 웃는 얼굴은 그만큼 생을 긍정하고  나아가 타인을 껴안는 힘을 발산해주는 행복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있다. 

조장은의 그림은 어느 한 순간의 느낌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유쾌한 기법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어느새 마음을 조용히 치유해주는 힘이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조장은의 그림이 추억을 기억하는 그 방식이 좋고, 유쾌함과 쿨함을 가장한 표정속에 담긴 서늘한 슬픔을 발견하는 것, 그러나 우울에 빠지지 않고 웃음코드를 잃지 않는 그 매력이 좋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우리네 일상속을 치고 들어오는 검은 얼굴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다행히도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침식해 들어오는 우울의 단상들을 작가 28명의 그림으로 따듯이 치유해주고 있기에 환하게 웃고 싶은 자라면 이 책은 누구라도 읽어보면 만족할 거 같다.

 

읽는 동안 사전에 저자가 남자임을 알고 읽었음에도 섬세하고 언어를 골라 쓴 듯한 어여쁜 문체가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나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 주고 있어 저자를 여자로 순간 착각하여 여러번 책날개에 나와 있는 저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했다.(과연 문체만큼이나 저자는 음영이 선명한 고운선을 지닌 미남이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원래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다가 뜻대로 안되자 배우가 되려고 복수전공으로 영화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 상품기획과 구매업무를 담당하다가 한국 최초로 미술사와 복식사를 결합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 집필로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라는 명예를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다음 포털에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여 미술과 패션에 관한 테마로 글을 올려 2007~8년 베스트 블로거로 뽑힌 경험이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표지의 그림을 그린 이순구 작가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리곤 이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 가득 바다색만큼이나 파란 바탕에 저 소년처럼 웃음짓는 여자의 모습을 띄웠다. 아직도 떠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기나긴 겨울을 어느새 잊고 만 내 마음에 봄향기과 즐거움이 하나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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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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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리가운데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막상 지리, 라는 단어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일테면 학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거나, 아니면 쇳덩어리 하나 들고다니며 땅속 물길 알아내는 풍수지리가(지관)가 먼저 연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는 언뜻 그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내 지레짐작과는 살짝 다른 내용이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등한시해 왔던 것, 때로는 아주 무관심했었던  바로 지리적 현상이라는 분야를 우리네 일상속으로 끌어와서 설명해주고 있다.

평소에 책을 처음 받아보면 책날개의 나와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나, 들어가는 말 등을 아주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읽음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접근했을 때 참 반갑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선은 저자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인근대학 교수였기에 친밀감이 더 컸고, 휘리릭~~ 넘겨본 책속의 사진이나 지명들이 바로 내가 발 디딛고 사는 지역의 장소들이 태반이었기에 '어머, 여기는..어머, 이곳은' 하는 반가움이 왈칵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꺼리이기도 했지만, 막상 발 디딛고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땅의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다른 독자와는 좀 차별되는 지점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낙에 여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지리라는 분야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유적을 답사하기 위한 역사여행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정서여행은 당연히 지리적인 국토의 모양새를 들여다 보게 한다. 중고시절, 국토지리와 인문지리라는 두 과목으로 나뉘어져 우리가 발 디딛고 사는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말해주던 학문들을 참 재미나게 배웠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내용들은 기존의 앎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떠난 여행이나 책속에서만 만나는 지리적 세상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적인 생활가운데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돌아가는 지리이야기였다.

이 책에는 6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지리적 환경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입지- 자리잡기의 미학, 환경 -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사회와 문화-장소 속의 의미 찾기, 지형경관-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기후와 식생-바람과 온도의 미학, 경제활동- 돈벌이의 질서 , 등 에 나타난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주변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낯설었던 풍경들은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의미있게 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비게이션에 대한 부분은 평소 나의 생각과도 매우 일치했기에 반가왔다..문명의 이기는 분명히 인정하지만, 길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나는 언젠가부터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게 되면서부터 그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을 알았다..암산이나 전화번호 외우기는 이미 계산기나 휴대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또 하나의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이렸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로봇에게 지배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전주 완산칠봉의 비오톱, 순천만의 갈대밭에서 보여지는 시민들의 자연신탁제도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환경, 유적지,역사적 건물 등을 시민들의 성금이나 기부금으로 사들여 국민신탁을 하는 제도가 우리나라도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영토를 놓고 벌이는 한중일의 현재, 백두대간과 태백산맥의 의미, 주택계급의 사회계층 양극화, 마이산의 풍화혈,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번 등산길에는 산 정상에서 필히 삼각점 표지석을 찾아봐야겠다. 뿐인가. 얼마 전에 다녀왔던 전주성의 위봉산성을 분수계를 따라서 다시 이해하기도 한다. 멋진 커피숍을 발견하면 현무암으로 장식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가장 완벽한 도시라 하여 완전전자를 써서 전주인 도시가 이제 여름날 날씨예보를 할 때마다 꼭 짚어주는 도시의 하나가 되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자연이 준 완벽함에 균열을 내어 열섬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한 대학에서 이 문제로 연구비를 투입하여 전주의 열섬현상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대책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물 형태의 제한, 주차장의 지하화, 수변 공원의 조성, 공원 면적 확보의 의무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된 자연은 그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리기는 매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설사 되살린다 하여도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주변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을 잘 관리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차츰 멸종되어 가는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과 함께 꼭 기억해야 할 진실인 것이다.

이제 곧 3월이 다가온다. 중국의 사막화와 공업화는 올해에는 어김없이 삼천리 금수강산의 봄날에 뿌연 하늘을 자주 선물해 줄 거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환경문제에 있어서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메세지를 다시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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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빨라지는 인도 베다 수학 - 기적의 연산법 인도 베다 수학
마키노 다케후미 지음, 고선윤 옮김, 비바우 칸트 우파데아에 감수 / 보누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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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동료 아이들의 인도유학이 이해가 된다.

남들 다가는 미국, 호주, 중국, 하물며 필리핀도 아니고 인도라니..

동료들은 영어를 배우러 어린 형제들이 인도를 간 줄 알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난 알았다.

감취진 비밀 병기가 바로 베다수학이었음을.....

 

언젠가부터 구구단도 부족해서 19단을 외워야 한다는 열풍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열풍의 속성이 그렇듯이 그 후로 이내 잠잠해졌지만, 여러 학습지나 학원에서는 여전히 19단 외우기의 힘이 유효하다. 한동안 나도 우리 아이에게 19단 정도는 외워둬야 하지 않겠니? 하면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곤 했었다..단지 19단이 연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19단이 왜 필요한가, 19단이 수학공부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외우기만을 강요했으니 지금도 아들은 19단을 다 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19단의 필요성도 인도수학에서 연유한 것임을 알았다. 인도아이들에게는 30단이 기본이라고 한다. 놀이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을 공부하는 인도아이들에게 있어서 30단은 그저 즐겁게 공부한 결과일 뿐이라고 한다.

책을 받자 마자,,아들에게 주었다..한번 쓰윽..훑어본 다음에 부담갖지 말고 풀어보라는 얘기와 함께..

방학중 빈둥거리는 재미에 빠져 있던 아이는 드뎌 엄마가 엄청난 숙제를 한권 가져왔나 보다, 하는 눈빛으로 지레 짐작 코빠뜨리더니,,,좀 있다 들려오는 말,,엄마, 이거 되게 재밌다...신기해..

 

그렇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인도 수학의 계산 방법은 학교에서 배우는 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본문을 읽고 원리를 먼저 이해한 다음 연습문제를 풀며 계산 방법에 익숙해 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 순서를 나열해 보면,

1. 처음에는 계산하지 말고 읽기만 해라.

2. 실제로 연습문제를 풀어본다.

3. '읽기'와 '풀기'를 반복해야 진정한 수학 실력이 생긴다.

 

학창 시절, 그저 공식외워서 대입하여 많이 풀어보는 것으로만 수학공부를 했던 나에게 인도수학의 기본원리인, 숫자 피라미드, 10이 되는 조합을 찾아라, 손가락 구구단, 칸 채우기 곱셈법, 마름모 곰셈법, 분수와 소수(이 외에도 더 많다) 등의 개념은 접해볼수록 더 새롭고 신기하기가 마치 수학의 마술같았다.

또한,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수학공부의 난이도가 깊어질수록 단순한 연산이 아닌 논리적인 사고가 수학에도 어김없이 요구된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수학을 놀이하듯이 계산해 가다 보면, 수학계산식 안에 정립되어 있는 규칙과 논리들을 나도 모르는 새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는 좀 부담스러울 지 모르나, 수의 개념을 확실히 아는 학년이 되면 이 책과 함께 아이와 수학적으로 여가를 즐긴다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어줄 거 같다.

이미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학 심화학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수학을 더 정겹게 더 즐겁게 접하는 도구로 이 책을 기꺼이 사용해도 좋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일본에 로얄티를 주고서 수입해오는 모학습지도 일본산이지만, 기적의 계산법이라든가, 이번의 인도의 베다수학, 류의 책들은 저자가 일본인인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분야가 한정된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일본이나 인도에서 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이지, 아니면 아이교육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인지 이런 류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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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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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시간이 거꾸로 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책 뒷면에 선명하게 인쇄된 문구가 도발적이다.

나는 기꺼이 그 사랑에 빠질 것이며, 그 사랑은 인간의 역사상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아주 놀랍고도 엄청난 경험일 것이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미국 최고작가 중 한사람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얀 플란넬 정장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는 얼마나 여심들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이제 다시 브래드 피트라는 아주 매력적인 헐리우드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동명의 책을 여러 출판사에서 그야말로 앞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만난 책은 노블마인에서 출판한 책으로서, 다른 출판사의 책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을 묶은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은 오로지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하나만을 싣고 있다. 다만, 다른 책과 구별되는 것이 있다면, 세련미 있게 각색된 일러스트가 담긴 그래픽 노블이 같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를 그린 케빈 코넬은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60년에서 1930년 사이의 패셔느 건물 구조, 기술발달 수준, 골동품, 그리고 장소적 배경이 되는 당시의 볼티모어, 예일과 하버드 대학의 풍경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거친 후,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그 정성에 힘입어서 앞부분에서 일러스트판으로 만나는 단편은 작품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가동시켜 마치 독자로 하여금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어 기괴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한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해 보면, 1860년 어느 여름날, 로저 버튼씨의 아이가 병원에서 태어났는데, 놀랍게도 그 아이는 70살의 나이로 태어나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남자로서 그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그리고 마지막 죽음까지의 한평생을 그려내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이 단편을 구상했다고 한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에서 판타지를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 참여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미국의 도금시대를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의 기괴한 삶을 기술하면서 그 시대의 위선과 사회적 부패를 은근히 비난하면서도 그 시대의 활기와 힘, 근면함을 긍정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상사람들과는 다르게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의 삶에서 벤자민이 타인과 다름을 크게 인식하여 세상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가 얼마나 세상속에서 철저하고 완벽하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삶을 꾸려냈는가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벤자민이 자신에 대해 또는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받아들인 채 주어진 것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얻은 결과인 것이다.

피츠제럴드가 '내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선언한 숨겨진 명작인 이 소설은 이제 독서인류에 회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위대한 개츠비>를 알고 있다면, 이 책 또한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굉장히 특이한 소재와 내용은 단편이어서 그 아쉬움이 컸다. 개략적인 스토리를 좀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 종 사건과 일상의 디테일한 갈등을 첨부해서 장편으로 만날 수 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 아쉬움은 2009년 2월에 개봉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영화를 통해서 달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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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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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접한 고전이다.

하얀색의 겉표지를 들어내니 연두빛 고운 색이 내 마음을 아련하고도 가볍게 해준다.

마치 고전을 대한 내 마음이 그리 가볍지 않음을 눈치라도 채듯이 말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순전히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 때문이다.

그녀의 6개의 작품 중 내가 읽어 본 책은 제일 유명한 <오만과 편견>, 단  한권이다.

그것조차도 20여년전인 여고시절에 읽어봤으니, 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는 것을 먼저 고백해둔다.

그러나 고전이 주는 위대한 매력을 알고 있기에 마음을 굳게 다지면서(굳게 먹어야 할 정도로 요즘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우울하다ㅠㅠ)책을 잡았다.

341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특별한 사건 전개없이도 흡인력이 대단했다.

켈리치 홀, 어퍼크로스, 라임, 바스 등을 배경으로 주인공 앤 앨리엇을 중심으로 한 영국상류층 사회의 사교모임과 그 모임에서 부유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아가는 주인공 앤이 자신이 진정으로 귀속될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거침없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준다면, <설득>의 앤 앨리엇은 이 또한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젊은 날의 좌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적인 인물이다. 소설상 앤의 나이가 27살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되지만 말이다.(사실 아직도 연애하기에 팔팔한 나이인데 말이다)

전혀 관련이 없지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모래빛깔 머리의 소유자인  헐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우가 자꾸만 연상이 되어 앤의 캐릭터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우아하고 섬세하고 취미가 고상하고 따뜻하며 소신있는 앤....

 

준남작이라는 지위와 그 허상이 가져다는 명예,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면이 아닌 외모에 집착하는 월터경과 엘리엇가문의 큰딸 엘리자베스, 두 언니들보다 못한 외모를 지녔지만 욕심이 많은 동생 메리에게 치여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가는 앤은 그러나 그녀의 섬세하고 동정심많고 따듯한 성품을 한번이라도 겪은 사람은 누구나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아빠와 언니의 사치와 낭비벽으로 현재의 집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바스로 이사를 하게 된다. 앤에게는 예전에 사랑했다 헤어진 프레드릭 웬트워스 대령을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소설은 주변의 인물들과 앤과 웬트워스 대령의 일상을 서술해 나가면서 해피엔딩을 향하여 나아간다. 그 과정중에는 당시 영국사회의 구성원들의 전통적인 신분사회와 그 가치를 배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사건들속에서 전개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은 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이 맞물려서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설득이라는 제목은 이제 이 소설에서 조화를 상징함을 알 수 있다. 젊은 날의 무분별한 열정으로만 치닫는 결정이 아닌, 주변의 상황이나 상대방의 입장, 자신의 의심스러웠던 마음 한 귀퉁이까지도 조화롭게 긍정을 얻어내는 것. 지난 날의 실연의 아픔이 있었기에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이제 8년여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고 완숙한 자신들의 사랑의 결합에 완벽히 설득당하고 또한 기존의 장애물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의 성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면 그건 (부러워할 만한 것이 아니니까 탐낼 필요는 없어요) 바로 더 오래 사랑한다는 거예요. 사랑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거나 희망이 사라졌을 때도 말이지요"(P319)

앤의 이와 같은 말은 비록 상황이나 조건을 달랐지만 나의 연애관과도 완벽히 일치했기에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결국 대령의 친구인 하빌과 나누었던 이 말은 웬트위스 대령으로 하여금 격정적인 러브레터를 쓰게 하고 만년필을 떨어뜨릴 정도로 긴장한 채 썼던 러브레터는 또 얼마나 낭만적인지.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떨림과 감격은 내가 앤이라도 된 양, 볼이 발그레 상기될 정도다. 비록 앤은 젊은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신중함을 선택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로맨스를 배우게 되면서 그동안 굳게 지켜왔던 앤의 이 신념이 결국은 그녀의 사랑을 현실에서도 완벽하게 완성시킬수 있게 한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믿음"과 "영속성"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앤이라는 인물은 저자인 제인 오스틴을 그대로 캐릭터화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은 [설득]의 앤처럼 젊은 날 잠시 연애했으나 남자측의 개입으로 곧 헤어진 뒤,  넓은 토지를 상속받을 남자에게서 청혼을 받은 후 수락하고는 이내 다시 철회를 반복한 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완성하지 못한 사랑을 <설득>의 앤을 통해서 대리만족하지 않았나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다. 작가는 생전에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 '애정없이 결혼하기 보다는 무엇이든 다른 것을 택하고 견뎌야 한다"는 말로 미루어  볼 때, 물질적 풍요와 유복함보다는 애정에 의한 결합을 옹호하는 신념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다. <오만과 편견>과 <설득>에서 보여지는 애정관을 보면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조용하면서도 격식과 예의를 갖춘 품격있는 연애이야기는 에로틱한 장면이 단 한장면도 없었음에도 시종일관 나의 심장을 끝까지 놓아주질 않았다. 깊이있는 로맨스를 할 줄 알았던 앤.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았던 앤. 주변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낼 줄 알았던 앤.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앤 엘리엇양에게 조용히 설득당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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