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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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부동산 광풍, 그 중에서도 특히 아파트에 대한 투기열풍을 보면서 과연 집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 본다.

언젠가부터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집의 개념은 단지 쉬고, 잠자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한 에너지의 재생산을 도모하는 장소가 아닌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사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는 높다랗게 서 있는 아파트는 집의 개념으로 인식되긱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작더라고 마당이 있고, 대문이 있고,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언제라도 흙을 밟을 수 있는, 그런 곳만이 집이라고 세포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속에서 살아가면서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생의 휴식기를 자연과 더불어 흙을 친구삼아 살아가리라는 야무진 계획은 비단 나만의 꿈은 아니리라.

얼마전부터 부쩍 환경문제가 정치권에게까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고갈 문제 또한, 우리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화두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생활의 편리만을 추구해온 작금의 우리네 생활방식은 아무리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댄다고 할지라도 커다란 위협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 셸터는 우리에게 강력히 말한다.

' 직접 하시라, 게으름뱅이들이여! 하면 된다!

 필요에 의해서건 결단에 의해서건, 앞으로는 자기 손으로 하는 일이 부활할 것이다. 사람에겐 그러한 능력이 있으며, 타고났지만 숨어 있는 그런 재능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의 가장 귀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집, 자연에서 구한 재료,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다루고 있다. 동시에 발견, 땀 흘려 하는 작업, 자족의 기쁨, 해방을 이야기한다. 셀터는 단순히 비를 가리는 집 그 이상의 무엇이다'

정말 대단하지 아니한가.

이 책의 저자 로이드 칸은 집 짓는 목수이자 작가이자 건축책 출판인으로서 올해 75세로 두 세대에 걸친 문화적 충격을 모두 체험한 자급자족 장인이라고 한다. 그는 유용하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을 찾아다니면서 모은 자료로 1973년에 이 책 <셀터>를 펴냈고, 건축관련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25만부나 팔리게 되었으며 또한, 손수 자기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셸터의 의미를 짚어보자면, 거주 유형 가운데 비바람과 볕을 막아주고 몸을 보호해주되 영구주거보다는 일시적 대피, 또는 임시 주거의 느낌이 강한 말이나, 여기서는 사람이 무엇가를 짓고 사는 데 얽힌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것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소박한 주거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더 나아가 동물의 보금자리까지도 셸터의 범위 안에서 다루고 있기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비와 더위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무엇인가를 이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셸터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정말로 매우 다양한 민족들의 동굴, 천막, 오두막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잘 정리되어 있고, 재료에 따른 주거의 형태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나 다양하고 자연환경에 어우러지는 집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며 인간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새삼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국가별로 간단한 소개도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초가지붕의 용마루도 몇 줄 언급되어 있어 반가웠지만, 일본편에 속해 있어 아쉬움이 컸다.


집은 결국 우리 피부의 외연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깊이 공감하기도 하며, 아파트의 콘크리트가 주는 낯설음과 차가움이 이해가 되었다.

집짓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은 그 집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 아니라, 직접 짓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또한,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재료로 나무나 볏짚, 콘크리트 외에는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으나, 이 책에 나오는 세계의 집들은 대나무, 풀, 어도비, 돌, 흙, 너와, 갈대, 이엉, 건초블록, 켄버스 천 등 정말 너무도 다양한 재료들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집을 짓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연의 셸터라고 소개된 부분에서 거론된 호주의 사막에서 살고 있는 한 토착민 할머니의 얘기는 자못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는 옷을 입지 않은 채 애완견 열다섯 마리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샘을 찾아다니며 살고 있는데, 밤이 되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누운 그녀위에 개들이 몸을 포개고 아침에 되어 개들이 일어나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기지개를 켠다고 한다.그녀에게는 애완견이 셸터였던 것이다. 참,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대부분의 동물은 셸터가 엄격히 '밖에' 있지도 않고 '안에' 있지도 않다. 안과 밖을 엄하게 구분하는 것은 근대인의 나쁜 버릇이다. 우리는 집안에서 스웨터나 외투를 걸치기보다는 난방을 한다. 우리는 모두 석유중독자이며 그 때문에 '셸터' 그 자체의 생생한 힘을 잃어버렸다. 자연의 셸터는 닫혀 있는 캡슐이 아니다. 그보다는 걸러내고 골라내고 균형을 잡아주는 활발한 막에 더 가깝다.(193p)




이 책에서 가슴에 담아야 할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자급자족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아왔던 우리민족이 급격한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비록 경제발전은 이루었을지는 몰라도 삶의 질까지 향상되었다고는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이 시점에 이 책을 한번쯤은 모두가 만나봤으면 좋겠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절약이 추운 겨울에도 핫팩이용하기, 두터운 스웨터입기 등으로 생활화되어있다고 하는데, 한겨울에도 반팔로 지내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리나라의 생활습관은 꼭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내게 있어 행운이었다. 앞으로 나만의 삶을 꾸려가는데 나름의 지표가 되어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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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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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저자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참 독특한 소설이다.
제목에서 얼핏 연상되듯이 로맨스 소설로 읽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카로 헤르만의 우울증 극복 체험기로 이해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점가에는 우울증과 관련된 심리학 서적들이 다양한 컨셉으로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설의 형태로 다루어진 경우는 처음이어서 유쾌상큼발랄한 소설을 기대했던 나는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기 시작했다.
 이십대 중반의 카로 헤르만은 직장을 잃고, 2년 동안 사귀어오던 필립과도 헤어지고, 그 충격으로 극심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소설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로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카로는 오래된 상처와 만나게 된다. 굴절된 사랑밖에 할 줄 모르는  엄마의 폭력, 따뜻한 포옹대신 문학적인 충고를 하는 아빠, 삼촌의 성추행 등.
보통 우울증 치료와 관련된 심리학서들을 보면, 주로 내면의 소리와 어린시절의 상처에 주목한다. 그 당시의 환자 본인을 불러내어 위로하고 따듯하게 껴안아주는 단계를 거친 후, 그 다음 치료 단계로 나아간다.
 카로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에 대한 분석, 그리고 증상 및 치유해내가는 과정은 소설적인 얼개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고도 상세하게 녹여내어 읽는 자로 하여금 우울증 환자를 직접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또한, 우울증 환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관심을 가져주고 그니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자세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이며, 기꺼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절하는 않는 것이다. 넥슨같은 친구의 지극한 배려, 따뜻한 엄마의 보살핌, 같은 고통을 앓고 있는 안나와의 마음을 연 대화, 그리고 적극적인 치료에 뛰어드는 자세는 우울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카로는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서 항우울증 치료약을 먹기도 하고, 심리치료학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며, 자발성 훈련 CD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관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씨앗으로 남아 있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한번 자기부정의 감정에 사로잡힌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관계와 자신의 마음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우울증을 벗어나고자 한다.
카로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울증을 치유하는 과정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며, 타인의 사랑을 원하기 전에 먼저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읽게 시작하던 때, 나는 살짝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세밑이 주는 분위기와 겨울이라는 날씨가 주는 무거움이 일순간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했고, 그 돌아봄은 특히나 보잘것없음에 눈이 더 쏠려 내 자신의 존재가치를 하찮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진지한 생각의 잔상들은 더욱 더 우울하고 폐쇄적인 기분에 빠져들게 했고, 난 나의 일상이 짜증스러웠을 뿐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나는 우울증에 오래 빠져있는 타입이 아니어서(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이미 나는 알고 있다) 몇 일 지나 일상의 기분을 회복했지만, 우울증이라는 괴물에 자주 사로잡히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너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가능한 해결방법이 뭐가 있을까 골똘히 고민하는 것, 도움을 받고 책임감은 버리는 것,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것, 더 이상 다투지 않는 것, 그냥 지금 그대로 잘 살고 있으니 즐기라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사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무대책으로 삶을 낭비하면서 살라는 말은 아니다. 지나치게 고민하고 또한 어떤 일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기 보다는 때로는 그 순간을 즐기면서 흐르는대로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균형잡힌 삶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 사랑, 집, 직업, 친구라고 한다.

이 다섯가지 요소가 우리의 삶을 받치고 있는 기둥인데, 따라서 그 중에 하나라도 부러지면 삶의 균형은 무너지고 우울증이라는 괴물에 뒷덜미를 잡히고 말게 된다.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건강한 삶이 우리앞에 펼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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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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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은 나에게 있어서는 '완득이'와 동의어다.

그러니까, 김려령, 하면 자동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완득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듯 연상된다는 뜻이다.

그런 '완득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책같은 무생물도 따로 그 인연이 있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음에도 연이 안 닿는 경우가 있다.

'완득이'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이번에 나온 <우아한 거짓말>을 행여나 놓칠세라 먼저 손안에 움켜쥐게 한다.

표지의 무채색으로 그려진 손의 간절함. 그 손바닥을 벗어나는 화려한 나비의 날개짓...

사람이 죽으면 나비가 된다고 어렸을 적 할머니가 얘기해주신 기억이 난다.

저승길로 가는 길로 형상되어진 화려한 꽃길, 날아오르는 나비...

<우아한 거짓말>의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화려한 나비가 천지의 화신인 양 그렇게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의 생을 움켜쥐지 못하고 암울하게만 살아온 생을 끝내 놓아버린 채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 버린 천지.

무채색 일색이었던 천지의 삶이, 천지의 꿈이, 레테의 강을 건너서야 그나마 화려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과연 그동안 들어왔던 김려령의 명성은  <우아한 거짓말>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문장의 깔끔함과 절제된 감동, 곳곳에 숨어 있는 번득이는 유머, 결코 놓치지 않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

처음에 책을 집자 마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리게 하는 흡입력까지..생활이 곤궁한데도 씩씩한 자세와 쿨한 태도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신산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는 <완득이>를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먼저 했으니...

 

제목에서 우리는 이미 느낄 수 있다. 우아함과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가져온 결과를...

천지라는 중학생 소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고 언니  만지와 엄마와 함께 산다.

그런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올려달라는 전세값으로 머리가 아픈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MP3사달라고 조르던 천지가, 언니 만지에게는 시험이 끝나면 책상 리폼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천지가 엄마가 출근하고 언니가 먼저 학교로 간 날 아침 자신이 평소에 뜨게질하던 빨간실에 목숨을 끊었다.

늘 조용하고 속이 깊었던 천지, 그런 선택을 한 천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만지와 엄마는 비로소 천지의 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천지를 교묘하게 왕따시키고 괴롭혀오던 화연이가 천지를 죽음으로 몬 가장 큰 이유가 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천지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니 만지, 엄마, 친구 미라, 옆집 오대오 아저씨,....

천지가 떠난 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다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왕따와 자살이라는 이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천지가 남기고 간 다섯 개의 털실 뭉치. 그  안에는 털실뭉치를 받은 사람에게 주는 천지가 남긴 메시지가 들어 있다.
털실이 주는 포근한 느낌. 털실로 무언가를 짜서 선물한다는 행위.

관계의 의미, 진정한 소통...따뜻한 한마디의 건넴...천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비록 소설의 첫 시작은 가슴이 쿵! 하고 울릴 만큼 서늘한 느낌 속에서 시작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손내미는 따듯한 결말은 진한 감동으로 깊은 여운을 준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이미 육신은 다 자라버렸으나,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성장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성인들도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하물며 오래된 친구들속에서도 여전히 '우아한 거짓말'을 하는 바로 우리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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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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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시절의 손미나를 기억한다. 밝고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유쾌한 느낌이었던 그녀.

그녀가 용감하게 아나운서의 길을 벗어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을 때, 신선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고,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그녀의 첫번째 여행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녀에게서 받은 느낌은 오롯히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담겨 있었고, 그 책을 통해 그녀의 활기, 긍정성, 유쾌함, 순수함, 열정, 호기심 등은 고대로 책을 읽던 나에게 전이되어 금새 즐거워졌고 유쾌해졌으며 생에 대한 강한 긍정으로 지리멸렬해 보였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그 뒤에 일본여행기인 <태양의 여행자>는 미처 만나 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을 했고, 채 1년도 안 되어서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을 때, 다른 방송인과 달리 그녀의 아픔은 이상하게 내 가슴에 다가왔었다. 마치 이웃집에 사는 동생처럼..그러던 그녀가 아르헨티나 여행을 통해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삶의 위대함을 노래했다는 여행기를 출판했다기에 내심 안도하며 더 깊어졌을 그녀의 내면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이전의 책에서도 느꼈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에서도 흔히 겉만 훑고 나열하는 관광체험기가 아닌, 진짜 그곳 사람처럼 먹고 자고 놀고 ..체험하는 진짜 여행을 담은 기록들이다.

직접 탱고를 배우고, 탱고를 배우면서 '내 자신의 인생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온 마음을 주는' 방법을 깨닫고..

탱고가수의 삶에서 지혜를 배우는 그녀, 안데스 인디언 총각 인티에게서 차랑고를 배우면서 그의 평등한 세상을 같이 꿈꾸는 그녀,

특히 그곳에서 사귄 카우초 하비에르의 어머니가 저자에게 주신 말씀은 이 책에서 그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도무지 우리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한계에 맞닥뜨리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단다. 그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란다. 298p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살면서 혹독한 시련을 마주하게 될 때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있는 힘을 다하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행복에 대해. 299p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내 현재의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냥 흐르듯, 남들이 살아가는대로 사는 일상들..

그 일상 속에서 나는 '과연 얼마만큼 영혼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본질적인 면을 얼마나 끌어내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삶속에서 지친 내 영혼과 가슴을 받아줄 누군가를 찾고 생각한다..'그 대상이 연인이 아닌 친구일 수도 있고, 삶의 여정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간 낯선 이일 수도, 또 한 편의 시나 노래일 수도 있다'는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비해서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좀 떨어지고 문맥의 흐름도 거칠게 다가온다. 그녀가 겪었던 아픔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해 보지만, 이것 또한 나만의 생각이다.

다만, 아픔을 잘 승화시키고 여전히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그래서 사랑스러움과 순수성을 잃지 않은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는 쉽고 깊게 우정을 나누는 그녀는 정말 열린 가슴,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나올 그녀의 여행기도 꼭 챙겨볼 생각이다. 그녀의 씩씩한 발걸음을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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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미술관
이은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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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추리소설 작가라는 용어 자체가 내게는 낯선 단어이다.

원래 추리소설에는 관심이 없기도 할 뿐 아니라, 일본의 추리소설은 그나마 몇 권 접해봤지만, 이름도 곱상한 한국의 '이은'작가는 내겐 너무도 낯설기만 하기에 읽기 전에 살짝 고민을 했드랬다.

일본 고단샤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거기서 선정한 아시아 대표 추리작가 되신다고 하니 그때부터 조금씩 구미가 당기가 시작하였고, '마네, 피카소, 반 고흐 등 40여 점의 명화 컬러 도판 수록'이라는 문구에 그만 결정적으로 혹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작정을 하게 되었다. 

고운 이름과는 달리 이은작가는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잘생긴 남자로서 홍익대에서 미술과 사진을 전공하고 미술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1996년에 <점이 있는 누드>로 신춘문예의 추리소설 부문에 등단하게 되었고, 이후 미술품 위작 문제를 다룬 <미술관의 쥐>로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그 책은 현재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으로 미국 헐리우드에서 영화개발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추리소설 분야에서는 나름 그 위치가 확고해 보인다.

이 책<수상한 미술관>은 작가의 이력을 십분 활용한 책으로서 나처럼 추리소설을 멀리하는 독자들도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책을 써보자는 취지하에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의 특징으로 보여지는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하면서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이오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전날 다투고 집을 나간 아내 수진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그 전화를 건 주인공은 수진을 납치했다며 자신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이 내는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아내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협박한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술평론가인 김이오가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하루동안 화랑, 미술관, 갤러리, 전시관 등을 순회하며 범인은 문제를 내고 김이오는 그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 때 거론되는 키워드는 바로 패러디, 모방, 표절, 독창성 이라는 개념들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내를 구하기 위한 숨막히는 시간을 마네, 피카소, 반 고흐, 우키요에 등에 감춰진 서양미술사의 패러디와 표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긴장감속에서 보내는데,,과연 그의 아내 수진은 어떻게 될까?...그리고 수진을 무사히 구하기만 하면 이 이야기는 그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까?

소설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따른 또 다른 반전은 흔히 추리소설에서 기대되는 결말이어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짜임새는 좀 허술해 보이는 감이 없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저자의 이력이 드러나는 풍부한 서양미술사에 대한 식견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나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보다는 미술 관련 책으로서의 감상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이 책에 언급된 서양화가에 대한 지식이 이 책을 매우 반갑게 읽게 해줬다.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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