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라고
사노 요코
백만번산 고양이의 작가
내가 아는 사노 요코
그림책만 봤을때랑은 확실히 다른 느낌
이런 느낌의 사노 요코가 훨씬 더 좋다
투병생활을 하고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담담하고 투덜대는 당연한 인생이야기
한류에 빠져보고 그 이유가 화사함 때문이라고 이야기할수 있고
자신은 섹스가 싫다고 말할수 있고
자신의 성격이 더럽다고도 말할수 있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뻔뻔?하게 말할수 있는 그 시크함이 좋다
병 마저도 일상의 하나처럼 느끼게하는
무덤덤함.
작은 것 하나를 삶의 즐거움의 단편으로 만드는 그 재주.
찬찬히 읽어오면서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인가?
공감가고 킥킥대고 유쾌해지는 이 작가의 삶이좋다..
이 작가를 그림책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는것이 너무 아쉽다
늦게라도 다시 알게 된것이 다행인가?
하지만 이제 그는 가고 없는데..
패션이 시크하고 태도가 시크할것이 아니라
정신이 시크하고 뇌가 쿨해야하는 거야~~
* 친구들은 이런 나와 잘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요코가 또 저런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획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상 열을 올려 말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게 어른의 태도겠지. 나는 어른이 덜 된것일낀. 점점 풀이 죽는다..... 나는 일평생 같은 실수를 반복해온 듯 하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싶다.
아아 이런게 정신병이다 --186p
* 나는 예순여덟. 생애 최초로 남자 밝힘증 만개. 바람둥이. 불륜. 양다리나 문어발. 삼각 사각관계환영. 단 조건은 젊을것. 일부를 제외하고 쉰살이상 불가. 미남 추남 가리지 않음... 기타등등 그 마음은 보살 또는 짐승.. - 189p
* 이 병원의 젊은 의사선생은 근사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젊은 선생과 만난다는 생각에 옷을 사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나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시다. - 199p
* 성장환경이란 중요한건이구나. 그건 노력해봤자 몸에 배는 게 아니다. 사람은 나고 자란 원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났다고 생각해도, 보이지 않는 몇십 년전부터 몸에 밴 냄새처럼 주변으로 뭉게뭉게 퍼져 나간다. 이래서 민주주의는 싫다
A.B.C.D같은 계급이 있는 쪽이 맘이 편하다. 나는 가난한 서민의 딸이라서 분수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세상만사의 기준으로 삼는다. 프라다 가방을 사도 좌불안석이다. 가방속을 마구 휘저을때마다 분에 넘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냐 이 건방진 녀석은! 알고보니 내 것이었다. 이런건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슬프다
- 208p
* 낳을 자유. 낳지 않을 자유라고들 말하지 말길. 아이는 하늘이 내리는 생명이다. 점지받은 생명은 모두 함께 키워나가야만 한다. 건전하다거나 불순하다는 말을 듣고 호들갑 떨지 말길. 건전만으로는 이 세상시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뿐더러, 자신이 건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난척이다. 건전 따윈 없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 210p
* 사람은 무력하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좋을 대로 살아가고 있다 -- 212p
* 생활은 수수하고 시시한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일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딘. 화사한 마음이 생기면 불륜이며, 나 같은 할머니에게는 범죄나 다름없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인식은 다를지도 모른다. 나는 열 여덟 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부부생활 중 몇십년은 몹시도 괴로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그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노후때문이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화사한 마음을 건네받지 못하는 동지끼리 툇마루에서 말없이 감을 깍아 먹고 차를 마실 날을 위해서이다. - 222p
* 예외는 기적이 아니다. 특별한 무엇이딘. 그러나 평범한 할머니에게 예외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 224p
* ˝몇년이나 남았어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정도일까요?˝ ˝죽을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마세요. 목숨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배달 된 재규어에 올라 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 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 라고 느꼈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딘.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는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년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수 없다. 죽는 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 242~243p
저렇게 자신의 삶을 말할 수 있다니..
신발. 된장. 고추장. 너무 좋다.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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