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작가들 - 대화적 관계로 본 문학 이야기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를 다시 읽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모른체했다. 적어도 글로 쓴 작품은 독창적이지 않으면 출판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오마주’나 ‘패러디’같은 것은 영화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거울 나라의 작가들>을 통해 깨져버렸다.

문학 작품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시와 소설이, 소설과 소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작가의 작품 사이에 흐르는 공통성이라니...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읽은 적이 없는 작품들이 많아 ‘깊이’ 공감했다고 할 수는 없긴 하지만 말이다.

곽재우의 <사평역에서>란 시가 임철우의 <사평역>이란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신춘 문예 당선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두 사람의 작업이 흥미롭다. 짧은 시의 감성을 긴 호흡의 소설로 만들어내다니... 거기다가 <사평역>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고 한다. 왠지 재밌다.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금기시 되었던 박태원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최인훈, 주인석, 오규원 등 후대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다.

남성인 김동인의 소설 <김연실전>은 후대에 여성인 정이현의 <이십세기 모단걸- 신 김연실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두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의 시각차에 의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서로 서로 연결된 문학 작품들이 참 흥미로웠다.

아, 이런 시각으로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면서 단지 ‘읽는 행위’로만의 독서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문학 작품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배울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독서의 세계는 대단히 깊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