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아름다운 패션의 역사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2
리처드 플랫 지음, 노희성 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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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역사를 보면 그 아름다움의 기준이 언제나 동일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던 미의 기준은 당시 사회가 추구하였던 기호를 반영하였던 것이다. 석기 시대의 뚱뚱함이 아름답고 여겨졌던 것은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미의 기준에 미치지 않는 통통한 여자들을 아름답게 바라보았던 것도 바로 지금보다 그다지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고대 이집트 여성들의 패션은 얇은 린넨 드레스로 속이 비칠 정도였다고 한다. 남성들로 주름치마를 입었고 지금이나 고대나 실크는 가장 고급스럽고 비싼 옷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천으로 몸을 두르기에 무슨 패션이나 감각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 로마와 고대 그리스에서도 유행에 뒤지는 색상의 옷감은 입지 않았다고 하니 여성들이 유행에 민감한 것은 예전부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 싶다.

 

지나친 사치를 금하는 법을 지정한 것은 자국의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사치가 지나치면 나라의 경제와 국가 기반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사치 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재료들로 만든 옷을 입고 대관식을 거행했던  영국 왕족들은 자신들은 법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아래 백성들에게 강요하였던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된다. 

옛날에도 털 뽑기가 유행이었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피부에 윤이 나고 매끈하게 보이기 위해 털 뽑는 고통을 수행하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박수를 쳐 줄만 한 놀라운 자기 사랑인 것 같다. 울 아이는 졸인 설탕을 붙여 피부에 바르는 실험을 자신도 해 보고 싶어 안달을 한다. 털이 뽑히는 고통을 아이가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털이 없는 것을 신성하게 여긴 이집트인과 달리 수염을 신이 내린 것이라 생각한 유럽인들 의 반대되는 사고를 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관념은 참으로 다름을 알 수 있기에 흥미롭기까지 하다.

 

머리를 높게 쌓아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던 고대 로마나 가까운 나라의 일본의 게이샤들의 머리 모양도 그렇고 우리 조선 시대에 있어도 가두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을 보면 벌집처럼 풍성한 머리는 지금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도 유행이었던 것 같다. 물론 높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풍성한 머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높이 올린 머리가 유행이었다지만 배 모양과 깃털 모양의 장식까지 쌓아 올린 머리를 지탱하려면 목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였을지 당시에 목 디스크가 심하였을 것 만 같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보정 속옷으로 몸을 조이거나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을 한다.

가는 허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의 대명사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나친 코르셋의 사용으로 죽음까지 불러 일으켰던 것이나 고래 뼈로 만든 강력한 코르셋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다이어트를 하다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무서운 집념까지 느끼게 된다.

미에 대한 기준은 변화되고 각각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전족의 고통을 느꼈던 중국인들이나 아이들의 뒤통수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쿠레이들 보드에 묶어 다녔던 미국 원주민들과 이상하리만큼 긴 목을 아름답게 여기는 미얀마의 전통은 그러한 사실들을 뒷받침한다.

 

성형의 원래 목적은 전쟁터에서 엉망이 된 군인의 얼굴을 원래 모습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점차 발전되어 지금처럼 다양화고 대중적인 치료법이 되었다. 아름다운 것은 보기에 좋다. 그러기에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패션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역사를 조금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했던 부분을 충족해주기엔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이기에 그렇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이 약소한 것 같아 아쉽다.  호기심만이 더욱 일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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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3
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나현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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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이 작품을 직접 읽게 되었다.

타히티하면 단연 고갱의 일생을 떠올리게 된다. 서머싯 몸은 그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그 열정 속으로 내 던지는 천재 화가는 평범한 일상을 벗어버린다. 편안한 삶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현모양처 부인과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 평탄한 삶을 누리다가 어느 날 가족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길을 간다. 그 가정과 친분이 있던 작가 나에게 부탁을 하여 찰스를 만나러 가지만 여자문제도 아니 그리고 싶던 그림 때문에 가족을 떠난 걸 알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의 안식에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지내는 삶도 그의 정신적 자유를 침범치 못하며 찰스는 무한한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는 예술가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자신은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하였기에 이젠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길을 가는 거라고 하지만 가장이 떠난 가족에 대한 동정이 남는다.

 

사람이 좋기로 소문난 화가 더크 스크로브는 예술 작품을 식별하는 뛰어난 안목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작품은 형편없기에 찰스로부터 모진 모욕을 받고 부인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겪지만 그에 대한 분노도 천재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에 대한 경외감에 그를 용서하게 된다.  예술 작품에 대한 심미안을 가진 더크 스크로브가 자신은 졸작만 그리고 또 그런 더크의 그림만 팔리고 천재의 작품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밑바닥 생활을 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운 찰스는 우여곡절 끝에 남 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진정한 자유와 안락을 느끼고 뒤늦게 만난 섬의 원주민 여성과 결혼하여 그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가정을 버린 벌을 받는 건지 문둥병에 걸려 시력까지 상실하게 되고 끝까지 그를 뒷바라지 하는 정성어린 아타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의 걸작을 오두막집에 그려 넣고 죽는다. 그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오두막과 함께 그의 걸작은 불에 타 올라 하늘로 올라간다.

 

그림에 대한 자신의 불타오르는 열정에 따라 자신의 삶을 맡겨버린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모두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행복을 부인하고 자신의 길을 나선다. 자유로운 의지의 자유로운 영혼인 그를 보며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천재로 부리는 가 보다 싶다.  달과 6펜스의 제목이 상징하듯 흔하디흔한 6펜스보다는 닿지 않는 달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한 천재 화가의 모습 속에서 그의 평탄치 않은 삶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영혼의 소유자였음을 알게 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이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읽고 그가 추구하였던  삶을 함께 느끼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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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깐뎐 푸른도서관 25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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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이 가득 일게 한다. 표지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옛 고전의 향이 풍기는 게 과연 무슨 내용일지 얼른 읽고 싶어진다.

첫 시작부터 첫 문단 전에 나와 있는 시의 연대가 언젯적에 지어진 시인지만을 알게 할 뿐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영어를 사용하게 되고 한글이 낯선 언어가 되는 한글 창제 600주년이 되는 2044년에는 영어가 한글보다 더 편하게 통용되는 언어가 되어 버린다.

가정이긴 하지만 영어만을 제일로 치는 우리의 현 교육시스템을 바라보고 있자니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니는 자신이 세살  때 세계 여행을 떠난  친 엄마가 어떤 페루인과 만나 사랑에 빠져 자신과 아빠를 버리고 떠났기에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근본적으로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제니는 친 엄마의 페루 남편의 전처 아들인 캐빈에게서 낯선 천 조각을 받게 된다. 그것은 한글로 된 최초의 시가 적혀 있는 천이었고 함께 붙어 있던 작은 칩을 통해 천에 얽힌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니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면서도 연락을 끊어 버린 마음을 이해하지만  제니의 엄마는 어찌 보면 낭만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세살 아기를 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모습과 그 여행에서 만난 팬플 룻 연주자에게 한눈에 반해 자신의 가정을 버리는 것도 평범하지 않은 모습처럼 보인다.

 

연산군 10년 폭군 왕정 아래 갑자사회로 불어오는 피비린내가 민심을 흉흉하게 하고 그 가운데 주막집 딸 뚜깐이는 나이 열여섯이 됐건만 아직도 동네 아이들의 골목대장 노릇을 도맡아 하며 장날 어미의 심부름을 나섰다. 장 구경을 하는 도중 포졸의 불심건문에 덩치가 우람한 더벅머리 통각의 봇짐에서 괘서가 발견되고 자신은 모르고 주웠다고 발뺌하는 청년을 보고 웃는 뚜깐이와 총각의 실랑이 끝에 뚜깐이에게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총각은 어영부영 풀려난다. 

 늦은 밤 병졸에 쫓기던 복면을 한 괴한을 만나 놀라고 뚜깐네 주막에 들어오는 낮에 만난 더벅머리 총각과 샌님 같은 남정네가 바로 그 괴한임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아는 뚜깐을 협박하지만 뚜깐이는 그들에게 자신도 끼워 달라고 떼를 쓴다. 새로 일행이 된 세모 돌이와 그들 일행은 그동안 괘서를 붙이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활동을 몰래 하였던 것이다.   바로 위에 있던 언니가 시집가서 고생만 하다 죽은 사실도 그렇고 뚜깐이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 뚜깐이에게 샌님은 글을 가르쳐주기로 한다. 열여섯만 되도 과년한 나이라 불리던 시절 뚜깐이처럼 자유분방한 모습은 주막집 딸이긴 하지만 자유로운 신분이기에 가능하였을 것 같다.


어려서 함께 놀기도 했던 서진 도령을 좋아하는 뚜깐이는 자신에게 눈독을 들이는 못된 중인 패거리들과 함께 다니는 서진 도령에게 실망한다. 어느 날 허름한 차림의 범상치 않은 노인이 샌님일행의 사부라 하여 찾아오고 그들은 서진 도령의 아비 집인 최 역관집에 묵게 된다. 길밖새라는 이름을 가진 사부인 신비한 노인은 제자들에게 한문 이름을 버리고 나라말 이름을 지어주고 한문서책을 나라글로 번역하는 일을 함께 한다. 나라말로 글을 짓는 일이야말로 가장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부를 뚜깐은 예사로운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글을 배우기로 한 날 근휘 일행은 뚜깐을 농락하려 하지만 더벅머리 바우뫼 일당에 혼쭐이 나서 도망가고 그날 밤 만난 서진 도령에게 뚜깐은 몸을 허락한다. 나라말 서책을 모두 태우라는 임금의 어명이 내려지고 그걸 피해 산 속 암자에서 샌님에게 글을 배우던 뚜깐은 어느 날 자신의 스승인 샌님 뜰에 봄이 목욕하던 모습을 보고 여자임을 알게 되고 근휘 일당에 당할 뻔 한 스승을 돕는다.  뜰에 봄의 불행한 과거를 알게 되며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서진의 아이를 갖게 된 걸 털어놓으려 하지만 결국 이야기하지 못한다.

근휘일당이 나라말 서책을 은닉하고 괘서를 난발하였던 사실을 관가에 고발하고 뚜깐이를 겁탈하려는 순간 뚜깐이 모친이 나타나 대항하다 목숨을 잃는다. 뜰에 봄 일행은 모두 관졸에 쫓기다 뜰에 봄과 세모돌이가 죽는다. 병든 사부가 눈을 감기 전 뚜깐이에게 새로운 해문 이슬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신분의 차이에 따라 구별되어지던 조선 시대에 양반보다 훨씬 못한 중인이어도 더 낮은 신분에게는 양반 못지않은 처신을 하며 군림하였던 시대상을 보며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비굴한 못난 인간의 모습을 느낀다. 뚜깐이란 인물과 우리글을 보호하고 육성하려 했던  조선 시대 의식이 깨어 있던 사람들의 세계가 실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꼭 그런 사실이 있었을 것만 같다. 목숨을 걸고 나라말을 지키려 했던 과거와 우리 한글이 하찮게 여겨지고 잊혀지는 미래의 이야기가 상반되기만 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야 말로 우리 것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책의 곳곳에 나오는 사투리는 정말 정감 있고 사실감 있게 표현되었다. 재미도 동반되어 도중에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뚜깐의 후손인 제니가 뚜깐의 의미있는 시를 읽게 되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마지막 부분은 결코 한글이 가진 매력이 사그라지지 않을 거란 희망과 기대를 하게 된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인걸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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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2
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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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러시아 작가는 이미 잘 알려진 몇몇 작가들 이외는 다소 생소하다.

아마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지 못한 나의 무식함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막심 고리키라는 러시아 작가의 어머니는 제목에서부터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한 힘이 느껴진다. 한 노동자의 아내로서 비참한 삶을 영유해오던 평범하고 보잘 것 없던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통해 노동자의 현실을 직면하게 되며 자신의 본질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뒤늦게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은 늦었지만 참된 삶의 기쁨을 알게 되어 어떤 두려움도 헤쳐 나가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창 산업혁명기의 어두운 유럽의 생활처럼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되며 농노의 신분이었던 사람들이 노동의 생활에 빠져들게 되어 정말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임금으로 삶을 지탱하게 된다. 희망도 없는 미래 속에 삭막한 노동 현장과  삶에 찌든 이들이 내뱉는 악에 깃든 소리들과 그 주변 환경들이 영락없이 상상된다. 그런 와중에 남편의 폭력에 휘말리며 매일을 자신의 존재감을 죽이는 게 일상이었던 파벨의 어머니는 남편이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아들의 변화 속에 두려움을 느낀다.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식의 안전과 평온을 원하는 보통의 어머니이던 그녀가 아들이 하는 일을 알게 되며 두려워 하지만 한편으로 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은 배움이란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한다. 아버지와도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었던 파벨이 책을 통하여 사회의 현실을 알게 되는 것도 책이란 모든 지식의 총괄과도 같은 것임을 또 다시 자각하게 하는 점이다. 배우지 못하였지만 파벨이 의식의 개혁으로 리더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책을 통하여서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실의 문제로 논쟁하는 아들과 친구의 모습에서 어머니는 그 두 사람이 마치 암흑 속에서

출구를 찾는 장님처럼 이쪽저쪽 있는 힘을 다해 더듬거리며 사방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당시의 러시아의 과도기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볼세비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이들의 노력이 결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러시아로 변화시켜 왕권 자체를 무너지게 하였다. 굶주림은 영혼을 먹어치우고 인간의 모습을 지워버리기에 그들의 추악한 모습 자체만 혐오할 게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며 지겨운 바닥 생활의 울화를 풀기 위한 분출된 행동이었음 알게 된 파벨과 어머니처럼 우리도 세상을 향한 그들의 울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우리들의 비웃음이었던 공돌이 공순이의 삶 또한 노동자들이 처해있던  비극적 단면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많은 이들의 살신성인 정신이 있었다. 현실 타파를 위해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하는 파벨의 삶이 결코 비참하게 보이지 않는다. 숭고한 희생의 모범이 되는 그의 어머니 또한 비극적 결말로 바라보게 되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사회로의 고통을 담당하는 것이기에 새 탄생의 희망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어떤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알게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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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랑 흑구랑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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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선생님의 동화는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와 같다고나 할까? 언제 읽어도 그때마다 감동을 느끼게 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홍수로 떠내려 오던 흑염소를 구하고 동생과도 같이 여기며 염소에게 사랑을 퍼붓는 영구는 학교의 수업시간에 먹구름이 보이자 비를 싫어하는 흑구 때문에 안절부절못한다. 워낙 홍수 때문에 고생을 한 흑구는 비를 맞으면 말뚝을 뽑고 도망가기 때문이다. 순식이네 삼촌의 약으로 팔라는 흑구를 가마솥에 넣을 생각에 영구는 몸서리치며 팔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영구, 흑구 돌림자에 형도 동생도 없어 염소를 한 형제와도 같이 애정을 느끼는 영구에게서 진한 따스함과 외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선생님의 볼우물에서는 선생님의 볼우물을 예쁘다 생각하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순박한 동수는 그 표현도 잘 못하여 선생님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존경하는 사람을 말하라 하자 동수는 별로 잘나지 못하고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복동이 아저씨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을 놀리는 줄 알고 화가 나신 선생님에게 동수는 왜 선생님이 화가 나셨는지 알 수가 없다. 복동이 아버지가 누군지 묻는 선생님의 말에 애꾸눈 홀아비에 동네 머슴이고 술고래라 하는 반 아이들의 말에 동수는 아니라고 소리친다. 복딩이 아부지는 눈이 오면 고갯길의 눈을 치워주고 비가 오면 냇물에 징검돌을 놓아주는 좋은 사람이고 세상사람 누구든 복딩이 아저씨만큼만 살라고 할머니가 그랬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덧 선생님의 눈가는 양 볼에 옴폭 팬 볼우물과 함께 그렁그렁해진다. 선생님의 눈가가 젖듯 내 눈가도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함께 젖어 드는 부분이다.

송아지 내기는 내가 젤 좋아하는 동화이다. 이웃 영도 할머니와 송아지 내기 윷놀이를 하고 세판 모두 지게 되자 할머니에게 송아지를 빼앗기게 될까 걱정하며 마음 고생하는 아이의 순박함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동해네의 꿈인 송아지를 두고 내기를 한 자신을 후회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진 법!  영도 할머니의 모습만 보여도 슬금슬금 피해 다닌다. 영도를 울리고 그 때문에 영도 할머니가 찾아오자 송아지를 데리러 온 줄만 알고 안돼요! 소리치는 동해에게 그제야 영문을 알게 된 할머니는 장난으로 한 걸 안 잊었냐고 웃고 영도를 한번만 더 울리면 그때는 송아지를 데려갈 거라고 엄포를 놓고 간다. 이제야 동해의 무거운 짐은 벗어 버리게 된 것이다.

가뭄이 심해지자 논물 때문에 사이가 벌어지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을 미안해하며 밤에 몰래 친구네 논에 물꼬를 틀어 물을 대주는 준식이의 마음이 참으로 예쁘다. 그런 준식을 오해하고 한방 먹이지만 금세 자신의 논에 물이 고여 있는 걸 보고 어쩔 줄 모르는 태성이에게 아무 일 없이 말을 건네는 준식이 덕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른을 닮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어른들의 우정도 다시금 새로 돋아나면 좋겠다.

동화를 쓰는 일이 마음의 눈을 맑게 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런 동화를 읽는 우리들의 마음도 맑아진다.  깨끗이 정화되는 동화를 많이 읽고 우리들의 아이들도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맑고 순수한 아이들로 커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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