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버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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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작가라면 장은진 작가와 인문 에세이의 김지연 작가

이 책은 기후 위기가 배경인 이야기 3부작을 기획하고 쓴 작품 중 하나.
1부작 <날짜 없음>, 2부작 <디어 마이 버디>, 3부작은 동화로 쓰실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2023에 나왔으나 청소년 문학으로 나와서 그런지 내 알고리즘에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날짜 없음보다 좋았다. (3부작 동화도 아직 안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도시는 사라졌고 일부만 남았다. 높이를 자랑하던 것들만 살아남았고 그 높이에 우연히 있었던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두가 공평하게 불행해졌다.

스쿠버 다이버에 입문하고 ‘버디’라는 멋진 시스템에 대해 배웠을 때, 내 첫 번째 꿈은 아저씨의 버디가 되는 것이었다. 버디는 물속에서 나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게 다이빙을 하며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짝을 말한다. 다이빙 중 서로의 안전과 목숨을 끝까지 맡아 주고 챙겨 주는 무조건적인 관계. 35p

어렸을 때 한없이 어둡고 우울한 세호는 늘 외톨이로 지냈다. 공부에도 소질이 없었고 잘하거나 관심 가는 것도 없었다. 그걸 눈치챈 아이들이 무시하기 시작했고 ‘때려도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9살 무렵에 시작된 일이었다.

부모와 할아버지를 놀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이런 일이 아픈 일이라는 것을 작가하고 반격하는데, 이 일로 세호는 가족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다이빙을 배우며 샘 아저씨와 인연을 맺게 된다.

“다이빙은 재밌니? 얼마나 재밌어?”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할 정도로. 다이빙은 매번 감동을 줘.”
엄마가 나를 생각해서 바쁘고 어려운 형편에 세아도 낳고, 그렇게 태어난 세아는 가족의 기쁨이었다.

그 아픈 과거로 인해 다이빙을 배우게 되고, 샘 아저씨의 버디가 되고, 지금 내가 아는 유일한 살아남은 가족인 세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했다. 샘 아저씨와 세호는 물속에 들어가 잠긴 도시 속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꺼내오는 일을 담당한다. 또다시 해일이 닥치기 전에 생필품을 챙겨야 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인원이 함께해야 했다.

늘 위험이 따르는 다이빙의 세계. 버디가 있기에 안심하고 내려가지만, 물 위를 떠다니는 시체들과 물속에서 만나는 처참함에 종종 정신을 놓기 쉽다. 이제 막 다이빙에 입문한 혜미와 배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 생필품 수집에 박차를 가하는가? 했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청소년문학추천 #소설속명화이야기 #기후위기3부작 #물에잠긴도시 #다이빙버디 #북스타그램 #전연령추천도서

”태평양 서부에 마리아나 해구라고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야. 근데 마리아나를 탐사한 사람은 고작 네 명뿐이래. 1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데도. 수십만 킬로미터 떠어진 저 달에도 우주인을 보내는 시대에 말이야. 우주보다 더 밝혀진 게 없어서 그렇지 어쩌면 바다가 훨씬 우주스럽고 외계스러운 곳인지도 몰라. 바다는 지구 속의 또 다른 행성인 거야.“ 97p

다이빙은 이기려는 경쟁심보다 져도 괜찮은 보살핌을, 바쁜 속도보다 차분한 느림을 지향하는 세계다. 세상이 물속이라면 우리는 모두 그런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118p

❓책 속에서 세아가 각 인물에게 맞는 그림을 추천한다. 세아는 나에게 어떤 그림을 추천해 줄까?
❓다이빙을 해서 물속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추려 올라와야 하는데 세호는 세아와 혜미를 위해 서점을 가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서점에 들른다면 어떤 책을 들고 올라올까?

젖은 책을 한 장 한 장 말리며 소중히 여기며 읽는 장면은 크~
어둠 속에 초를 키고 지내는 이들을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최근 고흐전으로 한국에 방문했던 작품이라 더 반갑)의 비유로 시작해 명화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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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지연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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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 김지연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 없이 한 결혼은 실패로 끝났다. 안 지는 전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주 평균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다. 자기가 좋아했던 선생님을 다수의 아이들이 싫어하면 싫어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었다.
4년을 만나던 중에 임신을 했고, 중절을 할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에서 결혼으로 향한 이 커플은 돌쯤 된 아이를 키우던 중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안지의 지갑엔 남편과 남편의 아내와 내가 낳은 아이 셋이 찍은 사진이 들어있다.

📍우리가 바닷속을 지날 때 / 김지연
영재를 포함한 고교 동창인 네 사람은 10년이 넘도록 우정을 지속하며 집들이까지 오가는 사이다. 3명은 커플이 되었고, 그중 둘은 부모가 되었다. 세 사람은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었지만, 영재네만 바다를 건너 도시로 돌아간다. 가던 중 해저 터널이 막혀있는데…

📍엄마의 완성 / 구병모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엄마는 아직 40대. 엄마의 부탁으로 산부인과를 같이 가야 했다. 연하의 애인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이라 그랬던 걸까? 엄마는 아직 폐경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혹시 모르는 임신 검사에 웃음을 터뜨렸는데 어쩐지 엄마 표정이 굳었다. 어렵게 시간을 냈으니 남자 친구 얼굴을 보고 가라는데… 첫 만남에 고기 무한 리필집?

📍헛꽃 / 권여선
‘언니야! 밖에 눈이 많이 와. 커튼 걷고 눈 구경 좀 해.’라는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 커튼을 닫고 있어 몰랐다. 언제부턴가 혜영은 커튼을 열지 않고 지냈다. 불면증에 방광염에 우울증. 지금 혜영이 앓고 있는 병이다. 엄마의 병간호를 하고 돌아오면 그 증상이 늘어나고 심해졌지만, 언제나 엄마 곁에 가서 간호를 하는 것은 혜영의 몫이었다. 그런 혜영에게 동생은 자학적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내버려두라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혜영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마치 <전쟁과 평화>의 소냐가 그랬던 것처럼. 헛꽃, 헹맹, 주두성자라는 말을 듣고 고난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혜영.

📍유령이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 송지현
우리 가족과 우현이 1년 만에 만났다.

📍괄호 밖에 안녕 / 이주혜
책 두 권을 번역하고 급격히 소진되어 두 언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도피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자꾸만 과거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향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

📍울루루-카타추타 / 최진영
어린아이를 구하고 죽은 아빠. 갑자기 의로운 사람이 됐다.
솔직히 아빠가 화냈던 거, 혼냈던 거, 별것도 아닌 일에 성질냈던 거, 그런 게 더 많이 기억난다고. 지금 같으면 내가 절대 듣고만 있진 않을 것 같고. 그런데 그런 생각 자체가 또 잘못 같으니까. 아빠를 원망하면 안 되잖아. 아빠는 사람을 구하고 죽었으니까 존경해야지. 근데 그게 안 돼. 나를 힘들게 하던 아빠가 다른 애를 구하고 죽었다는 생각을 하면 억울해. 243p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구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단편집 #수상집 #경력직작가들 #역시경력직

권여선 님의 헛꽃 ㅠㅠ 어쩔… 후벼팠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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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올리브에게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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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집. 사람들은 그 집을 올리브나무 집이라고 불렀어요. 왜냐면 그 집에는 커다란 올리브나무가 있고, 그 나무 이름을 딴 ‘나나 올리브’가 살고 있다고 했거든요. 누군가는 나나 올리브가 젊은 사람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노인이라고 했어요. (중략) 사람들마다 얘기가 다 달랐어요. 하지만 그 집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모두가 똑같이 했어요. 10p

아름다웠지만 안전하지 않았던 동네에서 태어난 다리스. 태어나면서부터 폭격 소리를 들어왔기에 울지도 않는 아이들이 사는 곳. 남자 어른들은 모두 총을 들고 어디론가 갔는데 형들도 차례로 군인들이 데려갔따. 이제 곧 내가 올 차례. 12살인 다리스는 배 속에 든 여동생과 엄마와 헤어져야만 했다. 엄마는 다리스에게 올리브나무 집으로 가라고 했다. 북동쪽 어딘가에 있는 올리브나무집으로.

전쟁 중에 길을 잃고 헤매던 월터와 다리스는 올리브나무 집에서 만났다. 월터의 도움으로 다리스는 이민을 가고, 공부를 하고, 직장을 구하고, 가족을 만들고, 악착같이 살았다. 언제나 중요한 일들이 생겼기에 모든 것을 묻어 두고 살았다.

막내의 가족 나무 그리기 숙제를 하며 외가 가족들만 가득 그려진 한쪽만 커다란 나무를 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올리브나무 집.

수화기 너머에서 다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꼬맹이 다리스니?

30년의 세월
둘을 올리브나무 집으로 안내했던 배트맨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여태 살아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고, 다리도 절지 않았다. 그리고 배트맨이 한 마리가 아니다?

가구도 벽도 절임들도 모두 상한 올리브나무 집을 천천히 수리하며 지내는 다리스. 그에게 소포가 하나 도착한다. 오래된 노트에 가득한 나나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 코흘리개 아야에게

구멍이 나 버렸다고 해서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 구멍을
채워 주는 것들이 생길 테니까 177p 이하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동화추천 #전연령이읽는책 #긴긴밤 #슬픔과위로

폭격으로 부서진 집을 지키며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던 올리브 집
자신의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보다 타인의 구멍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어지는 집
전쟁으로, 종교의 다름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는 곳으로
힘든 이들에게 어딘가에는 안식처가 있다는 믿음을 되어주는 올리브 집.

조금 늦어도 괜찮아.
받은 친절은 다른 곳으로 흘려도 충분해.
잊지는 말자.
누군가가 줬던 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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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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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을위한독서모임 #협찬도서
#김민영_지음
#노르웨이숲 @norw.egian_book

<294p>

책을 읽는 이유도,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혼자 읽어도 충분히 좋다. 혼자서 읽는 것보다 쉽게 독서로 얻는 이로움을 크게 만들고 싶다면 단연 독서모임을 하는 것을 권한다. 혼자 읽으면 작가와 나와의 대화에서 끝이 난다. 독서모임을 하면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 수만큼 책을 읽는 효과가 생긴다. 이 얼마나 꿀🍯인가? 한 권을 읽고 독서모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추가로 쏟는 시간 대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망설여진다.
말을 못 해서, 낯을 가려서, 어마어마한 내항인이라 낯선 이들과 만남에 에너지가 너무 들어서, 혹여 공격을 받아 내상을 입을까 봐, 시간 낭비일까 봐, 독서모임을 하면 정말 혼자 읽는 것보다 더 좋을까라는 의심 등

한 번이 힘들다. 한 번만 참석해 보면 또 다른 독서모임을 찾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꼭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 책에 모임을 찾기도 하고, 모임 장소에서 추천한 책 모임에 참여하게 되기도 한다. 독서모임은 강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때론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책도 독서모임에 나가서 의견을 듣다 보면 내 사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어떤 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자기 진단이 어렵다. 그런 어려운 일을 독서모임이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독서모임의 좋은 점만 기록한 책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 참여자와 호스트에게 필요한 꿀팁이 가득한 책이다. 독서모임의 유용함을 1장에서 끝난다. 2장부턴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 말하기 방법, 모임 현장의 난감 대처법, 숙련된 독자로 성장하는 비법에 + 진행자를 위한 팁 + 독서모임 하기 좋은 책 50권(간단한 내용 브리핑까지)이 안내되어 있다.

이 책을 분류하자면 : 참가자, 호스트 모두를 위한 독서모임 실용서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독서모임실용서 #독서모임꿀팁 #독서모임난감할때꿀팁 #말하기팁 #생각정리팁 #호스트실용서 #북스타그램
#헤세드서평단 @hyejin_bookangel 서평단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해요.

독서 모임에서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반박, 반대, 반론이 아닌 ‘다른 생각’이니 차분히 말하면 됩니다. 107p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흘러가기 위해 우리는 잘 들어야 합니다. 나의 말은 곧 듣기의 흔적이며, 듣기의 태도입니다. 124p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이라면 여기에 개인 의견을 보고서 수준으로 써서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의 무용함은 없다. 간혹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상을 입어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공격적인 말을 하는 그 사람이 잘못입니다. 상처받지 마세요. 독서모임은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백인 백가지 시선을 만나는 독서모임이야 말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입니다. 선 듣기가 우선인 것은 어느 자리에나 적용되는 기본값입니다. 😊

엊그제 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만 하고 지내는 한 분에게 ‘너 삶이 팍팍하지? 독서모임 시작해! 삶이 달라질 거야.
그 말이 적극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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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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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_열린책들_하다_앤솔로지_4 #협찬도서
#김엄지_김혜진_백온유_서이제_최제훈

<195p>

📍사송_김엄지

헤어지지 못한 연인들이 만나 사송으로 향했다.
간단해지고 싶은 남자와 무엇이든 깊이 파려는 L
묻는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하는 사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이. 거리는 그대로가 아니라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둘은 몰랐을까? 그가 건넨 말의 궁금증이 일었음에도 ‘피곤’해서 묻지 않고 귀가했다.

📍하루치의 말

엄마의 절박한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고향으로 갔다. 어머니는 왼쪽 발에 깁스를 한 채였다. 어머니를 돌보다가 어머니의 ‘따수미 침구’ 가게를 아예 맡게 될 줄은 몰랐다. 공황 장애와 우울증을 진단받은 어머니와 고향 집에 정착하여 사는 애실에게 속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겼다. 현서와의 관계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은 덕에 엄마와의 관계도 애실 자신의 일상에도 활력의 변화가 일었다.

미국에 가족을 보러 다니러 간다고 떠난 현서.
받지 않는 전화.
빌려준 돈.

애실아, 여기 있으면 제일 좋은 게 뭔지 아니?
조용하다는 거야. 원하는 만큼 조용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거. 아무 이야기도 안 들어도 된다는 거. 62p

📍나의 살던 고향은_백온유

어머니가 다쳤다기에 다급하게 재택근무를 한다고 고향에 내려갔다. 괜찮다던 엄마는 엄지, 검지, 중지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입은 것이었다. 예전처럼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고. 사유지 산에 들어갔다가 덫에 걸리는 사고를 입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산 주인과 엄마와의 대화가 이상하다? 아무리 사유지에 들어가서 나물 좀 캐고 했기로 이런 사고를 입은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거슬린다.

저희 어머니가 아직 자기 상황을 정확히 모르세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구적인 장애를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허가받지 않은 포획 틀, 덫, 올무 설치는 모두 불법이라는 거 아시나요?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올까 봐 혹시나 해서 말씀드려요.

재산 피해 막기 위해서 설치하는 경우는 제외예요. 이를테면 쥐 같은 거요. 쥐 잡는 건 불법 아니라고요. 영지 씨, 저희 산에 뭐가 많이 나는지 아세요?

글쎄요. 멧돼지가 많다고는 하던데.

멧돼지요? 어머니께 물어보세요. 91p

📍전래되지 않은 동화_최제훈

목소리를 잃었다.
비로소 나는 수다쟁이가 됐다.

전에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편하게 툭툭 던지고 보는 편이에요. <눈에 뵈는 게 없다>의 청각 버전이랄까. 177p

면 대 면의 만남에선 서로의 전화기를 보며 대화를 하지 않지만, sns 상에서 수다스러운 현상과 겹쳐 보인다. 하루에 쏟아지는 말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직접이 아닌 전자기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별처럼 많은 말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집 #엔솔로지추천 #북스타그램 #한국문학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이라는 근사한 단어로 나의 취향을 점점 몰아가는 것처럼 느끼신 적 없나요? 고작 클릭 몇 번 했을 뿐인데. 편리함의 대가로 내가 포기한 부분에 어떤 내가 있었을까? 너무 많은 말이 너무 빠르게 오가는 세상에서 오늘 수집하는 데이터는 이전에 수집한 데이터에 이해 ㅁ나들어진 소비 생태계를 벗어날 수 없어요. 그렇게 나선을 그리며 좁혀지는 거죠. 드넓은 야생에서 국립 공원의 사파리로, 사파리에서 동물원으로, 닭장 같은 철제 우리로, 결국은 고양이처럼 벽 속에 파묻히는 알고리즘은 아닌지. 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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