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선; 사랑스런 추억

흔하디 흔한
너무나 유명할 수록 더 소홀해지는 것들.
그것의 이름은 고전이라더라.
교과서에서 듣고
그 옛날 연습장 앞에서 있던 윤동주시선집이
드디어 나에게도~~

별헤는 밤이나 서시로만 알고 있던 윤동주.
다르게 새롭게 만나는 윤동주.



-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니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만돌이

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데서
돌재기 다섯개를 주웠습니다.

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
-- 딱--
두 개째 뿌렸습니다
-- 아뿔싸--
세 개째 뿌렸습니다
-- 딱 --
네개째 뿌렸습니다
-- 아뿔싸 --
다섯 개째 뿌렸습니다
-- 딱 --

다섯개에 세 개. . .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읁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에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간단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왔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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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1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제게도 있는데, 참 좋지요~?^^
같은 시집을 지금 행복하자님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해집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오후,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08-13 22:23   좋아요 0 | URL
아티초크 시집들 다 좋은 것 같아요. 일단 표지부터 제맘에 들어요~ 이쁜 책 좋아하거든요~~ ㅎㅎ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는 것~ 그것도 너무 좋아요~

[그장소] 2015-08-1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시에 반가운 님까지..일타 이피..라는거죠? 하하핫! 오늘 날씨가 완전 수상한 하루입니다.
추리소설 읽기 딱! 좋은 , 고전도 좋구요...
지금 행복하자 님 안부 남겨요. appletreeje 님 도 남은 더위 잘 이겨내시고요.
건강 조심하세요..비가 오락 가락 하니까, 감기특히요!

지금행복하자 2015-08-13 22:21   좋아요 0 | URL
선선하고 책 읽기 딱 좋은 날씨에요. 추리소설도 좋고 만화책도 좋고요~~ ㅎㅎ

cyrus 2015-08-13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시절에 윤동주의 ‘길’을 좋아했어요.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길을 찾는 까닭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8-13 22:21   좋아요 0 | URL
저는 서시. 별헤는 밤정도였어요. 별헤는 밤도 어머니 어머니 거기까지~
`길` 처음 읽어보는데 정말 좋아요~~
몰랐던 좋은 시들이 많아요~

숲노래 2015-08-1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동주 시집을 이처럼 재미나게 꾸몄군요.
반가우면서 애틋하고 짠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8-16 18:19   좋아요 0 | URL
애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시인이었는데 시집을 보니 재미있고 위트있는 시도 있었어요~~
조금씩 윤동주를 읽어보려고요~~

해피북 2015-08-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녁에 별헤는 밤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명시다 라고해도 그닥 와닿지 않았는데 그밤 그시간엔 마음에 콕 와닿더라구요 저두 이 책은 아니지만 윤동주 시집이 있는데 조금씩 아껴읽어야겠어요^~^

지금행복하자 2015-08-16 18:17   좋아요 0 | URL
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건 TPO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에이~ 하는 시가 지금보면 와 닿는 경우가 있어요.
조금씩 아껴 읽는것이 시라는 장르인듯 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