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피프티 피플
정세랑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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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제목 그대로, 50명의 주인공들 각각의 짧은 스토리로 만들어진 책.
이들은 지방 소도시의 병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이야기 속에서 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의 관계로 얽혀있기도 하다.
일단 기존의 여타 소설들처럼 주인공이 겪는 에피소드 위주의 스토리가 기승전결의 순서를 따라 진행되지 않는 독특한 형식이란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스토리들 역시 짧지만 제법 임팩트가 있으며,
병원이 주무대인만큼 어떤 에피소드들은 죽음 혹은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부재로 인한 상실에 대해 많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매일 겪고있는 우리의 삶과 별다르지 않아
다 읽고나면 사람들의 인생은 결국 모두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다른 이야기는 뭉클하면서도 희망이 느껴지고, 또 어떤 것들은 쓸쓸하고 아프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시 또 내일의 새로운 시간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편의 길이가 짧다보니 쉽게 빨리 읽히고, 다른 이야기들 속에 연결된 인간관계를 다시 확인 해보며 머리 속에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짧은 이야기지만 스토리나 감상의 밀도는 얕지않은 편.
그래도 한편의 서사를 따라가며 감정의 흐름에 휘말려 정신없이 몇시간을 푹 빠져읽는 감상을 느낄수 없음은 여전히 조금 아쉽고,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낀 주인공 이야기는 조금 더 풍성하고 길게 읽고싶었다.
(그런 주인공을 따로 빼서 그 이야기를 스핀오프 소설로 새롭게 만드는 건 어떨지? 역스핀오프 발상도
흥미로울듯 한데.. ㅎㅎ)
어쨌든 새로운 시도의 소설을 읽었던 신선한 재미만으로도 만족도는 충분히 높았음은 인정.
어느 분야든 정해진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믿으며,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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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리커버)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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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롤로그의 첫 이야기를 읽는 순간부터 뜨끔하는 자각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정장애라는 말.
스스로 어떤 것에서든 절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자부하는 나 역시 식사 메뉴를 고를때나 쇼핑 할때, 일의 순서를 정하고 작업을 할때 걸핏하면 입에 올리던 단어였다.
그렇게 프롤로그만으로도 이미 부끄러운 자기성찰을 하게 만든 이 책은, 역시나 나 역시 ‘선량한 차별주의자‘중 한사람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아픈 반성과 함께 차별을 없애고 진정한 평등을 이루어 가는 것의 가치와 목표, 구체적인 실현 내용과 방안으로까지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주었다.
얼핏 떠올려도 여자, 지방대 졸업생, 프리랜서 등등 불리한 차별요소를 여럿 지닌 나이기에 차별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았고, 절대 차별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제법 잘 지키며 잘 살아왔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혼혈인,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의 성소수자들..
늘 차별받고 오해 받고 심지어 모욕을 당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비해 내가 누려온 것이 아주 많았으며, 그런 차별의 부당함을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노동자 문제나 다문화 가정, 장애인 인권등에 대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다 해도 실질적으로 어떤 연대와 협력으로 그들과 함께 평등을 이룩해나가야할까 라는 고민도 노력도 해보질 않았던 게 사실이다.
어쩌면 마음 속 응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으며 짐짓 이정도면 좋은 사람이라 자부하며 산 건 아닐까?
지금 당장 중요한 미팅 자리에 가기위해 탄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인권시위로 한없이 지체 된다면, 나는
왜 하필 이런 방식이냐고 그들에게 짜증 내는 대신 기꺼이 불편함을 견디면서 그들의 구호와 입장에 공감하고 마음을 모아줄 수 있을까?
제주도의 예맨 난민들 수용 문제가 시끄러울때 그들을 내쫓아야한다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나역시 책에서 저자가 지적 한대로 여자를 무시하는 이슬람 남성들의 문화 때문에 우려가 되었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나의 이익과 결부된 차별에서 혹은 무조건 똑같은 평등의 구호 뒤에 숨겨진 차별 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나 역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선 알려주고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없는 것처럼 인간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차별의 정당성이 되어선 안된다.
안타깝게도 차별금지법은 10년동안 계류된 채 여전히 미완 상태이며,
여당 대표라는 분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습관처럼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부당한 인식으로 인한 차별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그저 마음으로만 응원 하면서 나의 일은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차별의 부당함을 이제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싸울수 없다면 적어도 저자의 글처럼 정색하며 잘못 되었다는 표시라도 함으로써 각성을 촉구하는 작은 노력이라도 반드시 하리라.
진정한 평등은 한쪽이 얻음으로 반대쪽이 잃게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서 더 큰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윈 윈의 승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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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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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어느 시대보다 뉴스가 넘쳐나는, 그야말로 뉴스의 홍수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하지만, 카더라 식의 검증도 안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객관성이라는 기본요소는 무시한 채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극단적인 이념 편향의 자극적인 뉴스들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과연 그 많은 뉴스들 중 어떤 것을 어떻게 읽고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의 답을 함께 고민 해보자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불평등 뉴스를 도시 최고 건물의 안락한 사무실에서 논의하는 기자라는 상위(?) 직업의 아이러니는 씁쓸하고,
매일 수없이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언론사나
광고주, 데스크와 기자들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어떤 이슈는 골라지고 선택되는 반면, 어떤 뉴스들은 같은
이유로 버려지고 외면 받는 현실은 서글프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뉴스들 속에서 그래도 최소한 기사의 맥락이나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한편,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뉴스에 신뢰를 가지려고 해왔다고 자부 해왔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류의 중대한 일들 중 아예 기사화 되지도 않은 수많은 뉴스들에 대해선 나역시 자각조차 없이 살아왔다.
빈곤과 폭정의 고통 속에 생존을 위협받는 아프리카의 처참한 실상도, 독재국가와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 국가적 자존을 지키고자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소국의 이야기들도 수많은 정치 사회적 이유와 핑계로 우리의 알 권리 뒤에서 버려지고 있었다니.
언론인들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가 보게될 뉴스를 임의로 선택하고 버리는가?
보도 분야에야말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선택 기준과 도덕적 함의의 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명의 발달과 함께 매일 우리에게 전달되는 뉴스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고, 어차피 우리는 한정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뉴스들만을 접해야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뉴스의 본질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바라는대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 이해와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깨달음을 준 책이었다.
저자가 주관적으로 구분한 뉴스의 요소들이나 뉴스를 대하는 데 필요한 태도 등은 사실 원론적이고 지극히 보편적인 것들이라 딱히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았고, 소설에서 저자가 보여주었던 독특한 전개 능력이 이 책에선 보이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뉴스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그 많은 뉴스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의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충분히 전달 되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내일부터 뉴스를 볼 땐 조금 더 생각하고 교차검색이나 추가 정보등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독자들이 눈을 뜨고 무섭게 지켜보며 진실을 찾는다면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는 가짜뉴스들도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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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여행하는 법 땅콩문고
임윤희 지음 / 유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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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방법이나 독서감상을 모은 책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독서를 좋아하는 다른 이들은 어떤 책에 매료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책을 고르고 읽으며 그들이 꼽는 인생책은 무엇인지를 듣는 것은 늘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며 새로운 책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독서에 대한 관심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무심코 집어든 이 작은 책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시간을 정말 좋아하지만 도서관은
내게 늘 조금쯤 아쉽고 거리가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라 그다지 즐겨 찾는 곳은 아니었다.
읽고싶은 신간은 늘 없거나 대출 중이고 대여한 책들중 꽤 많은 수의 책들은 이전 대여자들의 무심함으로 훼손되고 지저분했으니까.
새로 생기는 도서관들은 깨끗하고 편하고 다시 가고싶은 편의 공간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쩐지 단골손님처럼 가게되진 않았었는데,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외국의 도서관들에 비해 아직은 공생이나 공유 차원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
출판업계와의 공조 시스템이나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개발도 아직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
도서관의 외부 디자인부터 지역과 함께 공생하며 시민들을 위한 장소로 존재하는 외국도서관들의 사례를 읽으며 너무나 부러운 마음과 함께 여행을 가게되면 도서관에서도 시간을 보내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독자로서 출판계의 위기와 도서관의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나마 도움이 될수는 없을까 모색하고픈
의욕까지.
책은 마음의 양식이니 이런 거창한 말보다 그저 책읽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픈 사람으로서,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첫 책이라는 서경식
선생님의 ‘내 서재 속 고전‘을 읽고싶은 도서 목록에 올렸으니 독서 효과는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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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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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중심의 독서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2014년 4월 16일 온국민이 목도한 그 참혹한 비극의 순간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지워서도 안되는 상처를 남겼다.
그래서 누군가는 모른척 외면하고,
또다른 이들은 씻을 수 없는 부채감으로 그래도 뭔가 하려고 광화문으로 국회로 나가고,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천형인 글쓰기 라는 도구로 쓸 수밖에 없는 뭔가를 쓴다.
스토리는 그닥 새롭지도,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지만 사건 위주의 에피소드보다 주인공의 사유를 통해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어딘지 답답하고 우울하게 느껴져서 쉽진않다.
이 소설은 연인이자 동거인이던 dd를 사고로 잃은 뒤 무력감에 젖어 살다 우연히 발견한 오디오를 들으며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d, 대학교 시절 점거농성을 하다 받았던 성적 모멸과 무력감으로 각자 트라우마를 갖게되어 누구에게도 커밍아웃 하지 못한채로 함께 사는 동성 커플이 세월호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매주 광화문으로 나가는 두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는 결국 갑자기 닥친 불행을 피할 능력이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같은 약자들과 연대를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버스 사고로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dd를 기다리는 것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d의 이야기에서,
매주 추위를 뚫고 광화문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 커플의 이야기에선 바다 속으로 가라앉던 배를 지켜보는 것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들은 음악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른 이의 상처를 위로하고 함께 싸우기 위해 손 잡고 걸어가는 동안
조금씩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란 믿음을 갖게된다.

독자가 돈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해야 살 수 있는 작가로서, 다시 돌이키기 싫은 아픈 이야기를 쓴다는 건 쉽지않은 일일텐데 그래도 그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자신만의 글쓰기가 되지않을 것 같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변이 그래서 더 안쓰럽고 공감이 되었다.
삶의 희망과 밝은 미래를 이야기 하는 작가도 필요하지만, 아프다 해도 외면하고 모른척 해선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작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굳이 자신이 아니어도 되는 이야기를 꺼내주는 작가들이 있어 고맙다.
그러니 읽는동안 그날이 떠올라 아프더라도,
그날 이후 아무것도 하지못한 우리를 자책하며 멍하니 살았던 시간이 생생히 기억나 괴롭더라도 이런 책 한권 읽는 시간 정도는 할애하자.
그리고 없던 일처럼 사는것을 선택하기보다 다신 그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나라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어른으로 살기를 결심하자.
그런 반성의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도 값진 독서였다.
독서에 대한 취향과 고집이 일면 나와 비슷한 작가를 만난 반가움과 책정리의 팁을 얻은것은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
한동안은 빨간 표지의 이 책이 내 책장에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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