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뜬금없지만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독특해야 한다고, 남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말하는 걸 들어서 하는 말이다. 작가가 되려면 그렇게 튀어야 하고 4차원적이어야만 할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작가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일상답게 살아내는 것이 먼저이다. 삶의 기초가 되는 일상조차 버텨내지 못하고 언제나 특별하고 특이하고 신기하고 다른 것만 찾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글을 쓰는 작가는 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진정한 작가라 생각하는 건 어떤 상황이든 어떤 사람이든 공감이 가도록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새롭게, 그리고 조리있게 창조해내어 설득할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작업이라는 것이 쉬운 듯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있었던 일이라 서평 앞의 글로 적어보았는데,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의 미우라 시온, 역시 일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라 생각된다.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이고, 다른 작품을 몇 권 읽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다지 인상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니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니라 생각되었다.

그러니 저러니 해도 이 책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을 읽는 동안은 즐거웠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같은 단편 일곱 편이 담겨 있다. 이들을 연결하는 교집합의 가운데는 고구레씨가 소유한 고구레 빌라인 것이다. 낡았지만 특유의 개성을 뽐내며 우뚝 서있는 고구레 빌라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와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평범해 보이기만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몇 일, 혹은 몇 달 동안의 일상이 재밌다. 예기치 않았던 사람이 등장, 예기치 않았던 사건의 발생, 예기치 않았던 풍경... 그런 일상 속에 간간히 등장해서 삶의 재미를 안겨주는 양념같은 사건을 잔잔한 시선으로 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읽는 동안 즐겁고 신나지만 읽고 난 후 기억에는 남지 않는 일상처럼 책도 그러했다.

그렇지만 작가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했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그런 이야기를 읽음으로 마음에 살짝 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작가의 책을 보았을 때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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