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이 만약, 시간이 거꾸로 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책 뒷면에 선명하게 인쇄된 문구가 도발적이다.

나는 기꺼이 그 사랑에 빠질 것이며, 그 사랑은 인간의 역사상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아주 놀랍고도 엄청난 경험일 것이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미국 최고작가 중 한사람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얀 플란넬 정장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는 얼마나 여심들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이제 다시 브래드 피트라는 아주 매력적인 헐리우드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동명의 책을 여러 출판사에서 그야말로 앞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만난 책은 노블마인에서 출판한 책으로서, 다른 출판사의 책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을 묶은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은 오로지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하나만을 싣고 있다. 다만, 다른 책과 구별되는 것이 있다면, 세련미 있게 각색된 일러스트가 담긴 그래픽 노블이 같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를 그린 케빈 코넬은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60년에서 1930년 사이의 패셔느 건물 구조, 기술발달 수준, 골동품, 그리고 장소적 배경이 되는 당시의 볼티모어, 예일과 하버드 대학의 풍경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거친 후,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그 정성에 힘입어서 앞부분에서 일러스트판으로 만나는 단편은 작품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가동시켜 마치 독자로 하여금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어 기괴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한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해 보면, 1860년 어느 여름날, 로저 버튼씨의 아이가 병원에서 태어났는데, 놀랍게도 그 아이는 70살의 나이로 태어나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남자로서 그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그리고 마지막 죽음까지의 한평생을 그려내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이 단편을 구상했다고 한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에서 판타지를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 참여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미국의 도금시대를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의 기괴한 삶을 기술하면서 그 시대의 위선과 사회적 부패를 은근히 비난하면서도 그 시대의 활기와 힘, 근면함을 긍정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상사람들과는 다르게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의 삶에서 벤자민이 타인과 다름을 크게 인식하여 세상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가 얼마나 세상속에서 철저하고 완벽하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삶을 꾸려냈는가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벤자민이 자신에 대해 또는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받아들인 채 주어진 것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얻은 결과인 것이다.

피츠제럴드가 '내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선언한 숨겨진 명작인 이 소설은 이제 독서인류에 회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위대한 개츠비>를 알고 있다면, 이 책 또한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굉장히 특이한 소재와 내용은 단편이어서 그 아쉬움이 컸다. 개략적인 스토리를 좀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 종 사건과 일상의 디테일한 갈등을 첨부해서 장편으로 만날 수 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 아쉬움은 2009년 2월에 개봉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영화를 통해서 달랠 수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