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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평점 :
[도서 협찬]
#서성이다
#장강명
#현대문학_PIN_059
<227p>
❝아 씨, 욕 나오네. ❞
그녀의 마지막 말을 곧 내 속에서 쏟아낼 줄은 몰랐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애쓰며 살아온 사람.
추위를 많이 타고, 1인 기업 대표로 혼자 힘겹게 온갖 잡무를 다 하며 그 회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
자주 아프지 않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 심하게 감기나 장염을 앓아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며 지내는 사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격렬하게 표현하는 사람.
그에 비해 나는 1년에 몇 차례 아프지만 가볍게 회복했고,
언제나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불행에 진심으로 무심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스스로 소시오패스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
악덕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살아남고 싶은 마음을 놓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사람.
낮에 아내와 만났던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낮부터 얼굴이 무척 창백했다며 걱정과 안부를 묻고, 꼭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내일은 일요일
월요일에 병원을 간다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내는 매트리스 커버를 들고 서 있었다.
아픈 중에도 토사물을 혼자 처리하는 중이었다.
3년 전 아내는 혼자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간 경험이 있었다.
너무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어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려다 문이 열리지 않아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렇게 간 응급실의 침상엔 ‘비응급’ 팻말을 달아줬다고 했다.
이번에도 아내의 침상에 ‘비응급’이라는 팻말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환자분 뇌가 이렇게 부어 있고요. 부종이고요, 뇌출혈입니다.
출혈은 종양 때문일 수도 있고 여기 이 부분, 혈관 기형 때문일 수도 있어요. 종양이라면 뇌종양일 수도 있고 몸의 다른 암이 전이된 것일 수도 있어요. 뇌를 열고 수술해야 할 수도 있어요.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고 사망할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고요. ❞
부종, 뇌출혈, 종양, 혈관 기형, 암, 수술, 후유증, 사망
책을 읽으며,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싶었다.
소설임을 알고 읽었지만, 많은 부분 작가와 겹치는 설정이 많아 에세이 느낌이 가득했다.
작가의 설정을 가득 입혀, 가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0년 결혼 생활을 하며 힘들도 지친 순간들도 많았지만, 다른 집들과 조금 다르게 육아와 돌봄을 거의 동시에 시작한 우리 부부는 이젠 둘 중 하나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강력하게 허구라고 믿고 싶었던 지점.
멀리 떨어진 독자도 이런 심정인데 당사자는 어떤 마음일까?
자신을 소시오패스라 표현했지만,
둘이 함께하던 일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세상엔 언제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니까.
염치없는 작가의 부탁으로 모인 염원이 기적을 일으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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