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 사람 냄새 나는 계동길의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
김주현 지음, 최홍준 사진, 오다윤 요리 / 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계동 골목이 가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직접 찾아가 본 계동은 그럴만해 보였다.

아직도 서울 안에 이런 곳이 남아 있단 말인가.

탄식이 절로 날만큼 정감넘치는 풍경이 가득했다.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던 하늘이, 계동에서는 멋진 한옥과 어울려 넓고 풍요로우며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게들은 또 어떤가. 시간을 이겨낸, 혹은 시간의 흐름과 같이 흘러가는 듯한 모습의 가게들 투성이다.

한마디로 계동은 서울이 아닌 듯 보이기도 한다. 서울이 아니면?

그냥 계동이다. 한옥이며 물건들, 사람들까지 계동스러움이 없으면 그 곳에 있을 수 없는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은 계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계동에 둥지를 튼 부부의 생활 이야기, 계동의 가게 이야기, 골목 이야기...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한다면 행복한 일이겠으나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 간격이 크다고 해도 꼭 좌절하거나 절망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다 보면 그 분야의 최고처럼 잘하지는 못해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긴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즐긴 사람에게 찾아오는 작은 보상이다. (p89)


뭐랄까, 이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이웃 주민들과의 교류나 사람들 간의 정이 담뿍 담긴 내용이 뭉클거리는 감동을 주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책 속에서 발견하고 추억을 공유한 양 즐겁게도 느껴진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픈 세상이기도 하다.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삶.

사람들과 나누며 행복한 삶.

그래서 책을 읽는내내 행복했다. 멀지 않은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투영해보며 말이다.


얼마전 예전에 끄적여대는 노트를 다시 꺼내본 일이 있었다. 그 속에서 지나간, 이미 이루어진 몇가지를 - 비록 사소한 몇가지이긴 했지만 - 발견하고는 신기해했던 일이 있었다. 저자처럼 느리게 같이 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읽는내내 했다.


햇살이 반짝이는 가을날, 계동 골목에 찾아가 저자가 책을 통해 보여주었던 살가움, 사람 사는 내음을 담뿍 느끼고 오고 싶다. 내게도 그 조곤조곤한 행복스러움이 다가와 인사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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