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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나로살결심 #협찬도서
#문유석
#문학동네 @munhakdongne
<241p>
저자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유머를 좋아하는 나는 저자의 글을 사랑하는 사랑한다. 법조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결의 유머가 포함되기까지 한 저자의 글을 읽는 순간 그 기쁨은 ‘쾌락 독서’라 명할 수 있다. 저자의 전작을 당연히 다 읽었고, 이제 퇴직하셨으니 책을 더 많이 쓰시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퇴직 후 헌법 관련된 <최소한의 선의/ 유머가 싹 빠진 책이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진지하게 쓰심>를 출간하고 꽤 오래 잠잠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나온 이 에세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
나는 법원을 바꿔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를 바꿔놓고 싶었다. 30p
나는 좋은 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31p
전근대적인 한국식 집단주의, 권위주의를 혐오하고 서구식 합리주의, 자유주의, 다원주의를 동경하며, 동시에 법원조직을 신뢰하고 사랑했던 저자는 법원을 ‘안에서’ 바꾸고 싶어 하는 나이브한 이상주의자였다. 엘리트 집단의 자정능력을 신뢰했고, 시스템을 신뢰했다. 전두환 시대에 사춘기를 보내고 민주화와 동시에 대학 생활을 맞았으며,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시대에 법관 생활 첫 10년을 보냈다. 38p 약간 변형.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하던 해에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았다. 여전히 이상주의자였던 저자는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된 의견을 많이 냈고,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초임 부장 일기’라는 제목으로 법과 게시판에 연재하기에 이른다. (재판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 법원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풍자, 인상 깊었던 재판에 대한 소회 등) 이 글이 묶여 <판사 유감>이 되어 출간되며 작가와 판사의 일을 겸하게 되어 꿈만 같은 생활을 누리는구나? 했으나…
남들이 기피하는 성폭력 재판부를 지원해도 배치되지 않고, 받은 사람은 느끼지 못한 ‘엄중 경고’도 받는데, 거기에 세월호 사건 때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라는 칼럼을 중앙 일간지에 기고하며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거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법원과 시민사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엘리트들답게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뭉개는 일이 발생한다.
23년의 판사 생활을 그만두면 누구나 변호사 개업을 예상할 텐데 저자는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노는 게 제일 좋아’의 삶을 계획하지만, 그의 앞에 닥친 현실은 Covid 19 😳 해외에서 한 달 살기는커녕 집콕 라이프가 펼쳐진다. 제2의 삶의 예측불허는 펜디믹만은 아니었다. 23년 공부 잘함 하나로 누려왔던 서초동 도시 라이프에서 정글로 던져진 삶.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의 원고를 세링게티를 누비며 mail로 보내기도 했다고 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 + 공명심만으로는 월급이 주어지지 않는 삶. 누군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판사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전업 작가 프리 선언을 하고 나니 많은 이와 부대낌을 경험해야 했고, 똑똑한 개미도 개미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한 투자의 세계는 누우면 자던 그에게 불면을 안겨주기도 했다. 즐거움이 사라진 글쓰기에 지적받는 일이 허다한 초보 작가의 세계에서 하늘 높이 오르던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그의 투자 그래프도 바닥을 치고 😫
방황 끝에 다시 부여잡고 제2의 삶에 겨우 올라탄 저자는 글쓰기의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고, 파산부에 재판하며 간접 경험한 일들을 비슷한 경험을 한 후에야 제2의 삶에 방향을 잡았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 책을 쓰며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삶을 깊이 돌아봤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다소 해소되었지만, 다시 파트타임으로라도 정의로운 저자의 본모습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다.
이 험난한 여정을 이렇게 명랑하게 기록하신 저자의 글은 역시 내 스타일!!!
힘들어도 명랑함을 유지하려는 저랑 닮았다고 우기고 싶달까요? 😝(저랑 두뇌 성능 차이가 너무 나는 분과 이렇게라도 가까워지고 싶다고요!)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법조인의제2의삶 #품격있는에세이 #유머있는글 #북스타그램 #에세이추천
퇴직 후 받으신 법원 구성원들의 댓글처럼 작가님 이제 꽃길만 걸으시고, 부디 예전처럼 글쓰기가 행복? 기쁨? 까진 아니더라도 파트타임 정의로운 돌려까기의 글을 쓰셔서 출간해 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