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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고 언제부터인가 여건이 된다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는 것을 위시 리스트로 꼽던 때가 있었다. 친한 친구, 또는 연인,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기쁨으로 떠난 여행이 분노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었다. 인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해졌을 때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다른 경우가 많다.
자기 부인을 종달새, 다람쥐라 부르며 사는 한 부부가 있다. 부부 사이에 아이게 3명이고 꽤 안정적인 직업을 최근에 얻어 더 행복해질 예정인 가족이다. 한 사람이 찾아오기 전까진. 남편은 변호사에서 저축은행 총재로 발령이 났다. 인사권까지 소유하게 되면서 어떤 사람을 해고하려 하는데 .. 하필 그 사람이 아내인 노라와 관련된 사람이다.
노라는 단지 남편을 살리고자 했을 뿐이었다. 남편은 남부로 가서 요양을 해야만 할 정도의 상태였고, 그러기 위해선 큰돈이 필요했다. 남편뿐 아니라 아버지도 아프셨기에 친정에 손을 벌릴 수도 아버지에게 보증서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노라 입장에서 아버지 사인을 대신해서 돈을 빌리고, 위중한 아버지에게 더한 괴로움을 드리지 않고, 남편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당시 어린아이들과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보필하느라 아버지를 돌봐드리지도 못했지만, 남편이 다시 건강해졌고, 단란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현재에 노라는 만족한다. 생활비를 아끼며, 자신에게 쓸 돈을 모아서 이자와 원금을 갚으며 살고 있지만 언제나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로 인해 그는 남편에게 낭비꾼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과자를 얼마나 먹었는지 추궁을 듣기도 하지만 언제나 명랑하다.
그런 그녀의 일이 밝혀지고 난 후
헬메르 : 그런 거짓말 덩어리는 가정생활에 먼지와 병균을 가지고 오니까 말이지. 그런 집에서 아이들이 숨을 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는 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52p
노라 :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헬메르 : 아, 사랑하는 노라, 그건 내가 일찍이 변호사로서 깨달은 거야. 일찍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거의 모든 어머니가 거짓말쟁이였지.
노라 : 왜 꼭 어머니인가요?
헬메르 : 어머니들에게서 가자 잘 옮으니까 (중략)
이유는 상관없었다. 거짓말을 한 것만 부각되었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권위도 박탈했지만 남들 눈에 보이기에 가정을 유지는 해야겠다며 곁에 있으라고 명한다.
과연 이 가정의 운명은?
핼메르 :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예측을 했어야 하는데. 당신 아버지의 경박한 성향 - 그래! 당신 아버지의 경박한 성향을 당신도 물려받았지. 종교도, 윤리도, 책임감도 없어. 아, 그런 사람을 너그럽게 감싼 대가는 비싸기도 하지! 나는 당신을 위해 그랬던 거요. 그걸 당신은 이렇게 갚는군.
당신은 나의 행복을 모두 부서뜨렸어. 나의 모든 미래를 당신이 망가뜨렸지.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야. 나는 양심이라고는 없는 사람의 손안에 들어 있어. 그는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나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고 명령할 수 있지. 나는 이제 아무 소리도 못해. 나는 이제 이렇게 무너져서, 경박한 여자 때문에 망해야 해!109p
노라 : 예, 토르발, 이런 거예요. 내가 아빠 집에 있었을 때는 아빠가 내게 당신의 생각을 말씀하셨고, 그럼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죠. 그리고 내 생각이 달랐을 때는 나는 그 생각을 숨겼어요.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버지는 나를 인형 아기라고 불렀고, 내가 인형을 갖고 놀듯이 나를 가지고 노셨어요. 그리고 내가 당신 집에 왔을 때…..
헬메르 : 지금 결혼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건가?
노라 : 내 말은, 나는 그렇게 아빠 손에서 당신 손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취향대로 꾸몄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들게 됐죠. 아니면 그런 척했던 것이었거나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두 가지 모두였던 것 같아요. (중략) 1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