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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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을위한독서모임 #협찬도서
#김민영_지음
#노르웨이숲 @norw.egian_book

<294p>

책을 읽는 이유도,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혼자 읽어도 충분히 좋다. 혼자서 읽는 것보다 쉽게 독서로 얻는 이로움을 크게 만들고 싶다면 단연 독서모임을 하는 것을 권한다. 혼자 읽으면 작가와 나와의 대화에서 끝이 난다. 독서모임을 하면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 수만큼 책을 읽는 효과가 생긴다. 이 얼마나 꿀🍯인가? 한 권을 읽고 독서모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추가로 쏟는 시간 대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망설여진다.
말을 못 해서, 낯을 가려서, 어마어마한 내항인이라 낯선 이들과 만남에 에너지가 너무 들어서, 혹여 공격을 받아 내상을 입을까 봐, 시간 낭비일까 봐, 독서모임을 하면 정말 혼자 읽는 것보다 더 좋을까라는 의심 등

한 번이 힘들다. 한 번만 참석해 보면 또 다른 독서모임을 찾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꼭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 책에 모임을 찾기도 하고, 모임 장소에서 추천한 책 모임에 참여하게 되기도 한다. 독서모임은 강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때론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책도 독서모임에 나가서 의견을 듣다 보면 내 사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어떤 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자기 진단이 어렵다. 그런 어려운 일을 독서모임이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독서모임의 좋은 점만 기록한 책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 참여자와 호스트에게 필요한 꿀팁이 가득한 책이다. 독서모임의 유용함을 1장에서 끝난다. 2장부턴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 말하기 방법, 모임 현장의 난감 대처법, 숙련된 독자로 성장하는 비법에 + 진행자를 위한 팁 + 독서모임 하기 좋은 책 50권(간단한 내용 브리핑까지)이 안내되어 있다.

이 책을 분류하자면 : 참가자, 호스트 모두를 위한 독서모임 실용서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독서모임실용서 #독서모임꿀팁 #독서모임난감할때꿀팁 #말하기팁 #생각정리팁 #호스트실용서 #북스타그램
#헤세드서평단 @hyejin_bookangel 서평단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해요.

독서 모임에서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반박, 반대, 반론이 아닌 ‘다른 생각’이니 차분히 말하면 됩니다. 107p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흘러가기 위해 우리는 잘 들어야 합니다. 나의 말은 곧 듣기의 흔적이며, 듣기의 태도입니다. 124p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이라면 여기에 개인 의견을 보고서 수준으로 써서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의 무용함은 없다. 간혹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상을 입어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공격적인 말을 하는 그 사람이 잘못입니다. 상처받지 마세요. 독서모임은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백인 백가지 시선을 만나는 독서모임이야 말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입니다. 선 듣기가 우선인 것은 어느 자리에나 적용되는 기본값입니다. 😊

엊그제 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만 하고 지내는 한 분에게 ‘너 삶이 팍팍하지? 독서모임 시작해! 삶이 달라질 거야.
그 말이 적극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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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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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_열린책들_하다_앤솔로지_4 #협찬도서
#김엄지_김혜진_백온유_서이제_최제훈

<195p>

📍사송_김엄지

헤어지지 못한 연인들이 만나 사송으로 향했다.
간단해지고 싶은 남자와 무엇이든 깊이 파려는 L
묻는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하는 사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이. 거리는 그대로가 아니라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둘은 몰랐을까? 그가 건넨 말의 궁금증이 일었음에도 ‘피곤’해서 묻지 않고 귀가했다.

📍하루치의 말

엄마의 절박한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고향으로 갔다. 어머니는 왼쪽 발에 깁스를 한 채였다. 어머니를 돌보다가 어머니의 ‘따수미 침구’ 가게를 아예 맡게 될 줄은 몰랐다. 공황 장애와 우울증을 진단받은 어머니와 고향 집에 정착하여 사는 애실에게 속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겼다. 현서와의 관계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은 덕에 엄마와의 관계도 애실 자신의 일상에도 활력의 변화가 일었다.

미국에 가족을 보러 다니러 간다고 떠난 현서.
받지 않는 전화.
빌려준 돈.

애실아, 여기 있으면 제일 좋은 게 뭔지 아니?
조용하다는 거야. 원하는 만큼 조용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거. 아무 이야기도 안 들어도 된다는 거. 62p

📍나의 살던 고향은_백온유

어머니가 다쳤다기에 다급하게 재택근무를 한다고 고향에 내려갔다. 괜찮다던 엄마는 엄지, 검지, 중지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입은 것이었다. 예전처럼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고. 사유지 산에 들어갔다가 덫에 걸리는 사고를 입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산 주인과 엄마와의 대화가 이상하다? 아무리 사유지에 들어가서 나물 좀 캐고 했기로 이런 사고를 입은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거슬린다.

저희 어머니가 아직 자기 상황을 정확히 모르세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구적인 장애를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허가받지 않은 포획 틀, 덫, 올무 설치는 모두 불법이라는 거 아시나요?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올까 봐 혹시나 해서 말씀드려요.

재산 피해 막기 위해서 설치하는 경우는 제외예요. 이를테면 쥐 같은 거요. 쥐 잡는 건 불법 아니라고요. 영지 씨, 저희 산에 뭐가 많이 나는지 아세요?

글쎄요. 멧돼지가 많다고는 하던데.

멧돼지요? 어머니께 물어보세요. 91p

📍전래되지 않은 동화_최제훈

목소리를 잃었다.
비로소 나는 수다쟁이가 됐다.

전에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편하게 툭툭 던지고 보는 편이에요. <눈에 뵈는 게 없다>의 청각 버전이랄까. 177p

면 대 면의 만남에선 서로의 전화기를 보며 대화를 하지 않지만, sns 상에서 수다스러운 현상과 겹쳐 보인다. 하루에 쏟아지는 말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직접이 아닌 전자기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별처럼 많은 말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집 #엔솔로지추천 #북스타그램 #한국문학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이라는 근사한 단어로 나의 취향을 점점 몰아가는 것처럼 느끼신 적 없나요? 고작 클릭 몇 번 했을 뿐인데. 편리함의 대가로 내가 포기한 부분에 어떤 내가 있었을까? 너무 많은 말이 너무 빠르게 오가는 세상에서 오늘 수집하는 데이터는 이전에 수집한 데이터에 이해 ㅁ나들어진 소비 생태계를 벗어날 수 없어요. 그렇게 나선을 그리며 좁혀지는 거죠. 드넓은 야생에서 국립 공원의 사파리로, 사파리에서 동물원으로, 닭장 같은 철제 우리로, 결국은 고양이처럼 벽 속에 파묻히는 알고리즘은 아닌지. 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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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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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또는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 157p

<노 키즈 존>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노 시니어 존> 등이 나타났다. 누군가를 막는 일에 점차 어쩔 수 없음과 이해함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틈은 더 많은 가름을 허용하게 했다. 책은 세련되게 선을 긋는 인물들과 선을 넘는 인물들을 그린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나오기에 어떤 부분에선 답답함이 어떤 부분에선 안도가 함께한다.

📍실패담 크루 /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의 홈 파티를 닮음>
로펌 대표의 파트너인 송지연을 통해 들어간 ‘실패담 말하기 크루’에서 유일한 삼십 대 젊은이로 90년대 초중반 학번들 틈에서 배려를 받으며 지내던 주 변호사. 같은 또래의 제리라는 이 모임의 룰을 아주 잘 파악한 유튜버가 등장하며 경쟁의식을 느낀다. 제리보다 멋진 실패담을 이야기하려는데 제지 당하는 주 변호사.
그들이 규정한 잘못과 실패의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기만 한 주인공.

📍언니
내 부모가 차렸던 독서실을 다녔던 인회 언니를 대학에서 다시 만났다. 학과장의 조교로 석사 2학기째인 인회는 방학에 교수가 부탁한 번역 일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석사 2학기인 학생으론 꽤 실력이 좋았던 언니는 도와주는 학부생 둘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맛있는 밥까지 사주며 자신은 잠도 제대로 자지 않으며 일을 완성했다. 그렇게 힘들여 한 작업은 교수와 교수의 아내 이름이 박혀 출간됐다. 언니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에서 언니를 볼 수도 없었다.

📍선의 감정
K의료 재단은 이사장이 바뀌면서 자신이 만든 수익의 비율로 월급을 지급한다고 했다. 코로나로 아이가 등교를 하지 못하면서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에게 눈치를 봐야 하고, 병원에서도 등급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과를 돌아가며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였고, 최대한 오래 머물기를 요구하는 환자였다. 퇴원을 권했을 때 언제나처럼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했다. 일주일쯤 후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내가 봤던 환자의 차트에서 이상이 있었다면?

📍빛의 한가운데
내 아들이 나의 지인의 사진으로 deepfake 범죄를 저질렀다면?

📍단 하나의 아이
가정. 가장 안전한 공간이지만 가장 폐쇄적인 공간에 갇힌 아이에게 관심을 쏟으면 팽~당하는 놀이 가정교사.

📍우리가 떠난 해변에
블라인드 만남이 자기소개 이후로도 이어지는 확률은?
그 좁은 확률을 뚫고 결혼한 커플은 오래도록 행복할까?

📍가속 궤도
교제 폭력을 경험한 자에 드리운 공포의 지속 기한은?

📍이모에 관하여
첫째의 출산 육아 휴직 후 복직하여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둘째 소식이..

📍사는 사람
사교육 시장은 불안과 콧대 마케팅 속에 사는 아이에게 품은 애틋함의 끝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단편소설 #토론내용가득 #독서모임추천도서 #신간도서 #북스타그램

모든 단편이 할 이야기 가득이다.
‘이해관계 없이 인사이트 나누는 자리’26p가 독서모임이 아닐까? 한다.
2시간으로 이 책을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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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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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황제 #협찬도서
#셀마라겔뢰프
안종현_옮김
#다반 @davanbook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작가의 숨은 걸작!

스크롤리카라는 외딴 시골 마을의 얀 안델손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는 결혼도 못 하고, 에릭네 농장에서 일하는 다 늙은 카트리나와 결혼을 했다. 그 늙은 카타리나가 이제 아이를 낳아 이젠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게 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일하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적어도 밤에는 마음 편히 쉴 수는 있었잖아. 이젠 이 사소한 삶의 낙도 곧 사라지겠군.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댈 거고 그럼 제대로 쉴 수도 없을 거야. ❜ 14p

클라라가 태어나기 전 얀에게 아이란 자신의 삶에 고단함과 불편함을 주는 존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아이를 보기 전까지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그 작고 힘없는 아이 하나가 얀의 삶 전체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딸아이의 주름진 작은 얼굴과 손을 처음 본 순간, 얀의 가슴은 강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지 운동이 아닌 감정으로 이렇게 심장이 뛸 수 있는지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그 작고 따뜻한 몸을 자신에게 바짝 끌어안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태까지 얀은 자신의 인생이 꽤나 쓴맛으로 가득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불행의 자리는 이제 행복과 달콤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중략)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일이 한 인간을 이렇게까지 황홀함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23p

아이를 키우는 일에 어떻게 황홀함만 있을 수가 있겠는가. 사랑하면 불안해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가 다칠까? 아플까? 걱정의 힘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기에 언젠가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딸과 나를 한 몸으로 인식하고 살아온 얀에게 이 일은 어떻게 다가올까?

안타깝게 그들의 이별은 모시던 농장주가 사고로 사망하며 그 사위로 주인이 바뀌면서, 살던 집에 대한 돈을 요구하는 일로 돈이 필요해져서 클라라가 돈을 벌러 떠나게 되면서 발생한다. 가난했지만 부모의 사랑과 보호 아래에 있기만 했던 클라라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한차례 편지 이후 연락이 오지 않는 클라라.
딸을 그리워하는 얀.
어떻게든 딸이 잘 있다고 믿어야만 했다.

그런 딸의 기다림 속에 얀은 ‘포르투갈의 황제’가 되었다.
갑자기? 딸이 여황이 되었으니 얀은 자동적으로 황제가 된 것.
이제 황제로 위엄을 지키며 살아가면 되었다.
카트리나는 여기에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내가 팔라 농장에 가서 도랑 파는 일도 할 테니, 당신은 집에서 요리도 하고, 옷도 꿰매는 일을 하세요. 당신이 품삯 일을 하기엔 너무 고귀하다고 생각하니 어쩌겠어요. ❞

딸아이가 집에 떠나던 날 속마음과는 달리 카타리나에게 손을 내밀어 맞잡은 손은 얀을 살게 했다. 자신이 만든 세계 속에서 평온하게..

#우주서평단_여성최초노벨문학상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다반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이런 퓨어한 사랑이라니… 이런 사랑이 가능하다니…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행복할까?
이런 사랑이 가능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축복이 아닐까?
그 사랑을 내내 할 수 있도록 지켜준 사람들 곁에 살아간 얀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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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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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살결심 #협찬도서
#문유석
#문학동네 @munhakdongne
<241p>

저자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유머를 좋아하는 나는 저자의 글을 사랑하는 사랑한다. 법조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결의 유머가 포함되기까지 한 저자의 글을 읽는 순간 그 기쁨은 ‘쾌락 독서’라 명할 수 있다. 저자의 전작을 당연히 다 읽었고, 이제 퇴직하셨으니 책을 더 많이 쓰시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퇴직 후 헌법 관련된 <최소한의 선의/ 유머가 싹 빠진 책이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진지하게 쓰심>를 출간하고 꽤 오래 잠잠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나온 이 에세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

나는 법원을 바꿔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를 바꿔놓고 싶었다. 30p

나는 좋은 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31p

전근대적인 한국식 집단주의, 권위주의를 혐오하고 서구식 합리주의, 자유주의, 다원주의를 동경하며, 동시에 법원조직을 신뢰하고 사랑했던 저자는 법원을 ‘안에서’ 바꾸고 싶어 하는 나이브한 이상주의자였다. 엘리트 집단의 자정능력을 신뢰했고, 시스템을 신뢰했다. 전두환 시대에 사춘기를 보내고 민주화와 동시에 대학 생활을 맞았으며,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시대에 법관 생활 첫 10년을 보냈다. 38p 약간 변형.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하던 해에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았다. 여전히 이상주의자였던 저자는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된 의견을 많이 냈고,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초임 부장 일기’라는 제목으로 법과 게시판에 연재하기에 이른다. (재판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 법원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풍자, 인상 깊었던 재판에 대한 소회 등) 이 글이 묶여 <판사 유감>이 되어 출간되며 작가와 판사의 일을 겸하게 되어 꿈만 같은 생활을 누리는구나? 했으나…

남들이 기피하는 성폭력 재판부를 지원해도 배치되지 않고, 받은 사람은 느끼지 못한 ‘엄중 경고’도 받는데, 거기에 세월호 사건 때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라는 칼럼을 중앙 일간지에 기고하며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거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법원과 시민사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엘리트들답게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뭉개는 일이 발생한다.

23년의 판사 생활을 그만두면 누구나 변호사 개업을 예상할 텐데 저자는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노는 게 제일 좋아’의 삶을 계획하지만, 그의 앞에 닥친 현실은 Covid 19 😳 해외에서 한 달 살기는커녕 집콕 라이프가 펼쳐진다. 제2의 삶의 예측불허는 펜디믹만은 아니었다. 23년 공부 잘함 하나로 누려왔던 서초동 도시 라이프에서 정글로 던져진 삶.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의 원고를 세링게티를 누비며 mail로 보내기도 했다고 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 + 공명심만으로는 월급이 주어지지 않는 삶. 누군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판사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전업 작가 프리 선언을 하고 나니 많은 이와 부대낌을 경험해야 했고, 똑똑한 개미도 개미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한 투자의 세계는 누우면 자던 그에게 불면을 안겨주기도 했다. 즐거움이 사라진 글쓰기에 지적받는 일이 허다한 초보 작가의 세계에서 하늘 높이 오르던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그의 투자 그래프도 바닥을 치고 😫

방황 끝에 다시 부여잡고 제2의 삶에 겨우 올라탄 저자는 글쓰기의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고, 파산부에 재판하며 간접 경험한 일들을 비슷한 경험을 한 후에야 제2의 삶에 방향을 잡았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 책을 쓰며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삶을 깊이 돌아봤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다소 해소되었지만, 다시 파트타임으로라도 정의로운 저자의 본모습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다.

이 험난한 여정을 이렇게 명랑하게 기록하신 저자의 글은 역시 내 스타일!!!
힘들어도 명랑함을 유지하려는 저랑 닮았다고 우기고 싶달까요? 😝(저랑 두뇌 성능 차이가 너무 나는 분과 이렇게라도 가까워지고 싶다고요!)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법조인의제2의삶 #품격있는에세이 #유머있는글 #북스타그램 #에세이추천

퇴직 후 받으신 법원 구성원들의 댓글처럼 작가님 이제 꽃길만 걸으시고, 부디 예전처럼 글쓰기가 행복? 기쁨? 까진 아니더라도 파트타임 정의로운 돌려까기의 글을 쓰셔서 출간해 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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