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려령은 나에게 있어서는 '완득이'와 동의어다.

그러니까, 김려령, 하면 자동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완득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듯 연상된다는 뜻이다.

그런 '완득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책같은 무생물도 따로 그 인연이 있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음에도 연이 안 닿는 경우가 있다.

'완득이'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이번에 나온 <우아한 거짓말>을 행여나 놓칠세라 먼저 손안에 움켜쥐게 한다.

표지의 무채색으로 그려진 손의 간절함. 그 손바닥을 벗어나는 화려한 나비의 날개짓...

사람이 죽으면 나비가 된다고 어렸을 적 할머니가 얘기해주신 기억이 난다.

저승길로 가는 길로 형상되어진 화려한 꽃길, 날아오르는 나비...

<우아한 거짓말>의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화려한 나비가 천지의 화신인 양 그렇게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의 생을 움켜쥐지 못하고 암울하게만 살아온 생을 끝내 놓아버린 채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 버린 천지.

무채색 일색이었던 천지의 삶이, 천지의 꿈이, 레테의 강을 건너서야 그나마 화려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과연 그동안 들어왔던 김려령의 명성은  <우아한 거짓말>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문장의 깔끔함과 절제된 감동, 곳곳에 숨어 있는 번득이는 유머, 결코 놓치지 않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

처음에 책을 집자 마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리게 하는 흡입력까지..생활이 곤궁한데도 씩씩한 자세와 쿨한 태도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신산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는 <완득이>를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먼저 했으니...

 

제목에서 우리는 이미 느낄 수 있다. 우아함과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가져온 결과를...

천지라는 중학생 소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고 언니  만지와 엄마와 함께 산다.

그런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올려달라는 전세값으로 머리가 아픈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MP3사달라고 조르던 천지가, 언니 만지에게는 시험이 끝나면 책상 리폼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천지가 엄마가 출근하고 언니가 먼저 학교로 간 날 아침 자신이 평소에 뜨게질하던 빨간실에 목숨을 끊었다.

늘 조용하고 속이 깊었던 천지, 그런 선택을 한 천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만지와 엄마는 비로소 천지의 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천지를 교묘하게 왕따시키고 괴롭혀오던 화연이가 천지를 죽음으로 몬 가장 큰 이유가 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천지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니 만지, 엄마, 친구 미라, 옆집 오대오 아저씨,....

천지가 떠난 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다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왕따와 자살이라는 이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천지가 남기고 간 다섯 개의 털실 뭉치. 그  안에는 털실뭉치를 받은 사람에게 주는 천지가 남긴 메시지가 들어 있다.
털실이 주는 포근한 느낌. 털실로 무언가를 짜서 선물한다는 행위.

관계의 의미, 진정한 소통...따뜻한 한마디의 건넴...천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비록 소설의 첫 시작은 가슴이 쿵! 하고 울릴 만큼 서늘한 느낌 속에서 시작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손내미는 따듯한 결말은 진한 감동으로 깊은 여운을 준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이미 육신은 다 자라버렸으나,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성장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성인들도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하물며 오래된 친구들속에서도 여전히 '우아한 거짓말'을 하는 바로 우리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