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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폴링 인 폴> 백수린
백수린 작가의 첫 책이다. 10년 기념으로 다시 나온 책.
책을 관통한 나의 느낌은 ‘젊음’이었다. 내가 아는 백수린과 비슷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차분함보다는 방황하고 배회하는 젊은 작가 시리즈의 소설을 섞어둔 느낌이다.
등단작인 <거짓말 연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학연수로 떠난 프랑스. 어학을 먼저 해야 했기에 6개월쯤의 어학연수를 받아야 했다. 잠깐 머무는 곳이기에 냉장고를 갖추지 않고 산다.
점점 더워지는 기온. 바퀴벌레의 출현. 불면의 밤. 길어진 파리의 파업으로 다음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상황.
지금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다. 학교의 합격 여부 우편을 받아야 결정되는 숙소의 연장 여부.
대부분 잠깐 머무는 숙소.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와 잠깐 머무는 장소라는 조건은 그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거짓이 드러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조건들.
언제 어디서나 늘! 진실이 정의라고 할 수 있나?
언제나 솔직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프러포즈를 했었다.
그리고 결혼 후 3년쯤 그는 정말 나에게 솔직했다.
누군가와 잠을 잤노라고…
📍폴링 인 폴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어정쩡한 어학 실력으로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 다른 학원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만든 ‘오피스 아워’라는 시간을 유일하게 잘 활용하는 폴과 자연스레 자주 만나게 된다. 20대 중반의 싹싹한 교포 학생. 직장에 삶에 염증을 느끼던 그녀에게 폴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누나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가 다른 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느끼는 감정은 다름이 아닌 질투! 배신감을 드러낼 수도 서운함을 드러낼 수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뜸한 공백 후 다시 연락이 오는데..
📍감자의 실종
오늘날 갑자기 나에게 단어가 사라졌다. 그녀의 직업은 성우… 감자를 개(강아지)로 인식이 된 그는 점차 말하는 것이 두려워지는데..
📍자전거 도둑
보증금 500에 월세 60이 버거워 3명의 동거인의 구성으로 지내는 그녀들.
시나리오 작가 제이, 아무도 모르는 밴드의 보컬 안나, 무명의 웹툰 작가 나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같이 살자!와 동시에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그들에게 p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균열이 발생하는데..
📍밤의 수족관
유명인의 애인으로 살며 비밀이 되어야 하는 한 여인. 남자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루해진 틈에 수족관을 찾았는데 곁에 있어야 하는 딸이 사라졌다. 겨우 5세인 딸.
경찰 왈 : 나의 남편은 7년 전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유령이 출몰할 때
대학 시절 자주 다녔던 카페 <카르페디엠>은 1975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아지트처럼 들락거렸던 그곳을 언제부터 가지 않게 되었을까? 유령이 출몰하는 지역인 그곳에서 유일하게 습격 받지 않은 장소인 카르페디엠을 j 선배가 여전히 지키고 있다는데 ..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의 낡고 오래된 카페. 예전보다 더 작아진 모습인 그 카페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선배와 아직도 공시생의 신분인 그. 어떤 것을 즐겨야 할까?
다른 작품이 더 있어요.
이곳에 온 지 몇 달 만에 깨닫게 된 사실은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모든 것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떠날 사람들은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아니 보여줘도 되는 만큼, 아니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을 드러낸 채로 제한된 삶을 살았다.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15p
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조우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그 착각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를 길 잃은 사람처럼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나는 그것을 폴에게서 배웠다. 37p
취중이었지만 옷을 벗는 순간은 무척 치욕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누군가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알게 될 때마다, 상대의 맨몸이 드러날 때마다 묽어졌다. 누군가의 빈약한 가슴과, 누군가의 삼중으로 접힌 뱃살 층을 보며 그가 나보다 더 잘난 것이 없음을,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모자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위안을 느꼈다. 우습게도 상대가 나보다 더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나는 상대에게 더욱 관대해졌다. 159p
우리는 익숙한 얼굴의 이웃만큼만 친밀했고, 오래전에 헤어진 남매처럼 서먹했다. 서로의 탓이 아닌 것쯤은 알았는데도 과로의 시간이 누적되고 서운함이 켜켜이 쌓이면서 우리는 새된 목소리로 싸웠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를 수가 있어. 빗나가고, 빗나가고, 빗나가던 마음들. 2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