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독일의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저자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참 독특한 소설이다.
제목에서 얼핏 연상되듯이 로맨스 소설로 읽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카로 헤르만의 우울증 극복 체험기로 이해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점가에는 우울증과 관련된 심리학 서적들이 다양한 컨셉으로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설의 형태로 다루어진 경우는 처음이어서 유쾌상큼발랄한 소설을 기대했던 나는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기 시작했다.
 이십대 중반의 카로 헤르만은 직장을 잃고, 2년 동안 사귀어오던 필립과도 헤어지고, 그 충격으로 극심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소설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로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카로는 오래된 상처와 만나게 된다. 굴절된 사랑밖에 할 줄 모르는  엄마의 폭력, 따뜻한 포옹대신 문학적인 충고를 하는 아빠, 삼촌의 성추행 등.
보통 우울증 치료와 관련된 심리학서들을 보면, 주로 내면의 소리와 어린시절의 상처에 주목한다. 그 당시의 환자 본인을 불러내어 위로하고 따듯하게 껴안아주는 단계를 거친 후, 그 다음 치료 단계로 나아간다.
 카로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에 대한 분석, 그리고 증상 및 치유해내가는 과정은 소설적인 얼개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고도 상세하게 녹여내어 읽는 자로 하여금 우울증 환자를 직접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또한, 우울증 환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관심을 가져주고 그니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자세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이며, 기꺼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절하는 않는 것이다. 넥슨같은 친구의 지극한 배려, 따뜻한 엄마의 보살핌, 같은 고통을 앓고 있는 안나와의 마음을 연 대화, 그리고 적극적인 치료에 뛰어드는 자세는 우울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카로는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서 항우울증 치료약을 먹기도 하고, 심리치료학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며, 자발성 훈련 CD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관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씨앗으로 남아 있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한번 자기부정의 감정에 사로잡힌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관계와 자신의 마음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우울증을 벗어나고자 한다.
카로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울증을 치유하는 과정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며, 타인의 사랑을 원하기 전에 먼저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읽게 시작하던 때, 나는 살짝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세밑이 주는 분위기와 겨울이라는 날씨가 주는 무거움이 일순간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했고, 그 돌아봄은 특히나 보잘것없음에 눈이 더 쏠려 내 자신의 존재가치를 하찮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진지한 생각의 잔상들은 더욱 더 우울하고 폐쇄적인 기분에 빠져들게 했고, 난 나의 일상이 짜증스러웠을 뿐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나는 우울증에 오래 빠져있는 타입이 아니어서(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이미 나는 알고 있다) 몇 일 지나 일상의 기분을 회복했지만, 우울증이라는 괴물에 자주 사로잡히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너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가능한 해결방법이 뭐가 있을까 골똘히 고민하는 것, 도움을 받고 책임감은 버리는 것,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것, 더 이상 다투지 않는 것, 그냥 지금 그대로 잘 살고 있으니 즐기라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사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무대책으로 삶을 낭비하면서 살라는 말은 아니다. 지나치게 고민하고 또한 어떤 일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기 보다는 때로는 그 순간을 즐기면서 흐르는대로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균형잡힌 삶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 사랑, 집, 직업, 친구라고 한다.

이 다섯가지 요소가 우리의 삶을 받치고 있는 기둥인데, 따라서 그 중에 하나라도 부러지면 삶의 균형은 무너지고 우울증이라는 괴물에 뒷덜미를 잡히고 말게 된다.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건강한 삶이 우리앞에 펼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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