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랑 흑구랑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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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선생님의 동화는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와 같다고나 할까? 언제 읽어도 그때마다 감동을 느끼게 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홍수로 떠내려 오던 흑염소를 구하고 동생과도 같이 여기며 염소에게 사랑을 퍼붓는 영구는 학교의 수업시간에 먹구름이 보이자 비를 싫어하는 흑구 때문에 안절부절못한다. 워낙 홍수 때문에 고생을 한 흑구는 비를 맞으면 말뚝을 뽑고 도망가기 때문이다. 순식이네 삼촌의 약으로 팔라는 흑구를 가마솥에 넣을 생각에 영구는 몸서리치며 팔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영구, 흑구 돌림자에 형도 동생도 없어 염소를 한 형제와도 같이 애정을 느끼는 영구에게서 진한 따스함과 외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선생님의 볼우물에서는 선생님의 볼우물을 예쁘다 생각하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순박한 동수는 그 표현도 잘 못하여 선생님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존경하는 사람을 말하라 하자 동수는 별로 잘나지 못하고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복동이 아저씨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을 놀리는 줄 알고 화가 나신 선생님에게 동수는 왜 선생님이 화가 나셨는지 알 수가 없다. 복동이 아버지가 누군지 묻는 선생님의 말에 애꾸눈 홀아비에 동네 머슴이고 술고래라 하는 반 아이들의 말에 동수는 아니라고 소리친다. 복딩이 아부지는 눈이 오면 고갯길의 눈을 치워주고 비가 오면 냇물에 징검돌을 놓아주는 좋은 사람이고 세상사람 누구든 복딩이 아저씨만큼만 살라고 할머니가 그랬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덧 선생님의 눈가는 양 볼에 옴폭 팬 볼우물과 함께 그렁그렁해진다. 선생님의 눈가가 젖듯 내 눈가도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함께 젖어 드는 부분이다.

송아지 내기는 내가 젤 좋아하는 동화이다. 이웃 영도 할머니와 송아지 내기 윷놀이를 하고 세판 모두 지게 되자 할머니에게 송아지를 빼앗기게 될까 걱정하며 마음 고생하는 아이의 순박함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동해네의 꿈인 송아지를 두고 내기를 한 자신을 후회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진 법!  영도 할머니의 모습만 보여도 슬금슬금 피해 다닌다. 영도를 울리고 그 때문에 영도 할머니가 찾아오자 송아지를 데리러 온 줄만 알고 안돼요! 소리치는 동해에게 그제야 영문을 알게 된 할머니는 장난으로 한 걸 안 잊었냐고 웃고 영도를 한번만 더 울리면 그때는 송아지를 데려갈 거라고 엄포를 놓고 간다. 이제야 동해의 무거운 짐은 벗어 버리게 된 것이다.

가뭄이 심해지자 논물 때문에 사이가 벌어지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을 미안해하며 밤에 몰래 친구네 논에 물꼬를 틀어 물을 대주는 준식이의 마음이 참으로 예쁘다. 그런 준식을 오해하고 한방 먹이지만 금세 자신의 논에 물이 고여 있는 걸 보고 어쩔 줄 모르는 태성이에게 아무 일 없이 말을 건네는 준식이 덕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른을 닮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어른들의 우정도 다시금 새로 돋아나면 좋겠다.

동화를 쓰는 일이 마음의 눈을 맑게 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런 동화를 읽는 우리들의 마음도 맑아진다.  깨끗이 정화되는 동화를 많이 읽고 우리들의 아이들도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맑고 순수한 아이들로 커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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