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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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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라. 나가 오늘 졸업을 했는디라, 시방 돈이 쪼까 몰자라요이. 중학교 첫 방학 때까지 꼭 갚을 테니 국밥 두 그릇만 주씨요. 오늘 꼭 밥 한 끼 사줘야 할 동무가 있어서 앞뒤 없이 안 이러요. 나요, 약속을 지키는 남자요.!”
“부모님 이름은 팔아벅지 않을라요. 내 신용으로 나가 꼭 갚을라니께 믿어주씨요이. 가진 게 꿈과 앞날밖에 더 있겠소잉.”
223p
훌륭한 어른이라고 생각되는 분의 자전 수필.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은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다 있다.
사투리, 할머니, 위트, 따스함과 다정함.
감사하게도 이 책도 이런 다정함으로 나의 손에 들려졌다.
@daldal_kj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 되었어요~
1960년대의 이야기.
전쟁 후 잘 살던 사람이 드물던 시절.
일찍 작가님의 성정을 그대로 물려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바로 전 그에게 바름을 알려주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5남매를 홀로 키워야 했던 어머니의 부재까지.
가난엔 다양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기에 작가의 가정에도 다양한 불행이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에겐 자연과 멋진 사람들이 함께했다.
짐작건대 작가의 선한 마음에 선한 사람들만 마음에 담았구나. 싶다.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시대에 어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었겠는가? (책에도 예쁘기만 한😡 선생에 눈이 먼 빌런 교사가 등장하지만 🤬.. )
책방에 들고 가 읽다가 자꾸 눈물이 차올라 조용히 책을 덮고 집으로 왔다.
밖에서 읽으면 안 되는 책이구나. 🥺
(후반부엔 오열각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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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을 사려 깊게 도와주고 진실한 마음을 담아 격려하는 사람. 배 한 쪽이라도 함께 나누고 자신은 맨 나중에 남은 것을 기쁘게 먹는 사람. 다들 나름의 근심과 사연을 안고 가는 이 고단한 여정에,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가 환해지고 담소가 꽃피는 열차로 바뀌게 하는 사람. 울 아부지 참말 멋진 남자다, 빛나고 자랑스럽다, 내가 바로 그 아들이다. 나는 잠든 아부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30p
“아가, 사람이 나이 들면 다 주름지고 닳아지고 흙이 되는 거시제. 그랑께 눈이 총총할 때 좋은 것 많이 담고 좋은 책 많이 읽고, 몸이 푸를 때 힘 쓰고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거제이. 손발 좀 아낀다고 금손 되겠냐 옥속 되겠냐. 좋을 때 안 쓰면 사람 베린다. 도움 주는 일 미루지 말고 있을 때 나눠야 쓴다잉. 다 덕분에, 덕분에 살아가는 것인께.“ 70p
”그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리했겠는가…. 평안, 한 많은 세상 한 많은 사람들 모다 품고, 악한 것 못 들게 선한 맘 북돋아 가그라.“ 178p
“나가 별명이 ‘수그리 선생’이라메. 다들 잘나고 똑똑헌 세상에서 우리 같은 수그리 종자 몇 명쯤은 안 있어야 쓰겄는가. 하하하. 그래도 나가 힘 있는 놈들 앞에선 안 그라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제. 나 먼저 가네. 잘 커 불소잉. 하하하.” 201p
“사람의 이름은 말이다. 저마다 깨끗한 비원이 담긴 것이고 이름을 부르면서 그 뜻을 일러주는 것이제. 네 이름대로 네 길을 걸어가면 이미 유명한 사람 아니냐. 다른 사람 이름 사리지 말고, 제 이름 더럽히지 말고, 자기 이름대로 살면 그게 유명한 사람 아니냐. 알겠느냐. 평아, 이 유명한 놈아!” 220p
어머니가 내게 좋은 자식이 되어주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나는 나 자신이 되고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었다.
“평아, 니 엄니는 말이다. 갈대 같은 몸으로 바위 같은 짐을 지고도 저리 곧고 정한 여인이구나.”
장터에서 마주친 아부지 지인들이 젖은 음성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날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하느님한테 울엄니 좀 챙겨달라고 청원하곤 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수그리샘, 첫사랑 민지, 다정한 이웃들의 따스함에 물들고 그들의 상처에 울다 자전거 타고 달나라 가던 시절의 웃음도 얻는 귀한 책.