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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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새의 선물>로 무려 100쇄를 찍은 작가. 문학계의 대표 연금이 아닐까? <모순>포함.
노련함이 제대로 깃든 작품이었다. 평생 작가로 살면 글이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저자의 타고난 감각일까?

저자의 나이에 맞게 65세 여성 노인 두 명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런 소개를 들었을 때 둘이 가족이란 생각을 한 사람 몇이나 될까? 한 해에 자녀를 둘 낳는 일. 가능하다. (지인 중에 있음)

모두가 아들을 바라던 시절. 아직 사전 성별 판별이 불가능하던 시절. 머리가 커서 난산으로 이어진다면 누구나 아들을 기대했을 텐데.. 머리 빼는 데도 힘들어 어깨 빼는 데도 힘든 고된 출산으로 태어난 기골이 장대한 딸은 처음부터 사랑받기 힘든 조건이었는지 모른다.

첫 애를 출산하면 듣는 얘기는?

둘째는?

저 당시 첫 딸을 낳은 며느리는 둘째 아들에 대한 압박이 엄청났을 듯.
기대에 부응하여 곧 임신을 했으나 둘째도 딸.
그런데 이번엔 야리야리 예~쁜 딸이었으니…
입히고 꾸미는 맛이 있는 딸은 사랑을 받을만한 조건이었을까?

사랑이 둘째로 향한다고 생각했던 내내 유일하게 첫째가 선택받는 일이 생긴다. 사업의 부도로 야반도주를 하면서 둘째 경선은 친가에 맡겨지고 첫째 안나가 부모와 함께하게 된다. 아~ 부모가 나도 사랑하는 거였구나. 안나의 착각이었음을 곧 알게 된다. 도망치듯 떠나와 정착한 곳에선 평온이란 없었다. 전과 다른 부모의 관계 속에서 안나는 버티듯 살아간다. 부모의 선택은 조금이라도 평온함 속에 경선을 남겨두고 자신을 택했음을 깨닫는다.

엄마 아빠가 함께 돈을 벌며 단칸방에서 벗어나자마자 경선과 함께 4가족이 다시 뭉쳤다. 경선은 자기 의견을 강하게 펼치는 애였지만, 그 떨어진 시간에 대한 분노를 품은 아이 같았다. 부모와 함께한 안나가 선택받은 아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양육환경 덕분인 건지 타고난 외모 때문인지 안나는 평생 혼자 사는 삶을 택했고, 경선은 누구도 말리는 결혼을 일찍 했고, 다은을 낳았다. 지금은 혼자가 됐고 작은 오피스텔에서 번역 등의 일과 다은의 아들 다니엘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안나와 경선은 자매지만 평생 가깝게 지내본 적이 없다. 특히 성인이 되고는 거의 만나지 않고 지냈다. 안나는 교사로 퇴직하고 거의 관계를 끊고 혼자만의 삶을 즐긴다. 그런 안나의 삶에 외출이 잦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경선의 병원에 동행하는 것. 주말부부로 혼자 아이를 케어하며 지내는 다은에게 경선의 수술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안나는 경선의 돌봄과 다니엘의 돌봄에 뛰어들게 된다. 멀찍이 떨어져 안온해 보이던 삶의 실체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어쩌다 자주 만나게 된 이 자매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 경험이 거의 없고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선과 아직 어린 호기심 만렙의 다니엘. 이 둘과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한 안나. 이 여행 괜찮을까?

좋은 소식 앞에서 철없이 굴다가도 나쁜 소식이 닥쳐오면 자존심 강하고 독립적인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마치 불행으로 단련된 듯한 경선의 그런 구석이 잠시 안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108-9p

한 사람의 몸 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373p

부모의 차별은 자녀 사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지!
다은 남편놈! 너 나한테 걸리기만 해 봐라!

내 경험과 닿는 지점이 많아 감정이 요동쳤다. 리뷰는 건조하게 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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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 - 노벨 물리학상으로 읽는 의심과 논쟁, 합의의 역사
이근희.김갑진 지음 / 모어사이언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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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리는어쩌다과학을믿게되었을까?
#이근희_김갑진
#morescience
#헤세드서평단

<372p>

과학혁명이 있기 전의 세상에선 자연철학, 천문학, 신학의 집합으로 세상을 이해했다.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현상에 서사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다 왜?에 방점을 찍고 해석한 세상에 과학의 등장은 혁명이었다.

그럼 과학과 비과학의 구분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과학은 하나의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이론이 공격받고 방어되는 과정에서 수정되고, 잘못이 증명되면 그 이론을 틀림을 인정하는 것. 즉 절대 진리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노벨 물리학상으로 진실이라고 믿었던 과학이 어떻게 변화하며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왔는지 설명한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물성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다시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세상은 얼마나 넓고 오래되었는가?

총 5개의 챕터로 물리 이론이 어떻게 다이내믹하게 수정되고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빛은 파동이자 입자이다.
이 한 문장을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분명 우리나라 말로 기록된 문장인데 머릿속에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빛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그런데 심지어 하나가 아니라 두 성질을 갖고 있단다. 이게 뭐야… 😮‍💨
그 유명한 맥스웰(커피 아닙니다. 나는 커피가 더 익숙하다고!!)부터 아인슈타인까지 그들의 이론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며 새로운 이론이 탄생하는 과정. 흥미롭지만 어렵습니다. 🤭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 아닌 바로 이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다. 다들 빛이 파동이라고 했을 때 빛을 입자로 생각했고, 설명했다. 그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그 이론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빛은 파동이자 입자라고 우리가 배우고 있다.

빛을 측정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gps를 통해 누구나 같은 시간을 확인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엑스레이, 원거리 통신, 레이저 등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호기심.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세상의 최소 단위는 원자를 배울 때 쿼크는 없었다. (과거에 학교 다니길 잘했다. 배울 게 너무 많아졌다. 😶‍🌫️) 과학의 미시 영역에 어마어마한 발견이 일어나고 있어 연구자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물성은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 상전이가 일어나는 조건은?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한가? 이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에어컨은 기체를 외부와 열교환 없이 팽창시켜 압력을 낮춰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는 0과 1의 컴퓨터 언어. 이는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전류가 흐르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전하의 흐름 제어 하나가 컴퓨터를 만들어 냈고 끊이지 않는 질문을 통해 디지털 문명을 만들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계속 위협당했지만 아직 유지되고 있다. 그 덕에 발견된 중성미자. 이 법칙은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세상의 중심이 지구였는데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심지어 팽창하고 있다니! 우주의 끝이 있기는 할까?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이 아름다운 존재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 잔해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아는 청년은 자신을 공부 노동자라고 표현하는데 그 청년이 하는 일은 인공 태양을 만드는 일이란다. 😱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태양계를 국한한 일이었고 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도는 인공 태양을 만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나와 나의 주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누군가가 정의 내리고 밝혀진 것에 끝없는 질문이 더해져 점차 커져가는 세계.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언젠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유연함이 과학을 믿게 하는 힘이 아닐까?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과학 교육의 첫 번째 모교로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 한다. 과학자들이 매일 같이 하는 일도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관측으로 검증하고, 틀리면 수정하는 일. 그 과정에서 동의와 반박이 오가고, 때로는 오래 믿어 왔던 생각이 완전히 뒤집히기도 한다.
(중략)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누군가의 말을 무조건 믿지 않는 것, 그렇다고 무작정 의심만 하지도 않는 것,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오류를 만드는 시대에 과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길러 온 이 판단력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가치 있게 배워야 할 능력일지도 모른다. /맺음말 중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비문학도서추천 #과학교양서 #물리학의변천 #노벨물리학상으로살펴본과학 #빛과물질 #별의탄생 #시간과우주 #입자와힘 #질문의힘 #의심의유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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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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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내리는시간
#브루나단타스로바토
김보람_옮김
#다산책방 @dasanchaekbang

<211p>

‘빈 둥지 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친구가 있다. 자기 일도 있고 취미 생활도 하고, 아이들 학업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맡기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가족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평소 거리 두기를 연습했었고, 자기만의 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 자신의 곁을 떠난 아이들의 자리에 익숙해지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타국이 아니라 타지로 떠나보내고도 이렇게나 힘든 게 자녀와의 거리다.

가족을 책임지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딸과 엄마는 둘만의 가정을 이루고 지냈다.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 모녀에게 이별이 찾아온다. 딸이 학업을 미국에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딸의 ‘안녕’이 매 순간 궁금하다. 자신이 없는 그곳에서 딸 혼자 안전하게 잘 있는지 온통 엄마의 관심은 거기에 있다.

무슨 일 있니?
아무 일도 없어. 그냥 아침에 좀 쉬려고.
다행이네. 새로운 소식은 없고?
새로운 소식은 없습니다.
아니, 정말로. 요즘은?
요즘은 뭐?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궁금해.
얘기할 게 별로 없어.
그래도 말해봐. 이 늙은 엄마 마음 좀 편해지게.

돈이 없는 유학생.
일을 하며 돈도 벌고, 학업도 열심히 해야만 한다. 지지기반이 하나도 없는 유학생의 삶이란 쉴 틈이 없다. 눈 돌릴 틈도 없다. 매일 똑같은 일상. 남들처럼 편하게 학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에 시간을 쪼개 써야만 했다. 똑같은 일상에 엄마는 늘 새로운 일을 묻는다. 아주 자세히 근황이 어떠했는지를 설명을 요구한다.

엄마는 언제나 스카이프가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그런 엄마가 연결되지 않을 때는 딸도 엄마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혼자 있는 엄마의 ’안녕‘이 궁금한데 누구에게 물어볼 수가 없다. 거리와 시차 그리고 엄마에게 가볼 수 있는 비행기표 값이 없는 딸은 그저 스카이프가 연결되기만을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화면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평생, 영원히, 그러니까 죽는 날까지 엄마가 널 돌봐주기를 바란 적 있어? 엄마가 씻겨주고, 제일 좋아하는 숟가락으로 당근 수프 떠먹여 주고, 잠들면 보송보송한 담요도 덮어주고, 절대 혼자 두는 일 없이? 72p

항상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을 꾹꾹 누르고 딸을 미국으로 보낸 엄마.
너는 네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떠나보낸 엄마.
마음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 모든 불안과 아쉬움을 참아내는 엄마.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엄마를 이해하려는 딸.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지 못하고 딸과의 연락만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의 삶이 불안하기만한데…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다. 저자의 경험을 녹아낸 작품이라 그런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둘만의 세상에서 독립된 각자가 되는 과정. 서로에게 유일한 지지자인 둘이 갈라서야만 했기에 그 과정의 힘듦이 두드러지게 그려졌다. 많은 문장에서 울림이 있어 짧은 책을 꽤 오랜 기간 끊어 읽었다.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에게 주어진 힘듦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키다서평단 @ekida_library

다른 방 학생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을 거실에 쌓아두면서 나눔 상자와 쓰레기통은 다시 넘쳐났다. (중략) 이 모든 걸 가져서 이토록 좋은 것들을 나누는 그들에게 고마웠다. 그 덕분에 그들이 가진 좋은 것들을 나도 즐길 수 있어서 감사했다. 128p 😭😭😭😭

“거기 가봤어?“내가 가본 적 없다고 대답하자, 그 애가 캔맥주를 들이켜고는 다시 물었다. ”정말? 너 브라질 사람이 아니잖아, 아닌가?“ // 야! 브라질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고 무식 뽐내는 거야? 너는 미국 모든 지역 다 가봤어? 학~c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브라질에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했다. 무엇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는 그들을 보니 질투심에 마음이 아렸다. 13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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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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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렌레비_노지양_옮김
#오팬하우스
#이키다서평단

<555p>

포르투갈 출신 70대 테오는 미국 남부에 속하는 작은 도시 골든에 1년을 거주한다.
유럽의 다양한 도시를 경험하며 산 테오이기에 커피 맛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인데, 그이 입맛을 사로잡은 카페 챌리스를 만난다. 커피 맛으로 테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카페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온 벽에 가득한 초상화 컬렉션이다.

92개의 액자에 그려진 방대한 부류의 사람.

카페 인근에 작업실을 둔 화가 애셔 클리슨의 작품들인데,
테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는 매력적인 작품들임에도 아직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사람의 외모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현재 기분과 기질 이야기를 모두 담아낸 아주 훌륭한 그림임에도 말이다.

이 고장 사람이 아닌 테오는 이 초상화의 주인들에게 작품을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카페 챌리스에 걸린 당신의 초상화를 선물할 테니 언제 몇 시에 어디로 나오시오!
라는 편지를 모르는 이에게 받는다면?
1. 어떤 놈이 이런 장난질을?
2. 스팸이라 무시하고 냉큼 지운다.
3. 스토킹인지 두려워하며 다른 이들의 도움을 구한다.
4. 선물을 준다는데 일단 나가본다.

어떻게 읽어도 불편한 구석이 없는 편지.
너무 과하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은 농도의 제안을 첫 만남을 성사시킨다.

❝왜 제 그름을 먼저 고르셨어요? ❞
가장 친절한 얼굴, 가장 상냥해 보이는 얼굴이 그가 건넨 답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겹쳐 보이는 테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 속에 눌러 감춘 이야기를 풀어낸다.
낯선 이와의 만남에서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간.

테오는 초상화 전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
이 고장의 보증 수표인 폰더씨 집에 머물며, 그의 사무실의 조력으로 나머지 초상화 인물들의 주소를 알아내고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 계속된다.

노숙인이라 글을 읽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앨렌은 지독한 독서광에 지식 만렙이었고,
늘 실없는 농담을 날리는 토니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다.

그의 미담을 쓰려는 찾아왔던 기자도,
야간에만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켄드릭도,
웨이트리스 리아,
보안관 타쿼온, 옛날 이발사 하디, 변호사 밀러 등

그저 테오는 같은 질문을 던졌을 뿐이었다.
❝자신에 대해 아무 이야기나 해주시겠어요? ❞
그러면 사람들은 끝도 없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극적이고 소소하고 비참하고 짜릿하고 유창하고 두서없는 이야기들.

가슴에 상처를 감추고 매일 감당하기 힘든 일상을 견디고 있을 때,
누군가가 주는 다정한 위로와 선은 한 사람 인생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누군가의 실수로 만들어진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아내를 잃고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만 하는 딸.
밤에 일하고 낮에 간병하며 지내는 삶에서,
그런 가해자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
불법체류자로 미국에 남겨진 아내와 암에 걸린 딸을 다시 보러 밤에만 운전하다가 생긴 실수라는 것을 들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나의 불행이 누군가에게 휘두를 칼이 되지 않고,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되게 하는 것.

한 사람의 다정한 실천이 한 고장을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모든 선한 서사는 다소 판타지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누구나 바라는 세상이며,
가능한 것을 믿기에
어딘가에 정말 테오가 머무는 골든이 있을 것만 같다.



+ 빈티지가 와인에선 가장 빛나는 거구나. 낡은 것에만 붙이는 줄..
가격이 병당 수천만 원을 하기도 한다고.. 😱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 너무 많음

+ 올해 읽은 <나의 친구들> <아코디언>을 읽었을 때 올라오는 가슴 벅찬 따스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 싱어송라이터이자 변호사, 판사 그리고 70대에 접어들어 작가라는 타이틀을 손에 쥔 저자의 이력이 모두 녹아져 있는 작품이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장편소설추천 #영미문학 #선의나비효과 #사람을살리는위로 #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 #공동체 #어른의자리 #노블리스오블리주 #히링소설 #예술의힘 #역주행화제작

이 세상이 알게되는 모든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껏 살았던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적인 건 아닐지 몰라도,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어쩐지 우리는 세상의 모든 상처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232p

얘야, 세상에는 정의도 있고 자비도 있단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뭐가 맞느닞 모르겠다면 나는 늘 자비 쪽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구나. 혹여 실수하더라도 자비를 베풀다 실수하는 것이 낫다. 잘못된 자비는 잘못된 정의만큼 사람을 아프게 하진 않아. 373p

‘친절의 공모자‘가 되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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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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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더사소한것들의인문학
#조이엘
#섬타임즈 @sometimes.books

<391p>

저자 조이엘은 서울대 철학과 종교학을 인문학을 공부했고, 인문학 연구자 겸 전 과목 과외 강사로 활동한다. 30년 가까이 책과 함께 살아오며 청소년과 성인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한다.
<1센터 인문학>으로 저자를 만난 나는 저자의 유머에 빠져, 어쩌다 보니 저자의 책을 다 읽은 사람이다. (하나쯤 빼먹었겠지 했는데… 다 읽었;;; )
늘 그렇지만, 저자는 다방면의 지식이 많은지라 내가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 있고, 그걸 친절하게 설명하기 보다 재밌게 설명하기에 내가 알아듣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어렵다. 웃고 웃고 또 웃다 보면 책이 끝난다.😆😆 돌려까지 신공은 그 어떤 저자보다 능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에피소드의 묶음으로 주로 글을 쓰는데 에피소드 막판의 허를 찌르는 그의 공략은 만날 때마다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아아장 가난한 임금은 누구일까아아아아요?”

“이번에는 영어 문제예요. 들어갈 때는 1,000명, 나올 때는 100명인 곳은?”

“훈장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과일은 뭘까아아아아아요?”

이런 유치한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박지원의 까마귀로 출발해서 까마귀 얘기로 쭉 이어진다. 까마귀 하나가 이렇게 넓고 방대할 일인가? 싶다. 여기에 까마귀가? 이렇게 까마귀가? 지구의 인류 역사를 뚫고 지나가는 것을 너머어 달까지 간다. 아니 태양까지 간다. 양자역학에 토테미즘까지 아우르는 그의 스토리텔링은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동서양의 과거 현재를 한꺼번에 관통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반달> 일제강점기 길보드 차트 1위 곡 심지어 일본인들도 따라 불렀다고.. 나라 빼앗긴 처지를 쓴 노래를 일본인도 따라 불렀다니.. ㅎ ㅑ 우리 선조들 넘 멋있어.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고기를 잡으로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로 강으로 갈까나~
날아라 새들이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 폭폭

이 모든 동요의 작곡이 한 사람이란다. : 윤극영 님. 독립운동가 심훈외 외사촌이자 애국지사 박열의 초등 동창생이라고 함.(이런 깨알 정보는 어떻게 아시는지..)

인과관계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족집게 주식 강사의 비법이 있다. 누구나 주식 1타 강사가 될 수 있다!!

📍로또 1등의 주인공보다 더 좋은 사람은?

📍마시멜로우 실험이 잘못이라고?

📍전설의 고향에서 <내 다리 내 놔> 나병 치료를 위해서 이구만?

📍점점 늘어가는 음모론 확산은 유튜브 : 기존 생각을 강화하는 지식과 주장만 대령하는 알고리즘 덕분.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2024 올해의 단어 - brain rot (뇌 썩음)
2025년 rage bait :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분노를 유발하는 온라인 콘텐츠

2023 : rizz(매력, 호감 능력)
2022 ; goblin mode (팬데믹 이후 번아웃으로 사회적 기대를 무시하고 게으르고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태도)

선정되는 단어로 깊어지는 시름… 그 시대를 반영하는 지표가 이래서야..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거기에 조사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뻗는다.
거기에 인과관계의 앞뒤를 바꾸면?
그런데, 앞뒤 맥락을 잘라내면?
하나의 사실은 다양한 해석으로 일파만파

사실 하나가 그렇게 해석된다고?
그 수많은 황당함이 진실이 되어 퍼지는 이 세대 풍자를 전 세계 일화와 역사를 도용해 날아서 돌려치기를 한다. 역시 태권무는 우리나라가 최고지! 👍

이 나라 꼬락서니를 보고 있기 환장하겠기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어 제주도로 내려간 작가는 그래도 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가 없어 다음 세대를 제대로 몇 명이라도 기르면 후대엔 조금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은 건지 다음 세대와 성인 대상 지도를 열심히 하시고, 이 유교의 땅에서 효를 다하려 아픈 부모 곁으로 다시 올라온 작가는 열심히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글쓰기를 멈추지 못한다. 글로 교육으로 나라가 잘 되기를 염원하는 저자의 나라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감도 안 와…

이건 정말 조이엘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책!
얼마나 웃었는지 광대가 아직도 안 내려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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