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9
제인 오스틴 지음, 정홍택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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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언제나 “ 읽고 싶은 책” 상위 목록에 적혀 있는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오만과 편견’ ‘엠마’를 예로 들었다. <조제는 언제나 그책을 읽었다>에도 이 책이 나왔고, 작년인가? 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이 책은 항상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책을 다 읽은 순간 왠지 모를 해방감과 뭔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대화체의 문장과 상황 묘사가 특별히 자세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사건이 시작되고 무도회나 파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일순 눈에 들어오지 않아 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상당히 늦으며 지루함마저 느껴지다가, 엘리자베스가 다르시의 청혼을 받고, 그들의 사랑이 전개되면서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똑부러지고 겁이 없고, 제 할말을 다하는 성격이지만, 다르시에 관해서만큼은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을 가져 그를 오만하다 생각하며 잘못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편견에 따라 다르시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의 청혼에 상처남기는 말을 하며 거절을 한다. 하지만 다르시의 편지와 그의 진심어린 행동에 자신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차 사람을 잘못 평가했는지 깨닫게 된다. 다르시 역시 그녀의 말로 인해 변화한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사건, 부모의 입장 등이 현재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의 사람이라면 사랑이 없이도 결혼할 수 있었던 콜린스 부인, 아무 대책도 없이 남자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 리디아, 딸들의 결혼에 목숨거는 베넷 부인, 다르시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펨벌리의 다르시 저택에서 ‘나는 이곳의 안주인이 될 뻔 했지’라는 상상을 하는 엘리자베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이 책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한사람을 판단할 때 다양한 정보의 바탕이 없이 편견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사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알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씁쓸해지는 것은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은 변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18세기의 것이나, 21세기의 그것이나 크게 차이가 없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파티나 다니고, 남자의 마음이나 살피며 지내다가 가문좋고, 돈많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이 여자의 큰 행복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늘상 있는 것이지만, 가끔 이렇게 사람을 욱하게 만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지금은 18세기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의 종류가 조금 더 늘어서 내가 그렇게 사는 것을 선택하기 싫다면 안해도 된다는 것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여자들 가운데 엘리자베스만은 편견을 이겨내고, 생각을 수정하여 다르시를 선택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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